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소녀공략 - 4부

본문

“이슬아, 일어나. 늦었어.”


“싫어. 음음”


지우는 이슬을 몇 번 더 흔들었지만, 이슬은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늦었다니까.”


“ZZZ"


“정말 안 일어나?”


“ZZZ"


물론 이슬도 잠은 깨어 있었다. 단지 눈을 뜨기가 싫을뿐.....


이슬이 계속 누워있자, 지우는 이슬의 배위에 앉았다.


묵직한 무게에 이슬은 천천히 눈을 떳다.


“안 일어나나 보자.”


물컹.


“꺅~”


갑자기 지우가 이슬의 가슴을 만진 것이다.


덕택에 이슬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앉았고, 지우는 뒤로 넘어져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이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무나도 창피했다.


짝!


“아!”


이슬의 손이 치고 지나간 지우의 뺨에 작은 손자국이 남았다.


지우가 고개를 홱 돌려 이슬을 쳐다봤다.


괜히 미안해져서 주위를 돌아보다가 시계에 눈이 멈췄다.


“8시잖아!”


이슬은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지우를 밀쳐내고 황급히 일어났다.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 살짝 지우를 돌아봤다.


지우도 황급히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려는 듯했다.


잘 때 입었던 이슬의 수영복은 여전히 입은체로......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이슬과 지우는 같이 집을 나왔다.


아침의 일로 서먹서먹했다.


밥도 못 먹어서 배도 고프고.


“미안해.”


이슬이 먼저 사과를 했다.


“때려놓고 말로만 미안해?”


사과하면 받기나 할 것이지...... 이슬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지우가 잘못해서 맞은게 아닌가.


“미안하면 업고 내려가든가.”


지우의 말에 이슬은 피식 웃었다.


이슬 역시 싫지는 않아서 등을 내밀었다.


“응차.”


밥을 먹는 시간을 줄여서 등교하는데 꽤나 여유가 생겼다.


이슬은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들지 못할 만큼 무겁지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지도 않아서 기분 좋게 지우의 무게를 느꼈다.


지우가 가슴을 더 붙이며 팔로 목을 감싸 안았다.


“매일 너한테 업혀 다녔으면 좋겠다.”


“꿈께. 이건 아까 때린게 미안해서 업어주는거야.”


“내가 잘못했으니까 맞은건데?”


“네 가슴이 작은거지?”


“응?”


“아냐.”


“이상한말 하지마.”


주물럭.


“야!”


지우가 이슬의 가슴을 만지자, 이슬은 깜짝 놀라며 손을 놓았다.


하지만, 지우는 용케도 매달려서 계속 만졌다.


“이거 안놔?”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지우를 떼내었다.


“너.....”


이슬은 몸을 획 돌리곤 후다닥 내려갔다.


혼자 남아 두 손을 멍하니 바라보는 지우.


방금 전 이슬의 가슴의 감촉이 아직 남은 것 같다.


허공을 주물럭거리면서 방금 전을 상상했다.






이미 수업분위기는 싹 사라지고 학생들은 이리저리 떠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이슬은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


“이슬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짝인 하나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평소 발랄한 이슬과 오늘의 이슬은 너무도 달라서일까.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하나이지만. 지우일을 말해도 될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휴....”


“너 뭔일 있구나?”


“일 없어.”


“뭔데?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아무 일 없어.”


“그래?”


하나는 씨익 웃으며 복도로 나왔다.




층계를 하나 내려가서 오른쪽 첫 번째 교실.


“지우야.”


“응?”


지우도 창밖을 쳐다보다가 하나가 툭치자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뭘 그리 놀래?”


“그냥”


하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슬과 어려서부터 알았듯이 지우와도 비슷한 시기에 알고 지낸 하나였다.


둘 다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니.....


“이슬이한테 무슨 일 있니?”


“응?”


“이슬이가 하루종일 멍하네.”


“몰라.”


너도 멍하고. 이말은 하려다 빼먹었다.


이슬에게서 겪었듯이 직설적으로 말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다.


“이슬이가 오늘 생리 하는 날이었던가?”


여자들끼리만 오가는 은밀한 대화주제이건만, 서로 워낙 잘 알기에 서슴없이 말을 꺼냈다.


“몰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빵사줄게 매점이나 가자.”


“싫어.”


“가자~”


지우의 말을 무시해버리곤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아참 지갑 놓고 왔다. 먼저 가있어.”


하곤 후다닥 올라가는 하나를 쳐다보곤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어?”


매점에 들어온 하나의 손엔 이슬의 손이 잡혀있었다.


지우와 이슬 둘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휙 고개를 돌렸다.


“둘이 왜그래?”


“일없어.”


“몰라.”


뭔가 분명 있는데 말을 하질 않으니 계속 궁금해 죽겠는 하나였다.


“니들 혹시..?”


그 뒷말은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일없어.”


이슬은 휙 돌아 매점을 빠져나갔다.


“지우 너 이리와봐.”


하나는 지우를 매점 뒤로 이끌었다.


“너 이슬이랑 그거 했지?”


지우도 하나가 말하는 의도를 이미 파악했다.


“안했어.”


“정말?”


“나 갈래.”


빠져나가려는 지우를 하나가 몸으로 막아섰다.


지우의 양손을 잡고 벽에 붙였다.


“놔줘.”


“했지?”


“안했어.”


하나는 발육이 빨라서 인지 키가 꽤크다.


특히나 다리가 길고 가늘어서 날씬함을 한껏 뽐내는 몸매다.


정말 가녀린 몸이지만.....


번쩍.


양팔로 지우를 안아들었다.


지우는 허우적 거렸지만, 내려오질 못했다.


“못도망가.”


“애들도 있는데 창피하게.”


“여긴 아무도 없잖아.”


“얼른 내려줘.”


하나의 팔에 안겨 있는게 내심 좋았지만, 누군가 본다면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것이다.


“어제 뭔일 있었어? 말하면 내려줄게.”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그런데 둘이 쳐다보더니 한명이 왜 도망가?”


“몰라.”


“똑바로 안말할래?”


“모른다니까.”


“그래?”


하나의 팔이 지우의 어깨와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


“말해.”


“아파.. 아.”


빠아...빠아....


쉬는시간 끝을 알리는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졌다.


“이따가 보자.”


하나는 지우를 내려주고는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이슬이 너 왜그러는건데?”


“닌 자꾸 왜그러는데?”


“나한테도 말 못할 일이야? 응?”


10년이 넘은 친구의 우정을 들먹이자 이슬은 고민하는 듯했다.


“너만 알아야해.”


하나의 채근거림이 귀찮아서인지 이슬은 말해주기로 했다. 안그러면 언제까지 시달릴지 모르니까


“요새 지우가 이상해.”


“어떻게?”


“자꾸 업어달라고 하고.”


“예전에도 업어주지 않았어?”


어렷을적 누나를 들먹이며 싫다는 지우를 강제로 업곤했던 이슬이었다.


“오늘아침엔..... 내 가슴도 만졌어.”


“뭐어?”


하나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지우와 이슬과 하나. 그중에서도 맏이 역할을 했던 하나였다.


맏이를 한 것은 세상을 먼저 알아서였다.


이슬이 싫어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 가슴을 만져서는 안된다는 관념때문이었지만, 하나는 왜 가슴을 만지는지를 알았다.


‘좋아.... 지우야.’


속으로 아무도 모를 다짐을 하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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