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하여 - 19부
본문
많이 뜸했네요..
조금 더 글을 써서 올리고 싶었지만, 급한 마음에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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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신도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이 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고향인 M시 인근
해안가의 대단위 위락시설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나간다.
내 전권으로 각 부서별로 필요한 인원을 차출해 전담 팀을 만들어서 내 직속으로 둔다.
물론 그 동안 각 부서에서 능력이 있고 내 사람이라고 눈여겨 보아온 사람들로 팀원을
구성하고, 이 일이 정식으로 발표될 때까지는 사장과 상무, 나 그리고 팀원만이 알도록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 한 사람, 부산의 신도시 공사 총 책임자인 박 부장님을 기술 자문역으로 한다.
위락시설 예정지로 파악되는 곳에 인원을 보내 사전답사를 하고 공사를 시작했을 때의
기술적인 문제나 시공상 문제가 발생될 소지는 없는지 검토를 하고
레이아웃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잠정적으로 결정을 한다.
종합 레져타운으로 방향을 정하고 해양 박물관을 조성하고 미국의 디즈니랜드 같은 대규모
놀이 공원도 조성을 하는 것으로 안을 잡는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신도시 공사와 병행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조직 개편문제
와 자금문제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검토를 하고 초안을 잡는다.
하루는 오전에 사장이 나를 찾는다.
사장실로 들어서니 사장이 나를 반긴다.
“김 실장, 어서 오게. 거기 소파로 가서 좀 앉지.”
사장과 내가 소파에 마주 앉는다.
업무시간 중에 사장과 독대를 하는 경우는 없는데, 오늘은 상무나 다른 사람이 배석하지
않고 사장과 단 둘이 마주 한다.
비서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들어 온다.
“자, 커피 들면서 이야기나 좀 하세나. 요즘 그 건 준비하느라 바쁘지?”
“예, 아무래도 대규모 공사이다 보니 여러가지로 검토할 게 많습니다.”
“자네가 직접 챙기는 일이니 확실할 것이고.. 요즈음 현주는 가끔 만나는가?”
현주라면 사장 딸이다.
“제가 좀 바쁘다 보니 만나는 게 뜸한 편입니다.”
“이 사람아, 일도 좋지만, 자네 나이도 있는데 결혼도 서둘러야지?
그래서 이야기인데 조만간에 자네와 우리 딸의 약혼식을 올리려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약혼을 말입니까?”
“왜? 그 동안 자네가 우리 현주를 만나면서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을 터인데..”
“물론 현주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너무 갑작스런 말씀이라서..”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길게 끌 필요가 뭐 있는가?
이제 현주도 학교를 졸업한 지가 이년이 넘었는데, 그냥 하는 일없이 집에서 소일하는
것도 그렇고, 자네도 큰 일을 하려면 가정을 빨리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자네 모친이 계시다고 했지?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자리를 마련해서 서로
상견례를 갖도록 하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고 우리 집에서 저녁식사나 같이 하도록 하지.
그 동안 자네가 내 집에 발걸음한 게 뜸했어.
아무리 일이 바빠도 자주 들리도록 하게. 이제 자네는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식이라니? 하늘아래 같이 할 수 없는 원수이거늘..
하루빨리 되돌려 주어야 한다. 좀 더 시간을 앞당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장실을 나와 내 자리에 돌아와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알았지만, 막상 사장 입에서 약혼 이야기가 나오니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장 딸이면 나와는 씨 다른 동생이다.
아버지는 달라도 한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닌가?
물론 사장 마누라를 내 어머니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절대로 사장 딸과 결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 내 상황에서 결혼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가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차일 피일 미룰 수도 없고..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장의 예비사위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을 해야 한다.
일단 약혼부터 하자. 그리고, 결혼은 최대한 미루도록 하고…
그런데, 사장이 내 어머니와 상견례 자리를 가지자고 하는데 혹시 어머니를 알아보지
않을까?
만에 하나 그렇다면 낭패다.
한번 의심을 하게 되면 내 뒷조사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사장 부인의 전 남편
소생이라는 게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일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퇴근 시간이 되고 사장에게서 인터폰이 온다.
“김 실장, 지금 퇴근하려고 하는데 내 차를 타고 같이 가지? 지금 바로 나오게.”
“알았습니다.”
사장 차를 같이 타고 사장의 집으로 간다.
처음 사장 집에 다녀가고 난 후로 네댓 번 정도 더 사장 집에 들렸었다.
나를 대하는 생모의 태도가 아직 부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혹시라도 내가 누구인지 눈치를 챈 게 아닐까?
그렇다고 확증도 없이 밝히지는 못할 것이다.
만일 심증이 선다 해도 무어라고 할 것인가?
생모를 볼 때마다 아버님의 과거가 생각이 나서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지지만
억지로 눌러 참는다.
참지 못하면 다 되어가는 밥에 모래를 뿌리는 일이 되는 것을..
이윽고 사장 집에 도착하여 같이 식탁에 둘러 앉는다.
사장이 식사를 하면서 말을 꺼낸다.
“아까 회사에서 김 실장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현주와 김 실장의 약혼식을 빨리
올려야 되겠어.
김 실장이 앞으로 큰 일을 하려면 내조도 필요할 것이고.. 현주도 집에서 소일하기 보다
장래 남편 될 사람에게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게 좋을 것 같고..”
사장 딸이 식사를 하다 말고 얼굴을 붉힌다.
“아빠는..”
“왜 싫어?”
“몰라요.”
“녀석, 싫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생모가 말을 꺼낸다.
“벌써 약혼식을 올리려고요?”
“뭐가 벌써야? 김 실장과 현주가 만난 지가 이년이 다 되어 가는데?
김 실장 나이가 올해 서른이지?”
내가 대답을 한다.
“예, 올해 서른입니다.”
생모가 다시 말을 한다.
“아직 김 실장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많지 않고.. 사돈 될 사람도 한번 만나 봐야
되지 않아요?”
사장이 대답을 한다.
“아까 김 실장에게 말을 했어.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자리를 만들어 보자구.”
식사를 끝내고 소파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신다.
생모가 내게 묻는다.
“김 실장 생각은 어때요? 바로 약혼식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사장이 끼어든다.
“당신은 언제까지 김 실장에게 말을 높일 거야? 이제 사위가 될 사람에게..”
“치츰 그렇게 할게요.”
내가 생모에게 대답을 한다.
“먼저 어머님께 말씀 드려야 되겠지만, 약혼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생모가 다시 묻는다.
“그럼, 약혼식을 올리고 결혼은 언제쯤 생각해요?”
사장이 다시 끼어든다.
“길게 잡을 것 없이 약혼식을 올리고 나서 적당한 날을 정해 결혼식을 올리면 되지.”
내가 대답을 한다.
“결혼식은 지금 진행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나서 했으면 좋겠읍니다만..”
사장이 말한다.
“그 일을 마무리 지으려면 시일이 좀 걸릴 테데..”
“그래도 그 일을 마무리 짓고 결혼식을 올리면 제가 좀 떳떳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결혼과 그 일의 성사와는 관계가 없네.
일이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단지 일에 대한 열정이 중요해..
내가 김 실장에게 그런 점을 높이 사지만..”
“그럼, 시간도 됐고 이만 일어서야 되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장이 아쉬운 듯 말한다.
“자네 차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오늘 나와 같이 술 한잔 하지?”
“아닙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정리할 일도 좀 있고, 다음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에 매달리는 것도 좋지만, 조금 여유도 가지면서 살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생모가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장이 생모를 보고 말한다.
“당신은 왜 자리에서 일어서?”
“김 실장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대문까지만 바래다 주고 올게요.”
“여기서 이야기하면 될 것을..”
나와 생모가 마당을 가로질러 같이 걷는다.
“김 실장,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내 딸을 사랑해요?”
“….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아니고?”
“………………………..”:
“김 실장은 내가 아는 누군가와 닮은 것 같아요.”
“누구랑 닮았는데요?”
“예전에 내가 알던 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아마 지금 김 실장과 나이가 같을 거예요.
이름도 똑 같고..”
“그 사람의 이름도 김 영민이었어요?”
“그래요. 김 실장을 보면 그 아이가 생각이 나서..”
생모의 얼굴에 회한이 서린다.
“누구냐고 여쭤보면 안될까요?”
“글쎄..”
“사연이 있나 보죠?”
“그보다 만약에 김 실장과 내 딸이 결혼을 한다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좋겠지요..”
“잘 가요. 그리고, 한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요.”
“알았습니다.”
혜영은 저녁에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인다.
남편은 벌써 코를 골고 잠에 깊이 빠져 있다.
딸과 김 실장을 결혼시켜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남편이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다면 일이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가 못하다.
혹시라도 그 아이라면 절대로 결혼을 시킬 수가 없다.
내 배에서 나온 두 자식을 결혼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설마 그 아이가 아니겠지..
아까 김 실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현주를 사랑하느냐고 물어 보았지만,
똑 부러지게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좋은 여자라고만 말을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내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김 실장이 누군가를 닮았다고 하니까
내게 말을 하면서 관심을 보였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영 마음에 걸린다.
눈에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주 차가운 눈빛이었다.
김 실장 말마따나 약혼식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결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찬찬히 알아보고 생각을 해봐야 되겠다.
영민이는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린다.
“저.. 어머니.”
“왜?”
“사장이 나와 사장 딸의 약혼식을 올리자고 말을 꺼내더군요.”
“설마, 그 아이랑 결혼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요. 하지만, 약혼식은 올려야 할 것 같아요.”
“결혼도 하지 않을 거면서 약혼은 왜 해?”
“제가 일을 이룰 때까지는 사장의 장래 사윗감이라는 지위가 필요해요.”
“그렇다고 약혼을 해놓고 언제까지 결혼을 미룰 수는 없잖아?”
“그 전에 일의 결말을 봐야지요.”
“지금 와서 내가 말린다고 될 일은 아니고 네가 잘 알아서 하려무나.
난 네가 그 사람들에게 위해라도 당할까봐 그게 걱정이다.”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사장이 가족들끼리 상견례를 가지자고 하던데요.”
“약혼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겠지..”
“사장이나 사장 마누라가 어머님을 알아보지 않을까요?”
“네 생모야 나를 본 적이 없으니 상관이 없고.. 사장이야 예전에 내가 젊었을 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지만, 그 때가 약 삼십년 전 일인데 나를 알아보지는 못할 거야.
그 당시에도 나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으니 더욱 그럴 것이고...”
“그럼, 다행이네요.”
영민은 잠자리에 누워 아까 생모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각한다.
아직 생모가 나에 대해 의심을 하는 모양이다.
생모 입장에서야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나이나 이름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그리고, 생모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다.
하루빨리 일의 결말을 보아야 한다.
하루하루가 내게는 아까운 시간들이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사장 딸과의 약혼이 어쩌면 내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가 있을 것이다.
사장이 나를 가깝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충격은 더 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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