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무는 자리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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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부 - 카 섹스의 단단함 속으로
민혁은 오래간만에 제대로 몸을 풀어서 그런지 삭신이 나른해진다. 연신 선하품을 해대자 품에 안겨 있던 선미가 꼼지락거리며 말을 건넨다.
[힘들었죠! 얼른 자요. 아침에 맛있는 해장국 끓여드릴게요.]
[괜찮아. 그보다 선미도 대단하던데……]
[뭐가요?]
[상당히 놀라운 테크닉이야. 죽는 줄 알았다니까… 자지, 보지 모른다는 내숭에 깜박 속을 뻔했어.]
[피, 내숭 아니에요. 그런 말 정말 처음이었어요. 어찌나 심장이 떨리던지……]
정말로 그렇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선미를 보며 민혁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는 은지와 섹스할 때 성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일상어가 됐지만, 처음 그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왜 그리도 겁나던지……
[나도 그랬어! 자지니 보지니 그런 말은 쌍놈들이나 내뱉는 10원짜리 언어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아니었어. 섹스란 가장 원초적인 행위잖아. 정신적 교감의 육체적 표현이니,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아름다운 관계라니 하면서 온갖 수식어로 미화하지! 하지만 섹스, 아니 빠구리는 빠구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민혁은 자신이 생각해도 제법 진지하게 열변을 토한다고 느낀다. 선미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한다.
[언제였더라? 맞아, 2년 전 무창포의 친구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있던 자리였을 거야. 사귀던 여자가 덜컥 임신해버리는 바람에 벌써 애 아빠가 된 친구 녀석이 그러는 거야. 결혼하고 한 일년이 지나도록 섹스가 너무 밋밋하더래. 하루는 부인이 오럴을 해주면서 “이제 보니 자기 좆, 정말 씩씩하게 생겼다. 나, 물이 막 나오는 게 아까부터 보지가 찡하게 아려!” 그랬다네! 그 부인이 포르노를 보면서 몰래 연습했다는데, 그날 이후로 섹스의 참맛을 알았다면서 어찌나 자랑하는지……]
[대단하네요, 그 부인이라는 사람!]
선미가 맞장구를 친다.
민혁은 그게 더 신이 나 자신의 섹스관을 계속 강의한다.
[나도 처음엔 은지한테 변태 소리를 들었다니까… 몇 번 꼬집히기도 했고…… 이젠 자기가 먼저 “오빠, 은지 보지 빨아줘!” 그러지. 부담 없어서 좋대. 남자란 여자보다 성감이 덜 발달돼 있어서, 쑤시고 박는 행위 그 자체로는 아무래도 만족감이 부족하지! 시각과 청각을 동반해 쾌감을 증폭할 필요가 있어!]
[음~ 보기보다 남자도 복잡하네요. …… 우리, 이제 그만 자요. 실은 아까부터 졸렸거든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에야 깨어난 민혁은 씻지도 않고 부랴부랴 옷부터 걸친다. 언제 일어났는지 선미가 앞치마를 두르고 한창 요리 중이다.
늦어서 그냥 나간다는 민혁을 붙들고 선미가 기어이 해장국을 차린다. 정성이 고마워 몇 술갈 달게 먹는 시늉이라도 한다. 뜨거운 국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입 천정이 따끔거린다. 그걸 알 리 없는 은지가 전화기 너머 저 편에서 닦달한다.
[도대체, 오빠는 사람이 왜 그래! 어제는 그렇다 치고, 오늘은 뭐하다가 이제 전화해? 그 동안 전화기는 왜 꺼놨었어? 오빠 지금 거기 어디야?]
[그, 그게…… 그렇게 됐어.]
민혁은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에도 잔뜩 토라진 은지를 달래기 위해 얼얼한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나마 택시의 쿠션이 좋아 다행이라 여긴다.
민혁은 꽤 오랫동안 샤워를 한다. 만에 하나 선미의 체취가 나서도 안 되지만, 은지에게 미안한 마음에서다. 씻고 나니 한결 개운해진다.
선미의 육체에 취해 뜨겁게 결합할 때는 몰랐는데, 정신적인 부담을 지울 수 없다. 한 숨 더 자고 나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시간이 어중간한하다.
민혁은 회사 동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무사 귀가 여부를 확인한다. 물론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송 대리와 입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민혁은 약속 장소로 향한다. 장**고 해 봐야 특별한 곳이 아니어서 은지의 집 앞 공터로 차를 모는 것이 전부다.
팔짱을 낀 채 새침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은지가 차에 탄다. 출발하고 나서도 은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
[은지야, 화났어? 미안해! 회식 마치고 송 대리 집에 가서 한잔 더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노래방에서부터 전화기 꺼뒀는데, 그만 깜빡했어. 화 풀어!]
민혁은 운전대를 잡은 왼손 위에 기어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옮겨와 싹싹 비는 시늉을 한다.
[………]
[음~ 어떻게 해야 우리 공주님 머리 꼭대기에 돋은 뿔이 사라질까? 좋아! 기분이다. 내 오늘 쏜다. 뭐든 말만 해! 인간 최민혁, 오늘 개털 되는 거야.]
‘이래서 바람피우면 아내에게 더 잘해준다고 하는 걸까?’
민혁은 평소와 달리 은지에게 허세를 부리면서도 눈치를 살핀다. ‘개털’이라는 약발이 먹혔는지 은지가 굳게 다문 입을 연다.
[개털은 무슨? 그냥 오빠 하던 대로 해! 결혼자금 모아야 된다며 자린고비 흉내를 내던 그 당당함은 어디 가고, 그렇게 꼬리를 내리실까? 정신 사나우니까 제발 이것저것 묻지 마!]
민혁은 내심 안도한다. 그간의 태도를 비춰볼 때, 은지가 대꾸를 한다는 건 어느 정도 화가 풀렸다는 증거 아닌가!
연애 9년 째! 딱히 새로울 것도, 특별한 장소도 없다. 민혁은 오래된 연인의 만남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패턴과 유사하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을 장악하려는 애틋한 감정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느슨한 줄다리기! 기쁨을 주기보다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
민혁은 시가지를 벗어나 두어 시간 드라이브를 한 뒤, 은지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는다.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웨이터를 불러 와인 한 병을 추가한다. 웬일이냐는 눈빛으로 은지가 고개를 치켜든다. 민혁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한다.
[괜찮아, 이 정도는……]
[뭐가 괜찮아? 오빠! 음주운전이 괜찮다는 거야, 비용이 괜찮다는 거야?]
[둘 다! 둘 다 괜찮아. 안 되면 대리운전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좀 쉬었다 가지 뭐!]
[쉬긴 뭘 쉬어? 나, 내일부터 새 학기 시작한단 말이야. 3.1절 공휴일에 이게 뭐야? 애들도 아니고……]
민혁은 시무룩하게 스테이크를 잘라 은지에게 넘겨준다. 두어 개 포크로 집어 먹다 말고 은지가 중저음으로 내뱉는다.
[우리 학교, 신 선생님 있잖아! 왜 얘기했잖아, 나보다 한 살 많은 수학 교사! 신 선생이 그저께 그러는 거야, 42평형 아파트 마련돼 있으니까 여자는 몸만 오면 된다고! “능력 좋네요!” 했더니 국회의원인 자기 아버지 자랑을 막 늘어놓잖아.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해서 그냥 듣고 있었지 뭐!]
신 선생인가 뭔가 하는 작자가 은지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은 벌써 전해 들었지만, 왠지 무심한 척 이야기를 꺼내는 은지의 속셈이 뭘까 넘겨짚는다.
그것과는 별도로 몇 년 째 결혼 자금을 모으고 있는 자신의 경제적 궁핍에 까닭모를 자괴감을 느낀다. 조실부모 하고 형님 댁에 얹혀사는 처지에 대학 등록금 신세진 것으로도 모자라 결혼 자금 보태달라는 염치가 없어 8년 째 연애 중이다.
가을쯤이면 얼추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의 전셋값 정도는 마련할 수 있으리라 싶어 내심 뿌듯했는데, 신 선생의 42평 아파트가 민혁을 주눅 들게 한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면 다 그렇게 목에 힘주고 다닌데? 그리고 요새 국회의원 누가 부러워한다고 입만 열면 아버지가 어떻고, 국회의원이 어떻고 하면서 설쳐! 지나가는 개도 안 웃겠다!]
너무 정색을 한 나머지 이야기가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튀어나와 민혁은 말을 끝내고서 흠칫 놀란다. 은지도 덩달아 당황한다.
[어머! 내가 괜한 소리를…… 내 얘기는 그게 아니고, 그냥 주변에 들끓는 파리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는 거야. 아이~ 오빠!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 은지 푸념이라고 생각해! 응?]
아픈 곳을 찔렀다 싶었는지 은지가 애교를 섞어 비위를 맞추려 애쓰지만, 민혁은 입맛이 사라져 어영부영 식사를 끝낸다.
[속 좁은 여자도 아니고 그까짓 일로 토라지면 남자도 아니다 뭐! 오빠! 자꾸 뿔내면 은지도 심술부릴 거야.]
차에 타자마자 은지가 민혁에게 쏘아붙인다. 어투와 달리 생글거리는 표정이 귀엽다.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은지의 독특한 행동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자연스레 웃음이 나와 화난 척 무게 잡기도 쉽지 않다. 민혁은 은지의 어깨를 당겨 가만히 끌어안는다.
[화나기는…… 9년 동안 예쁘게 오빠 곁을 지켜준 은지가 얼마나 고마운데…… 가을, 그래 올해 가을에 결혼하자는 약속 반드시 지킬게!]
[믿어, 오빠! 사랑해…]
가볍게 입맞춤을 한 뒤, 민혁은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아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 위가 환하다. 그렇게 십여 분 달렸을 즈음 속도가 뚝 떨어진다. 정체가 시작된 것이다. 굼벵이 걸음으로 답답하게 진행하다 민혁은 우회도로로 빠진다. 좀 낫다 싶지만, 여기도 거북이 수준이다.
민혁은 도로를 벗어나 들판 초입으로 차를 몬다. 논을 사이에 두고 뚫린 길에 덩치 큰 나무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차에서 내린 민혁은 레스토랑에서 급히 나오느라 꾹 참았던 오줌을 갈긴다. 빈 페트병이라 있으면 싶을 정도로 절박했던 심정이 한 순간에 해소된다.
[오빠! 차도 막히는데, 우리 여기서 좀 쉬었다 가!]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민혁은 시동을 걸어 히터를 켠다. 오래지 않아 차 안에 제법 훈기가 돈다.
은지가 레버를 당겨 의자를 눕힌다. 따라 누울까 하다 민혁은 테이프를 튼다. 지금은 해체된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민혁은 뮤지컬로도 제작된 맘마미아 외에 ‘I have a dream"이나 ’The Winner Takes It All", ‘Chiqitta"와 같은 아바의 잔잔한 곡을 더 선호한다. A면의 여덟 번째 수록곡인 "Dancing Queen"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지가 테이프를 끊다.
[오빠도 누워! 은지 심심하단 말이야!]
스물아홉 살의 여자가 내는 코맹맹이 소리가 이토록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니…… 민혁은 그 점이 새삼 신기해진다. 갓 스물을 넘긴 정도의 청순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속 깊은 심성이 조화를 이뤄 어색하지 않다.
민혁과 함께 자주 듣는 이 테이프의 바로 다음 곡이 ‘Money, Money, Money"임을 은지가 모를 리 만무하다.
은지가 누워 있는 민혁의 팔을 들어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은지는 코트 앞자락을 여미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끄른다. 민혁은 브래지어 사이로 은지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다 가볍게 움켜쥔다.
[아흑! 오빠 천천히, 부드럽게……]
민혁은 젖가슴에서 손을 떼고 은지의 상의를 벗긴다. 뽀얀 젖가슴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낸다. 혀끝으로 유두를 핥는다. 어둠 속에서 유두가 빳빳하게 일어선다.
치마를 들쳐 팬티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보짓살을 헤집고 손가락이 깊게 파고든다. 애액이 흘러나와 반가운 침입자를 환대한다.
[아~ 어헝…… 허윽…… 아, 아……]
은지의 엉덩이가 들썩이면서 약간 뒤로 물러난다. 민혁의 손가락이 놓치지 않고 따라 들어간다.
보지 전체를 적실만큼 애액이 흥건해지고, 성에가 짙게 드리운 차 안의 열기는 한껏 고조된다.
[은지야, 좋아?]
[응! 오빠. 허, 헉! 허응…… 보지가 불타는 것 같아.]
[손가락으로 끝내줄까?]
[아니, 싫어! 좋은 자지 놔두고…… 어서 해줘!]
애절한 눈빛으로 은지가 갈구한다. 민혁은 서둘러 바지와 팬티를 벗는다. 은지 역시 의자를 뒤로 밀어 공간을 넓힌다. 민혁은 은지 위로 올라타며 보지 구멍을 찾아 자지를 맞춘다.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인다.
[쑤걱…… 쑤걱…… 퍼벅…… 퍼벅…… 퍽…… 타닥…… 탁, 탁 탁!]
[하악…… 아앙… 하악… 허응… 아, 아 아 아 어헝~]
[퍽, 퍼억~ 쑤겅…… 쑤겅…… 퍽, 퍽… 퍼벅… 허걱… 헉… 쑤겅, 쑤겅…]
피스톤 운동에 박차를 가한다. 카 섹스의 장점은 밀착감이 좋다는 것이다. 체위 변화에서 오는 다양한 맛보다 강약 조절에 신경 쓰면서 서로를 옥죄는 단단함이 일품이다.
[아흑! 아흑… 허어걱… 아~ 오빠! 죽을 것 같아.]
벌써 은지는 두 번째 오르가슴을 향해 치닫고 있다. 종종 은지는 아늑한 침대보다 밀폐된 차 안의 섹스에서 더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퍼벅… 퍽, 퍽, 퍽… 찌걱… 찌걱… 타닥, 탁… 아, 은지야 오빠도 쌀 것 같아!]
[밖, 밖에다 싸야 돼 오빠!]
은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쥐어짠다. 은지의 생리일을 감안하면 분명 질내 사정은 위험하다. 민혁은 서너 번 빠르게 용두질을 한 다음, 자지를 빼내 은지의 배꼽 위로 정액을 내뿜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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