구름위에 산책 - 12부
본문
구름위에 산책
윤 설 아
제 12 부
◇ 구름이 흘러가는 곳에 ◇
호주에서 내가 진희 누나를 만나고 돌아오자 성혜 누나는 무척이나 궁금한지 물었다.
“민주 너의 아들은 잘 자라고 있어?”
“진희 누나가 잘 키우고 있어”
“그럼 언제 둘이 결혼식을 올릴 거야?”
“응 누나가 승우 형과 결혼을 하고 나면 우리도 결혼식을 올릴 거야”
“그래? 그런데 그 때까지 기다리면 네 아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것 같은데”
“응? 승우 형과 결혼을 하기가 싫어?”
“그래 지금은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승우 형은 누나하고 저렇게 결혼을 하고 싶어서 애를 태우고 있는데”
“결혼을 하면 내가 꼼짝을 못하고 가정에 얽매이게 되는데 그림 공부는 언제 하고?”
“누나는 그림 공부가 그렇게 중요해?”
“그래 결혼은 내가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상을 하고 나서 그때 쯤 생각해 보고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할 거야”
“응? 그럼 승우 형이 그 때까지 누나를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래 그때까지 기다려주면 승우 오빠와 결혼을 할 거고 아님 못 참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면
그 뿐이고”
“응? 누나는 아주 태평이네”
“애는 그 까짓 결혼이 뭐가 좋다고 내가 할 일도 안하고 결혼부터 먼저 하니”
“???”
“그러니 민주 너도 이왕 이렇게 된 것 진희에게 조급하게 졸라대지 말고 네 할 일부터 차근차근하게
이루어 나가도록 해!”
나는 성혜 누나의 말을 들으며 우리 누나는 어쩜 저리도 냉철하고 사리분별력이 뛰어난지 감탄의
말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누나는 정말로 놀라운 여자야!”
“응? 놀라운 여자? 내가 말이니?”
“그래 성혜 누나가 놀라운 여자야!”
“애는 참 어쨌든 민주 너 잘 생각해서 진희와의 일을 처리하도록 해!”
성혜 누나는 다시 한 번 타이르듯이 말을 했다.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 나는 K대를 졸업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 상무관의 조민수 관장님은 나에게 태권도의 고수(高手)가 되는 특별 수련을
시켰다.
이제 태권도 최고 고수의 자리에 오르려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태권도 6단이 되려면 적어도 나이가 30세 이상이 되어야 하니 그 동안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최고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산 속에 들어가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셨다.
우리 집에서는 야단이 났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아버지가 경영하는 제약회사의 경영진에 참예하여 훌륭한 CEO(최고의
경영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갑자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온 집안이 시끄러웠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놓고 고민 고민을 하다가 문득 조민수 관장님이 우리 아버지를 설득 시키면
허락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관장님의 부인이신 백장미 사모님께 이런 사정을 이야기를 하니 좋다고 하셨다.
시내의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에 자리를 마련하고 우리 아버지 엄마를 모시고 갔다.
조민수 관장님이 우리 부모님들을 만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했더니 그간 자기 아들을 자식처럼
돌보아 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바쁜 가운데서도 선뜻 시간을 내어서 주었다.
양쪽 부모님들과 함께 희영이와 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희영이를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서 그저 칭찬이 자자하였다.
“관장님의 따님을 보니 올림픽 때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친 그 장한
모습이 아직도 제 눈에 선 합니다.”
“민주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대단했어요.”
백장미 사모님이 하도 우리 아버지가 희영이를 치켜서 세우며 칭찬을 하자 내 입장을 생각하셔서
한 마디 하셨다.
“아 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님은 여자로서 금메달을 땄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계속 희영이를 치켜서 세우며 칭찬을 끊임이 없이 했다.
우리 엄마도 희영이가 마음에 쏙 드는지 계속 희영이를 보며 칭찬을 했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지 너무나 사랑스런 따님입니다.”
나도 사실 희영이를 보면 온 세상에 모든 여자들보다도 뛰어나게 예쁘다는 사실에 동감을 하지만
그렇다고 희영이에게 푹 빠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 엄마는 모르고 있지만 내 아들을 낳은 진희 누나가 있는데 아무리 희영이의
미모가 뛰어났다고는 하지만 진희 누나를 두고 어떻게 희영이에게 마음을 두겠는가?
“저어 외람 된 부탁입니다만 관장님의 따님을 우리 민주의 배필로 주실 수는 없는지요?”
갑작스런 우리 아버지의 부탁에 조민수 관장님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백장미 사모님은 선뜻 허락을 했다.
“어머나! 우리 희영이와 민주를 결혼 시키자는 말씀인 것 같은데 저는 그 말씀에 찬성입니다.”
그러자 우리 아버지는 대번에 미소가 환하게 피면서 엄청나게 좋아했다.
“사모님의 말씀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러면 관장님께서 허락만 하시면 오늘 밤 이 자리에서
당장 우리 민주와 따님의 결혼 약속을 정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되겠어요? 민주는 앞으로 사장님의 뒤를 이어서 한화제약 사장님이 될 것인데 우리 집은
그에 비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백장미 사모님이 재빨리 우리 아버지께 회사의 사장 승계를 들먹이며 희영이의 위치를 배정하고
있었다.
“아 그거야 당연히 우리 민주가 내 뒤를 이어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따님만
저희 집에 보내주시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단번에 희영이와 나를 결혼시키려고 돌진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그렇게 배려를 해 주신다니 부족하지만 우리 희영이를 보내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백장미 사모님도 현실적인 모든 문제를 잘 살피고는 얼른 희영이를 내게로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희영이가 내게 시집을 오면 아무 걱정도 없이 앞으로 한화제약 사장 부인이 되니까 너무나
좋은 자리다 하고 생각을 하면서 우리 아버지의 생각에 갖다 맞추고 있었다.
조민수 관장님은 워낙 세상 물정을 모르시는 분이시라 사모님이 하는 대로 그대로 있었다.
“그럼 서로가 원하는 것이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민주와 따님을 결혼시키기로 정하고 먼저
약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지금 약혼식을 해요? 아버지!”
내가 깜짝 놀라며 반문을 하자 우리 엄마는 대뜸 내 말을 막으며 말했다.
“아 좋지 뭐 그러니? 내가 보기에도 둘이 딱 어울리는 천생연분이다 그러니 아무 말 말고 아버지가
하시는 대로 따르도록 해라!”
“네엣? 엄마도 같은 생각이세요?”
“그렇다! 나도 네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 그대로 따르도록 해!”
나는 너무나 놀랐다.
우리 엄마는 아버지의 말에 한 번 생각해 보자거나 반대 할 줄을 알았다.
그런데 단번에 희영이를 보고서 선뜻 며느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희영이가 나하고 결혼을 시키려는 우리 아버지와 자기 어머니의 말에
아무런 말 한마디 안하고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나는 희영이가 평소에 나에게 하는 태도를 보면 분명히 한 마디 할 줄로만 알았다.
왜 벌써 결혼을 하느냐? 좀 더 두고 보고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그런 말이 나올 줄을 알았는데
아예 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하겠다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해 졌다.
지금 내가 희영이와 약혼을 해 버리면 진희 누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더구나 요즘 승우 형이 심심하면 우리 누나를 찾아서 오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희영이와 약혼을 한 사실이 우리 동네에 퍼지면 제일 먼저 동수의
여동생 수진이가 방방 뛰면서 우리 집에 찾아와서 울고불고 야단을 칠 것이다.
어차피 혜선이는 나와의 비밀을 품고 조용히 살겠지만 수진이는 다르다.
그리고 사랑의 약속을 나하고 굳게 한 정아도 내가 희영이와 약혼을 하면 순순히 잘 했다고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였다.
“저어 좀 더 있다가 하면 안 될 까요?”
내가 희영이와의 약혼식을 미루어 보자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응? 좀 더 있다가 하자고?”
우리 엄마가 갑자기 반문을 하며 나를 쳐다본다.
“네 아무래도 준비도 없이 나왔고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그렀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애 너는 무슨 준비가 왜 필요하니? 괜히 시간 끌지 말고 그대로 하자”
우리 엄마는 혹시 내가 동수의 여동생 수진이 때문에 그런 줄로 미리 짐작을 하시고 재빨리 일을
진행시키려고 했다.
“그래 나도 너희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다. 민주 너만 우리 희영이를 싫어하지 않으면 그대로
오늘 밤 약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백장미 사모님도 나를 몰아서 부쳤다.
나는 이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호주에 내 아들을 낳은 진희 누나가 살고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때에 말 한 마디만 해 주면 이 곤경에서 벗어 날 수가 있는 두 사람 조민수 관장님과 희영이는
말 한마디 하지를 않았다.
더구나 희영이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자기와의 약혼식을 미루자고 하는데도 말 한 마디 하지를
않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다른 때 같으면 내가 그런 말을 하면 그냥 가만히 있을 희영이가 아니었다.
‘그래? 좀 더 있을 것이 아니라 나는 하고 싶지 않는데’
이런 말이 나올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 말이 없다.
“그럼 충분하게 우리 서로가 마음이 합해 졌으니 오늘 이 자리에서 관장님의 따님과 우리
민주의 약혼식을 합시다.”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회사의 경영에서 보이는 대로 그대로 추진력을 앞세워 졸지에 희영이와
나의 약혼식을 단번에 매듭을 지었다.
그리하여 저녁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희영이와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에게 절을 하고 약혼식을
올렸다.
내가 희영이와 함께 우리 관장님과 사모님께 절을 하자 두 분은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런데 막상 입에 그냥 삼켜도 너무나 좋을 만큼 예쁜 희영이와 약혼식을 하자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하기는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희영이를 내가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얼굴이 있었는데 바로 정아였다.
비록 육체적 깊은 관계는 없었지만 그래도 키스를 하면서 사랑의 맹세를 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미안한 마음이 저절로 나왔다.
‘정아야! 미안해!’
나는 희영이와 나란히 앉아서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 정아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이 가득히
넘쳤다.
우리 엄마는 희영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정답게 말했다.
“이제 무슨 일이던지 어려워 말고 편안하게 의논하고 그래라 알겠지”
“네 어머니!”
희영이도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희영이와 이렇게 맺어진 것이 꿈과 같이 좋으면서도 한쪽으로 염려하는 마음이 밀물과 같이
몰려서 왔다.
성혜 누나는 집으로 돌아 온 우리 엄마가 나의 비밀을 전혀 모르시고서 오늘 있은 일들을 사실대로
그대로 말하자 엄청나게 놀라더니 워낙 머리가 비상하고 명석한 지라 조금도 요동치지 않고 있더니
내 방으로 와서 차근차근하게 물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밤 졸지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사실대로 숨김이 없이 다 말을 하니 성혜 누나는
내 침대에 걸터앉아서 한참이나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놀라움의 절정을 나에게 이야기 했다.
“민주야! 네 약혼녀인 희영이 하고는 어차피 결혼을 해야만 하니 그것은 그대로 받아서 들이고
승우 오빠의 여동생 진희는 호주에서 계속 살 것이니 그대로 자연스럽게 두기로 하고 문제는
수진인데 애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너를 포기하겠지 뭐 그러니 너는 태권도 관장님의 말씀대로
산 속에 가서 수련을 하는 것이 참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정말 모든 문제가 잘 해결 될 까? 누나!”
내가 염려하는 마음에서 말했다.
“그래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네가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군대에 가는 것을
면제 받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군대에 갔다 오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이 되는 건데”
“응? 누나는? 군대에 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이 된다니?”
“애는 그것도 모르니? 본래 여자들은 자기 애인이 군대에 가면 자연히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다른 남자에게 간다는 말이 있거든 그러니 너도 깊은 산 속에 가서 몇 년 동안 태권도 수련하다가
보면 아무리 너를 따르는 수진이라고 해도 제풀에 지쳐서 너를 포기하겠지 뭐”
듣고 보니 그럴 듯한 생각이 들었다.
깊은 산속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면 수진이도 혜선이도 정아도 자연히 멀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산으로 가자!
나는 당장 산속으로 가서 태권도를 수련하기로 작정하였다.
일본에 있는 최 배달이라는 분은 산속에서 오랜 수련을 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괴력을 발휘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얼마 뒤에 나는 충청남도 아산시 영인면에 있는 영인 산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 우리 엄마의 여고 동창생이라는 분이 남편을 따라 그 곳에 집을 짓고 도자기를 굽고 글을
쓰며 살고 있었다.
내가 그 곳으로 찾아서 가니 우리 엄마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이들 부부는 반갑게 나를
맞아서 주었다.
통나무로 산기슭에 집을 짓고 황토로 방을 만들고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작업장을 크게 만들고
정원도 운치가 있도록 잘 꾸며 놓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큰 방 한 칸을 내 방으로 정해 주었다.
나는 영인 산에 온 날부터 고기가 전혀 없는 산채 나물과 조 옥수수가 섞인 밥을 먹어야만 했다.
낮 시간에는 혼자 산속에 들어가 돌을 깨며 태권도 수련에 전념하였다.
밤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장 옆에 모래 상자를 갖다놓고 대학시절에 배운 드럼 연습을
부지런히 하였다.
밤에 드럼을 치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에 모래가 가득히 든 큰 상자를 갖다놓고 쇠로 만든 막대기로
드럼 연습을 했다.
앞으로 유명한 드럼 연주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성혜 누나도 유명한 화가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 태권도만 한다고 하면서 그냥 지내면
너무나 무의미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서울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점차 잊어져 갔다.
수진이의 일도 그리고 혜선이의 일도 그리고 심지어 내 약혼자가 된 희영이도 정아도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서 갔다.
30세가 되면 영인 산에서 하산을 하기로 정하였다.
하루는 밤늦게 도자기 작업장에서 드럼 연습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깊은 산속을 끝없이 헤매고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깊은 산속을 헤매다가 놀라 꿈에서 깨었다.
그러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이번에는 난생처음으로 보는 낮선 여자가 숲속에서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놀라 꿈에서 깨어보니 아침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영 우울하였다.
왠지 오늘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마음이 불안하여 방안에서 아예 문밖으로 나가지를 않고 있다가 오후가 되어서
산으로 올라갔다.
괜히 꿈이 안 좋다고 방안에만 있는 것이 너무나 나약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꿈에 사로잡혀서 있었던 오전 시간들을 아까워하면서 열심히 태권도를 수련하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산장으로 가야하는 길이 엇갈려 깊은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
이런 일은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나는 그렇다고 두렵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았다.
일단 산속에서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산 아래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산장 쪽이 아닌 영인 산 정 반대 쪽 산기슭이 나왔다.
잠시 나무에 기대어 서서 산 아래 기슭을 바라보니 차가 다니는 도로가 보였다.
이제는 길로 내려가면 마을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안심이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왔는지 고급 승용차 두 대가 오더니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산기슭 아래 도로에서 멈추어
섰다.
나는 왠 고급 승용차가 이런 산골짜기에 무엇을 하러 왔을까? 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뭔가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기대고 있던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산 아래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은 날이 저물어 등산을 할 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기슭에 무슨 모텔이나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해가 질 무렵에 고급 승용차가 나타나서 서니 당연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러는 동안 승용차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 여섯 명이 나오더니 승용차 뒤 드렁크 문을 열고서
납치를 해 온 여자를 끌어서 내렸다.
나는 말없이 나무 뒤에서 도대체 저 놈들이 여자를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외진 산기슭에 여자를 납치해서 끌고 오는 놈들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놈들은 몸부림을 치며 반항을 하는 여자를 끌고서 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서 있는 쪽에서 약간 옆으로 비껴서 올라갔다.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산을 내려가는 것은 내 마음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거리를 두고서 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얼마 쯤 올라가니 옆쪽에서 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좋겠네. 저년을 여기에 파묻고 가자”
“그럽시다! 그런데 저년을 그냥 파묻고 갑니까? 형님!”
“그래야지 뭐 다른 좋은 생각이 있어?”
“그냥 죽여서 파묻는 것 보다 죽이기 전에 마음껏 재미나 보고 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형님!”
“응? 당연히 그래야지. 저 년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들 좆 맛이나 실컷 보고 죽어야 되지
않겠어.”
“그런데 왠지 겁이 납니다 명색이 그래도 여자 검사인데”
“검사면 별 거야! 역시 여자는 여자지”
“그래 검사 년 보지는 별 거야?”
“아니지? 검사 년 보지가 더 맛이 좋을지 모르지?”
놈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으니 그냥 모두 쳐 죽일 놈들이었다.
놈들이 눈치를 체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숲 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살펴 서 보니 세 놈은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있었고 두 놈은 양쪽으로 여자를 붙잡고 있고 한 놈은 담배를 꼬나물고
물끄러미 납치를 해 온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가분 놈들의 손에서 여자를 구하려면 인정사정없이 놈들을 쳐서 죽여야 하는데 내 손에는 무기가
될 만한 그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이런 갑작스런 위기의 상황에서는 절대로 겁을 내거나 상대에 대한 동정심은 치명적인 비극을
가져 온다고 조민수 관장님은 태권도를 배우는 나에게 늘 일깨워 주고는 했다.
놈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여자가 검사인 것 같은데 죽이려고 하니 저런 놈들을 살려 둔다는 것 자체가
이 땅이 오염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뒤쳐나가면 무모할 것 같아서 주위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돌도 하나 보이지 않고 나무 막대기 하나 보이지를 않았다.
이런 제기랄!
덩치가 큰 놈들이라 뭔가 손에 막대기라도 잡아야 하겠는데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소나무 가지라도 하나 꺾어서 무기를 삼아 놈들에게 맞서리라고 생각을 했다.
조심스럽게 소나무 가지를 하나 꺾으려고 하는데 구덩이를 다 판 놈들이 납치를 해 온 여자를
성폭행 하려고 여자에게 덤벼들었다.
여러 놈이 한 여자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내 울분을 더욱 가증 시켰다.
소나무 가지를 움켜쥐고 꺾으니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이 꺾어진다.
여자의 옷이 찢겨지고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는 여자의 모습을 차마 눈을 뜨고 그냥 지켜 볼 수가
없었다.
수풀 속에서 몸을 나타내며 내가 다가가자 놈들은 너무나 놀라며 나를 쳐다본다.
“응 넌 누구야?”
놈들 중에서 한 놈이 소리쳤다.
13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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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뒤에 기억마저 지우려고 당신의 목소리가 담긴
휴대폰 음성 메시지를 지워 버렸어요.
나만의 공간인 방안은 온통 공허함만이 가득 차 있는데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당신의 노래 소리에 파묻혀 있노라면
외롭고 스산한 마음 달빛에 젖어 슬프게 울어 봐도
맺지 못할 사랑!
왜 이리 가슴 에이게 감미롭게 다가올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이별한 뒤에 내 마음 갈대밭에 이는 바람처럼
질서를 찾지 못하고 이 밤도 하염없이 아쉬움에 젖어듭니다.
이별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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