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낭만을 꿈꾸는 늑대 - 27부

본문

낭만을 꿈꾸는 늑대 27부




수혼은 영은이란 여인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일종의 동정심에서 시작되었다. 


자기또래에게까지 따돌림 당하는 영은이란 아이. 조그마한 관심에도 쉽게 마음을 열고 자신을 믿고 따라 주었던 아이. 자신이 화선과의 이별 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곁에서 말없이 자신을 감싸고 안아 주었던 아이다. 그런 영은의 마음에 감동해 사랑하려 노력하는 아이. 


어리게만 보이던 영은이란 아이는 이제 자신에게 한 여인의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녀의 사랑을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사랑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마. 오빠가 사랑이 뭐지 알아...............오빠는 몰라. 사랑이 뭐지.”




영은의 절규가 귀가에 맴돌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난 영은을 사랑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향상 겉에 있었기 때문에, 같이 있으면 편했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절규처럼 난 사랑이 뭐지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수혼은 영은과 헤어져 돌아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영은이의 오해로 비롯된 사건이지만 자신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다. 조금만 생각했다면, 아주 조금만 영은이에 대한 생각만 했다면 수지를 집에 두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영은에게 전화하는 사소한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무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어쩜 나는 영은을 사랑할 자격도 없는 사람은 아닐까?’




수혼은 다음날 체육관으로 갔다. 수혼은 고민이 있을 때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아니면 미친 듯이 운동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무료한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들 한 가지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해온 녀석들 이였다. 유도를 하는 녀석, 태권도를 하는 녀석, 권투를 하는 녀석, 레슬링을 하는 녀석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수혼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녀석들은 수혼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수혼은 이러 것이 익숙지 않아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호식이 녀석들에게 지식한 것이라 쓴 웃음만 짖고 말았다.


호식과 두철은 체육관 한쪽에 앉아 있었다. 호식은 다리가 부려져 깁스를 한 다리 때문에 바닥에 앉아 있다 수혼을 보고는 역시나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부담된다. 대충 대충해라.”


“뭐가 부담돼.”


“밥 달라는 소리 같아서.”


“하하하. 천랑도 참. 설마 우리가 천랑에게 그런 뜻으로 이리 대할까?”


“그런 뜻이든 아니든. 하여튼 부담되는 건 사실이야. 어린 병아리 새끼들 밥 달라고 입 벌리고 어미닭만 바라보는 것처럼 이 녀석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으~~”


“너무 걱정하지 마. 일단 다친 녀석들 치료 끝나면 우리도 일을 찾아 봐야지. 우리도 학생인 천랑만 바라보며 살겠어. 일감을 찾아야지”


“뭐하게.”


“생각 중이야.”


“다 좋은데..........도둑질을 한다거나, 강도짓을 한다거나 하여튼 불법적인 방법은 안돼.”


“참~ 고리타분하긴. 당장 산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무슨 짓을 못해.”


“그렇게 살고 싶음 당장 나가. 난 그런 꼴 못 봐.”


“알았어. 알았어. 그냥 해본 소리야. 우리가 양아치야 그런 짓 하게.”


“다신 그런 말도 하지마라.”


“무섭네. 일단 앉아.”


수혼이 자리에 앉자 차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이 운동하는 곳으로 갔다.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두워. 우리가 걱정돼서 잠이라도 설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고민 있음 이야기 해봐. 내가 나이는 천랑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경험은 더 많을 거야. 혹시 알아. 내가 도움이 될지.”


“사실은 여자 문제 때문에 고민이야.”


“여자(?) 수지 말하는 거야. 천랑하고 잘 어울리든 데.......여자치고 성격이 괄괄해서 그렇지만”


“수지(?), 수지는 그냥.......친구야. 특별한 사이는 아냐. 내가 고민하는 건 영은이 때문이야.”


“영은이(?)..............최영은 말하는 거야..........그때 내가............하여튼 그 여자애”


“맞아. 그 영은이 말하는 거야.”


“천랑.........그때 그 아이하고 사귀고 있었어. 그 울보에 오줌 싸게 하고.........하하하~ 그림이 안나온다. 천랑 참 특이한 여자 좋아한다.”


“무슨 말이야, 특이하다니.”


“글쎄. 내가 보기에도 영은이 몸매도 잘 빠지고 얼굴도 그만하면 봐줄만하기는 하고, 갖고 놀만한 여자기는 해. 하지만 천랑하고 사귄다는 건 좀 그래. 너무 심약하다고 할까?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천랑하고는 안 울려.”


“그래.........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고......... 넌 혹시 사랑이 뭐지 아니.”


“사랑(?) 푸~하하하. 가을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왜 이러지.........사랑이라고.......하하하”


“웃지 마. 지금 심각해.”


“참 웃기지도 않아. 내가 만난여자가 아마 수백 명은 될 걸, 그중에서 내 밑에 깔린 여자만 해도 한 트럭은 될 거야.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깔따구들 벗기고 눌려보면 다 똑같아. 처음에는 울고불고 하다가 나중엔 지가 좋다고 매달리고, 내가 차버리면 처음에는 좀 슬픈 척 하더니 웬걸 다들 딴 남자 만나서 잘만 살더라. 무슨 사랑은 개뿔이나.”


“세상여자들이 다 그래. 안 그런 여자도 있어.”


“아주~ 환상 속에 사누만!!!! 영은이 년이 천랑에게 특별한지 모르지. 하지만 영~~~ 내가 보기엔 그냥 그런 여자들과 비교해서 특별하다고 보이진 않아..........아무래도 천랑이 다른 여자를 만나보지 못해서 한 여자한테 푹 빠져 있는 모양인데.........안되겠다. 내가 여자후리는 거라면 좀 아니까 여자 많이 붙여줄게. 영은인지 뭐지 고민하지 말고 잊어버려.”


“네게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하이고 두야.”


“참내~~ 고민하지 말라니까? 아 애들아~ 여동생이나 누나 있는 사람”




호식이 큰소리로 외치자 여기저기에서 손을 드는 녀석들이 있었다.


“봤지. 여기서도 구하려면 많아. 말만 해. 바로 대령한다.”


“됐다. 내가 여자 못 만나 환장한 놈 이냐? 하여튼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내말을 어떻게 들은 건지.”


“천랑 여자가 까불면 그냥 눌려버려. 한방이면 끝나. 간단한 걸 가지고 고민하기는”


“알았다. 알았어.”




그때 체육관으로 빨간 미니스커트에 몸에 달라붙는 탱크 탑을 입은 육감적인 미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체육관에 있던 녀석들의 눈이 돌아가고 입이 턱 벌어지고는 여자의 몸매를 감상하기 바쁘다. 수혼과 호식도 체육관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고개를 돌려 살펴보다 여자를 보았다. 여자를 본 순간 호식과 수혼의 얼굴이 구겨진다. 


체육관으로 들어오고 있는 여자는 지나였다. 방학하고 뜸하더니 무슨 일이지 모르지만 수혼을 찾아온 모양이다.




“아~~ 민지나. 체육관에 하이힐 신고 들어오면 어떻게........저게”


“보자마자 큰소리는..........정말이네. 파이터클럽 녀석들을 거두었다고 하더니 말이야.”


“신발 벗어. 매트리스에 구멍 나.”


“싫어. 숙녀보고 아무대서나 발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거야. 아~잉~ 그런 건 둘만 있을 때 부탁해야지. 그리고 말이야 이런 매트리스가 얼마나 한다고 비싸게 굴기는.”


지나는 일부러 그러는지 날카로운 하이힐로 매트를 밟고 다닌다. “뽕, 뽕” 가축도 아니고 비닐로 된 매트리스는 지나의 가벼운 무게에도 바람구멍이 송송 난다.




“저게........야~ 민지나 멈춰. 또 왜 심술이야.”


“내가 배상해 주면되잖아. 이깟 매트리스 얼마나 간다고.........수혼씨 잠깐만 나와 할 이야기 있어.”


“알았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요즘은 조용하더니 또 심술보가 터졌군.”


“계속 꾸물거리고 있음. 매트리스 완전 못쓰게 될 걸.”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의 손을 잡고 체육관 밖으로 나간다. 호식은 피식 웃더니 누워버린다. 저 앙칼진 지나도 수혼과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지나가 나가자 다들 아쉬운 듯 한숨을 쉰다.


“야~ 운동이나 해~ 자식들아. 치마 첨 봐~”


보다 못한 두철이 한마디 하자 그때서야 아이들은 하던 운동을 계속 한다.




“무슨 일이야. 체육관까지 찾아오고.”


“왜~ 내가 못 올 곳 왔어. 오면 안돼”


“그런 건 아니지만, 열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그냥........방학하고 아이들하고 해수욕장이나 다녀왔는데.......집에 와서 보니, 다들 수혼씨 이야기밖에 안하더라.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왔지.”


“누가 뭐라 하는데................형님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셔.”


“뭐~ 아빠 아~ 수혼씨가 공부나 열심히 하길 원하시지. 아빠 속셈이야 뻔하지 뭐. 수혼씨가 법관이 되면 자기하는 일에 써먹으려고 하시는 거지. 수혼씨가 조직에 들어오는 것 보다는 그게 더 아빠에게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그래~~~ 넌 어떻게 생각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글쎄. 난 잘 모르겠어. 아빠 심정도 이해는 가. 아빠는 로비자금으로 한달이면 수억이 나가. 경철서다. 검찰이다. 정치하는 사람들.........하여튼 장난 아니야. 네가 아는 게 이정도고 실제적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로비자금으로 사용되는지 모르지. 아빠 입장에서는 수혼씨가 법관이 되면 얼마나 좋겠어. 이용가치가 무궁무진할 걸.”


“설마 형님이........다!!! 나 잘되라고 하시는 거겠지.”


“순진하긴.........수혼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 아빠 좋은 사람 아냐. 참~ 친딸이 아빠 욕이나 하고.........하지만 사실이야........쓸데없는 말만 하고 있네........하여튼 수혼씨도 잘 생각해서 결정해.”


“그래 알았어.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꼭 이유가 있어야 돼. 그냥 얼굴보고 싶어서 왔다고 생각하면 안돼.”


“아니. 그냥 뭐~”


“남자가 멋대가리도 없어. 숙녀가 왔으면 최소한 차라도 대접해야지 말이야.”


“차(?) 그래~ 요 근처에 커피숍이 있던가?”


“아이고. 내가 미쳐.........도대체 낭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참~~ 내가 뭘 바래.......낭만은 고사하고 여자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도 없는 남자에게 낭만씩이나 바라는 내가 바보지....... 됐어. 밥이나 먹었어.”


“밥, 아니 아직 안 먹었어.”


“시간이 몇 신대........하여튼~~ 가자 내가 밥 사줄 게.”


“아니 생각 없어.”


“내가 배고파서 그래. 꼭 말을 해야 돼.”


“알~았~~~어.”




지나와 수혼은 가까운 식당을 찾았다. 지나는 배고프다며 갈비 집에 들어가 처음부터 6인분을 주문했다. 


“너 다 먹을 수 있어.”


“못 먹으면 남기면 돼지. 걱정도 팔자야.”


“남기면 아깝잖아. 먹어가며 주문하지”


“됐어. 계산 네가 할 거니까? 먹기나 하셔.”


고기가 나오자 지나는 고기를 구워 수혼 앞에 고기를 쌓기 시작한다. 


“그만 하고 너도 먹어.”


“알았어.”


지나는 대답만 하고는 자신은 먹지 않고, 고기를 구워댄다. 


“안 먹을 거야.”


“난 뼈에 붙은 고기가 맛있더라. 그거 구워지면 먹을게.”


“식성도 별나요.”


“참~ 수혼씨 요즘도 영은이 만나.”


“만나고는 있는데...........”


수혼이 말을 흘리자고 우물거리자 지나는 고기도 굳다말고 수혼을 바라보았다.


“좀 그래.”


“뭐. 똑바로 말해봐.”


“그러니까? 얼마 전 싸움에 수지라는 여자도 끼여 있었다는 소리 들었지.”


“그 싸가지(?).......들었어. 수혼씨랑 같이 싸웠다며”


“그때 수지가 좀 다쳤어. 병원에 갔는데 입원하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날 우리 집에서 함께 잤어.”


“뭐야~ 그런 싸가지 없는 가시나. 감히”


“넌 왜 흥분해.................그냥 잠만 잤어. 별인 없었다고.”


“그 말을 믿으라고, 청춘남녀가 한방에서 밤을 보냈는데........뭐~ 별일이 없어.”


“너도 그러니. 너도 내 말이 안 믿어져.”


수혼이 목소리를 깔고 이야기하자 지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수혼을 바라보았다. 수혼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있자 지나는 수혼을 유심히 바라본다.


“정말 인가 보내. 하긴 수혼씨가 고리타분한 면이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하여튼 짜증나는 가시나아. 아줌마 소주 한 병 주세요.”


“무슨 대낮부터 술이야.”


“그래서 그년이 수혼씨 집에서 잤는데...........그걸 영은이가 보기라도 한 거야.”


“아마 그런 모양이야. 다음날 수지가 우리 집에 혼자 있었거든 그걸 본 모양이야.”


“아니 그년이 수혼씨도 없는데 왜 수혼씨 집에 있어. 수혼씨 그년하고 같이 살아.”


“무슨 소리야. 나하고 상관없는 여자야. 선배 애인이라고?”


“정말이지(?)...........영은이가 그걸 봤다.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네.”


“그러니. 저번에는 너 때문에 힘들어하더니. 참~ 왜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기만 하는지.”


“저번에 뭐.”


“네가 영은이에게 거짓말 했잖아. 그때 왜 그랬어.”


“험~~ 험~~ 기억 안나. 그런 적 있던가.”


“관두자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오해가 풀릴까?”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응~ 같은 여자니까 나보다는 잘 알거 아니야.”


“가만 나도. 지 혼자 오해한 건데........뭘 어떻게.”


“으~~그~~~.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잘 됐네. 아예 이 기회에 정리해 버려. 영은이 수혼씨와 안 어울렸는데 잘 됐지 뭐.”


“됐네. 넌 왜 그렇게 영은이 싫어해.”


“글쎄. 그냥 맘에 안 들어. 자 갈비나 먹어.”




지나는 다시 갈비를 굽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혼자 흥얼거리며 아주마가 가져온 소주는 쳐보지도 않는다. 수혼이 먹다 지쳐서 그만 먹겠다고 하자 지나도 고기 굽는 걸 멈추었다.“배 터지겠다.”


“맛있게 먹었어.”


“넌 왜 안 먹어.”


“사실은 밥 먹고 왔어. 그리고 몸매 관리도 해야지.”


“먹지도 않을 갈비는 뭐하려 이렇게 많이 시켜”


“수혼씨 많이 먹으라고. 그리고 아까 매트리스 망가트린 거...........이거 받아.”


지나는 가방에서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뭐야.”


“매트리스 구멍 낸 값이야.”


“필요 없어. 아예 못쓰는 것도 아니고.”


“자 받아. 아빠한테 들었어. 수혼씨 돈 필요하다며.”


“너 일부러 그랬어.”


“그래~~ 그냥 주기 아까워서 심술한번 부려봤다.”


“돈이 필요하긴 한데~~ 네 돈까지 받고 싶진 않아.”


“네 돈 아니야. 아빠에게 뻥 좀 쳤어. 그러니까 부담 같지 말고 받아.”


“그래도~~”


“나 또 화낸다. 내가 심술부리면 수혼씨 감당할 수 있어.”


“무섭네..........고맙다. 다음에 갑을께”


“그래. 다음에 꼭 갑아. 약속 했어. 그리고 수혼씨 하는 일에 뭐라 할 순 없지만 나도 수혼씨가 공부만 했으면 좋겠어.”


“녀석들이 저렇게 따르는데 어떻게 배신하니.”


“그럼! 수혼씨............하고 싶은 데로 해. 대신.........조심해.”


“어디 갈 거야.”


“수혼씨는”


“난 체육관에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들어가. 난 친구 만나고 들어가야지.”


“요즘도 그 블랙로즈 만나.”


“당연하지 그 년들 인생에 도움은 안 돼지만 같이 놀기는 딱 이야.”


“알아서 해라.”


“그래”




수혼은 지나와 헤어지고 체육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체육관이 가까워 질 무렵 체육관 앞에 호식과 처음 보는 남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수혼이 살펴보니 남자는 호식에게 뭐라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호식은 고개를 돌려 버리고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다. 수혼이 다가가자 남자는 수혼을 보고는 이내 살아져 버린다.


“누구야.”


“성철파 놈이야.”


“성철파(?)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간단하지 뭐. 성철파에도 강철파에도 서로 간세들이 있어.”


“저놈은 누구야.”


“성철파 보스 아들라미 심복 중 한명이야.”


“왜 왔어.”


“우리 보고 돌아오라고 설득하더군.”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들을 가치도 없는 얘기야. 탁 잘라버렸지.”


“성철파 보스 아들이라............성철파면 성철파지 보스 아들은 뭐야.”


“나도 자세히는 몰라. 우릴 훈련시킨 교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철파가 둘로 가라진 모양이야. 보스를 따르는 구파하고, 아들을 따르는 신파로 갈라져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있어. 젊은 놈들은 대부분 아들 쪽이고, 나이 먹은 사람들은 보스 쪽인 모양이야.”


“아들하고 아버지하고 싸운단 말이야.”


“대충 그래. 천랑도 저놈들 조심해. 아들놈도 장난 아니지만 방금 그놈도 대단한 실력자야.”


“너하고 비교하면 어때.”


“글쎄. 대련 해본적은 없지만 네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어. 저놈 포함에서 교관들이 우릴 훈련시킬 때 시현하는 걸 본적이 있는데 장난 아니야. 천랑 혹시 국선도라고 들어봤어.”


“국.선.도”


“그래.......저놈들이 쓰는 무공이 국선도라고 했어. 특히 보스 아들놈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3명은 국선도의 고수라고 하더군. 소문에 아들놈은 더 고수래. 천랑!! 국선도라고 알아.”


“잘 알지...........고구려 무술이야.”


“고구려(?). 조선시대 무공이 아니고. 내가 알기로 시중에도 국선도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어. 대부분 검도 위주지만 말이야.”


“글쎄. 직접 부디 쳐 봐야 알겠지. 국선도는 고구려의 호국무술이야. 그걸 고려가 계승하고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내려온 거지.”


“천랑이 익힌 음양도하고 상관있어. 표정이 심각하다.”


“내가 익힌 음양도는 백제의 호국무술이야. 신라의 호국무술이 원예도와 화랑도이듯 말이야.”


“화랑도는 좀 들어본 것 같은데..........본국검도가 화랑도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아마. 근데 원예도는 또 뭐야.”


“본래 화랑은 원예를 지키기 위해 결성된 단체야. 원예라 함은 신라 귀족 집안의 여자들이지. 원예 한명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백여 명까지 호화, 그러니까 꽃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단체가 화랑이야. 그게 나중에 신라조정에서 교묘하게 원예들을 이용해 젊은 화랑들을 전쟁터로 내 몬 거지. 하여튼 이 원예들도 자신들을 지키는 고유무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원예도야. 신라호국 무술의 정수는 화랑도 보다는 원예도에 있어.”


“도통 처음 듣는 말이군. 강성민이 국선도를 익혔다. 그게 고구려 무술이다. 이상 하네”


“강성민(?)”


“아~~ 강철파 보스 아들 이름이야. 나도 몇 번 본적은 있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강성민이 국선도라는 걸 익힌 건 확실해. 근데 그게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야. 지금 강성민 주위에 있는 국선도를 익힌 고수들도 최근에 성철파에 가입한 녀석들이야. 한 2년 정도 밖에 안돼. 강성민이 나타나며 같이 나타난 녀석들이지.”


“같이 나타나다니 강성민이 어디 갔었어.”


“한 2~3년 동안 실종된 적이 있었어.”


“그럼 실종된 2~3년 동안 국선도를 익히고 왔다는 말인가.”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 하여튼 교관들 말로 강성민이 자신들보다 고수라고 했어. 뭐 직접 부디쳐 보지 않았으니 모르지.”


“그 녀석들이 사용하는 무술이 뭐야. 권, 각, 지, 수 등의 적수공권이나 무기는 뭘 사용해.”


“우리가 배운 건 권법하고 검법뿐이야. 아~ 실천하는 거보니 각 법도 쓰더군. 음~~ 내가 쓰는 무형각이나 천량이 쓰는 음양각보다는 비교적 단순해. 다신 파괴력은 대단하더군. 그리고 녀석들이 검 쓰는 건 장난이 아니야. 천랑도 녀석들이 검을 들고 있음 특히 조심해야 돼.”


“녀석들하고 싸울 일 있겠어.”


“모르는 일이지. 우릴 쉽게 포기할 놈들이 아냐. 우리들이 현재 뭉쳐 있으니 함부로 못하지만 각자 떨어지면 녀석들에게 당할 수 있어. 어쩌면 천량도 녀석들이 놀릴지 몰라.......조심하는 게 좋아.”


“설마 나까지.”


“성민이란 녀석, 집요한 놈이야. 특히나 강철파에 원한이 많아. 자기 일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굴 망론하고 가만두지 않을 놈이야...............우리도 조심해야겠어. 오늘은 일단 돌아갔지만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도 몰라.”




“국선도라..................”


수혼은 산을 떠나올 때 사부인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당부하던 말씀이 생각났다. 사부의 마지막 부탁에 자신에게 대답은 했지만 막상 눈앞에 어쩌면 국선도의 계승자일지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니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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