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각 배 . - 1부
본문
아 삐리잇 인마 삥거~ 아 삐리잇 인마 토~러빗스 올어란미 앤소더 삐링 그로~ 잇 륏은 온~"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 시간..그가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 정문을 나온다.
정문 옆 오래된 레코드가게에서 Love is all around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아....배고프다......."
속이 고장나 쓰려오는 뱃속 때문에 얼마 먹지 못한 점심때문인가.. 뱃속에서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자리잡은 허기가 빗소리와 노랫소리에 섞여 외로움과 공허감으로 슬며시 체화된다.
그리고는 애초의 허기가 종국에는 슬며시 술생각으로 바뀐다.
우산이 없어 정문에 우두커니 서있던 나는 문득 회사근처에 사는 그녀에게 우산 좀 갖다달라고 할 요량으로
전화를 한다. 컬러링대신 녹음된 그녀의 밝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수민님 핸드폰입니다.주인님이 지금 바쁘시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수작이나 데이트신청 전화는 사절입니다.미안하지만 우리 주인님은 임자있는 몸이랍니다. 지혁아 사랑해!쪽쪽쪽"
받을리가 만무하다. 볼이 뜨거워지며 양쪽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내린다.
그가 이내 바짓속에 핸드폰을 깊숙히 넣어버린다.
왜 술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이내 깊숙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상사와 업무 스트레스로 지친것 때문이 아니었다.
몇일 전부터는 내옆에 ..세상에는...존재하지 않는 그녀때문이었다.
"하아..나도 참 멍청하구나......."
그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여전히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가 피식 알수없는
웃음을 흘리고는 이내 빗속을 맨몸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말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면 안쓰러워서라도
어디서 그녀가 우산이라도 씌어줄 요량으로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것 같았기에..
얼마나 걸었을까..고개를 숙이고 비를 맞으며 걷던 그가 우뚝 멈춰섰다.
"수민이와 처음 만났던 선술집.."
그가 이 선술집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뚜벅뚜벅 걸어간다.
"차르르르릉" 문에 달려있는 방울들이 그를 맞이했다.
"이랏샤이마세" 종업원의 어설픈 일본어에 그가 대꾸없이 밖이 보이는 구석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주변의 시끄럽고 번잡한 풍경과는 무형의 장막이라도 친 마냥 확연히 구분되는 그의 모습..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그가 잠시후 정신을 차리고는 메뉴판의 안주와 사케를 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대충찍어 문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뎅탕과 새우꼬치,그리고 정체를 알수없는 사케가 곧 그의 테이블에 올려진다.
그가 술잔에 쪼르르 술을 따른다. 그리고는 빗방울이 맺혀 있는 창문 밖의 쓸쓸한 풍경을 안주삼아
연거푸 술잔을 들이킨다. "후우...." 다행인지 불행인지 꽤 독한 사케가 온듯했다.
혼자서 병을 다비운 그가 한병을 더 주문한다. 역시나 앞의 안주에는 손도 대지 않고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술잔을 비운다.
한참을 마시던 그의 얼굴이 화닥화닥하다. 오뎅탕 밑에 있는 램프가 은은하게 뿜어내는 불의 열기 때문인지
뜨듯하니 취기가 오른다. 아른한 취기와 따뜻한 온기가 그를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취한 그가 습관적으로 바짓속의 핸드폰을 꺼내어 바탕화면의 수민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또다시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수민님 핸드폰입니다.주인님이 지금 바쁘시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수작이나 데이트신청 응큼전화는 사절입니다.미안하지만 우리 주인님은 임자있는 몸이랍니다. 지혁아 사랑해!쪽쪽쪽"
"쳇..나이가 몇살인데...지가 어린애야...유치하게...이런 거나 녹음하고.." 희미하게 미소짓는 그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계속 전화를 해서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잊어버릴까 겁이라도 나는듯이 .....
한참을 전화를 붙들고 오뎅탕에 눈물 간을 하던 그가 결심을 한듯 일어선다.
"괜찮아..괜찮아..괜찮아.."
그리고는 누구에게 하는말인지 알수없이 중얼대며 대충 눈물을 훔치고는 카운터로 힘없이 걸어갔다.
"4만원 8천원입니다."
"잔돈은 필요없어요."
그가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고는 종업원의 시선을 무시하며 문을 나섰다.
선술집에서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박하사탕같이 싸하다. 손등으로 훔친 눈물자국이 채 마르지 않은 눈가가
시려온다.
"하아...후우..." 그가 비가 그친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는 어느덧 저녁을 넘어섰고 그는 차도에서 택시를 잡아타고는 생각없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출입카드를 대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층수를 누르고 복도를 걷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몇일전까지만 해도 퇴근을 하면 그녀가 반겨주던 이 곳..
그는 그녀가 살았던 이 집안에서 처음으로 공허감을 느꼈다.
이제는 더이상 그녀의 흔적이 만들어지지 않을 집..그녀의 소리가 없는 집..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집..
그녀의 짐이 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집...
"이..씨빠아아아알!!왜!!!!!!" 그가 분노와 그리움,애틋함이 복잡하게 얽힌 포효를 했다.
"흑흑흑.....왜 또 온거냐......미친새끼....하아...."
집안을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그가 수민에게 사줬던 커다란 토끼인형을 발견했다.
그녀의 부모님이 짐정리를 하려고 하다 뺴먹었는지 때와 먼지가 묻어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혀있었다.
그가 그 토끼인형을 껴안고 벽에 등을 기대고는 천천히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포근하고 애틋한 취기속에 떠오르는 한 장면을 회상 한다.
"흐음. 토끼인형이네..엄청큰데?ㅋ 너 출장가고 없을때 껴안고 자야겠다."
"그러라고 사준거야 임마.ㅋ"
"음 그럼 이토끼가 너구나ㅋ "
"에? 토끼 맛좀 볼래!"
"ㄲ ㅑ하하..아앙 하지마!" ..................한없이 좋을것만 같았던 그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때...
따스한 행복이 느껴지고 그녀의 따듯한 체온과 썌근쌔근 숨소리,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내 살결에
느껴지고 귓속에 들리던...손을 뻗으면 그녀를 만질수 있었던 느낄수 있었던 그때를 회상했다.
얼마나 지났을까..스르르 잠이 들었던 그가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차가운 냉방의 한기에 잠을 깼다.
술이 꺴는지 그가 창밖의 불빛에 의지하여 시계를 본다.
새벽5시였다.취기의 여운으로 힘없이 일어난 그가 앉아서 잠을잤던 자리에 인형을 세워놓고는
인형을 보며 말했다. "안녕...수민아....나간다....또올께..."
그리고는 평소 그녀에게 했었듯 인형의 머리 앞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헝크러뜨린다.
하지만 또다시 문득 떠오로는 그녀와의 추억에 한계를 느낀 그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쿵쿵대며 현관문을 열고나섰다.
내려와서 아파트의 자동문을 나선 그가 무엇을 찾는 마냥 아파트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아참.. 회사 지상 주차장에서 차 내비두고 왔지.."
그가 또다시 시계를 본다.5시 7분.. 아직은 어둑어둑한 시간..가을 새벽의 공기가 제법 차다.
"그래..또 이렇게 시작되는구나....씁...눈치없이 배고프네..김과장,신팀장이
해주는 욕좀 먹어야지..배가 좀 찰라나."
그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애써 취기속의 그녀의 여운을 끊고는 새벽의 차가운 아파트 단지를 나선다.
그 조차 모르게 낡은 감정들을 더디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바닥에 버리면서..
신경쓰지 않는 발자국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과거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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