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 38부
본문
38부. 경기는 끝났지만
주의!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팀명, 그리고 모든 일들은 소설로서 가공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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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가 페널티 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동안,
여주대의 벤치에선 급하게 트레이닝 복을 벗으며 교체 준비를 하는 선수가 눈에 띄었고,
그에 남희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이번 경기만큼은 어떻게든 코치의 임무를 마지막으로라도 수행하려는 듯
곧바로 영후에게 알렸다.
“여주대 측에선 수비수 여외은과 공격수 이새움 두 명을 준비 시키는 것 같습니다.”
“아, 네…”
“윤지의 발을 묶기 위해서 발 빠른 수비수로 교체를 하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
남희는 그러나 영후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기는커녕, 터치라인에 들어서는 여주대 선수들을 바라보고만 있자,
괜한 부연 설명을 덧붙였던 가 싶어 겨우 짜냈던 기운마저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영후는 그런 남희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이번엔 여주대 벤치에 앉아있는 이영기 감독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뭘 그렇게 꾸물거려?! 빨리 한 골 넣고 또 한 골 넣으라 가자고! 으랏차!!”
역시나 신이 난 철용을 웃으며 바라보던 현우는 그러나 규식도 그럴 줄로만 알았는데,
철용의 반응과는 전혀 다르자 조금 의아한 얼굴로 규식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경기 내내 여유로웠던 규식은,
혜미가 가슴에 공을 품은 채 유니폼으로 한참이나 정성스럽게 문지른 후에야 페널티 스폿에 내려놓고
이내 뒤로 몇 걸음 이동하는 동안, 차마 가슴이 떨려 보지 못하겠다는 듯,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니까.
“아저씨…”
현우는 그런 규식을 보며 조심스럽게 불러봤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들지 않는 규식을 현우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그랬기에 지금 이 순간, 모두의 시선이 쏠려있는 곳에 당당하게 서 있는 혜미가 대단해 보였고.
‘혜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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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성공하면 드디어 한 골 차! 그렇게 된다면…!’
혜미는 가만히 선 채로 몇 발자국 앞에 어색하게 멈춰있는 축구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경기 내내 쉼 없이 뛰어다니고 있을 때보다, 더욱 더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때문에 잠시라도 뒤를 돌아, 여주대 선수들과 뒤섞인 채 페널티 에어리어와 페널티 아크에 정렬하고 있을
한국여대의 아이들에게 응원의 눈빛이라도 받아 볼까도 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도울 수 없을 테니까.
지금이야 말로 그 어떤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순간이었으니까.
삐~익!
드디어 공을 차라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혜미는 천천히 첫발을 내딛었지만,
그 다음 발부터는 점점 가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에 가까워지자, 왼발은 정확히 공의 왼편에 놓여졌고 이내 간결한 스윙과 함께
오른발이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와 완벽하게 둥글었던 공을 일순간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
‘왼쪽이다!’
골키퍼 윤사랑은 자신의 몸이 더욱 커 보이도록 골 라인에 선 채로 한껏 양 팔을 벌린 채
혜미의 디딤발과 슛을 날리는 발을 끝까지 바라봤는데, 역시나 경험이 부족한 팀의 선수였던 만큼
디딤발도, 그리고 오른발목도 온전하게 자신의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오른쪽 골 포스트 쪽으로 장갑을 낀 팔을 뻗으며 온몸을 날렸다. 하지만,
촤~악!
‘뭐…야…?!’
공중에 떠 있던 자신의 몸이 채 땅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몸을 날린 방향과는 정 반대의 공간을 통과한 축구공이 통렬하게 골 네트를 흔드는 소리에
윤사랑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삐~익!
그와 동시에 득점을 인정하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윤사랑은
바닥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혜미의 방금 전 슛 모션을 머릿속에서 되돌려 보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최후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너무나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 정도로 발목을 꺾다니…’
완전히 오른쪽 골 포스트를, 그러니까 자신이 막는 왼쪽을 겨누고 있던 혜미의 오른발 인사이드는 그러나
자신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급격하게 방향을 바꿔 자신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왼쪽 골 포스트를 노렸던 것이다.
즉, 경기 내내 보여준 장거리 패스를 비추어 볼 때 절대 그렇게까지 발목이 유연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그저 힘으로만 밀어붙일 거라고 생각했던 윤사랑의 완벽한 판단 미스였던 것이다.
결국 완전한 패배에 분을 삭이지 못한 윤사랑은
이내 그물을 출렁인 후 다시금 굴러 나오던 공을 집어 들곤 센터라인을 향해 뻥 내지르고는,
그러던 말던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기다리던 선수들과 어깨 동무를 하며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혜미와,
그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하는 듯한 표정의 윤지를 씩씩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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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오늘 경기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젠장, 미리 써 둔 원고가 다 소용 없어 졌잖아.”
하연은 드디어 스코어가 3 : 4 가 되어버리자 기자석 어디선가 푸념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통에,
잠시 눈살을 찌푸려보기도 했지만, 부디 그 말처럼 되길 바래보고 있었다.
왜냐면, 하연이 기자라는 직업으로서 알고 있는 여주대란, 겨우 이 정도로 멈춰줄 팀이 아니었으니까.
‘여주대가 과연 이대로 무너져 줄까…?’
게다가 다시 경기가 재개되기 전, 드디어 이영기 감독이 칼을 뽑아 들었기에 하연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검 승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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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공격수를 둘… 다?”
수림은 여주대에서 교체되어 나오는 투 톱 김나래와 김진영을 보고는 꽤나 놀라고 있었다.
“가, 감독님. 이게 무슨 뜻일까요?”
수림의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과 질문에, 남희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영후보다 먼저 대답해주려다 그만 두었다.
이제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또 다시 금새 후회하고 있는 남희였다.
이어지는 영후의 이야기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으니까.
“뭐, 표면적으로 보면 투 톱을 원 톱으로 바꾸면서, 수비 강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남희는 또다시 아무 말 않고 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답 대신 되묻는 영후 덕분에 지금의 교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권코치님.”
“예?”
“여주대가 중앙 수비 세 명을 기용하는 스리백 시스템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까?”
“그게…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분명, 여주대는 단 한번도 스리백을 차용한 적이 없었음에도 남희는 어찌된 일인지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타인을 배려해주던 영후였건만
확실히 지금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기에 남희는 또다시 속상할 뻔 했지만,
중얼거리듯 입을 여는 영후의 얼굴을 바라보곤 이내 속상한 마음보다 걱정스런 마음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론 여유 있어 보였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모습만으로도 지금 이순간
감독의 자리라는 곳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으니까.
“음… 그렇군요.”
확실히 늘 싱글벙글 거리기만 하던 영후가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여주대의 이번 교체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란 것도 남희는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때문에 남희와 수림 또한 한창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크게 뒤지고 있었을 때보다 더 근심스럽게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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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여주대의 선공으로 경기가 재개되려 했지만,
최종 수비라인에 선 채 전방의 센터 서클을 바라보던 혜미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 뭐야…? 쟤가 왜 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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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진지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던 노감독은
센터 서클 안에서 새로 투입된 공격수 이새움의 옆에 서 있는 선수 덕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영기 감독… 장군을 부르니 멍군으로 받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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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후반 시작과 달리 이번엔 조금은 놀란 눈으로 윤지는, 센터 서클과 센터 라인이 만나는 지점에 선 채로,
그 원을 가르고 있는 선의 가운데에 이새움과 함께 서 있는 심서연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뭔가 자존심이 상한 얼굴이었던 심서연은 윤지를 애써 모른 체 했고,
그런 심서연에게 윤지는 또다시 뭐라 말을 붙여 보려 했지만 곧바로 울리는 휘슬에
자신을 스쳐지나 한국여대의 수비진 쪽으로 스며드는 심서연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윤지도 결국 여주대의 수비진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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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대 감독놈도 다급했구만.”
“예?”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규식이 혼잣말하는 것을 잽싸게 알아들은 철용이 묻자
규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여자 축구라고 하지만, 수비수가 갑자기 공격수로 바뀐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줄 아냐?”
“뭐, 그야 그렇죠.”
떨떠름한 표정으로 규식의 말에 수긍하는 철용 대신 이번엔 현우가 물었다.
“그치만 아저씨, 혜미는 가능했잖아요. 그렇담 다른 선수들도”
“혜미가 가능했던 건, 원래 혜미의 재능이 처음부터 공격이 아닌 수비에 무게가 실려있었기 때문이었고.”
“예에? 그런…?!”
“그러니까 분명 저 여주대 수비수가 최전방에 올라선 건, 혜미처럼 공격을 하겠다는 게 아닐 거란 얘기란다.”
규식의 이야기에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현우는 결국 더 되묻지 못한 채 잠자코 있었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자니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었던 철용이 결국 고개를 삐딱하게 꺾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그건 너무 지나친 추측 아니십니까? 그럼 뭐 하러 중앙수비수가 공격을
그것도 투 톱 자리 중 하나를 꿰찼겠습니까?”
“얼레? 너 임마 하늘 같은 선배님 말씀 못 믿냐? 많이 컸다? 그럼 맞는 지 아닌 지 나랑 내기할래?”
“그거 좋죠! 전 공격, 공격! 무조건 공격이다! 에 만원 겁니다.”
“이자식이, 돈 만원 벌기가 얼마나 힘든 건데… 여튼 후회하지 마라?
현우 너 똑똑히 들었지? 저 놈이랑 만원 건 거다?”
“으…”
꽤나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싶었더니만 결국은 돈 내기로 귀결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지만 그도 잠시,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경기에 빠져드는 두 사람 덕분에
현우도 진지한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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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공격…수 였던 거야?”
혜미는 자신의 옆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심서연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냉소 섞인 대답뿐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하던지.”
직접 맞부딪혔었던 전반과는 전혀 다른, 차가운 아이가 되어 있는 심서연의 모습에
혜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뭐 상관없었다.
지금은 친구를 사귀는 자리가 아니라, 승부를 겨루는 자리였으니까.
‘왔다!’
이윽고, 치열한 중원 싸움에서 승리한 미드필더 은채가 곧바로 공을 뒤로 돌려 지영이에게 넘겨주자,
지영이는 다시 그 공을 당연한 듯이 혜미에게 밀어 주었다.
때문에 혜미는 심서연에 대한 생각을 지우며 낮게 깔려 오는 공을 받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간다 윤지!’
혜미는 공을 잡자 마자 최전방의 윤지를 찾으며 시선을 맞추려고 했는데 그 순간이었다.
혜미의 앞을 가로막으려는 심서연이 혜미의 시야에 들어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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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것… 이었나…!’
심서연이 혜미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을 지켜 본 영후는,
설마 했던 예상이 맞아 떨어지자 여주대 벤치의 이영기 감독을 바라봤다.
감독의 능력으로 보자면, 역시나 자신보다 몇 수는 위였다.
고작 경기 시작한 지 15분 만에 윤지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해버리다니.
하지만 앉아서 감탄만 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던 영후는
더욱 근심스런 표정으로 한국여대의 벤치를 돌아봤다.
‘우리 팀에 남아있는 멤버는, 승은이와 정화인가…’
양 발의 사용이 가능한 승은이는 그러나 풀백을 보는 수비요원이었고,
윙 플레이어인 정화는 수림의 말에 따르면 생리 중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써버렸기 때문에
결국 풀백의 승은이 만이 교체가 가능한 자원인 셈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 풀백을 교체하는 것은 현재 뛰고 있는 풀백 중
한 명의 체력을 세이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수비라인을 헝클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이었다.
‘교체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엔 무리고… 그렇다면…’
영후는 이윽고 터치라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양 손가락을 입에 넣고는 중원을 향해 ‘휘~익’하고 휘파람을 불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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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순한 움직임인 줄로만 알았던 혜미는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좀 전에 윤지에게 패스를 하려다 갑작스레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심서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 요샌 공격수도 전방에서 약간의 수비를 하니까.’라는 생각을 하곤 별 동요 없이
옆에 있는 센터백 미애에게 공을 건네줬고, 그 공은 다시금 중원으로 옮겨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빌미를 제공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간혹이 아닌, 전방에서부터 아예 중앙 수비수인 자신만을 집중 마크를 하는 심서연 덕분에
혜미는 패스를 하기는커녕 공을 만져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겨우 심서연을 피해 지영이로부터 간만에 공을 건네 받은 혜미는 그러나,
다시금 심서연이 따라붙어 만에 하나 공을 빼앗기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움츠려 들며
멋진 드리블로 심서연을 제쳐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던 생각을 접고는
왼쪽 풀백 하늘이에게 공을 건네 주었다.
그러자 역시나 예상대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심서연이 있었지만, 그보다 심서연이 던지는
무미건조한 한 마디를 듣고는 혜미는 멍한 얼굴 그대로 그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 패스가, 오늘 네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패스가 될 거야.”
“무… 무슨 뜻이야…?!”
“한국말 못 알아들어? 나, 이 심서연이 자존심을 굽히고 너 하나만을 막으러 온 거라구.
그러니까 더 이상 넌 아무것도 못할 거란 말이야.”
“!!!”
아무리 상대팀 선수를 도발하려는 말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심한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 가 싶은 혜미였지만,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축구공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심서연은 자신에게서 떠나기는커녕,
숨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올 정도로 가까이 선 채로 여전히 자신의 곁에 붙어 있었기에
혜미는 뭔가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뭐야… 정말, 날 막기 위해서…? 설마… 오로지 나만?!’
-
“그야말로 좋은 작전이구먼…”
노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고 있었다.
윤지의 스피드를 저하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닥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윤지보다 빠른 수비수를 기용하는 것이었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 했을 테고,
그렇다고 선수 하나를 막자고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뒷걸음질 치게 하는 것도 그리 좋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공격의 시발점을 틀어 막는다… 는 것…”
허나 패스라는 것은, 언제나 정해진 선수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드필더도, 수비진도, 하다못해 골키퍼조차 할 수 있는 게 패스였다.
그러니 다른 선수들이 혜미가 하지 못하는 패스를 윤지에게 해주면 그만일 것이었다.
“허나, 저 아이가 보여줬던 첫 볼 터치가… 트래핑이 아니었다면…”
어쩐지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르려던 한국여대의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꺾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탓에
노감독은 마치 자신이 벤치에 감독으로 앉아있는 것 마냥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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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혜미가 더 이상 패스를 보내지 않자 소득 없이 여주대의 수비라인에 붙은 채 서 있던 윤지는
이번엔 새로 투입된 센터백 여외은이 말을 걸어오자, 발로 뛰는 축구 경기에 이렇게 잡담이 많은 건지는
처음 알았다는 얼굴로 ‘이번엔 또 왜? 뭐?’라고 다그치듯 바라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다는 말이 꽤나 직설적이었기에 윤지는 무척이나 당황하기 시작했다.
“야, 너 트래핑 같은 거 못하지? 아, 트래핑이라는 말은 알려나? 왜 그거 있잖아 볼이 오면 이렇게 딱 멈추는 거 말야.”
“뭐?! 누… 누가 그래?”
“헤헤, 그렇게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는데 뭐… 설마 했는데. 역시 우리 감독님 눈은 못 속인다니까.”
“우, 웃기지 말고, 경기에나 집중하셔!”
“집중은… 이제 너랑 나는 놀아도 될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야?”
“어차피 너한테 패스해주던 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할 테니까 말야.”
“!!!”
그제야 윤지는 한국여대 진영을 돌아보았지만, 혜미의 눈을 볼 수 있기는커녕,
혜미의 모습을 완전히 가리고 선 심서연의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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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가 완전히 봉쇄당함과 동시에 영후의 사인을 받은 왼쪽 날개 민지는
공을 몰고 올라오는 왼쪽 풀백 하늘이가 공을 건네 주고는 공간을 점유하려 더 위로 오버래핑을 나가자,
여주대의 수비가 일순간 벌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대각선 방향의 윤지에게 패스를 했다.
그러자 민지의 패스를 받기 위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단번에 붕괴시키며
오른쪽 측면의 빈 공간으로 달려나가던 윤지는 그러나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따라붙지 않는 거지?’
설마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든 것인가 싶어 달리는 와중에도 슬쩍 터치라인 쪽 부심을 바라봤지만,
여전히 경기는 진행 중이었기에 윤지는 불현듯 고개를 쳐들던 불안감을 잠재우며
잔디를 가르며 다가오는 공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데,
틱.
윤지를 방해하는 건 그 누구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리 거칠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던 공은, 그러나
조심스레 멈추려던 윤지의 오른 발등에 불규칙하게 부딪히더니만
윤지가 원하는 곳과는 정반대로 튀더니 곧바로 터치라인을 넘어가 버리고 있었다.
‘아차!’
결국 간만에 이어진 찬스를 어이없게 날려버린 윤지는 민지에게 미안하다는 수신호를 보내고는
터치라인 밖에서 드로잉을 하려는 여주대 왼쪽 풀백 김소정의 손끝을 지켜보며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영기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하연은 왠지 너무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은 전광판 시계를 바라보곤
애꿎은 손톱만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었다.
‘중앙 수비수 하나를 막고 있을 뿐인데, 공격이 전혀 안되고 있다니…’
하연은 혜미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채 몇 번이나 보내준 패스를
단 한번도 받아 내지 못하고 있는 윤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눈으로 보기에도 혜미의 패스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스트라이커라면 그 정도 패스는 어떻게든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윤지는 자신에게로 전해지는 공을 받기는커녕, 트래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경기가 계속 될수록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축구 경기라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여주대의 ‘이상한 작전’에 그대로 말리고 있는 한국여대의 모습에,
하연은 윤지라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아니 다른 축구 선수들처럼
조금만 더 부모님의 관심아래 어릴 적부터 축구를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나마 영후를 만나서 다행인 걸까?’
-
영후는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윤지와 처음으로 조우했었던, 화장실에서 알게 된 순간 스피드와 잠재된 운동신경을 믿고,
혜미가 아닌 미드필더들을 통해 몇 번이고 잔 패스를 보내보았지만 무위로 그치자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후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혜미를 수비에서 공격으로 올리는 방법과 그와는 전혀 다른 방법 하나.
전자는 수비수 한 명이 늘어난 여주대를 상대로 어쩔 수 없이
그 어떤 감독이라도 택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었지만
그것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지고 있는 팀이라면 어쨌든 공격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과연 여주대의 수비가 생각대로 열려 줄 것인가 하면, 그렇게 확신할 수 만은 없었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수만의 공간을 과연
혜미와 윤지가 겹치지 않고 활동해 줄 수 있을 것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럼, 그 반대로 할 수 밖에.’
그야말로 영후 답지 않게 몸보다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찰나에 이영기 감독이 마지막 교체 카드를 쓰려하자
영후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바라보곤 결심한 듯, 터치라인으로 걸어나가
가까이에 있던 오른쪽 날개 소영이에게 물병을 집어주며 뭔가를 얘기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이영기 감독은 영후에게
또 무슨 얕은 수가 남아있는 가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미드필더 강인혜가 그라운드에서 걸어 나오는 박성은과 교체되어 들어가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소비해주자
영후와 마찬가지로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3분 남짓. 인저리 타임까지 계산한다 해도 길어야 5분. 이 경기, 우리가 이겼다!’
이영기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리하지 말고, 빈 공간을 찾아 공을 돌릴 것을 지시하며
조금씩 경기 결과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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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 간격을…? 정말??"
한편 소영이에게 감독님의 지시를 전해 들은 한국여대 아이들은 조금 놀라는 것도 같았지만,
이내 모두들 수긍하는 모습이었고, 이윽고 남아있는 체력을 모조리 소비하겠다는 듯
또다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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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교체되어 들어간 중앙 미드필더 강인혜의 눈엔 한국여대 선수들이 마치 좀비 같아 보였다.
체력은 거의 고갈되어 보임에도 정신력으로 버티는 듯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모습에
잠깐이지만 오싹한 기분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런 상태의 팀을 상대로 감독님의 지시대로
후방에서 공을 돌리기만 한다는 건 어째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 것만 같았다.
이미 한국여대의 허리라인과 최후방의 수비라인의 간격은 더 이상 넓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던 데다가
먼저 투입된 공격수 이새움 또한 몸이 근질거리는 듯 연신 손을 들어 보이며
자신에게 공을 넣어달라고 사인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감독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후방에서 볼을 돌려서 시간을 보내라는 거야…?
그저 패스 한번이면 무너질 텐데…’
얼마 전 청소년 대표에 선발된 것이 기폭제가 되어 컨디션이 한창 상승세에 있던 강인혜에겐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축구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때문에 강인혜는 최종 수비라인의 이유라에게 손짓을 했다.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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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그야말로 구토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떼어내도 떼어내도 정신을 차리면 또다시 심서연의 숨소리가 들렸고, 얼굴이 코 앞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심서연의 모습이 잠시 사라지려 했고, 그제야 혜미는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느끼던 혜미는 그러나 심서연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사라지기는커녕, 이번에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여주대의 미드필더들과 함께 공격에 가담하고 있었으니까.
‘칫, 우리가 그냥 당하고 있을 것 같애?!’
혜미는 심서연에게서 해방됨과 동시에 더 많은 공격수들이 몰려왔지만
어쩐지 더 편안함을 느끼며 수비라인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한편, 김인영과 2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수정이와 은채를 단번에 제쳐버린 강인혜는
후반 시작과 달리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져 있는 한국여대의 오른쪽 라인을 확인하고는,
마침 오버래핑을 나가는 왼쪽 풀백 김소정에게 매끄러운 스루패스를 해 주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한국여대 오른쪽 풀백 나경이가 김소정을 막아 서려 했지만,
그와 동시에 왼쪽 날개 강나루가 뒤로 돌아가며 갑자기 멈춰선 김소정에게 힐 패스로 공을 받자,
나경인 오른쪽 날개 소영이가 미처 미드필더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뚫렸나?!’
하지만, 그때였다. 자신을 멀찌감치 떼어놓고는 이내 골 라인을 따라 파고드는 강나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든 혜미가 멋진 태클을 시도하며 골 라인 아웃을 만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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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새끼들아!!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이영기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수들에게 한껏 고함을 지르며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이미 공격을 감행하고 있던 선수들의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결국, 이영기 감독은 의외로 공격의 실마리를 잘 풀어가고 있는 선수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는데,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아무리 막판이라지만, 이건 너무… 너무 순조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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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대 진영의 왼쪽 코너플래그에 공을 세워둔 채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던 윤지수는
골 에어리어 안팎으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한국여대와 여주대 선수들을 바라보다가
누군가와 눈이 맞았는지 곧바로 오른발로 감아 찼고, 윤지수의 발을 떠난 공은 빠르게 휘어지며 날아갔는데
생각보다 짧고 낮게 날아간 공은, 채 니어 포스트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았지만
그 순간 공을 잘라먹으려는 듯 낮은 자세로 뛰어들며 몸을 날리는 공격수 이 새움이 있었다.
‘골이다!’
자신의 이마에 공이 부딪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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