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하여 - 17부
본문
소파에 사장과 부인이 같이 앉고 나와 사장의 딸이 같이 앉는다.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차를 내어 오고 같이 차를 마신다.
사장이 먼저 내게 말문을 연다.
“자네를 일부러 집에 까지 불러 식사를 하고자 한 것은 내 딸애 때문일세.
지금 대학 사 학년이고 스물 셋이야.
애가 재주가 없는지 주위에 변변한 남자친구도 없는 것 같고, 자네에게
소개를 시켜주려고 하는데 어떤가?”
“아이.. 아버지는..”
사장의 딸이 얼굴을 붉힌다.
나를 사장의 사위로 삼겠다는 말인가?
“글쎄요..”
“왜 싫은가?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라도 있어?”
“아닙니다. 아직 사귀는 여자는 없읍니다만, 제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자네는 앞으로 우리 회사의 기둥이 될 친구일세.
그 정도면 충분하게 자격이 있지.”
생모가 입을 연다.
“이름이 김 영민이라고 했어요?”
”예, 김 영민입니다.”
“나이는?”
“스물 여덟입니다.”
생모의 얼굴에 뭔가 찜찜한 표정이 어리는 것 같다.
하기야 전혀 느끼질 못한다면 사람도 아니지..
“아버님은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중학교 삼 학년 때 돌아가시고 지금은 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요? 살아 계실 때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조그만 사업을 하셨습니다.”
“형제는 어떻게 돼요?”
“저 혼자입니다.”
사장이 나선다.
“어허! 이 사람은.. 그런 걸 왜 물어봐?”
“그래도 둘이 사귀게 되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텐데, 부모로써 그런 것도 못 물어봐요?”
“그런 건 천천히 알아봐도 늦지 않아. 우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무슨 하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건 그렇고 현주야. 너는 어떻니?”
“몰라요!”
그러면서 소파에서 발딱 일어나 이 층으로 쫓아 올라간다.
사장이 너털웃음을 웃더니
“허! 허! 저 녀석.. 수줍어하기는?
김 과장, 한번 잘해보게. 기대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여보, 아직 식사준비 안됐어?”
“다 됐을 거예요. 아줌마, 아직 멀었어요?”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준비 다 됐습니다.”
“다 됐다네요. 일어서요.”
같이 식탁으로 가서 둘러 앉는다.
생모가 일하는 아줌마에게 말한다.
“이 층으로 올라가서 현주 좀 내려오라고 해요. 식사하게..”
“알았습니다.”
아줌마가 이 층으로 올라가고 잠시 후 사장의 딸이 내려온다.
사장이 그런 딸을 보고 빙글거리며 한마디 한다.
“왜 영민군이 싫어?”
“아빤 또?”
“아.. 아니다. 미안..”
사장의 딸인 현주가 식사를 하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아닌 척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나 좀 상큼하다고 그럴까? 여대생 특유의 분방함이 느껴진다.
설마 사귀는 남자 친구가 없으려고..
그렇게 사장 집에서 식사를 끝내고 배웅을 받으며 사장의 집을 나선다.
혜영은 김 과장이란 남편 회사 직원이 가고 난 뒤, 남편과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아까 그 젊은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설마 그 아이일까?
분명히 그 젊은 남자의 이름이 영민이라고 했어.
나이도 아마 그 또래일 거야.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것도 그렇고..
나를 쳐다보는 눈이 아주 차갑다고 느꼈었다.
그 동안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마음 속의 낙인과도 같은 그 일들..
타의에 의해 남편을 버리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지금 남편에게 붙어 살게 되었던 일..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영민이 아버지에게 영민이를 내어준 일들..
처음에 영민이 아버지와 열렬히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고 단 한번도 서로의 사랑을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주위에서도 우리 부부를 잉꼬 부부라고 했었고..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그 일.. 영민이 아버지가 일 때문에 모 기관에 끌려가고
불법 뇌물 제공 혐의로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온실 속의 화초와도 같이 영민이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만 살다가 막상 남편이
유치장에 가버리고 나자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것 같았고 살길이 막막했다.
물론 그 동안 사업을 하는 남편 덕분에 부유하게 살다 보니까 가지고 있는 돈이야 있었고
당장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남편 없는 가정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될지
두려움이 앞섰다.
특히 밤만 되면 두려웠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신을 덮칠 것만 같았고 해코지를 할 것 같았다.
곧 풀려날 것 같았던 남편은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도 풀려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된 배후에는 지금의 남편인 최 대성이가 일을 꾸몄지만,
혜영은 꿈에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남편이 보고 싶을 때면 면회를 가서 남편의 얼굴을 보고 나왔지만, 그런 날은 더욱
밤이 외로웠다,
아직 젊고 한창 때인 나이라 든든한 남자의 품이 그리웠고 혼자서 보내는 밤이 길기만 했다.
그렇게 혼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데 남편과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관계에 있는 최 대성이가
위로 차 가끔 들렸다.
혼자서 사는데 불편한 게 없느냐는 둥.. 남편이 머지않아 풀려날 테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둥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었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최 대성이가 미더웠고, 차츰 남편에 대한 일과
자신의 신상에 대한 일도 의논도 하면서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 날은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 중이 되면서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그날따라 남편이 없는 집안이 무섭기만 했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고 마음이 너무 허전하다 보니, 이럴 때 그 사람..
최 대성이라도 곁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란다.
내가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이 밤중에 외간남자를 생각하다니..
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도저히 이대로는 견딜 수가 없어 거실로 나와 장식장으로 가서 남편이 있을 때 마시던
양주 병을 꺼내 유리잔에 한잔 따라 그대로 들이킨다.
독한 양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불이 난다.
생전에 술이라고는 입에 대어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다 보니
정신이 몽롱한 게 기분이 풀어지는 것 같다.
이런 맛에 남자들이 술을 마시나 보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물으니 최 대성이라고 한다.
이 밤중에.. 그것도 이렇게 비가 내리는 데 그 사람이 왜 왔을까 하고 의아해 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내 기분을 알고 왔을까 하는 마음에 반가움이 앞서 문을 열어준다.
대문 앞에는 술이 한잔 되었는지 입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최 대성이 서있다.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친구와 술 한잔 하고 가는 길에 이렇게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다 보니
혼자 계실 부인이 걱정이 돼서 잠시 들렸습니다.”
“아.. 그러셨어요?”
“이렇게 밖에 세워만 두실 겁니까?”
“안으로 들어 오세요.”
이렇게 여자 혼자 있는 야심한 밤중에 외간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지만,, 자신 역시 처음 마시는 양주에 취한 상태에서 마음이 좀
풀어지다 보니 미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최 대성을 집안으로 끌어 들인다.
거실에 마주 앉는다.
“차 한잔 드릴까요?”
“아니, 그보다 이런 날은 술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혹시 남편께서 마시던 술은
없습니까?”
“술 한잔 하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끄덕 없습니다. 안 그래도 술이 좀 미진한 것 같아서 집에 가기 전에 한잔 더 할까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그래요? 전에 남편이 마시던 양주가 있는데 그걸 드릴까요? 그런데 안주가 없는데..”
“양주 한두 잔은 그냥 마시는 것도 좋아요.”
그라스에 양주를 한잔 따라 최 대성이에게 준다.
“아주머니도 한잔 하세요.”
“전 술을 잘 마실 줄 몰라요. 안 그래도 조금 전에 한잔했는데, 영 취하네요.”
“그래요?”
순간 최 대성의 눈이 반짝 빛나지만 혜영은 미쳐 그걸 보지 못한다.
최 대성이가 양주 잔을 들어 그대로 쭉 들이키더니 혜영의 곁으로 와서 앉는다.
잠시 부담스러움을 느끼지만, 구태여 말을 하지 않는다.
“혼자 지내시니 많이 힘들지요? 특히 오늘같이 이렇게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날은
무섭지 않아요?”
그러면서 최 대성이 혜영의 어깨에 팔을 올린다.
혜영이 어깨를 움추리면서 말한다.
“이.. 이러시면.. 안 돼요..”
“남편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아.... 예..”
이래선 안 된다는 마음과는 달리 자신의 어깨에 올린 남자의 팔에 기분이 든든해지는 것
같다.
갑자기 최 대성이 자신의 어깨에 올린 팔로 자신의 왈칵 끌어 당기더니 입에다 키스를 한다.
정신이 아찔해진다.
“읍.. 으읍..”
입을 피하려고 하지만 최 대성이 집요하게 입을 갖다 대며 키스를 하자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 대성의 혀를 받아들인다.
이젠 두 팔로 최 대성을 끌어안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키스를 즐긴다.
어느 새 최 대성의 팔이 헐렁한 자신의 홈 드레스로 파고 들어 브레지어를 들추고
유방을 움켜 잡는다.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남자의 품이 그리울 뿐..
자신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 팬티를 들춘다.
이젠 비몽사몽간이다.
최 대성의 손이 자신의 꽃잎을 가르고 손가락의 놀림에 따라 자신의 보지에서
질꺽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젠 될대로 되라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만일 지금 최 대성이 그만둔다면 자신이 참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빨고 주무르다가 최 대성이 일어나더니 자신의 몸을 안아 올린다.
그리고, 자신을 안방의 침실로 데리고 간다.
남편과 함께 쓰던 침실에서 최 대성이 자신의 몸을 유린해간다.
자신의 유방을 우왁스럽게 움켜 잡고 주물럭거리는 남자의 손길..
자궁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물건… 얼마만인가?
곧 죽어도 좋을 것 같다.
얼마나 흐느끼고 울부짖었는가?
광란의 시간이 끝이 나고 알몸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다는 생각에 앞날이 막막하다.
“이젠.. 전.. 어떻게 해요?”
“나만 믿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러면서 최 대성이 몸을 돌려 자신의 알몸을 으스러져라 껴안는다.
그래, 어차피 저질러진 일이다.
이 남자의 처분에 맡기는 수밖에..
처음에 길을 뚫기가 어렵지, 한번 뚫린 길은 쉽게 가는 것이다.
그 날 이후, 최 대성은 수시로 자신의 집에 들락거렸고 그 때마다 당연한 듯 나의 몸을
취했다.
한두 번은 남편 생각에 죄책감도 가졌지만, 점차 그런 날들이 지속되자 당연한 것처럼
최 대성이를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로 남편에게 면회를 갈수가 없었다.
최 대성의 말이 남편이 한 일이 시범케이스에 걸려 쉽게 나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차라리 좀 더 있다가 남편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남편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 날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루는 최 대성이 하는 말이 남편이 빨리 나오기 힘드니
자신이 회사를 맡아서 이끌어 나가야 되겠다고 이야길하고 나에게 협조를 구한다.
남편이 한 일로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렵게 되었다며 내가 갖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자기에게 맡기라고 한다.
어차피 남편이 내게 줘서 가지고 있었을 뿐 거기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이젠 남편이나
매한가지가 된 최 대성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갖고 있던 회사의 지분을 최 대성에게 맡기고, 얼마 후 최대성이 내게 하는
말이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길 하면서 차라리 회사를 부도 처리하고
다시 회사를 만드는 게 낫다고 이야길 하고 당신과 내가 이 상태로 있는 것도 여러모로
불편하니 집을 팔고 자신과 정식으로 합치자고 한다.
그건 감옥에 있는 남편에게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젠 남편에게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남편말고 다른 남자에게 더렵혀진 몸으로 어떻게 다시 남편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나의 남편은 최 대성이고 그 사람이 하는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집을 처분하고 최 대성이에게로 간다.
한참 후에 남편이 감옥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에겐 남의 일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최 대성이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 이후에 아들인 영민이 문제로 단 한번 남편을 만났는데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떻던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으랴..
남편이 요구하는 대로 하나뿐인 아들을 남편에게 보내고, 아들과 생이별을 하다 보니
몇 달간을 살아갈 의욕도 없이 죽은 사람처럼 지냈었다.
그런 기억들이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이젠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영민이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내 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기야 맞을 확률보다 아닐 확률이 더 클 것이다.
그 아이가 왜 남편 회사에 취직을 하고 우리 집까지 왔겠는가?
남편이 죽었다면 분명히 자신이 겪었던 일을 아들에게 이야기 했을 텐데 그 아이도
모르지는 않았을 터..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 내 귓가에 지금의 남편인 최 대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어?”
“여보..”
“왜?”
“아까 그 사람.. 당신 회사의 과장이란 사람.. 김 영민이라고 했던가?
꼭 그 사람과 우리 애가 맺어지도록 할 거예요?”
“그게 뭐 어때서? 그 친구는 우리 회사의 복덩이야. H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인데
능력도 대단하고 정말 아까운 친구야. 내게 아들도 없는데 데릴사위처럼 아들로 삼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어.”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면서요? 대충 보니까 집안도 별로 인 것 같고 주로 그런 애들의
성격에 모가 있고 난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아요.”
“요즈음 그 나이에 그만한 친구도 보기 힘들어.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두고 봐.
설마 내가 그만한 안목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알았어요..”
마음은 영 께름칙하지만 더 이상 만류할 이유가 없어 입을 다문다.
또 남편이 아들 이야길 하니까 괜시리 기가 죽는다.
최 대성이하고 살면서 지금의 딸 하나만 낳았을 뿐이다.
물론 드러내놓고 내게 이야길 하지는 않았지만 서운한 감정을 어찌 내게 숨길 수 있으랴..
만에 하나 아까 그 젊은 남자가 내 아들이 맞다면 절대로 딸과는 혼인 시킬 수 없는 일이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파 온다.
내가 지레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가?
내 이름인 혜영이만 해도 전화번호부를 찾아보면 여러 수십 명이 될 것이다.
그래.. 마음을 편하게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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