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아버지를 위하여 - 18부

본문

부산 신도시 아파트 건설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성건설도 기라성 같은 건설업체들 사이에서 당당히 이름을 내걸고 한 지구를 맡아서


공사를 진행한다.


수도권에서는 위성 신도시가 개발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됐지만, 부산에서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 공사가 시작되는 H지구를 시작으로 D지구, Y지구.. 계속해서 개발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참여한 업체들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다음 공사도 계속 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


사장의 이야기로는 이번 공사를 끝내게 되면 공사 도급순위가 이 삼십 계단 뛰어 오를


것이라 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


거의 삼십 위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이제 대성건설이 대기업자리의 말석에 차지하게 되는 기회가 온 것이다.




요즈음 사장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매일매일 현장사정을 체크하는 등


정열적으로 활동을 하고 대신 상무는 한발 물러난 형국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운을 건 워낙 큰 공사인데다 공사 일선 책임자들을 사장이 직접 상대를


하다 보니 상무가 끼어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상무는 그냥 일상적인 일들만 챙기고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소외되어 있는 셈이다.


대신 공사 현장의 실무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박 부장님이 부상한다.


예전에 김 부장님과 함께 아버님의 오른 팔이었고, 그 동안 지금 사장이나 상무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이 찍혀 있었지만, 지금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 된


것이다.


내가 알기로 박 부장님은 우리나라 건설업계에서 기술분야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인 것이다.




한번은 사장과 상무, 그리고 내가 사장실에서 부산 신도시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 부장님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장이나 상무나 박 부장이 그 공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지만,


그 동안 요주의 인물로 경계를 하던 사람이라 신도시 공사 책임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고 상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사장은 상무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만일 다른 사람으로 책임자를 바꾸게 되면 혹시라도


일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을 한다.


내가 나선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그 동안 박 부장님에 대한 일들을 잘 모르겠지만


그 분이 실무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의 과오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 회사가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을 포용해서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상무가 내 말을 가로막고 나선다.


“김 실장은 그간의 사정을 잘 모르고 이야기 하고 있네만, 그 사람은 예전에..”


이번엔 사장이 상무의 말을 가로막고 말한다.


“허 상무님, 김 실장의 말에 일리가 있어요. 그게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다 지나간 이야기이고 이젠 박 부장도 그 일은 다 잊어버렸을 겁니다.


이번 일은 애초대로 박 부장에게 맡겨 봅시다.”


“그럼.. 그러게 하시죠.”


상무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벌레 씹은 표정이다.




나는 영업부에서 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왔다. 그것도 실장으로..


막 서른 줄에 접어든 나이에 부장급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사장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하고 사장에게 딸에 대한 언질을 받고


난 이후로 틈틈이 사장 딸과 데이트를 한다.


물론 사장 딸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장의 딸이란 것만 빼면 내가 사랑할 타입도 아니고 몇 번을 만나서 데이트를 해도


그런 감정이 생기질 않는다.


그냥 나의 계획에 필요하니까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더 이상 선을 넘지는 않는다.


나중에라도 나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 아버지가 밉고 그 어머니가 미운 거지.. 사장 딸에게는 무슨 죄가 있으랴.


하지만, 사장 딸인 현주는 나에게 마음이 있는 눈치였다.


돈 많은 아버지를 둔 덕분으로 그 동안 어려움 없이 자랐을 것이고, 남자들도


그 배경을 보고 많이 접근해 왔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연애도 해봤을 것이고,,


자신의 배경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달라 들어 자신을 취하려 하지 않는 내가 미더워


보이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자기 아버지 회사의 직원이 아닌가?


회사 내에서 출세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도 내가 그러질 않고 편하게 대해주니 내게 마음을 열고 잘 따른다.




사장도 이젠 나를 남처럼 대하지 않고 자신의 사위가 된 것처럼 나를 대한다.


그러다 보니 사내에서는 내가 사장의 예비 사위로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온다.


그리고, 입사 동기들을 중심으로 내 인맥이 형성된다.


그 중 몇몇은 내 심복이라 할 정도로 내게 충성을 보이고 혹시라도 내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라면 수시로 알려준다.


또 그 사람들이 각 부서별로 박혀 있다 보니 회사 내에 돌아가는 일은 내가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되고 정확하게 파악을 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계획대로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나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하기에 입사 동기 중에 두각을 나타내고 내게 호의적인 몇몇 사람을 간부 회의 중이나


사장과 면담 시에 좋게 이야길 해서 진급이 빨리 되도록 도와준다.


그게 한두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다 보니 당사자들은 더욱 더 내게 충성심을 보인다.




특히, 이번 공사 건을 내가 성사시키고 난 이후로 알게 모르게 상무와 내 사이에 골이


형성되고 그걸 사람들이 민감하게 알아 차린다.


그러다 보니 상무에 관한 일이라면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내게 귀뜸을 해준다.


세상 인심은 그런가 보다.


한때는 상무에게 붙어서 온갖 아양을 떨어대던 사람이 이제 내게 꼬리를 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상무가 한낮의 시간에서 조금 지난 오후 두 시경이라면 나는 이제 오전


열 시경이라고 할까?




내가 확실하게 기획실장으로써.. 앞으로의 실세로써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건설부에 서기관으로 있는 친구인 종수와도 자주 만나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


이번 일을 성사시킨 거나 마찬가지인 종수에게 싫다는 걸 억지로 우겨서 지금 종수가


부모님을 모시고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나오게 해서 전세금과 내가 회사에 이야기해서


받아낸 돈을 합해서 스물 다섯 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한다.


그 일 때문에 앞으로 나와 다시는 안 만난다고 하는 걸 겨우 설득을 한다.


나 역시 살고 있던 달동네를 벗어나 스물 다섯 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하여 어머님을 모시고


살게 된다.


그 동안 받은 월급과 이번 공사를 성사시킨 보답으로 회사에서 받은 금일봉을 합해서


장만한 것이다.


사장은 자기가 돈을 줄 테니까 좀 더 좋고 넓은 아파트로 가기를 원했지만, 내가 극구


사양을 했다.


내가 사장에게 이유 없는 돈을 받기가 싫은 것이다.




그리고 종수를 통해 공직자들과도 안면을 넓힌다.


종수의 같은 행시 동기들과도 친구처럼 지내게 되고 종수의 상사나 고위 공직자들과도


안면을 트게 된다.


특히 종수의 행시 동기 중에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있는데 종수와도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로써 나와도 친하게 지내게 되고 특히 내가 신경을 많이 쓴다.


그 나이에 행시를 패스하고 더군다나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간 친구라 엘리트 기질이


다분하게 있는 친구다.


그런 친구들은 돈으로 마음을 사로 잡으려 하면 백발백중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자주 만나서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포부와 미래에 대해 이야길 하고


마음을 나눈다.


이름이 박 영준이고 나이는 나와 종수와 동갑인 서른 살이다.


그 친구도 젊은 나이에 중견 건설업체의 기획실장이 된 나를 자기랑 같은 클래스로


인정을 한다.


내가 회사의 사장과 인척관계도 아니고 순수하게 나의 힘으로 이루어낸 자리라 그걸


인정을 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 덕분에 재벌 이세가 되어 목에 힘주고 다니는 아이들을 아주 싫어하는 친구다.


종수의 입을 통해 내가 대학을 수석 졸업을 하고 좋은 조건들의 회사를 마다하고


중견업체에 들어와서 뜻을 펼치는 걸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


주관이 뚜렷하고 포부가 있는 친구라고..


내가 종수에게 영준이에게는 나의 사정을 속속들이 말하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준 탓에


나의 속 사정을 모르는 것이다.




한번은 토요일 날 오전 근무를 하고 종수와 영준이, 나와 셋이서 테니스를 치고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중에 영준이가 말을 꺼낸다.


“이번에 영감님 본가가 있는 M시의 인근 해변에 대단위 해상 위락시설을 조성할 모양이야.


그 분이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밑의 사람들이 알아서 그렇게 결정을 했겠지


내가 영준이에게 묻는다.


“네 생각은 어때?”


“뭘 말이야.”


“밑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말이야.”


“물론 밑의 사람들이 해바라기처럼 충성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워낙 영감님의 본가가 있는 M시가 낙후되어 있는 곳이라 개발은 좀 되어야 하겠지.


아무래도 대통령을 낸 곳인데 그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영감님 역시 알고는 있는 모양인데 가타부타 말씀도 없으시고..”


종수가 말한다.


“확실하게 결정은 된 거야?”


“아마..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돼.”


“곧 발표가 되겠네?”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하니까 발표하려면 시일은 좀 걸리겠지. 한 육 개월 후에나


발표가 될까?”


“잘 됐네. 영민이가 그 계통에 있으니 참여를 해보면 되겠네?”


내가 뜰뜨름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글쎄.. 비서실에 있는 친구 덕분으로 그 일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았다고 생각할까


겁나는데?”


영준이가 말한다.


“내가 너에게 무슨 프리미엄을 준다고?”


“오늘 네가 이렇게 그 이야길 하는 것도 프리미엄이라 생각하는데?”


“하여튼 못 말려.. 그러고도 네가 그 회사의 기획실장이라니.. 참!


동등하게 경쟁을 해서 그 일을 따내면 되지..


하기야 너라면 내가 도와주고도 싶다만..”


물론 내게 이런 기회는 없다. 더군다나 기획실장이 된 뒤로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내 속마음이야 영준이 불알을 잡고 늘어져서라도 그 일을 이루고 싶지만


어떻게 내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영준이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그럼, 최선을 다해서 한번 도전해볼까?”


“한번 해봐. 불법이 아닌 범위 안에서는 도와줄 테니까..”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헤어진다.


내게 이런 기회는 없다. 기필코 이 일을 성사시키리라..


집으로 돌아와서 종수에게 전화를 한다.


“나야. 영민이..”


-그래, 잘 들어갔지?


“아까 영준이가 이야기 했던 것 말이야.”


-대통령 고향의 해상 위락시설 말이야?


“그래, 한번 그 일을 만들어 봐야겠다. 내가 기획실장이 된 뒤로 뚜렷한 성과를 낸 게


없는데, 내게는 기회야.”


-안 그래도 아까 그 자리에서 네가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네 속 마음을 알고 있었어.


“한번 만들어 보자. 도와주겠지?”


-그 일에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아무래도 나보다는 네가 영준이와 가깝지 않아? 한번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알았다. 우린 친구 아니니?




역시 내 친구다.


월요일 날 회사에 출근하여 사장과 상무와 동석을 한 자리에서 말을 한다.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M시의 인근 해안가에 대단위 위락시설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그 일을 우리가 맡았으면 합니다.”


사장이 말한다.


“확실한 정보야?”


“비서실에 있는 친구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비서실에 친구가 있었어?”


“예,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비서실에 들어간 친구입니다.”


“역시 김 실장이야. 확실히 남자는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두뇌가 뛰어나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니까..”


사장이 애정 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장래의 사윗감이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상무가 사장에게 말한다.


“대규모 해상 위락시설이라면 아주 큰 공사일 텐데, 지금 부산의 신도시 공사도 그렇고


우리에게 그럴 여력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대통령의 고향에 대한 일이라면 정치바람을 탈 텐데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한다.


“당장 공사를 시작한다는 것도 아니고, 육 개월 후에나 그 공사가 발표되는 데다가


실무부서에서 검토를 하고 견적에 참여하다 보면 실지 공사를 시작하는 시점이


이삼 년 후가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부산의 신도시 공사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테고, 회사의 규모를


좀 더 늘린다면 가능도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장이 이야기를 듣고 있더니 말한다.


“허 상무님은 너무 신중해서 탈이에요. 사업이란 게 조금의 실마리라도 있다면


달라 들어 해내야 회사가 크는 것입니다.


김 실장의 말대로 안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참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합시다.


그 일에 대한 영업 방향이나 계획을 김 실장이 안을 내도록 하게.


그리고, 그 일과 신도시 공사를 병행하게 되면 어느 정도 회사의 규모를 늘려야 될지도


실무부서와 의논을 해서 안을 내도록 하고..”


사장이 내 손을 들어준다. 상무의 완패다.


상무는 자신이 차츰 밀려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 자리에 박 부장님이 올라서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분명히 그렇게 되도록 만들 것이다. 내가.. 이 김 영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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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쁜 시간 때문에 조금 짧게 글을 올립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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