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지은이 안녕????? - 에필로그

본문

드디어 마지막 부를 끝으로 [지은이...안녕?????]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부족하고 두서없는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고 추천과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던 


**님들 감사드리고 언제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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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일...






꿈이다.


지금은 꿈속이다.


너무나 끔찍스런 악몽속이다.




이 악몽속에 나는 병원 환자복을 입고 하얀 원피스에 파란 가디건을 입은


간호사들의 손에 이끌려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여러가지 복잡한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 현실의 [지은]이와의 결혼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 악몽속에 푹 빠지기전.. 나는 [지은]이와 손을 잡고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고.. 비록 식을 올리거나 신혼여행을 가지는 못했지만.. 한쌍의 부부가 되어


[지은]이가 지난날 [지은]이의 어머니.. 그러니까 장모님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한달이 넘게 


동거아닌 동거를 하며 달콤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빨리.. 이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빨리..




내 앞에 마주앉아 나의 눈동자 왼쪽..오른쪽..하나하나 불빛을 비추어 보며.. 내 동공을 살피는 하얀 까운을 


입은 남자의사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팔짱을 끼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 의사의 뒤에 걸린 벽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오후5시가 지났다.


조금만 더 있으면 [지은]이가 집으로 올 시간이다.


아니.. 어쩌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집으로 퇴근을 해서 [지은]이를 다시 만나 꿈같은 결혼생활을 해야 한다.




담당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복도를 걷는다.


거추장스럽게 내 팔을 감고 있는 링겔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병실문이 열리고.. 내가 혼자 쓰고 있는 독방 병실안에 들어가 그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침대위에 조심스레 눕혀진다.




"김희준씨...오늘은 꼭 저녁 드셔야 해요... 아셨죠??... 안그러면 내일 이지은씨 얼굴


안보여 드릴꺼에요...."


"...................."




"훗.. 집에가서 내 마누라랑 저녁먹을꺼고.. 언니가 안보여줘도.. 나는 이따 지은이 얼굴


실컷 볼꺼야... 걱정하지 마셔~..."




악몽속 의식체들과는 말을 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내가 이들과 말을 한다면.. 지금의 이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인정하는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은 그저.. 악몽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규정짓고 있었다..




파란가디건을 입은 간호사가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마치 어린아이를 타일르듯 


나에게 한마디를 하고 돌아서서 병실밖을 나선다.




이제는 이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루에 한번씩 잠들때 마다 꿔야 하는 이악몽의 현실에서 나는 실어증에 부분기억상실증까지 


걸린 환자이고.. [지은]이는 중환자실에서 의식조차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증 위급환자이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건.. 뭐 어디까지나 꿈속이니까..




이제.. 나는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눈을 감는다..


이..지긋지긋한 악몽으로 부터.. 벗어나려 한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어가며 나의 신부.. 아름다운 [지은]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여자와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려 애를 쓴다.


1..


2..


3..


.


.




10..


11..


12..


13..




14.....


불이 들어온 버튼...14층




현실로 돌아왔다.


순간 갑갑한 공간속... 이곳은 엘리베이터안이다.




나와 [지은]이가 새로 얻은 신혼집.. 


비록 오래된 재래식 아파트의 넓지않은 평수의 전세로 얻은 집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다.




지금 14층을 향해.. 힘껏 솟구치고


있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문이 열린다.




현관문옆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철커덕...]




문이 열리고..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하는 내 아내.. [이지은]...


집에서 입는 가벼운 옷차림에 묶어올린 머리.. 하얀 목선.. 나의 신부... 너무나 아름답다.




"자기 왔어???...."


"하하... 마누라.."




"치이.. 왔으면 문열고 들어올것이지... 꼭 벨을 눌러??.."


"난.. 우리 마누라가 문 열고 나를 맞이해 주는게 좋단 말이야..."




"으이구... 하여간에..요거.. 말이라도 못하면..."




[툭툭툭.....]




[지은]이가 내 엉덩이를 툭툭..쳐주며.. 나의 팔을 감싼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함께 하고.. 발코니에 말려진 빨랫감을 걷어


개며 TV를 본다.




[지은]이가 데리고 온 [봉구]...새하얀 마르티즈.. 


아직 아이가 없는 나와 [지은]이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다..




잠자리에 들기전.. 나와 [지은]이가 욕실안 거울앞에 나란히 서서 치카치카를 한다.


하얀치약거품이 잔뜩 묻은 치솔로 장난을 치며 거울에 비친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숨이 멎을만큼 감동적인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두눈이 맞아버린.. 오늘밤..


우린 또다시 뜨거운 사랑을 나누려 하고 있다.




새하얀 침대위.. 깨끗한 커플잠옷을 챙겨입은 나와 [지은]이가 나란히 누워있다.


슬며시 돌아 옆으로 누워 내옆에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은]이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하얗고 작은 얼굴.. 기다란 목.. 검은 머릿결..


[지은]이의 몸위로 오르며.. [지은]이의 앵두같이 도톰하고 섹시한 아랫입술을 슬쩍..


입안에 넣는다..




"호호.. 콘돔 가져와..."


"시러....... 오늘 그냥 할꺼야..."




하얗고 부드럽고 너무나 아름다운 [지은]이의 여체..


우리는 완벽한 신체적 결합을 하며 깊은 사랑과 감동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젖은채... 서로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마지막으로 뜨거운 육체적 사랑의 여운을


키스로 마무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그렇게 잠들었다.


그리고.. 정말 꾸기 싫은 악몽속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다.








담당 간호사 [미경]씨의 손에 이끌려 하얀 복도를 지나 주치의의 상담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오늘은 이 악몽속에 엄마아빠와 누나가 또 찾아들어온 것이다.




여전히 내얼굴만 바라보면.. 굵은 눈물을 주루륵~ 흘러 내리는 [현주]누나..


고개를 떨구며 흐느끼는 엄마... 두눈에 힘을 주어 나의 두눈을 주시하는 무표정한 아빠..




".. 자..어제까지 3차에 거쳐 정밀 검사를 했는데도.. 뭐 딱히 특별한 외상이나 뇌출혈의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단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떤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부분기억상실과 실어증의


일시적인 증상은 흔히 있을 수 있는 경우라고 봐야하지만.. 


김희준씨 같은 경우는..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흑흑..........희준아..."


"저.. 선생님.. 그럼....."




"그래서.. 내일부터..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면서 환자의 추이를 좀 살펴보는게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지네요..."




"네에???.... 흑흑.. 정신과요??......."


"그렇습니다...."




엄마와 누나가... 원망하듯.. 나를 바라보며 흐느낀다.


하지만.. 지금의 이 악몽속 일들..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잠에서 깨어나면.. 다 끝일 개꿈속..현실이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오늘도.. [지은]이와의 아름답고 달콤한 신혼생활로 빨리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아.. 저.. 그리고 어차피.. 아셔야 할.. 중요한 검사결과가 있어서요..."


"...네에......."




"이지은씨... 그러니까..중환자실에 계신 김희준씨.. 부인 말씀 드리는건데요..."


".............네에....."




"뱃속에... 임신4주된.. 아이가......"


"....네에????....으흑!!!!.........."


"....흑흑흑!!!!.....어~엄마!!!....흑흑흑흑!!.."




"...환자가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혼수상태지만.. 저희가 각별히 약물투여나 이런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하며 치료중에 있으니까..."




"...흑흑흑!!!!... 아이고...흑흑!!!... 이새끼..흑흑!!!!!...."


"...어~엄마!!!...어~어떻게..으흑흑!!.....엉엉엉!!!...." 




"흑흑...!!!....이 새끼야!!!... 흑흑흑!!!!... 아이고...!!!.. 흑흑흑!!!!!...지은이 어떡해!!!....흑흑흑...!!!.."


"아흑흑!!!!....어엄마!!!!..... 희준아!!!!.. 제발!!!!.. 정신차려!!!!.. 지은이 불쌍해 엄마!!!!....흑흑흑!!..."




"훗... 아무리 악몽속이라지만.. 이건 너무 잔인하군...... 그럴리 없어...."


흔들리는 나의 눈빛.. 하지만 애써 태연스레 애를 쓰며 얌전히 앉아만 있다.




담당간호사 [미경]씨의 손에 이끌려.. 낯익은 복도를 지난다.


내 옆을 스치는 악몽속.. 의식체들..




이윽고 도착한 중환자실..




[뚜...뚜...뚜...뚜...]




이 악몽속... 갑갑스러운.. 이 악몽의 현실에서... [지은]이는 언제나 복잡한 의료기기에


온몸을 맡긴채... 그렇게 누워만 있다.




이래서 지금.. 이상황은 악몽인 것이다..




"이지은씨... 남편분 오셨네요..."


"................"




[지은]이를 바라본다.


두눈을 꼬옥감고..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은채.. 산소호흡기를 통해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의 [지은]이..


순간... 머릿속이 아프기 시작이다.




갑자기.. 일시적이나마.. 머리속.. 기억이 되살아 나려 한다..!!!...






나와 [지은]이가 차안에서 신호대기중인 상황에서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얘기를 주고 받고


있는 상황...


반대편 차선에서 느닷없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차량..


그러더니.. 중앙선을 넘어 눈부신 헤드라이트를 비쳐가며 우리쪽 정면으로 미친듯 달려온다.


손쓸 겨를도 없었다..!!




정신이 드니.. 앰블런스의 경광등불빛.. 아래..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왠 시체하나가


덮어져 들것아래로 축.. 팔을 내려놓은채 다급하게 실려.. 이송되고 있었고.. 구급대원들이


찌그러진 차안의 나와 [지은]이를 빼내기 위해.. 불꽃을 튀겨가며.. 차량문짝을 절단


하고 있었다..




우리를 박아버린 차량은 일제 SUV 차량이었다.






"으악!!!!....으으!!!.....으아악!!!....."


"기..김희준씨..!!!.. 왜그래요??... 네에???....."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은]이는 여전히.. 누운채 두눈을 감고만 있다.




[뚜...뚜...뚜...뚜...]






그날밤... 또다시 되돌아간 달콤한 현실..


하지만 우울하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지은]이와 마주했지만.. 


지금 알수없는 혼돈에 어쩌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호.. 자기야.. 우리 오늘 축하해야 할일 있는데..."


"...뭔데??......"




"흐음... 호호.. 짠!!!!....."


"이게..뭐야??.........."




[지은]이가 스냅사진 같은 시커먼 무언가를 보여준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흑백으로 무언가 복잡하게 찍혀있는 듯 하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이거.. 초음파 검사 사진이다??...임신 4주째래.. 아까 낮에 산부인과 다녀왔거든..."


"....!!!!!!!!!!!!..........그...그래????........"




"머야???.... 안기뻐???..... 자기 표정 왜그래??...."


"하하... 너무 기뻐.. 지..지금.. 떨려서 그렇지......"




"호호... 쫄기는... 으이구... 진짜.. 걱정이다.. 니가 우리아가.. 애아빠 노릇은 제대로


할수나 있을런지......."


".....하...하하.............."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밤마다 꿈꾸는 그 악몽속 병원에서의 모든것들이.. 자꾸 현실인것 마냥..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이럴수가!!!... 아..아니야!!!.. 아니야!!!!....."




















2004년 10월...


이곳에 입원한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나간다.




난 그렇게.. 기나긴 시간동안 내안에 나를 가둬버리고..


비참한 현실을 애써 부정한채.. 밤마다 꿈꾸는 [이지은]과의 달콤한 신혼생활만이 나의 현실이라


인정하고 있었다. 




덥수룩한 내수염을 조심스레 깎아주는 [현주]누나..


병실침대벽에 기댄채.. [현주]누나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




찐한 자연산 눈썹.. 깊게 패인 눈두덩속.. 짙은 쌍거풀... 길게 꼬부라진 속눈썹.. 


어느덧.. 서른두살이 되어버린..우리 누나의 얼굴을 자세히도 들여다보니.. 


눈옆.. 잔주름이 생긴것 같다.




"...그 예뻣던 현주누나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예쁜여자.. 예쁜 지은이..




어쩌면.. 나와 함께 자란 누이가 이렇듯.. 예뻣으니.. 그동안 예쁜여자 아니면.. 눈에


안들어왔던가??... 




내가 있는 병실 문이 열리고 매형이 무언가를 잔뜩 사들고 들어온다.




"핫!!.. 야.. 너는 동생얼굴가지고 장난을 치냐??...."


"호호.. 멋있지??..."




"어머니 아버지 오시면.. 화내시겠다.. 빨랑 마저 깎어..!!..."


"싫어??.. 이렇게라도 자극을 주면.. 언젠가는 꼭.. 깨어날꺼야...내가 이녀석을 잘 알거든...."




"호호.. 희준아.. 자.. 거울봐바......"


"..............."




누이가 들이댄 거울...


거울속.. 나는 마치 힙합뮤지션이나 유명 축구선수처럼 삭발한 머리에.. 코수염과


적당한 구렛나룻이 다듬어져.. 있었다.




임신9개월이라는 [지은]이..


정말.. 이제는 제법 배가 남산만해져 있다는게 여실히 느껴진다.




어젯밤.. 꿈속 신혼집에서 만난 [지은]이..


내가 술한잔 하고 늦었다고..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오늘은 이따 만나면.. 두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어야 겠다.




병실안..누워있는 [지은]이 옆에 앉아 오늘도 이자리를 지키는게 나의 일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 암울한 꿈만 같은 이 처참한 현실에서 제발.. 깨어나길 바랄뿐이다.




"어머... 김희준씨... 오늘 스타일 너무나 죽여요...."


"................."




"이지은씨.. 빨리 깨어나셔서.. 남편분 얼굴 보셔야지요... 이렇게나 멋지신데..


베컴이네요.. 베컴.....호호호...."


"................."






그날밤...




[띠띠띠...띠띠띠띠...띠리리~]


[철커덕!!!...]




"헤에..헤에..헤에..헤에..헤에..헤에.."


"봉구..쭈쭈... 이따가 놀자???..."




조심스레 안방쪽을 기웃거린다..


침대위.. 엉덩이를 걸치고 불편한 몸으로 앉아.. 두다리를 쭉 편 모습의 마누라.. 


[지은]이가 퉁명스런 표정으로.. 내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TV만 보고 있다.


아직도 화가 안풀린게 분명하다.




"마누라... 나왔어....."


".........."




"마누라.. 나 왔다니까??..."


"왔으면 옷갈아입고 씻지.. 왜..자꾸 불러??.."




"헤헤.. 마누라.. 보고 싶었어.."


"하이고~... 왠 애교???........"




"헤헤.. 마누라.. 앞으로 다신 안그럴께.. 딱.. 한번만 봐주라.. 응??...."


"치히............"




"지은마마... 소신..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시기 바라옵 나이다..흑흑.."


"호홋!!....참내........"




[이지은]이 드디어 웃었다.




"하하... 내 마누라!!.... 후움..."


"아악!!!.. 간지러!!..저리가.....후움...."




[쪼옥!!!!.....]




"헤헤... 마누라..!!..."


"아이씨..!!.. 어????.... 머야???.... 너 면도??.. 큭큭... 이게 모오~야아???...."




"왜에... 멋있잖아..."


"멋있기는..??.... 지저분하게!!... 일루와...."




"아.!!... 아아..."


"으이구..!!.. 이 인간아!!!.. 니가 나이가 서른이다.. 서른... 니가 무슨 이십대 청춘인줄 아냐??.."






며칠후...




사랑하는 [지은]이...


이 비참한 현실에서 나와 [지은]이는 그동안 꿈속을 통해.. 그렇게 둘이 만나 현실에서 못하고 꿈꿔오기만


했던...그.. 달콤한..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꿈속에서 만나는 횟수와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나는 제시간에 무조건.. 꿈속 신혼집으로 가는데.. 


언제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던 [지은]이가.. 이제는 나보다 늦게 그곳을 오는것이다.


몸도 불편하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지...




내 눈치를 보며.. 쏙닥 거리는 간호사들..


내가 의식이 있다는걸 아는 저들이.. 속시원한 무슨 얘기를 들려주지는 않고 있다.




불안하다..


너무 불안한 무언가가 있다...


지금.. 저들이 나에게 말하지 않고 있는 그.. 무언가를 위해...


나의 두눈과 귀를 피하려.. 바삐 움직이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는 것이다..




그때였다.


하얀 한복을 입고 비녀를 꽂은 장모님이 [지은]이가 있는 병실로 들어오신다.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의 장모님..


하지만.. 왠지 오늘은 무척이나 슬퍼보이신다.




[지은]이의 얼굴을 쓰다듬으시고.. 복도쪽.. 간호사들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신후..


슬쩍.. [지은]이의 머리맡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계시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한참동안 [지은]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계시다.


문득.. [지은]이의 병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일어나셔서 


나에게 다가오시는 장모님...




그리고는 나에게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지려 든다.


나는 순간.. 움찔하며.. 더욱더 몸을 웅크렸다.




장모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안정이 된다.


장모님의 눈빛... 그윽하고.. 아름다운 눈빛... 새삼.. [지은]이의 눈빛이 느껴진다.




"지...지은이다...지...지은이!!..."




나도 모르게... 장모님의 두팔을 힘껏 잡았다.


그리고... 장모님의 두 눈속을 바라보고 있다.


순간 앞이 흐릿하더니 두볼이 뜨거워진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현실에서의 [지은]이를 장모님의 두 눈을 통해 보고 있는것이다.




장모님이 나의 두눈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시고 일어나신다.




"이제.. 준비하시게...어쩌면 이생에서의 마지막.. 연을..."


"끄아!!...으윽!!!...흑흑!!!!!!...아..안돼!!!...흑흑!!!!!!......"




"절대 이생에서 이어져서는 안돼는 인연이라고 누누히 말했거늘....."


"으으윽!!... 흑흑흑....."




미친듯.. 뜨거운 눈물이 마구마구 흘러내렸다..


지난날 나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팔자라던 [지은]이가 나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2004년 11월 25일..




초조하게.. 거실안에서 서성이며.. [지은]이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다되어 간다.




"이씨이.... 마누라.. 진짜...... 으휴우......."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며.. [지은]이가 들어왔다.




"어?????........"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지은]이...


그 부른 배는 어디로 갔는지... 순간.. 눈앞의 [지은]이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 한마디도 못한채.. 얼어붙어 서있었다.




"지... 지..은아....!!!...."


"...우리 자기... 희준....."




"어...어!!..... 너..!!.. 너....!!.."


"걱정마.. 우리아가.. 지금 잘 있어.... 자기야.. 나 이제 가려구......."




"흑흑!!!... 지.. 지은아...!!!...."


"울지마... 바보야.... 남자가.. 왜 그러니??...."




"으흑!!!.... 으윽윽!!...."


"그동안.. 꿈속에서라도.. 이렇게.. 너와 우리 아가 낳을때까지.. 살게 된거..


너무너무 행복했어...... 사랑해... 다시 꼭 태어나도... 널 만나 사랑할께.."




"흑흑흑!!!!... 으흑흑!!!!...."


"희준아......."




"으흑!!!......."


"야~아...울지마.. 응??....."




"흑흑!!.....응......."


"다음에.. 꼭.. 우리 다시 만나.. 알았지??..."




"그.. 그래...."


"이제.. 나.. 편한곳으로 가도 되지??...."




"그..그래.. 으흑!!!...."


"희준아.. 그럼.. 안녕??..."




"흑흑!!!........"


"희준아.. 내이름 한번만.. 불러줘.. 마지막으로..."




"흑흑흑....으흑흑!!!...."


"........어서........"




"으흑!!!....흐음......흑!!!....지...지은이... 아....아..안녕??????...."


"..............."




애써 웃으려..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그렇게 마지막으로 [지은]이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순간 환한 빛으로 사라져 버리는 [지은]이..


그만.. 두다리에 힘이 빠지듯..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끄아윽!!!...으흑!!!... 지..지은아!!!!!....흑흑흑!!!...."




[지은]이와의 사랑...... 그 뼈에 사무치는 사랑이란게 이런거란걸..


너무나 늦게 깨달아 버렸다.




"지은아!!!!!...... 사랑해!!!!...으흑흑흑!!!!!!......"








며칠후....




병실 벽면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멍한 상태이다.




지난 며칠간의 기억들..


[지은]이는 중환자 상태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들리는 얘기로는 산모는 저세상으로.. 아이는 건강하게..


이세상의 빛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산모가.. 정신력으로 뱃속아이를 길러내며.. 끈덕지게도 여지껏 살아남았다는 병원사람들의


수근거림...




아무도.. 지금의 이런 처참한 현실을 차마 나에게 속시원하게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꿈속에서 [지은]이와 눈물의 이별을 해버렸기 때문에 [지은]이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궂이 말을 안해주어도 지금의 이 처참한 상황...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를 안고 조심스레 내 앞에 나타난.. 장모님..


마치 [지은]이의 얼굴을 닮은 이쁜 딸이었다.




두눈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병실에 있던.. 누나와 매형마저..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그렇게 나와 [지은]이 사이에 태어난 아가는 장모님의 품으로....


그렇게..영원히 안겨버린채.. 떠나갔다.




마치.. 오래전.. [지은]이가.. [연주]와 [병규]를 시켜..


나에게 협박했던.. 그 공포스러운 얘기가.. 진짜로 실현되다니..!!...


그렇다면.. [지은]이는 저 아가로.. 다시 환생되었을까????....




그러려고.. 여지껏.. 안죽고.. 배속의 생명체를 키웠던 걸까????....












그날밤..


문득..이제 더이상 [지은]이도 나의 아가도 없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내옆을 지키고 앉아있는 지친표정의 [현주]누나..




".... 누.. 누나..!!...."


"희...!!.. 희준아..!!!!....."




"나.. 집에 갈래... 이제.. 여기 싫어..."


"..어..엄마!!!... 엄마!!!!!!!!.....흑흑!!!..너...너이새끼!!!... 정신들어???? 나 누군지 알아??..어????..."




"지은이도 없잖아... 여기 있으면 뭐해??.... 누나.. 울지마...."


"흑!!!!!.....희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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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매앰..매앰..매앰..매앰..매앰..매앰..매애...........매앰..매앰..매앰..매애~.......]




내방 침대위에 누워있다.


이젠.. 컴퓨터 RPG 게임도 이골이 났다.




안방쪽에서 들려오는 지긋지긋한 찬송가 소리...


오늘은 한달중.. 내가 가장 싫어라 하는 날이다.




우리집에서 지역 속회 예배를 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된.. 엄마.. 그리고 엄마교회의 부목사님과.. 전도사님.. 속장님.. 속회 사람들..




어느덧.. 닫힌 문틈으로 사그라진.. 찬송가소리...


조심스레.. 내방 문이 열리고.. 그리 달갑지 않은 얼굴들이.. 밝은 표정으로


내 방으로 들어온다.




"하이고.... 우리..이집사님... 아드님...잘 계시네요...."


"..흐음..........네에.........."




이들은 아직도 나를 정신질환자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 가족들역시..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


무슨 비밀이 그렇게나 있는건지..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만 수근거린다.. 그러다 보니.. 나역시.. 


나혼자 있는게 속편하고 좋은것 같다.


나에게는 지난날.. [지은]이와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있으니.. 




"훗... 내가 정신병자라니...."


하긴..나이 서른다섯에.. 여지껏.. 장가도 안가고.. 일도 안하고.. 허구헌날..집안에서


이렇게 옛추억의 그 시간들만 떠올리며.. 일절 외출도 하지않고.. 방문을 닫은채.. 자폐증상을 보이며 


혼자..지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내방으로 우르르.. 몰려든 엄마교회의 속회 사람들..


나의 두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


정말.. 짜증나는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나를 생각하는 주변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그 기도..


오늘따라.. 왠지.. 문득.. 그 기도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하나님...제가요.. 지은이가 너무 보고싶네요.. 훗....


이제는 보러 갈께요... 그래도 되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저세상에나 가야 볼수 있는 [지은]이...


그런 [지은]이를 따라가려고 몇번이나 시도를 하려다.. 말았는데..


이제는.. 해야할꺼 같다.




"그래... 지은아.. 이제 기도도 드렸으니... 너를 보러 갈께......"






그날밤.. 모처럼만에 외출을 했다..


정말이지 얼마만에 밖에 나와보는건지 모르겠다.


반년도 더 된거 같긴 하다..


후덥지근하고.. 무척 더운 열대야의 여름밤이다.




발길이 머무는 곳으로.. 정처없이 떠돌고만 있다.


지직.. 거리는 모텔간판...




[지은]이와 군대가기전.. 그리고 군대를 갔다온 후.. 만나 함께 사랑을 나눴던 그곳..


우리동네의 모텔.. 참.. 저놈의 네온간판은 오래도 간다.




"지은이를 처음본지가 17년.... 휴우..." 




문득.. 그러고보니.. [지은]이네 아파트의 육중한 담벼락이 보인다.


엄마 얘기로는 장모님은 아기를 데리고 경기도 어디께의 산속으로 들어가서 살고 계시다던데..


때가 되면.. 꼭 아가와 함께 찾아올테니.. 절대 먼저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그 때는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그.. 이름도 모르는.. 아가를 못보고.. 오늘 이세상을 마감지으려니.. 정말 씁쓸하기만 하다.




[지은]이가.. 우리아가.. 아빠노릇.. 제대로 할수나 있을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어디서 죽을까???.... 아니.. 어디서 지은이를 만날까??....."




막상 죽음앞에 맞닥드리려니.. 그게 또 쉽지가 않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병원을 나온 지난 몇년동안... 그렇게 나는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지은]이를 보고싶어 하기만 했다.




"후우.........."




담배하나를 입에 물고... 터덜터덜.. 걷다보니.. 길건너 [사주까페]가 하나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호프집이었는데... 요즘 새로 문을 열었나보다..




"사주까페???......"


"훗......."




사주라는것.. 점.. 그런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순간.. 장모님 생각이 난다.


왠지.. 강한 호기심에 그곳으로 향한다.


차도를 건넌다.




[빠앙!!!!!!!!!!!!!......끼이익!!!!!....]


순간.. 위험천만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내 옆을 가까스로 피해 지나치는 차량...!!!


다급하게 멈춰진 차량의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대가리가 튀어 나온다.




"야이새끼야!!!!.... 뒈지고 싶어 환장했어???...어???...."


"....그래.. 환장했다...!!.........."




"저..저이..미친색기가..!!!...."


"..............."




"훗.. 오늘 죽을 팔자는 아닌가 보군....."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오른다.


왠지.. 음산한 분위기의 까페 출입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딸랑~]...




마치.. 케이블방송인 [리얼스토리 猫]의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이곳..


종업원하나가 자리를 안내한다.




"네.. 손님.. 점보실건가여??..."


"네...."




"조금있으면.. 사장님께서.. 오실꺼에요.. 음료는 뭘로??..."


"그냥.. 콜라주세요...."




"네에....."




통창 아래로.. 내가 무단횡단을 했던.. 대로변이 보이고.. 그너머로 [지은]이의 아파트가 보이고..


[지은]이와 함께 사랑을 나눴던.. 그 지직거리는 네온간판의 모텔도 보인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허걱!!!!!!!!!!!!!!!!!!!!!!!!!!!!!!...................."




순간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두눈을 꿈뻑 거리며.. 몇번이고... 내 앞에 나타난 이여자 점쟁이를 쳐다본다.


새햐얀 얼굴.. 커다란 두눈.. 오똑한 콧대.. 도톰한 입술...




[이지은]????????????????????.......




"호호... 뭘 그리 놀라셨어요??......"


"....아...아니......"




"호호... 왜요???...흐음.... 여기.. 여기에다.. 우선 태어난 일시하고.. 시간.. 이름은 한자로


써주시구여....."


"..................."




나를 전혀 못알아 보는 [지은]이...


분명.. [지은]이다...!!...




도대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일단... 잔뜩.. 긴장을 한채.. 조심스레.. 내 이름과 태어난 일시를 적고 있다.


손이 마구마구 떨리고 있고 심장이 벌렁거려...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이다. 




"음.... 우선 손님 같은경우 본인이 되는 金성이 지지에 기반한 강한 火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네여... 기본적인 성향자체는 정의를 알고 예의를 아는 분으로 볼수 있구요....


자신의 가치관이 매우 확실한 분으로 볼수 있네여.... 


으음..... 그리고 여기 사주를 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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