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 2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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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연휴의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감기 - 무지개 연못 3
몇 달을 괴롭혔던 전쟁같았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씻는 것도 잊은 채 침
대에 몸을 맡겼다. 술의 힘이 가져다 준 초능력으로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자다가 깨고 다시 잠들다가 깨고를 무수하게 반복한 기억이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그 수 많았던 잠들속에서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한 단편이
악몽과 함께 떠오르고 말았다. 열여덟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채 빼앗겨야만 했
고, 열아홋 살이 되는 해에 차가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야만 했던 한 여
인이 어디론가 달려가며 도움을 청하는 꿈이었다.
난 그 꿈속에서 언제나 철저한 방관자이자 보이지 않는 인물로 나타났다. 그녀가 지나
가는 수 많은 사람들이 던진 돌멩이를 가녀린 몸으로 모두 받아내고, 스스로를 죽여 핏
덩어리 자식을 살리고자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모습을, 난 TV속 드라마를 보듯이 그렇
게 냉정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는 내 어머니였다. 미혼모의 자
식이라는 그 어려운 말을 난 학교를 입학한 8살때 담임 선생님의 입으로 처음으로 듣고
알게 되었으며, 애비없는 놈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들었는지 기억이라는 것을 내가 가지
고 있기 훨씬 전부터 내 머릿속에는 그 말이 이미 담겨져 있었다. 꿈속에서 어떤 이가
내뱉는 말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귀에 파고 들어왔다.
"더러운 년!"
그 말이 날 꿈에서 쫒겨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회식 다음날 아침이었다. 익숙한 음악소
리가 들리면 무심코 핸드폰을 찾듯이, 그렇게 나도 모르게 몸에 베인 습관처럼 어제와
다름없는 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한동안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온 몸에 힘이 없고
머리를 무언가로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내 몸을 누르고 있었다.
어제 마신 술도 이유가 되겠지만,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기 때문인지 온 몸의 신경이 비
명을 지르는 느낌에 오랫동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었다. 연례 행사로 찾아오는 감기가 어느세 내 몸에 진득
하게 달라붙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몸을 힘겹
게 일으켜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마시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한 잔
의 차가운 물에 토할 것 같은 느낌을 억지로 삼키며, 침대에 누워있었던 시간만큼 늦어
진 출근을 서둘렀다. 밤동안 차가워진 차안의 공기가, 시동과 함께 퍼져나오는 히터의
열기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열기만큼 쏟아지는 졸음을 억지로
이겨내야만 했다.
마치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는 듯한 몽롱함을 느끼며 새벽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 헤드
라이트 불빛을 쫒아 도심의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직 태양이 뜨지 않은 잿빛 도
시를 유령같은 가로등이 새벽 안개속의 도로를 비추며 날아가듯 지나갔다. 전쟁같았던
어제 하루를 또 시작할려는 무수한 차량들이 내 주위를 포위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제
촉하는 듯 서두르게 했다. 평소보다 높은 자동차 RPM 소리에 익숙하게 스틱을 움직이
는 손길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어제와 다름없는 시간에 출근했음에도 평소보다 빨리 도착한 듯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 미칠듯한 몽롱한 감기 기운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출근해 보니,
모처럼 한가해진 사무실에 부하 직원들이 모여 무언가 보고 있었다.
"뭐해? 다들 안피곤해? 오전 미팅은 생략하고 다들 알아서 좀 쉬다가 퇴근전까지 들어와."
"흐흐.. 팀장님. 여기 재미있는게 있는데요. 한번 보시죠?"
"뭔데 그렇게 달라 붙어 보고 있어?"
"큭큭.. 별 미친 놈이 홈피에 뭘 올렸어요."
뭔데 저런 반응을 보이나 싶어 한 직원이 비켜준 자리로 가서 보니 회사 자유게시판에
검은 사진이 몇 장 올라와 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 마치 어둠속에서 찍은 심령사
진같은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벌거벗은 사진이라는 것을 그저 쳐다만 봐도 알 수 있었
다. 이런 곳에 올릴려면 사진을 제대로 찍어서 올리지 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난 남자이기 전에 겉으론 팀장이었다. 어색한 침묵 후에
무뚝뚝한 가면을 꺼내 쓰고 부하직원들을 돌아보았다.
"뭐야? 누가 이런 걸 회사 홈피에 올린거야?"
"당연하겠지만.. 이름이 없습니다. 날짜는 오늘 새벽에 올렸구요."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사진들에서 왠지 불길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답답하고 찝찝
한 느낌이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마치 순간접착제가 손바닥에 묻은 듯이 뭔가 이질적
인, 그러면서 물로 쉽게 씻을 수 없는 것이 묻어 있을 때의 답답함이 모니터를 통해 전
해지고 있었다.
"이미지 다운로드 받아서 데이타 확인하고, 전산실 연결해서 사진 지우라고 해. 고소하
던 말던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고."
"아마도 방학때라서 회사에 접속하는 학생들 중에 하나가 장난 친 것 같은데.. 과잉대
응아닐까요?"
"회사 홈피가 장난이야? 이 정도면 충분히 영업 방해야. 전산실 연결해서 처리하라고 해."
그 말을 하며 내 자리에 앉은 나는, 회사 게시판에 접속해서 그 사진을 다운받았다. 처
음에는 그저 무시할려고 했지만 이 사진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도 자꾸만 마음에 걸
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최면에 걸린 자가 특정한 암시 조건에 노출되
면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하듯이, 그 사진은 내 의식 저편에서 그렇게 시선을 잡아 끌고
있었다.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내 몸이 느끼는 이 반응은 이미 경고의 수준을 넘어서
고 있었다. 광고인으로 살아온 내 몸이, 그리고 내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사진에는 익명속에 웅크리고 있는 자가 전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이건 분
명 메세지였다.
"제 생각에는 사이즈가 이미지 마다 제각각인 것도 그렇구요. 장난으로 보는 게.."
"전산실은 어떻게 됐어?"
내 말에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한 직원이 대답했다.
"예, 방금 통화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방금 내렸고, DB에 남아 있는 IP추적할 거랍니
다. 벌써 다른 부서에서도 항의가 빗발친다는데요. 관리 똑바로 안한다고요. 큭큭.."
"새끼들은 꼭 전화를 해야 일을 하지? 발견 즉시 삭제하면 좀 좋아?"
"문 잠그고 야동 본다고 늦었나 보죠. 큭큭"
조금전 다운로드 받은 사진을 이미지를 그래픽 툴에 연결해서 Whitepoint와 Gamma값
을 보정해 주고, Level Curve를 이용해 Bright Balance를 맞추어 봤다. 딱히 꼬집을 수
는 없지만, 입술만 나온 여인과 성기만 나온 남자는 나와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
안감을 느끼게 한다.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게 되자 찝찝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
미지를 보정할 수록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남자의 성기를 잡고있는 작고 가녀린 여
인의 손, 그 무엇보다 그 손가락에 있는 반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부하 직원들 부터 어디론가 보내는 것이 시급했다. 아직도 신나게 떠들고 있는 부
하 직원들은 조금전 내가 한 말을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참네.."
그렇게 쉬게 해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쉬게 되니까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부하 직원들에게 말을 했다.
"니들 피곤해 죽겠다며? 사우나에라도 쳐박혀서 좀 쉬다가 들어와. 여긴 걱정말고."
"팀장님은요?"
"야! 접대용 멘트는 이럴 때 좀 닥쳐. 뻔히 난 못움직이는거 알면서.. 누구 약올려?"
"큭큭.. 팀장님 대신 제가 남을까요?"
"맘에도 없는 소리 말고.. 셋 세리는 동안 사라져. 안그러면 니들이 다 남아. 하나, 둘, "
둘까지 말하자 모두 사라졌다. 휑하니 비어있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으니, 또 다시 머
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제 익숙해 질 때도 되었건만, 큰 프로젝트를 마치면 어김없
이 찾아오는 이 감기 기운에 내 몸과 영혼이 둘로 유리되는 느낌이다. 머릿속에는 천둥
이 치고 있었지만, 이 시간만 되면 익숙한 듯 움직이는 손의 이끌림에 따라 인터넷을 켜
고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회식이 있었던 날, 단 하루 지우지 못했음에도 새로운 메일들
로 사서함이 가득했다. 수신메일함과 스팸메일함을 하나씩 확인하며 메일을 비우고 있
는데, 한 메일의 제목이 눈을 잡아끈다.
[보낸이 : Anonymous, 제목 : 사진은 잘 보셨습니까?]
설사 이것이 스팸 메일이라고 하더라도 안읽어 볼 수가 없었다. 그 사진의 찝찝했던 그
이유를 풀어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역시나, 이 편지는 나를 노리고 쓴 편지
가 맞았다. 그 사진도 역시. 광고에서 메세지는 타겟에게 전달되어야만 그 목적이 완성
된다. 메일의 내용을 읽은 후, 난 어둠속에 숨어있는 자가 보내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
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눈이 붉어진 자가 비웃음과 함께 보내는 치졸하고
더러운 유혹이였다.
"보내드린 사진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보다 많은 사진이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으로 만족하시기를.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지요."
메일의 내용을 확인한 후 모든게 풀리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날 이렇게 협박할 놈은 조현석, 그 놈밖에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녀와 나의 그 질긴 쇠사슬 고리에서 그 놈이 연결될 자리가 없다
는 것이 문제였다. 그 놈이 무슨 탐정 놀이를 할 만큼 뛰어난 머리를 가진 것도, 한번 내
게 물먹었다고 이렇게 큰 범죄를 저지를 만큼 간이 큰 놈도 아니었다. 그 놈은 날개를
달자 마자 겁이 나서 하늘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덩치만 큰 대머리 독수리에 불과한 놈
이었다. 더이상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살아있는 육체의 생살을 찢을 용기 조차 없
는 놈이었다. 이건 뭔가 내가 빠트린 고리가 더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단축 번호 69번을 눌렀다. 이윽고 신호
음이 울리고 그녀의 컬러링인 Eagles의 Hotel Califonia가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face
They"re livin it up at the Hotel California. What a nice surprise, bring your alibis.
Her mind is Tiffany twisted, She"s got a Mercedes Benz
She"s got a lotta pretty, pretty boys. She calls friends.
How they dance in the courtyard. Sweet summer sweat. "
몇 번이나 이글스의 노래를 되풀이 해서 듣고 있는 동안 그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날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이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지 않고 있었다. 물
론 소식도 없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알아 볼려면 알 수 있었겠지만, 애써
피해주는 것이 정리를 한 사이의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기에 난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더이상 내 몫이 아니었고, 또 내게는 어떠한
권리도 애초부터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떨림이
지금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을 통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떨림은 오늘 아침부터
날 괴롭혔던 감기와 맞물려 아침에 갈아 입은 와이셔츠를 흠뻑 젖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일단 지금 문제는 조현석, 그 놈이 사진을 더 이상 퍼트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 시급했
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은 애초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내 이름이 밝혀진다면, 내가
오히려 곤란했다. 이런 일이 밝혀진다면 앞으로 직장 생활은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쪽 계통은 좁기로 유명했다. 몇 다리만 거치면 다른 회사에 알려질 만큼 소문이 날 것
이다. 회사 법무팀에 도움을 청할까 생각하다가 그들도 결국 남이라는 생각에 쓸모 없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요청에 비밀을 지켜 줄 확실한 사람. 딱 한사람이 머릿속에 떠
오르지만 망설여진다. 그 사람의 동생과 너무 친하기에 오히려 미안했다. 하지만 그만
큼 믿을 수 있지만, 또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평**면 감히 생각도 못할 담배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감기
와 함께 시작된 지독한 두통이 급속히 몸안에 퍼지는 니코틴과 어울려 묘한 몽롱함을
만들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꺼내 물은 담배였는지, 그것으로 부
터 도망가기 위해 꺼내 물었는지 조차 모호해지는 순간이었다. 두 개피째의 담배가 반
쯤 마시다 만 커피잔 속에 연달아 들어갔을 때 핸드폰의 단축 번호를 눌렀다. 18번을 누
른 후 잠시 후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씹새야. 너 돈 많구나. 같은 회사에서 핸폰질이나 하고.."
"당장 내 사무실로 텨와. 급해."
"왜? 야! 게시판에 세끈한 사진 올라왔던데 봤냐? "
"야이 새끼야! 그거 때문에 그러니까 빨리 텨와. 너 지금 놀고 있잖아."
"씨발놈. 아침부터 뭐 때문에 이 지랄인지.. 있어봐."
네번째 담배를 꺼내 물었을 때, 어제 광란의 흔적을 고스란히 얼굴에 세기고 있는 상진
이가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루만에 초췌해진 얼굴 만큼 십수년을 쉬지 못한 듯한 지
독한 피로감을 온 몸으로 물씬 풍기는 상진이는, 내 담배를 허락도 받지 않고 꺼내 물며
책상위에 엉덩이를 올려 놓았다.
"아침부터 뭔 지랄이야? 뭔데?"
"사진 봤냐?"
"당연히 봤지. 아마 회사에서 안 본 애들 아무도 없을 걸?"
"그거.. 누군거 같냐?"
"내가 남의 좆만 보고 어째 아냐? 미친 새끼. 그게 여자 보지면 몰라도 큭큭.. 어?"
심각하게 묻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던 상진이는 뭔가 눈치를 챈 듯, 반 이상 타 들어간
담배를 커피잔속에 버리고 다시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그 담배를 몇 모금 더 마신
후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너야?"
"확실해. "
"정말 확실해? 좆이랑 여자 입밖에 안나왔는데.. 어떻게 알아? 그 좆이 니 좆인지?"
사실 나도 그랬다. 이미지로 보게 된 사진속의 좆을 보고, 저 좆이 내 좆인지 구분하지
못했었다. 하루에 수 번씩 소변을 볼 때 마다 만지고 보게 되는 내 신체의 일부분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보게 된 그것은, 내 얼굴을 거울을 통한 역상이 아니라, 정방향
으로 보았을 때 처럼 어색하고 낮설었다. 난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것 처럼 보이는 사진
속의 내 몸 대신, 좆을 잡고 있는 가녀린 타인의 손가락을 보고 내 좆인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함께.
"사진속의 여자. 반지 안끼고 있든?"
"반지? 야, 어두워서 어디 그런게 보이냐? "
"이미지 보정하니까 반지가 보이더라."
"그게 왜? 아는 여자야?"
"내가 준 반지야."
"뭐! "
내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느긋하게 담배를 피고 있던 상진이 몸을 벌떡 일으켜 내 어
깨를 움켜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야! 확실해?"
"그 반지 그렇게 흔한게 아냐."
"너 설마.. "
이미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종이컵에 밀어넣고, 다시 새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은
나는, 한참을 몇 모금의 연기를 더 마신 후 상진이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설마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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