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벚꽃같은 그녀는..... - 2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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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같은 그녀는.....27






내가 서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집에 도착시까지 40분 남짓 남았을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오윤경이였다. 이 여자가 일요일 저녁에 왜 내게 전화를 하는것인가?


분명 또 내게 치근덕거릴게 뻔하다. 나는 일부러 윤경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때 윤경의 전화를 받지 않은 그 시각에 윤경은 나의 집에 와있었다. 그 사실을 안건 바로 이어 걸려온 희수의 전화 때문이였다.




희수와 윤경 단둘이 나의 집에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얼마나 기겁했는지.... 


희수는 내가 서울에 가고 없는 시각에 어제 두고 온 가방을 가지러 갔고 내가 어제 본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 찬찬히 살피며 읽다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고 한다. 


한참 맛있게 자는데 윤경이 찾아왔다고 했다.


나중에 내가 들은 희수와 윤경의 이야기를 잠시하겠다.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윤경은 희수에게 “어머 얘 너 여기 와있었니?” 하며 마치 희수가 못올데라도 온양... 희수가 내 집에 와있는게 못마땅하다는 양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 아빠집인데 오면 뭐 어때요?” 희수도 지지 않고 윤경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근데 유과정님은 어디가셨니?” 


집안에 희수 혼자뿐임을 안 윤경이 나를 찾는 말투로 물었다고 한다.


“아빤 서울 갔어요.”


“그래? 아유 참... 과장님은 서울에 뭣하러 그리 자주가시나 몰라..... 언제 오신다던?” 




윤경은 내가 서울가고 없는게 안타깝고 아쉬워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그런 윤경이 희수는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아빠가 서울 갔다는데 자기가 뭐가 저렇게 안타깝고 아쉽다고 오도방정일까.... 둘이 뭐 사귀는 사이라도 되나....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희수는 문득 혹 이 여자와 내가 보통 사이가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불쑥 찾아와 늘 오던 집인양, 마치 제 집인양 구는 윤경의 태도가 더욱 그걸 증명하는 듯 했다고 한다. 어제 윤경이 내게 보이던 태도도 예사롭지 않았고....


희수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직감을 했다고 한다. 이 여자와 아빠 사이에 분명 무슨일이 있었을거야... 그리고 이 여자는 아빠를 엄청 좋아하는 눈치야.....


하여튼 희수의 눈치 하나는 알아서 모셔야 한다.




“아줌마 우리 아빠랑 잤어요?‘


희수는 궁금하고 의심스럽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윤경에 물었고 윤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한다. 윤경은 희수의 말에 순간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짓곤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자신을 쳐다보는 희수만 바라봤다고 한다.


“아줌마 우리 아빠랑 잤죠? 그래서 집에까지 찾아오고 이러는거 아니예요?”




“어머 얘.. 얘 말하는 것좀봐. 얘 요즘애들은 다 그러니? 아니면 유독 니가 되바라진거니?”


윤경은 그렇게 말하고 희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희수와 윤경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아무말도 않았다고 한다. 아마 모르긴 해도 두 여자 사이에 불똥이 마구 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얘... 내가 니 아빠랑 자던 안자던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니? 그리고 어떻게 애가 어른한테 그런걸 그렇게 함부로 물어? 너 정말 버릇없구나”


“왜 상관이 없어요? 우리 아빤데... 우리 아빠랑 잔거 맞죠? 우리 아빠랑 섹스했죠?”


“어머어머... 왠일이야.. 이래서 아빠없이 자란 애들은 표가 난다니까 아휴...얘 넌 니 아빠 안닮고 엄마 닮았나보다. 유과장님은 참 젊잖으시고 예의 바르신 분이신데...쯧쯧쯧”




“뭐예요 씨이...?”


희수는 윤경의 아빠없이 자란 애라는 말에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윤경은 희수가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자신을 보며 더 이상 아무말이 없자 씨익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는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고 한다.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이던 윤경이 다리를 꼬으고 안자 그녀의 허벅지가 다 드러났다고 한다.




“얘... 너 거기 좀 앉아봐” 


윤경은 턱으로 쇼파 맞은편 침대를 가르치며 희수에게 명령처럼 말을 했다고 한다. 침대에 걸터앉은 희수는 윤경을 외면한채 씩씩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얘... 근데 니네 엄마는 어떤 사람이니? ”


“그건 알아서 뭐하시게요? 아줌마가 우리 엄마 알아서 뭐하게요?” 


희수는 윤경의 궁금증이 얼토당토 않다는 듯 쏘아붙혔고 희수의 태도에 윤경은 찔끔하며 더 이상 희수 엄마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한다.




“아휴... 우리 유과장님 언제 오시려나?” 


윤경은 쇼파 깊숙이 몸을 묻으며 내 생각을 하는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었다고 한다.


희수는 그런 윤경의 모습이 마치 애인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듯 보였다고 한다.


“아줌마... 아줌마 우리 아빠랑 몇 번 잤어요? 몇 번이나 섹스했어요?”


윤경은 계속대는 희수의 당돌하고 건방진 태도에 너무도 화가나 ‘오냐.. 그래 그렇게도 알고싶다면 얘기해줄게’ 하고 생각하고 희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잘 들으라는 듯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내가 니 아빠랑 잔거 사실이야. 그래 나 니 아빠랑 섹스했어. 몇 번 잤냐구? 몇 번 섹스 했냐구? 글쎄... 같이 잔건 한번인데 섹스는 여러번이였지 아마... ”


윤경은 희수에게 비아냥 거리는듯한 웃음을 날리며 놀리듯 말했다고 한다.


희수는 그 순간 내가 윤경과 잤다는 사실보다 그녀의 태도가 더 기분 나빴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아빠랑 잘려고 왔어요? 우리 아빠랑 섹스하기로 했어요?”


희수는 조금도 기죽거나 당황하지 않은 말투로 윤경을 향해 따지듯 물었고 그런 희수의 태도에 당황한건 윤경이였다고 한다. 윤경의 입장에선 자기보다 한참 어린 소녀에게 조롱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윤경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희수의 말투와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 올라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것인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희수가 아직 어린애라는것도 망각한채... 나와 자신의 위치나 입장도 전혀 생각지 않은채....




“어머 얘... 내가 정우씨랑 뭐 약속까지 해가면서 섹스를 하는 줄 아니? 정우씨랑 나, 우리 둘이 섹스하는데 무슨 약속이 필요해? 그냥 하고싶으면 하는거지... 그걸 뭐 계획하고 약속하고 하니? 섹스란 계획과 약속이 아니라 서로간의 느낌이고 감정인거야... 니가 아직 어려서 그런걸 잘 모르나 본데 너도 이다음에 크면 다 알게 될거야 호호호”




희수는 윤경의 말에 너무도 억울하고 분했다고 한다. 자신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본 적이 없는 나의 이름을 마치 자기것인양 불러대며 자신과 내가 섹스한게 자랑인것처럼 으스대며 얘기하는 꼴이 우습지도 않았다고 한다.


희수가 끓어 오르는 화를 겨우 삭히는데...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일부러 약을 올리려고 그러는건지 윤경이 희수에게 또 기름을 퍼붓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얘... 근데 정우씨 말야 니네 아빠... 정말 대단해.. 얼마나 엄청난지 호호호”


희수는 윤경의 말이 무엇을 뜻하지는 단번에 알아들었고 그렇게 말하는 윤경과 그런 말을 하게끔 만든 내가 너무너무 미웠다고 한다.


온 몸에서 끓어오르는 화에 씩씩거리는 희수를 보며 윤경은 일종의 승리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아무튼 승리의 쐐기를 박는 말을 또 한번 날렸다고 한다.




“근데 정우씨 말야.. 니네 엄마랑은 왕래가 전혀 없지? 니네 엄마는 새 아버지랑 산다고 했던가? 서울 부인하고도 떨어져사는데다 니네 엄마랑도 그게 안되서 그런가... 정우씨 디게 열정적이더라.. 니네 아빠 원래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이니? 아무튼 내가 며칠을 걸음을 제대로 못걷겠더라니까... 호호호”


아... 오윤경이라는 여자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저게 애한테 할 소린가? 다 큰 어른이 돼가지고 애한테 말하는 꼴이라니....




“왜요? 우리 아빠 때문에 아줌마 가랑이가 찢어지기라도 했어요? 그래서 억울하다고 저한테 하소연이라도 하시는거예요?”


“어머... 무슨 저런 애가 다 있어? 아휴.. 싸가지 없기는...”


“뭐예요?”


희수와 윤경의 눈이 또 다시 서로를 뚫을 듯이 쳐다봤고 살기에 가까운 기운이 네 눈동자에 어렸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얘.. 그나저나 정우씨는 언제 온다니?” 


‘저 여자가 이제 아예 대놓고 정우씨 정우씨 그러네’ 희수는 나의 이름이 윤경의 입을 통해 불러지는게 너무도 싫었다고 한다. ‘씨이.. 나도 아직 한번도 안불러 봤는데....’


“궁금하시면 직접 전화해보세요.. ”




윤경은 희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게 전화를 걸었고 그때 걸려온 전화를 내가 받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전화를 안받자 윤경이 전화를 안받는다며 투덜거렸을 것이고 화가 잔뜩 난 희수가 내게 다시 전화를 건 것이다.




나는 발신자 번호를 통해 희수라는 걸 알았기에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말을 했다.


“어..희수야 아빠 이제 다와가.. 30분정도면 도착할거야.. 우리 희수 배고프지? 아빠랑 저녁먹자” 


그런데 전화기 저쪽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여보세요? 희수야?”


나는 혹시 전화가 끊긴건가 싶어 휴대폰 액정을 확인해보았지만 통화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희수야?”


나는 다시한번 크게 희수를 불렀다.


“여보세요.. 유과장님!?”




헉...아니 이 여자가 어떻게...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전화는 분명 내 집 전화인데.. 왜 어째서 이 여자가....?


“여보세요?” 나는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상대방을 확인했다.


“과장님 저 윤경이예요 저 지금 과장님댁이예요”




헉... 이런.... 아니 이 여자가 정말 미쳤나....왜 집까지 찾아왔지!?


“아니 윤경씨가 어떻게 거기 있어요? 우리 희수는요?”


“어머 과장님은 어떻게 오긴요 과장님 보고싶어서 왔죠. 그리고 희수 학생이 문열어줘서 들어왔구요. 호호호”


“아.. 알았어요 지금 운전중이라 긴 통화 못하겠네요..그럼”


나는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전화를 황급히 끊어버렸다.




아니 저 여자가 왜 내 집에 와있냐고... 더구나 지금 희수랑 단둘이서.... 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눈치 빠른 희수가 무슨 낌새라도 알아채는 날엔....


나는 자동차의 속력을 더욱 올렸다.


내가 집안으로 들어갔을때... 집안은 냉기가 감돌았다.


희수는 팔짱을 낀채 들어오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윤경은 쇼파에 앉았다 내가 오자 반갑게 일어나 내게와 팔짱을 꼈다.


나는 윤경의 팔짱을 빼고 희수 앞으로 다가가 희수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희수야... 아빠 많이 기다렸지?”


나의 물음에 희수는 몸을 획 돌려버린다. 이런 젠장... 화가 잔뜩 나있네.


“희수야 배고프지? 아빠가 호두과자 사왔는데 좀 먹을래?”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희수를 생각하며 산 호두과자 한 상자를 희수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희수는 아무 반응이 없고 윤경이 대뜸 “어머.. 이거 휴게소에서 사신거죠? 저 이거 디게 좋아하는데...호호호 안그래도 배고팠는데 잘됐네요” 하며 잽싸게 상자를 가로채 가버렷다.




에이씨...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르려했다.


“아니 윤경씨는 여기 왜 와있어요?”


나는 윤경이 불청객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물었다. 그런데 나의 기분을 알기나 하는건지 윤경은 내 말엔 대답도 않고 호두과자를 맛있게 먹으면서 “과장님 이거 좀 드세요.. 참 맛있어요” 하며 내 입에 호두과자를 가져다 댔다.


나는 그 과자를 윤경의 입에 쳐넣듯이 밀어넣어주곤 “윤경씨나 많이 먹어요” 하고 희수의 옆으로가 앉았다. 내가 옆에 앉자 희수는 몸을 더 돌려 아예 내게 등을 보이고 앉아버렸다.




“희수야 배 안고프니? 집에 밥 없을텐데... 우리 뭐 시켜먹을까? 아니면 나가서 맛있는거 사먹고 올까? 응?” 나는 희수의 무릎 앞으로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희수는 눈물이 글썽이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분명 뭔가 알고 있는 눈치다. 그렇지 않고서야 희수가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다. 




“어머 과장님.. 그래요 우리 나가서 맛있는거 사먹어요. 제가 쏠게요. 오늘밤도 우리 황홀한 밤을 보내요 호호호”


아... 저 눈치없는 여자를 봤나. 대체 저런 멘트를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날릴 수가 있지? 


윤경의 말이 끝나자 희수는 내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저 아줌마랑 잤다며? 오늘도 저 아줌마랑 잘거라며? 내가 비켜줘? 나 가고나면 둘이서 섹스할거야?” 


희수는 화를 내며 내게 말했지만 그녀의 눈엔 슬픔이 가득 고여있었다. 분명 상처 받았을 것이다. 대체 저 오윤경이라는 여자가 이 아이한테 뭐라고 지껄인것이란 말인가!?


나는 고개를 돌려 윤경을 매섭게 쏘아봤다. 내가 쏘아보자 윤경은 내 눈을 피해버리며 호두과자를 주섬주섬 주워먹고 있었다.


아...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난감하고 난처하기 짝이 없네 그래...




“희.. 희수야...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그런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나는 일단 시치미를 뚝 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말투로 희수를 달래기 시작했다.


“뭐가 말같지 않은 소리야? 저 아줌마가 아빠랑 잤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단 말이야. 같이 잔건 한번인데 섹스한건 여러번이라구...씨이 이거놔” 


희수는 그렇게 말하고 또 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곤 가방을 울러메고 집을 나가려 하는게 아닌가...




나는 희수 앞을 가로막아 서며 “희수야... 아빠가 다 설명할게.. 아빠 말 듣고 가 응? 그리고 밥은 먹고 가야지... 밥 먹고 아빠가 데려다 줄게 응?” 


내가 가로막고 못가게 하자 희수는 가방을 풀어 휙 아무데나 던져버리고 침대에 풀썩 주저 앉았다.


"윤경씨.. 윤경씬 그만 좀 가줘요..“


나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윤경에게 말했다. 제발 좀 가주길 바라며....




“어머 과장님 이러시는 법이 어딨어요? 기껏 과장님 보러 온 손님한테... 저녁 드시러 가신다면서 그럼 저녁이나 같이 먹어요. 저녁먹고 갈게요 네?” 하며 또 내곁으로 다가와 내 팔짱을 끼는게 아닌가. 그녀의 큰 가슴이 내 팔에 닿아 물컹거리도록 꽉 .....


희수가 우리 둘을 쳐다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윤경씨이!!” 


나는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윤경과 희수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희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희수야... 희수야 어디가?” 나는 당황하며 급히 그녀 곁으로 가 물었다.


“밥 먹으러 가자며!?”


“어..그.. 그래... 가자.. 밥먹어야지”


나는 키홀더를 챙겨들고 윤경이 따라 오던지 말던지 상관않고 희수와 함께 나와버렸다.




그런데 내가 차에 올라타 키를 꽂아 시동을 걸려는데 희수가 내 옆자리에 안타고 뒷좌석에 타버렸다.


“희수야 이리와... 아빠 옆에 타. 왜 거기가서 앉아?!” 


나는 희수가 내 옆에 앉지않는게 못내 섭섭했고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희수는 끝내 내 옆자리에 타지 않았고 희수가 타기만을 간절히 바란 내 옆자리엔 주책스런 윤경이 떡 올라타 버렸다.




“희수야 뭐 먹고싶니? 뭐 먹으러갈까?”


나는 차를 출발시키며 희수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아무데나....” 


희수는 내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눈이라도 좀 맞춰주고 얘기하지... 


에휴 연애하기 참 힘들다. 




나는 이 도시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한정식 집으로 차를 몰았다.


한정식 집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자리에 앉았는데 내 옆자리에 대뜸 윤경이 앉는게 아닌가?!


나는 순간 희수를 쳐다봤다. 희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윤경을 쳐다보더니 이내 나를 쏘아봤다. 희수의 눈빛에 나는 움찔하며 윤경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음식이 나왔고 나는 희수에게 이것 저것 챙겨주며 먹으라고 계속 말했다. 


“희수야 이것 좀 먹어봐... 희수야 그건 아빠가 까줄게 이리줘봐.... 희수야 아빠가 이거 싸줄게 먹어봐 자”


윤경은 내가 희수에게 하는걸 보고 깜짝깜짝 놀라며 시종일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수는 내가 윤경이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온갖 정성과 애정을 기울이자 우쭐한지 내가 주는대로 윤경이 보라는 듯 잘 받아먹었다.




“정우씨 저도 좀 싸주세요..네?” 


윤경이 내가 희수에게 하는게 질투가 났는지 내게 아양을 떨며 말했다.


정우씨?? 아니 이 여자가....


희수는 윤경이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말을하자 다시 눈을 치켜뜨고 불만을 역력히 드러냈다. 이럴 땐 희수의 편을 들어주는게 좋겠지....




“아니 윤경씨 제가 윤경씨 애인이라도 되요? 남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게?”


나는 희수에게 보라는 듯 일부러 더 정색을 하며 그렇게 말했다.


“어머.. 과장님두 그럼 애인이죠 애인 아니예요? 하룻밤 만리장성을 몇 번이나 쌓은 사인데... 우린 이미 남이 아니죠 호호호”


헉... 내가 정말 제 명에 못살고 죽지. 




순간 희수가 기분 나쁘다는 듯 숟가락을 탁 소리나게 놓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희수야 왜 일어나?”


나는 그녀가 기분나빠 가겠다는 것인줄 알고 그녀를 따라 엉거주춤 일어나며 물었다.


“화장실 갈거야” 


그녀가 집에 가겠다는 것이 아님을 알고 나는 한숨 돌렸다.


“그래? 아빠가 따라가줘?”


나의 말에 윤경이 입을 쩍 벌리고 놀라며 쳐다봤다.


“됐어..” 


희수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횡하니 나가버렸다.




“어머.. 과장님.. 그러시면 안돼요.. 그동안 같이 안살고 정 못줘서 안타깝고 안쓰러워 하시는건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다고 그렇게 따님한테 쩔쩔매시면서 오냐오냐 공주 받들 듯 그러시면 안되죠. 그럼 희수 학생 버릇 나빠져요”


“공주가 아니라 여왕 받들 듯 해도 모자라요.. 그러니 신경 끄세요”


“어머 과장님... 이제 보니까 희수학생 버릇 나쁘고 당돌한거 다 과장님 탓인거 같네요. 과장님이 그렇게 만드신거네요 뭐”


윤경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너는 씨불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며 음식만 주섬주섬 먹었다. 


“과장님.. 과장님이 희수 학생 평생 데리고 사실 것도 아닌데...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하고 시댁에서 욕 안먹을려면 지금부터 착실하게 가르치셔야 해요”




아니 이 여자가 지금 누굴 훈계하는거야?


그리고 누굴 누구한테 시집을 보내? 희수를 딴 놈한테 보낸단 말이야?


말도 안되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소리...


“내가 평생 데리고 살거예요.. 딴 놈한테 안줘요.. 못줘요...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랑 말아요.”


나는 윤경에게 못을 박듯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희수를 어떻게 딴 놈한테 보낸단 말인가... 


딴 놈이 희수 몸위에서 헐떡이는 꼴을 내가 어떻게 봐!? 


희수가 딴 놈 배 밑에 깔려서 숨가쁜 소리를 내는걸 내가 어떻게 견디냐구?


씨팔.... 생각만해도 속에 열천불이 올라오네...


희수 몸 위에서 헐떡일 수 있는 놈은 이 세상에 나 하나 뿐이야. 


희수가 열에 들뜬 숨가쁜 소리를 내는 것도 오직 내 배 밑에서 뿐이라고.... 




나는 윤경에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에게 이런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는것도.... 희수에게 그런 어처구니 말을 해댄것도 화가 나 미칠지경이였다.


“윤경씨.. 윤경씬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애한테 그런 말을 한거에요? 아니 애한테 우리 얘기를 뭐하러 해요? 네?”


나는 윤경에게 화를 내며 따지듯 물었다.


“어머 과장님... 제가 뭐 얘기하고 싶어 한 줄 아세요... 희수 학생이 하도 물어대니까 어쩔 수 없이 얘기한거라구요.. 그리고 희수 학생이 벌써 다 알고 묻던데요 뭘...”


윤경은 내가 화를내며 자신을 닦달하지 섭섭하다는 듯 그렇게 말을했다.




“아니.. 애가 그렇게 묻는다고 그런 얘길해요? 애한테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윤경씬 그런 생각도 없어요?”


나는 윤경이 너무 한심스럽고 답답했다.


“어머 과장님 듣고보니 참 기분 나쁘네요.. 제가 뭐 없는 말을 지어내서 했어요? 그리고 제가 먼저 얘기한것도 아니고 희수 학생이 먼저 알고 꼬치꼬치 따져 묻는걸 난덜 어떡해요? 과장님 입장만 난처하신 줄 아세요? 저도 챙피해요”


윤경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아이고 윤경씨... 내가 지금 내 입장 난처하다고 이래요? 나랑 윤경씨 입장이나 기분 같은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중요한건 희수라고요. 당차고 강해보여도 아직 애는 애예요. 이제 겨우 일곱 살이라고... 애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야죠”


나는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여자가 아닌가...




“아휴.... 걱정마세요 과장님. 희수 학생 상처 안받아요.”


“아니 윤경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 애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어요?”


“희수 학생 그런 일로 상처 받을 애 같지 않아서 그래요.. 아까 저한테 뭐라 그랬는줄 아세요? 참 기가막혀서... 어리다고요? 애라고요? 천만에 말씀이예요..”


윤경은 너무도 당당히 똑부러지는 소리로 말을 했다. 




“아니 희수가 뭐랬길래 그래요? 대체 걔가 윤경씨한테 뭐랬는데요?” 내가 윤경에게 따지고 묻는데 희수가 들어왔다. 나는 말을 딱 멈춰버렸다.


“희수 학생이 직접 얘기해봐요.. 아까 나한테 뭐라 그랬는지... 나에게 대끔 첫마디 내뱉은게 뭐였는지...”


나는 윤경을 획 쏘아보았다. 하지만 윤경은 나의 시선엔 아랑곳없이 희수를 노려보며 씩씩대고 있었다.




“관둬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 희수도 얼른 먹어”


나는 윤경에겐 쌀쌀맞게 말했지만 희수에겐 다정하게 말했다. 그런 나의 태도에 윤경이 더 기분 나빴는지 나를 잔뜩 쏘아봤다.


“아빠랑 잤냐구.... 아빠랑 섹스했냐구 물었어”


희수는 대수롭지않게 말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한동안 희수를 빤히 쳐다봤지만 희수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그냥 아무말없이 나도 다시 음식을 먹었다.




“어머..무슨 여자애가 부끄러운것도 모르고 수치스러운것도 모르니 그래? 아빠 앞에서 말하는 꼴하고는....”


희수가 분하다는 듯 울먹울먹하며 윤경을 째려봤다. 윤경 역시 한치의 양보도없이 매섭게 희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희수야 됐어 밥먹자..얼른”




나는 희수를 다독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희수를 나무라지도않고 변함없는 태도를 보이자 윤경이 어이없는 듯 ‘허어’ 하며 헛웃음 내뱉었다.


“얘.. 니가 한말 다 해... 그리고 또 니가 뭐라 그랬어? 니 아빠있는데서 어디 말해보라고”


“윤경씨 그만해요!! 됐어요 됐다고... 알았어.. 알아들었다구...”


나의 신경질적인 말에 윤경이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윤경에게서 눈을 돌려버렸다.




“아빠 때문에 아줌마 가랑이가 찢어졌냐구... 아빠 고추가 저 아줌마 가랑이를 찢어졌냐구 했어..”


희수가 신경적으로 말했다.


“저것보세요.. 과장님 따님이 저런 애예요..저게 어디 어린 여자애가 지 아빠 손님한테 할 소리냐구요.. 눈 똑바로 치켜뜨고 얼굴 색 하나 붉히지 않으면서 저 말을 하는데...아휴”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희수를 쳐다봤다. 분명 희수가 그런 얘길 했을 땐 뭔가 이유가 있었을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진 않았으리라.




“아줌마가... 아줌마도 나한테 그랬잖아요. 아빠없이 자라서 그러냐구.. 아빠없는 애들이 저래서 표가 난다구 흑흑..”


희수는 끝내 눈물을 뚝뚝뚝 흘리며 울고 말았다.




아.. 희수의 눈물이 내 가슴에 흘러내린다. 그녀의 눈물로 내 가슴이 온통 슬픔에 젖어들었다.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겐 아빠없이 자라 그렇다는 소리가 가장 가슴 아픈 소리고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이다. 희수 역시 예외는 아닐터...


나는 윤경을 돌아보며 매섭게 말했다.




“윤경씨.. 희수한테 그랬어요? 아빠없이 자라서 그렇다고.. 그런말 했어요?” 


나의 매서운 말투에 윤경은 찔끔하며 겁을 먹은 듯 했다.


“얘가 왜 아빠가 없어요? 내가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 내가 쟤 아빠고 쟤 삼촌이고 쟤 오빠야... 내가 다해.. 알았어요? 빨리 사과해요... 희수한테 사과해요”


윤경은 나의 말에 잔뜩 긴장하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그...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다.. 미안해”


희수는 여전히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희수 일어나... 가자”


나는 희수의 손을 잡고 끌다시피 나왔다. 윤경이야 오던말던 내 알바 아니였다.


나는 계산을 하고 희수를 조수석에 태우고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희수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없이 울어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묵묵히 우는 그녀를 쳐다 보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희수를 침대에 앉히고 몸이 바스러지도록 꼬옥 안았다.




“으아아앙.....엉엉엉.... ”


희수는 내 품에 안겨 서럽게... 너무 서럽게... 그리고 너무 가슴 아프게 울고 또 울었다.


우는 그녀를 안은 나도 눈물을 흘리며 함께 울었다.


울지마... 제발... 니가 울면 난 죽는다.. 


희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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