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잊기 위해 난 겨울을 ... - 6부
본문
열다섯! "
재희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며 양손으로 엉덩이를 부여잡았다. 문지르거나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고 그저 반사적으로 있는 힘껏 방금 전 아픔이 느껴진 부위를 꽉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재희는 자신이 꺾어온 저 나뭇가지가 이 정도까지 자신에게 아픔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처음 그녀의 생각은 -얼마나 아플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이었다. 진호가 엄청나게 화를 낼 만한 행동을 했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진호가 보여준 것은 미소였고 해준 것은 포옹과 키스였다. 예상치 못한 진호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꼈던 재희는 그 날 이후로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전화를 하거나 그를 만나도 예전의 편안한 기분은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호의 목소리에 쓸쓸함이나 슬픔이 배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때로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아진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호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재희의 생각일 뿐이지만- 원인이 재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 차라리 지난번처럼 벌을 주지... 왜... "
침대에 멍하니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재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오빠... 나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야... "
반면에 진호는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재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을 하면서도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진호는 지금 일종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재희에게 벌을 주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 일이 있었던 날 재희가 무사히 자신의 앞에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호만의 생각이었다. 정말 고맙게도 재희는 진호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재희의 달라진 행동을 보며 그는 차라리 이것이 잘 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재희가 스스로 벌을 청해 온다면 지금까지도 진호를 괴롭히고 있는 자신의 성향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이젠 재희...니가 날 도와줄 차례야... "
재희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진호의 행동이나 재희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재희가 생각한 것은 처음 진호에게 엉덩이를 맞고 나서 그의 품속에서 편안하게 -엄마의 품에 안긴 것 같이- 잠이 들었던 기억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죄책감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희는 아무 망설임 없이 -지금 이 순간 진호의 손에 들려있는 저 회초리를 들고- 진호의 집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수많은 상념들이 그의 본능을 들쑤시며 흥분을 유도하였지만 진호는 한가지 생각만을 하려 애썼다. 그가 생각하기에 재희는 스팽키일 가능성은 있었지만 서브는 아니었다.
" 나를 위한 매가 아니어야 한다. "
진호는 자신의 이런 마음이 충분히 재희에게 전달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진심으로 그녀의 잘못을 꾸짖고 그녀 자신을 괴롭히는 죄책감을 씻어 주려는 마음이 없다면 지금 그가 하는 이 행동은 단순한 유희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진호였다. 만약 진호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면 지금 그의 눈앞에서 유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재희의 모습에 이성의 끈을 놓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일어나야해... "
재희는 엉덩이를 움켜쥔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똑바로 펴고 쓰러지기 전의 자세로 돌아간 재희는 엉덩이에서 손을 떼어 양손으로 무릎을 잡았다. 쉽게 가시지 않는 아픔에 눈물이 흐르고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그런 재희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진호는 다시 회초리를 든 오른손을 어깨위로 들어올렸다.
집으로 들어오는 재희의 손에 들린 회초리를 보는 순간 진호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를 괴롭히던 고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남은 것은 그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었다. 재희의 죄책감을 씻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진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 아악! 열여섯! "
재희는 용케 넘어지지 않고 열여섯번째 매를 견디어 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엉덩이 한가운데를 파고드는 아픔에 중심을 잃긴 했지만 한쪽 발을 겨우 내딛으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껏 구부려진 무릎을 움켜쥐며 엉덩이로 손이 움직이는 것을 참아내었다.
" 안돼... 난 지금 벌을 받고 있는거야... 약해지면 안돼... "
재희는 아픔 따위에 약해지려는 자신을 마음속으로 타이르며 양 발을 가지런히 놓고 무릎을 폈다.
" 아프지만... 오빠도 노력하고 있어... 이건 내 잘못에 대한 벌이야... "
" 열일곱! "
" 오빤 내가 아프면 좋아? "
"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
진호는 삐진듯한 표정으로 묻는 재희에게 대답했다.
" 거짓말! 내 엉덩이를 그렇게 사정없이 때려놓고... 아직도 멍이 남아있단 말야! "
재희는 진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직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짐짓 화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 오빠는... "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진호는 말꼬리를 흐리며 재희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 혹시라도 재희가 나중에...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하면서 슬퍼하는걸 원하지 않아. "
"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
" 난... 재희가 거짓말을 해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것도... 누군가를 아프게 해서 괴로워 하는 것도...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고 누군가를 탓하는 것도 원하지 않아. "
진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 손을 들어 재희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물론... 사소한 일들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칠 만큼 우리 재희가 바보는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알게 모르게 사람을 변화시키거든... 스스로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천천히... "
중간중간 멈추지는 않았지만 재희가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할 만큼의 시간을 주려는 듯 진호는 천천히 설명을 계속했다.
"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것을 깨달을 수 조차 없게 말이야... 마치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지... 깨닫는다고 해도...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어...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고 있지만...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몇 년 뒤에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까? "
" 그...그럴리 없어! "
진호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하듯 대답하는 재희를 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 지금은 그렇게 믿고 있어. 오빠도... 그리고 재희도... "
진호는 손을 뻗어 재희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리고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는 그녀의 손톱을 살펴보았다.
"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믿는다는 건... 한 순간에 이루어 지는게 아니야.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의 말, 행동, 표정... 그리고 분위기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천천히 쌓여가는 것이지... 하지만 그 믿음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야... 한번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불신은... 믿음이란 것을 키운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없앨 수 있는 것이거든... 그날 재희가 숨기는 것을 알면서 그냥 넘어갔다면... 아마 지금도 가끔씩 똑 같은 행동을 했겠지... "
" 그... 그건... "
재희는 진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호는 다시 한번 재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했다.
" 우리... 변하지 말자.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도록... 믿으면서 사랑할 수 있게... "
" 오빠가... 나... 꼭 지켜줘... 변하지 않게... 내가 변해서 오빠 실망시키지 않게... 나... 무서워... "
" 아아아.... 스...스물넷... "
재희는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듯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허벅지에 걸려 있던 속옷은 발목까지 흘러내려가 있었고 허리 위쪽으로 걷어 올려진 스커트 아래로 보기 흉한 붉고 푸른 선들이 이리저리 내달리고 있는 맨 엉덩이가 애처로이 떨고 있었다. 진호는 땀을 비오듯 흘리며 겨우 자세를 잡고 있는 재희의 모습을 보며 당장이라도 회초리를 내던지고 달려가 잡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지금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약해지는 마음을 꾸짖는 듯 힘을 주어 회초리를 움켜쥐었다.
"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
재희가 아직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호는 냉정함을 되찾으려 애쓰며 팔을 뒤쪽으로 한껏 젖혔다가 그녀의 엉덩이 아래쪽을 향해 휘둘렀다.
" 스물다서엇! "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벌을 받겠다는 것이 재희가 진호에게 회초리를 내밀며 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그게 언제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죄책감이 사라질 때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을 뿐이었다.
" 아아아악! "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지르고 양손으로 엉덩이를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호는 들고 있던 회초리를 집어 던지고 급히 재희의 몸을 끌어안았다.
" 재희야! "
" 오... 오빠...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 미워하면 안돼... "
" 이런... 바보... 왜 오빠가 재희를 미워하겠어? "
" 나... 벌 받았으니까... 이제... 용서... 받은거다... 응? "
" 그래... 그래, 다 용서했어. 다 용서했으니까 재희도 오빠한테 미안해 하면 안된다. 알겠지? "
재희는 모든 긴장이 한 순간에 풀려버리는 것을 느끼며 쓰러지듯 진호의 품에 몸을 기대었다.
" 고마워, 오빠. "
" 조금만 참아. "
진호는 찬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재희의 잔뜩 부어 오른 엉덩이를 덮어주며 말했다. 재희는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몸을 떨었지만 욱신거리는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긴장했던 몸에서 힘을 뺐다.
" 많이 아프지? "
재희는 대답대신 베개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그녀의 엉덩이에 덮어두었던 수건을 들어 올리고 손등으로 엉덩이 위를 살짝 쓰다듬었다. 손등으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맷자국이 느껴졌다.
" 아아... "
진호는 재희의 신음에 얼른 손을 떼고 재희의 엉덩이를 쳐다보았다.
" 오빠... "
재희는 한참 동안이나 움직임이 없는 진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그를 부르려 했지만 순간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에 말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아직 화끈거리는 자신의 엉덩이 위로 진호의 숨결이 느껴지는 순간 그 느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던 재희의 얼굴은 그녀의 엉덩이 보다 더 붉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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