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프레임 - 1부 2장
본문
떤 흔적도 없이 수북히 쌓인 눈이 어느새 종아리까지 발이 푹푹 빠졌다.
좌우로 흔드리는 긴 빛줄기는 분명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였다.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다가갈수록 자동차의 엔진음이 한밤의 정적을 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엔진음은 정상적인 소리가 아니었다.
윙윙거리는 소리, 눈길에 헛바퀴 도는 소리....
자동차는 눈길에 바져 위험한 상황이란 것을 직감하고 급히 차량을 향해 뛰어갔다.
내 직감이 맞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차는 눈이 쌓인 언덕길을 오르려다 미끄러져 언덕길에서 도로와 거의 대각선
형태로 비스듬히 서있었다.
얼마나 힘겹게 오르려고 했는지 도로는 헛바퀴 자국으로 빙판처럼 변해 잇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차창을 두드렸다.똑똑똑....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러나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차창을 세게 두드렸다.
쿵쿵쿵...
그제서야 운전자는 소리를 듣고 짙게 선팅된 유리창을 내린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기는 한데.... 차가 이상해요."
대답하는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로 여성이었다.
가녀린 목소리와 함께 차안에서만 맴돌았을 여자의 향기가 차창 사이를 통해
내 얼굴을 훑고 지가감을 느낄 수 잇었다.
"이 야심한 밤에 여자 혼자 어떻게 이런 산길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여기가지 왔는지...."
여자가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여튼 내려 보세요."
"...."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여성의 눈초리는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했다.
"겁내지 마세요, 자는 이장님댁에 여행 온 사람입니다."
그제서야 여자의 표정이 안도의 모습으로 변했다.
"얼른 내리세요, 그 동안 제가 차의 상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나는 여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랜턴으로 차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차가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도로는 반질반질한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차의 뒷쪽으로 랜턴을 비춰 살펴보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 이유는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가의 나무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무가 없었다면 언덕 밑으로...."
차라리 어둠속이라서 보이지 않았기 망정이지, 대낮이었다면 얼마나 놀랬을까...
나는 트렁크 부분을 잡고 조심해서 흔들어 보았다.
다행히 차는 나무에 후미가 단단히 밀려 잇어 언덕 아래로 미끌어질 염려는 없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여자를 쳐다보자, 아직까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하마터면 클일날뻔 했습니다,
저 나무가 없었다면 언덕 아래로...."
여자는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되는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 랜턴에 비쳤다.
"그럼....., 어떡해야되죠?"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 같군요."
"그럼 이 산골에서 어떡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그러면서 추위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찾아보면 방법이 있겠죠,
그 보다도 우선 어디서 몸부터 녹이셔야 될 것 같군요."
"근방에 혹시 하룻밤 묵을만한 곳이 있나요?"
여자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까운 곳에 민가라곤 이장님댁밖에 없는데...."
이장님댁을 떠올리긴 했지만, 늦은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추우신데 우선 이거라도 걸치세요."
나는 입고 있던 방한복을 벗어 건네주었다.
"괜찮아요, 견딜만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자는 벌벌 떨고 있었다.
"추워서 벌벌 떠는 것보단, 남자 냄새를 맡는 것이 훨신 좋으실텐데요."
나의 농담에 그제서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옷을 받아 어깨에 걸쳤다.
"따뜻하니까 이제 살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차에서 소지품을 챙겨 저를 따라오세요."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여자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한 후, 조수석 문을 열고 핸드백을 꺼내들었다.
"자, 가시죠,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내가 앞장서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 등뒤에 다라오던 여자가 저만큼 떨어져 힘겹게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랜턴을 그녀의 발목을 향해 비췄다.
검은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목은 내린 눈속에 푹 파묻혀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눈이 많이 내려 발이 빠지는 걸 몰랐네요."
"그러게요, 여긴 눈이 많이 오는 모양이죠?"
"네, 많이 내릴때면 1미터 이상도 내리곤하죠."
"어머, 그렇게나 많이요?,
그럼 지금은 눈이 내리는 것도 아니겠네요?"
그녀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댁의 발이 눈에 빠져서 안되겠네요,
저... 제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제가 눈을 밟아놓으면 거기만 밟고 따라오세요, 아셨죠?"
자... 손을 잡으세요."
그녀는 외간남자의 손을 잡기가 민망한지 머뭇거렸다.
"괜찮으니까 제 손을 잡으세요."
그제서야 그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살짝 내 손을 잡았다.
순간 보드라운 살결이 내 손에 느껴졌다.
앙증맞다, 아니 마치 애기의 손을 잡은듯 달콤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양발을 앞으로 움직여 그녀가 눈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천천히 길을 내며 이장님댁을 향했다.
말이 없었다.
나도, 그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단지 그녀는 걷기가 힘이 드는지 가끔씩 무의식적으로 맞잡은 손이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자 저만큼 이장님댁의 불빛이 보였다.
내가 머무는 방문에서만 불빛이 흘러나올 뿐 어둠속에 잠겨 있었다.
물론 어머님께서 주무시는지 안방에서도 불빛은 없었다.
"자, 이제 다 왔네요, 힘드셨죠?"
"아니요, 그보다 저 때문에...."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장댁 사모님은 주무시고, 구들에 불을 넣은 방은 내가 머무는 방 뿐인데.....
그녀는 추위가 몰려오는 듯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잖아, 사모님을 깨워서 다른 방에 불을 피워 달랄수도 없고...
내 방으로 가는 수 밖에..."
"사모님께서 주무시네요, 그런데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방은 제가 있는 방 뿐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들어가시죠, 계속 여기에 서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내가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온둘방의 따뜻한 온기가 훅하고 밀려 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목석처럼 서있었다.
모르는 남자와 갑자기 한 방에 있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얼른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기 전에....."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우선 이쪽으로 앉아 몸부터 녹이세요."
나는 얼른 아랫목에 깔려있는 이불을 제치고 그녀를 앉게 해주었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앉은 그녀가 그제서야 방안을 둘러봤다.
"이제 방한복은 벗으세요, 그리고...
이렇게 하면 금방 언 몸이 녹을 겁니다."
나는 그녀가 방한복을 벗자 얼른 이불을 들어 앉아있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어색한 침묵만이 방안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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