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감기 - 1부 7장

본문

상처받은 새처럼 내 품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몸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급하


게 온 몸에 남은 몇 조각의 옷을 벗어 버리자, 그녀도 자신의 옷을 스스로 벗어가기 시작했


다. 마치 허물을 벗은 나비의 그것처럼 공중을 날아 어디론가 날아가는 그녀와 나의 속옷. 


최근 몇 년 간 중에 가장 강인한 발기를 보이는 내 성기는 끄떡거리는 것으로 무엇이든 뚫어 


버릴 것 처럼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그녀에게 무릎 걸음으로 걸어가는 내 모습을 누워


서 지켜보던 윤희는 그것을 입으로 무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했다. 




눈을 감아 보았다. 그리고 양쪽의 귀로 들려오는 소리만을 들으며,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


인지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 이 방안에서 몰래 무언가 먹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것을 빼앗


아 먹을까봐 걱정이 되는 듯 두 손으로 웅켜쥔 채 허겁지겁 먹고 있는 한 사람을 눈이 아닌 


귀로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다 먹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국수를 먹는지 끈적이는 물


줄기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나도 먹을 수 있다면 그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느


낌이 든다. 너무나 맛깔스럽게 먹는 그 소리는 파블로브의 종소리처럼 내 입안에 침이 고이


게 만들고 있었다. 




뜨거워지는 목안의 갈증을 무언가로 채우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몸을 숙여 


머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묻고, 조금전 내가 만지고 지나갔던 비누를 내 입에 넣고 맛을 


보기 시작했다. 비누 특유의 미끈하고 비릿한 맛이 입안을 가득 스며들어 왔다. 조금전에는 


하나로 합칠려고 그렇게 주물렀지만, 어차피 갈라져서 하나로 만들 수 없다면, 보기 좋게 나


누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이 들어 혀로 비누를 두쪽으로 갈라버릴 듯이 훑어가기 시작했


다. 그러자 국수를 먹고 있던 그녀의 입에서 먹을 것이 빠지고 뜨거운 소성이 들려온다. 그


녀는 먹을 것을 놓친 어린 강아지처럼 무언가 달라는 듯이 힘겨운 소리를 내기시작했다.




"하아.. 오빠.. 오빠.. 어서.. 오빠.."




배가 부른 자는 배고픈 자의 마음을 모른다는 그 말이 이 순간 떠오른 것은 우연은 아닐테


다. 나는 배를 채우지 못한 배고픔이 강하게 남아있었지만, 배를 어느 정도 채운 윤희는 새


로운 것을 먹고 싶어하는지 내 몸의 일부를 한 곳으로 급하게 끌어가기 시작했다. 먹던 것을 


놓친 아쉬움과 함께 난 그녀의 몸위에 내 몸을 겹쳐 올리기 시작했다. 성이 날 대로 난 내 막


대기를 잡고 그녀의 비누의 홈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도 함께 따


라오며 애가 닳는 듯한 소리로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윤희였다. 




"오빠... 하아.. 제발.. 넣어줘.. 하아.. 오빠 사랑하고 싶어.. 오빠.."




그녀의 애절한 표정을 즐기던 나는, 부풀어 오른 성기를 한 손으로 만지며 애원하는 그녀의 


말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인도를 따라 힘을 주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고무장갑에 내 


몸이 들어가는 듯한 마찰감이 온 몸으로 전해지고, 들어가는 깊이 만큼 그녀의 가슴이 내 얼


굴을 향해 솟아 오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눈 앞에 산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악...."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윤희의 반응은 마치 처음의 그것처럼 격하고 강렬하게 내 온몸을 


휘몰아쳐 갔다. 긴장되어 부들 거리는 두 팔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버둥거리는 매끈한 두 


다리는 지금 사냥꾼 앞에 놓여있는 애처로운 사슴처럼 온 몸을 꽤뚫고 지나가는 충격에 제


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몇 년을 간직해온 그녀와 나의 애틋한 마음이 이제서야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그 기나긴 시간의 기다림 만큼 길고도 깊은 그녀의 또 다른 입술로 내 


몸은 빠져들어만 갔다.




"하아.. 사랑해 오빠. 오빠.. 내 안에 들어 온거지?" 


"윤희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며 허리에 힘을 주고 메트로놈의 진자처럼 박자에 맞춰 움직이기 시


작했다. 시작은 느린 8분의 6박자로 마치 그녀의 몸을 피아노 연주하듯 느린 템포에 맞추기 


시작했다. 메트로놈의 진자가 그녀의 몸안에 내가 조율한 박자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조율된 악기에서도 내가 지휘하는 박자만큼 노래 소리가 방안에 울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오빠.. 하아.. 오빠.. 사랑해 오빠.."




느리게 움직이는 메트로놈이 마음에 안드는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안고 강하게 끌어안기 


시작하는 윤희. 가끔 피아노를 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음이 튀어 나올 때가 있다. 이럴 때


는 소리굽쇠로 다시 음을 조율해주면 된다. 난 그녀의 몸에서 소리굽쇠를 꺼내 몸을 일으켜 


그녀의 입에 넣고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악기에서 새로운 음색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


직은 부족하다. 정확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선 악기의 모든 것을 손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난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유두를 강하게 꼬집었다. 내 소리굽쇠를 입에 물고 있


던 그녀의 입에서 또 다른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던 소리에 비교적 가까운 


음색. 하지만 조금 더 부족하다. 몸을 완전히 숙여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고개를 묻고 비누 


사이에 뽀족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피아노 핀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것을 정확하게 조율


을 해야 맑고 고운 소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입술로 핀을 돌리다가, 급기야 이빨을 살짝 물


어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오빠~!! 아악.. 오빠. 오빠... 나..나.. 오빠.. 제발..오빠..."




너무 조율을 했나 보다. 원하던 음역을 뛰어 넘어 버려, 다시 풀어줘야 한다. 혀로 다시 핀


을 서서히 풀고 느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하아..오빠.. 제발...하악..하악.."




내가 원하던 음색이 나오는 악기가 드디어 갖추어졌다. 좋은 악기를 만났을 때 악사는 자신


의 진정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윤희의 입에서 빠져나온 채 그녀


의 얼굴에 널부러져 돌아다니고 있는 불쌍한 소리굽쇠가 내 두다리 사이에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차가운 외기에 노출된 것에 화가 나기라도 한 듯, 그 녀석은 거


세게 몸을 떨며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오빠.. 사랑해줘. 제발.. "




피아노를 배운 적은 있지만, 아직 난 악기를 제대로 다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결코 아니


다. 하지만 가끔은 명인들이 쓴 자서전을 읽으며 그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느꼈던 감정을 나 


또한 느껴보려 노력해 본 적은 있다. 한 피아니스트가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심코 피아노 앞에 앉았던 그 날, 무언가 달라진 듯한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그 날 피아노와 함께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을 느꼈다고 말을 


했었다. 그것을 한자어로 옮겨 지음과 공명이라 말을 할 수 있다면, 난 오늘 내 눈앞에 있는 


윤희와 함께 그 경지에 감히 도전해 보고 푼 욕심이 생겼다.




메트로놈이 다시 그녀의 몸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전에 들어간 느린 8분의 6박자 그대


로 서서히 그녀의 몸안에 들어가는 내 메트로놈. 진자 운동을 하는 그것의 박자만큼 그녀의 


가슴은 똑같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고, 내 허리와 등을 거세게 껴안고 있


는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가 내 몸을 옥죄어 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 눈앞에 새로운 세계


가 펼쳐지려 한다. 사춘기의 뜨거운 심장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진 높은 산에 오르고 있었다. 




"하악, 하악....사랑해 오빠... 좀 더... 사랑해줘.. 하악.."




이제는 박자를 조금 빨리 해야 할 때가 왔다. 4분의 4박자로 메트로놈의 진자 운동을 조금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음색이 내 귀를 즐겁에 해준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이것이 바로 그 경지인가 하는 뿌듯한 기분마저 들게한다. 내 몸을 강렬하게 껴


안고 있는 그녀의 두 다리가 내 메트로놈의 박자에 맞춰 상하로 춤을 추는 것이 느껴지고, 


두 팔로 강하게 껴안고 있는 내 얼굴에 그녀의 침이 묻으며 강한 음악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


리기 시작한다.




"오빠..오빠....오빠.... 하악...오빠..하아악.."




그녀의 꼭 감고 있는 눈꺼풀에 강한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본 순간, 메트로놈의 추를 아래


로 한껏 내렸다. 4분의 4박자에서 한순간 4분의 2박자로 올라갔다. 진자 운동이 한층 강렬


해지고, 악기에서 나는 소리도 경쾌하다 못해 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는 벌떼들을 연상시킨


다.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경지에 뜨거운 눈물이 솟구친다. 그제서야 난 알 수 있었다. 악기


와 하나가 된 그 순간이란 어떤 것인지. 지금 이 순간은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때였다. 마치 스타카토로 건반을 휘몰아 치듯이 내 몸의 힘을 한 점으로 모으기 시작했


다. 몇 년을 힘들게 했던 지금까지의 고민과 갈등은 이순간 덧없는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오빠..나 죽어.. 나 죽어요. 오빠...."




계속된 빠른 진자운동에 그녀와 내 몸에 흐르기 시작한 땀은 이제 물줄기가 되어 두 사람의 


몸을 흐르기 시작하고, 연주는 드디어 막바지로 흐르기 시작했다. 모든 음악이 그렇듯이 피


아노 연주는 시작과 끝이 아주 중요하다. 쉼표 하나, 음표 하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곡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자칫 도


돌이표가 갑자기 나타날 때 당황하지 않고 다시 연주할 수 있는 인내력이라고 할까. 




지금 그녀의 몸에서 희미한 도돌이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하게 올라갔던 그녀의 음역


이 낮아지더니 몸의 기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왔다. 도돌이표


를 어디서 부터 다시 읽어야 좋을 것인지 결정을 지어야 한다. 일단 가라앉는 그녀를 위해 


메트로놈을 4분의 3박자로 늦추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엉덩이를 잡고 몰아 치기 시


작했다.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의 맑고 높은 목소리가 그녀의 방안을 가득 울려 왔다. 




"아악.. 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적절한 순간에 도돌이표를 정확하게 읽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이 부분부터 새로 연주하면 


연주는 금방 끝이다. 다시 도돌이표가 안나오게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엉덩이가 내 아랫배


에 부딪히는 음에 따라 그녀의 온 몸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내 메트로놈의 주변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하얀 거품이 가득 물들이고 있다. 눈 앞이 붉어지고 머릿속을 울리는 것은 뜨겁


고 높은 아리아 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빠..오빠.. 사랑해. 하아... 하아....."




다시 진자의 추가 아래로 내려간다. 4분의 2박자.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박자인 4


분의 2박자까지 다시 올라 간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두 손에 쥐고 있는 그녀의 엉덩이가 


마치 딱딱하게 마른 떡처럼 굳어 내 손가락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녀의 상체가 위


로 솟구치며 앙칼지게 외치는 그녀의 아리아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오빠아아아악!! ..."




연주의 끝 부분에 기다리고 있는 쉼표. 그 쉼표에 따라 내 성기를 그녀의 몸속 깊이 박고 내 


몸안의 모든 것을 그녀안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평생 단 한번도 가질 수 없었던 강렬한 통증


같은 쾌감에 난 경련이 생긴 듯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폐포안에는 뜨


거운 공기가 가득차 내 가슴을 짖누르고 있었다. 




"하아아아..하아아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연주가 드디어 막을 내리고, 그녀의 등에 몸을 눕힌 나는 그녀의 


가슴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오래전 읽었던 그 피아니스트가 이젠 부럽지 않았


다. 만약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웃으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영역을 경험했었


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헐떡거리며 숨을 고


르고 있는 그녀의 목에 머리를 박고 기분좋은 피로감에 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윤희야.. 사랑해.."


"오빠.. 정말 사랑해. 하아.. 오빠만 평생 사랑해... 사랑해..."




세근 거리는 일정한 숨소리와 점차 느려지는 그녀의 심장소리가 내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


고,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도 깊은 수면의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단잠


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훌륭한 연주를 마친 연주자를 위해 준비되어진 달콤한 피날


레였다. 이윽고 죽음의 바다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고요한 정적이 내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조금전의 그 광란같았던 폭풍이 거짓말인냥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고요함이 내 의식의 


마지막 자락이었을 뿐이다. 




어두운 천장을 볼 때 아침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다람쥐 쳇바퀴에 익숙해진 직장인의 몸은 


이미 깨어날 시간이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감기의 기운이 어느세 나았는지 어제보다 


한결 편한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지겹게 날 괴롭히던 그 감기는, 어느세 정든 내 몸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아직까지 내 몸에 남아있는 감기의 끈


질긴 흔적을 희미하게 증명해주고 있었다.




"으음.. "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일어나 보니 벌거벗은 여자가 내 옆에 누워있었다. 순간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되어 한동안 매끈한 등허리를 바라보며 어젯밤을 떠올려 보니 내가 무


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새벽의 기운에 적응하느라 식어버린 내 몸은 매끄러운 그녀의 


몸을 보며 흥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를 먼저 생


각하게 되는 유부남의 초라한 비애였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다른 부서도 아닌, 내 바로 직속 부하직원. 그리고 평소에 내가 아끼던 


아이와의 불륜이, 상상속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 온 아침이었다. 창가로 어슴프레하고 밝아


져 오는 아침햇살이 오늘처럼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건 어쩌면 무언가 원


망할 것을 찾는 비겁한 내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일단 새벽이라 가라앉은 목안을 무언가로 적셔주는 것이 중요했다. 부엌에서 차가운 물로 


목을 적신 후, 침대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그녀와 내 옷들 사이에서 내 옷을 찾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침대 한 켠에 놓여진 탁상시계의 시계바늘은 5시가 조금 못된 시간을 가르


키고 있었다. 닫혀진 유리창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밝아오는 조용한 새벽. 옷을 입는 소리


도 유난히 커지는 시간이었을까. 등을 돌리고 누워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어젯밤 내게 고스란히 내주었던 그 태고의 모습 그대로 다가와 덜 


잠겨진 내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궈주고 옷깃을 바로해주는 그녀의 모습은, 친정에 가있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가 정말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불로 지진 듯한 화인이 이젠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몸에 세겨져 버린 것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며, 넥타이를 메어주던 윤희가 조용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가실려구요?"


"집에 가서.. 옷을 갈아 입어야 해." 


"네.."




그녀가 도와준 덕분에 빨리 옷을 입은 난 현관으로 가서 구두를 신고 있는데, 아직도 옷을 


입지 않은 그녀가 다가와 뒤에서 날 껴안는다. 그녀의 마음이 내 등을 통해 따뜻한 체온과 


함게 전해져 온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작고 부드러운 원을 그리듯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


다. 몇 번이고 되풀이 되는 그 원의 울림이 새벽의 공기만큼 차가워져 있는 내 가슴에 전혀져 


오는 듯 했다. 




"내가 네 뒤에서 챙겨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해."


"그렇겠죠?"


"넌.. 좋은 남자를 만나서 빨리 결혼해야지. 그게 아이에게도 좋을 거고. 지금 당장 우리가 


좋다고 이러다간, 나중에 가장 힘들어지는건 윤희 너야. 내가 지켜줄 때.. 넌 스스로 일어나


야 해."


"알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빠.."




뒤로 돌아보니 윤희는 무언가 간절하게 요구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몇 년을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고요한 호수속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리없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안아주자 내 손을 잡아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다


리 사이에 넣어 준다. 젖어있는 그녀의 그곳 만큼이나, 그녀의 눈망울과 입술이 급속히 젖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을녁 서리맞은 볏단처럼 식어있는 내 몸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도 


그 순간이었다.




"저 젖었어요. 오빠 말 듣고... 고마워서.."


"안돼.. 이러면 우리 둘 다 망가져." 


"오빠. 제발.."


"윤희야. 나도 너 안고 싶지만.. 이건 아냐. 내가 널 돌봐 줄께. 그걸로 만족해야 해."




난 울 것 같은 표정의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에 내 입을 마주쳐 


갔다. 뜨거운 침이 내 목으로 넘어오고 내 혀가 그녀의 입천정을 두들기며 따듯한 키스를 나


누었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이 불안감을 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난 상처입은 강아지가 서


로의 몸을 햝아 주듯이 그렇게 그녀의 얼굴을 햝아가기 시작했다. 




"오빠.. "


"응.."


"이 문을 열면 우리.. 레드썬이겠죠?"




난 다시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어미의 품에 파고드는 강아지처럼 내 품에 


안겨오는 윤희. 그녀의 지금 마음이 어떤지 그녀의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녀리고 상


처입은 작은 새 한마리가 내 품에 안겨 두려움에 울고 있었다. 카나리아의 부리처럼 작고 귀


여운 그녀의 입술에 내 마음을 담아 키스를 해 준후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윤희야. 생일 축하해. 그리고...."




대답대신 눈을 감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는 그녀.




"사랑한다. 힘들 땐 언제든 날 의지해도 좋아. 내가 널 지켜줄 테니까. 대신.. 좋은 남자와 


결혼해라. 네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게 내 진심어린 바람이고 소망이야. 앞으로 윤희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내가 너 오빠라는건 변하지 않아. 이게.. 내가 널 사랑하는 방법이


고... "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집에 나온 나는 출근 준비를 위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내 등


뒤로 그녀의 소리없는 울음이 전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8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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