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그녀는 - 2부
본문
한미정 17세.
H여고 2학년 문과.
2남 1녀 중 막내
집은 이곳에서 한 정거장거리 에 있는 모 초등학교 근처
자리를 지정해주고, 영수증 주고, 내일부터 다니겠다고 꾸벅 공손히 인사하고 가는 그녀를 보내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멍~~~아무 생각이 없었다.
인간이 무언가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를 벋어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때 하는 행동중
가장 본능적인 것은 "회피" 이다.
“머야 어린애 였구만 어쩐지 어린티가 나더라 난 섹시한 여자가 좋아 이효리가 짱이야”
“오 원더걸스 텔미텔미 하악하악”
“하악 **아오이 아오이짱 너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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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독서실 문을 닫고 집에 와서 잘려고 누워있는 상황에서까지 계속 되었다.
사람들이 한눈에 반한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는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27살 되도록....아니 여자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고자 그런 것은 아니고
연애보다 친구들과 술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고 친구들과 당구 치고 겜방 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
대학교 1학년 때, 호주 워킹갔을 때 정말 결정적인 연애 기회가 있었지만 의연하게 친구들과 노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느냐고? 아니다. 정확히 너무도 정상적인 성적 취향.
성인 여성, 일반적으로 성적 매력이 충분한 성인 여성. 일반적으로 성적 매력이 충분한 대상을 무슨 뭐로 묶고 괴롭힌다던지 그런 것이 아닌 그냥 정상적으로 1:1로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성적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첫사랑.
그러니깐 10년전의 첫사랑과의 풋사랑이 너무나도 살짝, 약간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힘들었었기 때문에 연애의 감정에서 얻는 이득보다 연애를 하는 동안 짊어져야 하는 연애의 무게를 싫어해서 그냥 가벼운 인스턴스식 사랑, 그러니깐 쉽게 이야기 하자면 원나잇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들고, 정말 이 여자는 괜찮다 싶은 여자가 있더라도 무시했었다. 여자가 먼저 내가 좋다고 마음을 열어주는 상황이어도 무시하였다. 사람을 사귀는게 귀찮았었다.
내가 왜 구형 핸드폰 30분만 넘게 통화해도 귀에서 뜨근뜨근한 열기가 후끈후끈 전해져서 "혹시 귀가 익어버리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품은 채로 해도해도 끝이 없을것 같은 전화를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내가 왜 그당시 핸드폰 전자파 논란이 신문지면을 가득 매우고 있는데 그 무시무시한 경고들, 10분 이상 통화시 정자 몇만마리 사망, 정력 감퇴, 뇌세포 감소 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전화를 꼬박꼬박 해야 하는가?
내가 왜 등록금 내기 빠듯해서 알바하느라 시간도 부족한데 여자친구의 귀가길 동행을 해줘야 하는가?
내가 왜 그 말도 안되는 드라마속 파리의 연인 같은 이벤트를 하느라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 하는가?
내가 왜 여자친구의 친구 동생의 사촌오빠가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까운 여가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말하자면 "돌부처"였다. 전혀 여자에 관심이 없고 귀찮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살짝 걱정하고...아니 살짝 의심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주변의 걱정과 의심을 덜어주기 위해 가끔 은근슬쩍 사귀는 척도 하고 여자와 관련된 아니 연애와 관련된 행위를 하는 척도 하고,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단지 진지한 연애는 회피하고 꺼려했다. 별 생각이 없었다. 연애관, 결혼관에 대한 깊은 고민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교 들어가고, 대학교 들어가면 대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졸업하면 직장에 취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면 좋은여자 만나고, 좋은여자 만나면 결혼하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외에는 연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물론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연극 등등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못 본것은 아니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고 로맨스에 대한 막연한 아름다운 상상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연극 등등의 아름다운 로맨스는 그저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연극 등등이니깐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연애, 여자, 섹스 말고도 관심가지고 파고들만 한 것들이 세상에는 많고도 많았다. 이를테면 락의항 정신이라던지, 근대철학의 자유 정신, 디씨의 잉여 정신(?), 등등 뭐 그런 것들에 관심이 좀 더 많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연애다운 연애라고는 27년 역사동안 한번도 안해 본 돌부처가 한눈에 뿅 간게 고2였다.
하아~~정말 미치겠다.
"그래! 이런 감정 느껴본 적이 없었자나 "
"그리고 이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한눈에 뿅가는거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일이고."
회피다. 회피를 시도 했다. 솔직히 말도 되지 않았다. 연애를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독서실 연지 6개월 밖에 안되는 상황. 모든 정신은 독서실에 집중 되어 있었다. 삶에 중심이 독서실을 기준으로 돌아가는데 연애라는 것을 생각하고 자시고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첫눈에 반했다" 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빠졌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쿨하게 쏘아 붙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개소리하네. 연애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남자와 여자가 서로 알아가는게 연애 아닌가? 외모만 보고 사랑을 논하다니 외모지상주의같은 미디어의 농간에 휩쓸린 가여운 희생자같으니라구. 쯧쯧 술이나 쳐먹어"
첫눈에 빠진다는 감정을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가련한 미디어의 노예 혹은 내면의 미를 모르는 동태눈깔의 착각으로 가볍게 쏘아 붙이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거기다 연애를, 연애의 감정을 가지는 것을 귀찮아 하던 사람이...무슨 첫눈에 반한단 말인가?
자 진정하고 빨리 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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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자명종이 울린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
아~ 이런 미친!! 밤을 꼬박 샜다. 진짜 미쳤나 보다. 그야 말로 토끼가 친구~ 하고 부를 뻘건 눈을 하고 독서실을 열었다. 대충 정리하고 미친듯이 쏟아지는 잠을 참기 위해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난 27이고 넌 17이야
난 대학생이고 넌 고등학생이야
난 독서실실장이고 넌 원생이야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로망스냐?
정신줄이 철이와 함께 은하철도 999타고 안드로메다 가버렸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된다. 너무나 머리가 복잡하고 어질거려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잠이 한번에 몰려오는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잠기운 속에서.....
미정이가 떠오른다.
미친다.....
꿈속이어서 그런가? 이번엔 교복을 입고 있었다.
"헐 이쁘네..그래 H여고 교복이 좀 이쁘긴 하지 "
"근데 너무 줄여 입었다~ 얘야 "
"어제 그 티셔츠에 검은 청바지차림보다 더 섹시하자나."
H여고 하복.
하얀브라우스에 남색 리본이 달려있고 칼라부분은 흰색과 남색 체크로 되어있어서 딱 여름을 위한 깔끔 시원해 보이는 하복.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것인지 아니면 원래 교복 재질이 그런지 몰라도 살짝은 얇아보여서 자세히 보면 속옷 그러니까 브레지어의 형태가 아니 브레지어의 무늬까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요새 유행인지 몰라도 교복 상의는 너무 타이트하게 줄여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가슴부분은 팽팽하게 당겨져서 단추가 온힘을 다해서 겨우겨우 옷을 붙잡고 있고 좀만 기지개 켜면 배꼽이라도 보일 태세인 허리부분은 잘록하게 줄여져 있어서 그 라인의 곡선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눈이 흘러 내려가다 보면 하악~~
치마는 줄여서 입은 건지 쫙 붙은 미니 스커트 같이 보여서 무릎위 15센티 이상으로 보였다. 덕분에 쭉뻣은 다리가 늘씬하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면서도 무언가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입꼬리가 그냥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꿈속에 나온 교복차림의 섹시한 그녀를 쳐다보자니 갑자기 아랫도리가 반응을 한다. 아~ 진짜 변태 되가나 보다 어린 여자애 꿈 꾸면서 이런 반응이라니...꿈인데 뭐 어때 근데 꿈인데 좀 더 야한 차림으로 나와도 될텐데 왜 하필 교복이지? 내가 교복 패티쉬 체질이었던 걸까? 나의 숨겨진 욕망은 요런거? 크크 웃긴다 진짜
흐뭇한 혹은 살짝 능글맞은 아니 사실은 객관적으로 보면 변태 같은 웃음이 입가를 맴돌았다.
“저….”
“저기요”
“저기요~”
뭐지 꿈인데 날 부른다.
................
...........
........
......
헉!!!!!!!!!!!!!!!!!!!!!
꿈이 아니다. 눈 앞에 있다.
나를 순식간에 세이렌에 홀린 오이디푸스인지 뭐인지 하는 분처럼 만든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게슴치레 뜨고 그녀를 훑어보고 있었던 거였다. 거기다 변태스런 웃음을 얼굴에 가득 담은채로....
정말 제대로 변태로 몰리게 생겼다.
“입실카드 주세요”
약간 새침하니 시선을 피하면서 아니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마치 못볼거 봤는데 입실은 해야 되서 어쩔수 없이 말을 거는듯했다.
헐 미치겠네...분명 꿈속이었는데....아니 얘는 왜 이리 빨리 오는겨. 이제 점심 막 지난 거 같구만.
허둥지둥 카드를 건네 주었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
..
..
..
헐~~~
나도 모르게, 아니 이미 튀어 나온 후에야 깨달았다. 나보다 10살 어린 여자아이에게 존대말이 나와 버린 것이다. 물론 난 이를 테면 장사를 하는 것이니 손님에게 존대를 하는게 당연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겐 보통 친근감 있게 대하기 위해 장난기 섞은 반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존대가 나와버렸다.
하아…이제 말 놓기도 뭐하게 된거다. 나보다 10살 어린 이 학생에게 난 꼬박꼬박 존대를 해야 될 것 같다. 거기다 미정이가 2학년인데 지금 여기 다니는 3학년들이 미정이에게 존대 하는거 보고 뭐라 하면 할 말도 없어진다.
첫눈에 반한 그녀에게 변태로 오인받는듯 하고
거기다 10살차 나는데 존대를 꼬박꼬박 하게 생겼다.
정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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