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달 - 34부
본문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경숙은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며 걸어갔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괜히 왜 지나가는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그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막 그 사람 앞을 지났을 때였다.
"아주머니!"
"네?"
앞에서부터 신경이 쓰였던 터라 경숙은 화들짝 놀라서
그 남자를 돌아다 봤다.
"치마요!"
그 남자가 경숙의 치마를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했다,
"네?......치마가 뭐요?"
경숙이 자신의 치마를 내려다보니 아까 과외선생 방에서 흘렸던
콜라 자국이 이미 깨끗이 없어진 터라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몰라
그 남자를 다시 쳐다봤다.
"뒤요!....치마 뒤 말이에요!"
경숙이 치맛단을 돌려 뒤쪽을 보니 치맛단이 튿어져서 너덜거렸다.
"어머! 이게 웬 일이야!.....
언제 이렇게 됐어?"
가뜩이나 기분이 언짢아 있는데 치마까지 그 모양이 되고 보니 짜증이 났다.
경숙이 순간 이 일을 어떻게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이리 들어오세요! 제가 손 봐 드릴게요!"
남자가 세탁소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숙에게 손짓을 했다.
경숙은 순간 망설여졌다.
괜히 처음 보는 남자가 오라는 대로 순순히 따라 들어가는 것도 이상해서
어디 가서 옷 핀이라도 사서 여미고 가나
아니면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나
이 생각 저 생각을 머리 속에 굴려봤다.
그 때 그 남자가 다시 나오더니
"그렇게 하고 어딜 가시려고요?.....
제가 금방 고쳐 드릴 테니까 들어오세요!"
"이 남자가 이걸 고쳐주고 얼마나 받으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은 눈앞에 있는 세탁소에 들어가는 게 순리에 맞는 듯이 보였다.
경숙이 세탁소 안으로 들어서면서 대뜸 돈부터 물어봤다.
"아저씨! 이것 고치는데 얼마예요?"
"돈은 무슨....? 내가 아까 드라이크리닝한 치만데 그냥 해 드려야지!"
그 소리에 경숙은 치마에 대한 복잡했던 생각들을 털어 버리고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이 치마 아까 아저씨가 손질하신 거예요?"
"예에!"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하면서 경숙에게 웬 치마를 하나 건네 주었다.
"저 뒤에 방이 있으니까 거기 들어가서 갈아입으세요!"
경숙은 그제야 자신이 또 치마를 벗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경숙은 세탁소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
경숙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남자가 재촉을 했다.
"아 얼른 가서 갈아입으세요!"
경숙은 하는 수 없이 그 남자가 가리키는 방으로 들어갔다.
얼른 치마를 갈아입었는데 남자가 준 치마의 허리가 너무 컸다.
한 손으로 치마허리를 여미어 쥐고 벗은 치마를 들고 나와 남자에게 건네줬다..
경숙은 남자가 권하는 의자에 앉아서 남자가 바느질하는 것을 구경했다,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시침질을 하는데 여자인 자신보다 더 바느질을 잘하는 것 같았다.
경숙이 곁눈질로 남자를 살펴보니 남자의 나이가 40 중반은 되어 보였다.
키는 처음 볼 때부터 크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체격은 좀 마른 편이었다.
남자는 바느질을 다 마치더니 치마 밖으로 혹 꿰맨 자국이 보이는지
꼼꼼히 확인까지 한 후에 경숙에게 치마를 돌려주었다.
경숙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치마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먼저 입고 있던 치마를 벗었을 때였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방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맛!...뭐예요?"
경숙이 놀라서 갈아입으려던 치마로 앞을 가리며 쪼그리고 앉았다.
남자가 볼 수도 없는 앞은 가렸지만
정작 남자가 있는 뒤쪽은 팬티 바람의 엉덩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 뒤의 일이었다.
경숙은 얼른 치마를 뒤로 돌려 엉덩이를 가렸다.
"아저씨! 빨리 문 닫으세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경숙이 날카롭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전혀 문 닫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경숙이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유! 아저씨! 왜 그래요?.......
여자 옷 갈아입는데 왜 문은 열고 그러세요?
.............. 빨리 문 좀 닫으세요! 네?"
이번에는 경숙이 달래듯 사정하듯 목소리를 좀 누그러뜨렸다.
문 닫는 소리가 났다.
경숙은 안심하고 뒤를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남자가 방안에 들어서 있었다.
""어맛! 아저씨!.....방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왜 이러세요? 네?"
남자는 말없이 발을 옮겨 경숙의 앞쪽으로 왔다.
남자가 걷는 방향을 따라 경숙은 치마를 돌려가며 자신의 아래를 가리려고 했다.
이상하게도 낯선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하는데도
경숙은 강간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따위의 걱정이나 염려는 전혀 없었다.
단지 남자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궁금해서 불안하고
팬티만 입고 있는 자신의 앞에 남자가 있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 동안의 남자 편력이 경숙을 이처럼 담대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남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서인지 경숙 자신도 모르는 일이지만
경숙은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도 겁이 나질 않았다.
남자가 경숙의 앞으로 오더니 경숙 앞에 마주 쪼그려 앉았다.
그러더니 경숙의 양어깨를 손으로 잡고는 입을 열었다.
"아줌마! 참 미인이시네! ......히프도 이쁘구!"
"하이 참!.....기가 막혀서!.......
고마우신 말씀이긴 한데요......
그렇다고 저한테 이렇게 막 하시면 안 돼죠!"
"막 하긴 내가 뭘 막 해요?"
"..아니! 여자가 옷 갈아입는데 이렇게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는 게 막 하는 거지........
아저씨가 날 우습게 보고 막 대하는 거 아니에요?"
"..........아까 그 젊은 학생하고도 이러구 있었을 거 아니요?
젊은 놈은 되고 나는 나이 먹어서 안 된다는 말이요?"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누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예요?"
경숙은 큰 소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뜨끔했다.
"왜? ...내가 못할 소리했수?......
이 치마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이 방문 처닫고 뭘 하셨는데?"
남자가 마치 본 듯이 얘기를 하자 경숙은 할 말이 궁해졌다.
"...........하긴 뭘 해요?....이 양반이 정말...!"
경숙은 아까 과외선생과의 일이 생각나 더럭 짜증이 났다.
경숙은 남자하고 더 이상 말싸움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
남자가 보던 말던 치마를 갈아입고 갈 생각으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자 남자가 경숙의 양어깨를 뒤로 살짝 밀었다.
"어머머!"
경숙은 엉덩이가 방바닥에 닿으면서 몸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양손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그 바람에 앞을 가렸던 치마는 손에서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가랑이 사이를 벌리고 남자에게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어이구!... 밑에 손수건까지 댄 것을 보니까
꽤나 질펀했던 모양이네!"
경숙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힐끔 내려다보니
팬티 가랑이 양쪽으로 분홍색 손수건이 나와 있었다.
경숙은 얼른 다리 사이를 오므렸다.
"아니! 이 아저씨가?.........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고 그래요?
그 말이 나오자 남자는 오히려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뭘 아냐구?.......
글쎄!,,,,다른 건 몰라도 아줌마가 자기 딸 과외 해주는 대학생하고
오늘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지!"
남자가 경숙에게 이토록 여유를 부리고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낮에 과외선생이 여자 치마를 들고 세탁소로 찾아 왔을 때였다.
이 동네에서 20년 가까이 세탁소를 하면서 누구네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꿰고 지내는 세탁소 주인으로서는
연주네 집에서 혼자 하숙하는 대학생이 치마를 들고 온 것이 의외였다.
"애인꺼야?"
"아니요!.....과외하는 학생 엄마 껀데요.... 제가 실수로 콜라를 흘려서요!"
"그래?......."
"아저씨! 이거 빨리 돼요?"
"이거?....빨리 안 돼지! 기계로 돌려야 되고 하는데!"
"이것 참!......빨리 해서 갖고 가야 돼는 데!
아저씨! 빨리 안 돼요?"
"아! 이 사람아! 뭘 빨리 해서 갖고 가? ...시간 오래 걸린다니까!"
"...그 아줌마 지금 벗고 기다리는데!"
과외선생도 무심코 그 말을 뱉은 후에야 경숙이 자신의 방에서 팬티 바람으로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의식했다.
"여자가 벗고 있어?..
아! 그럼 잘 됐네!.....
남자 혼자 사는 방에 여자가 치마 벗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서 둘이 재미 좀 보다 오면 되겠네!"
"네?......에이! 아저씨는.........!"
"에이!는 뭐가 에이야? 이 사람아!........."
"제가 가르치는 학생 엄마인데 재미는 무슨 재미를 봐요?"
"나 참! 이 사람이 뭘 모르는구만!.....
여자는 남의 여자 훔쳐먹는 재미가 으뜸이라는 걸 몰라?"
"하하!,,,그래도 그렇지!......
그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가요?"
"그러니까..... 기회를 보다가 쓱 덮쳐야지!"
"덮쳐요?...그건 강간이잖아요?"
"강간은 무슨 얼어죽을?........
남자 맛 다 아는 여자들한테 강간이 어딨어?
괜히 처음에는 반항하는 척 하다가 나중에는 다 벌려주게 돼 있는 거야!"
"에이! 그래도,,,,,,,,,,,!"
"참! 이 사람이 나이 먹은 사람 말 안 믿네!........
다 경험해보고 해주는 말이니까 내 말대로 어서 가서 재미보고
이따가 한 시간 반쯤 지나서 다시 와!"
"................................."
좁은 세탁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거치적거리고 신경 쓰여 쫓아 보낼 생각에
농담 반으로 시작한 얘긴데 자기 말에 흔들리는 대학생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근데 어떤 여자는 정말 혀 깨무는 여자도 있으니까 그런 여자는 조심하구!....하하하!"
과외선생은 얼굴이 벌개져서 머뭇거리더니 그럼 이따가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대학생을 돌려보내고 나니까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대학생이 자기 말대로
그 학생엄마라는 여자를 덮쳤다가 무슨 일이라도 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실 세탁소 남자는 자신이 대학생에게 한 말이 모두 헛소리와 농담만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한 얘기도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 맛을 아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집요하게 달려들면
결국 아래를 벌려준다는 얘기 같은 것이다.
세탁소 남자는 군대에서 배운 세탁소 일을 바탕으로 남의 밑에서 세탁 일을 하다가
이 동네에 들어와서 세탁소를 열고 중매로 결혼까지 하였다.
한동안은 신혼 재미와 돈버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결혼 생활 10년이 다 되도록 부부 사이에 애가 안 생기자 점차 사는 게 심드렁해졌다.
세탁소도 한 자리에서 10년이 넘게 하다보니 수입 면에서 안정은 되었지만
일에 이력이 나니까 전처럼 열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때마침 세탁 일을 배우겠다는 사람까지 들어와 일을 맡기다 보니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겨 건들거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춤바람이 들었다.
여차하면 낮에 가게를 비우고 춤을 배우러 다니다가
비밀 댄스장 같은 곳을 드나들게 되면서부터는 가게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아내와 일을 배우겠다고 들어왔던 젊은 놈과 눈이 맞아
같이 도망을 쳐버렸다.
아내는 예금통장에서 그동안 모아 놓았던 돈까지 거의 다 빼가 버렸다.
그 후로 7,8년 동안 세탁소를 하면서 홀아비 신세로 지내고 있지만
요즘도 가끔은 저녁에 캬바레에 나가 혼자 된 서러움을 달래고 있던 처지였다.
대학생에게 얘기한 내용도 말하자면 캬바레 출입하면서 갖게 된 철학이었다.
처음에는 요조숙녀처럼 내숭을 떨던 여자들도 손잡고 몇 번 스텝을 밟으면서
숙련된 춤 솜씨를 발휘하면 대부분 떨어져 나갔었다.
물론 춤 솜씨라는 말에는 단순히 여자의 몸을 집적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춤을 추면서 알게 모르게 여자를 달구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연유로 남자는 거의 확신 속에 그런 얘기를 했던 것이었다.
세탁소 남자는 일을 하면서 과연 대학생이 학생엄마라는 여자와 일을 벌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또 그 학생엄마는 어떻게 생긴 여자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연주네 집에서 나오면 세탁소 앞으로 지나갈 수밖에 없기에
세탁소 남자가 여자를 나중에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만일 대학생과 그 여자가 서로 재미를 봤다면
자신도 한 발 들여놓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경숙의 치마단 뒤를 일부러 길게 튿어냈다.
그리고는 다리미로 잘 눌러서 입을 때는 당장 표가 안 나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자기가 봐서 괜찮은 여자이면 세탁소 앞을 지나갈 때 한 번 수작을 붙여 볼 생각에서였다.
얼마 후 대학생이 치마를 찾으려 왔다.
세탁소 남자는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지나가는 얘기처럼 대학생에게 물었다.
"그래 재미 좀 봤어?"
"네? 네!....아니요! 재미는 무슨?"
"....이 사람 재미를 봤구만!....괜히 왜 시치미를 떼고 그래?"
"......아저씨! 치마 빨리 주세요!"
".......알았어! 이거 마저 대려야 주지!.........근데 몇 번 했어?"
"......................."
"에이! 남자끼리 왜 이래?.......
그 여자 뿅 가게 해줬어?"
".....그냥....뭐....."
"왜 잘 못해 줬어?.........................
여자는 한 번을 해도 그저 뒷치기로 해줘야 뿅 가는데!"
".......뒷치기요?"
"그래 뒷치기! 몰라?.........
뒤에서 박아주면 웬만한 여자들은 다 한 방에 뿅 가게 돼있어!"
대학생의 눈이 반짝반짝 거렸다.
대학생이 치마를 찾아 돌아가자 세탁소 남자는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대학생이 하는 투로 봐서는 그 학생엄마라는 여자와 살을 섞은 것이 틀림없었다.
비록 자기가 꺼낸 말이었지만 그렇게나 쉽게 젊은 놈에게 아래를 벌려주는 여자의
쌍판대기를 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 여자는 대학생과 마지막으로 뒷치기로 한판 더하고 나올 공산이 컸다.
젊은 대학생이 쏟아 놓은 정액을 보지 안에 가득 담은 채 집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버젓이 아내와 엄마 행세를 하리라!
젊은 놈과 눈이 맞아 도망가 버린 아내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
세탁소 남자는 학생엄마라는 여자를 보고 싶은 생각에 시간이 여삼추 같았다.
여자가 나타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남자는 대학생이 여자와 뒷치기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슨 할 얘기가 있었다면 치마를 찾아가기 전에도 충분히 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애초에 대학생이 와서 빨리 치마를 손질해 가야 된다고 서두른 것은
이미 할 얘기가 끝나 여자가 집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윽고 연주네 쪽에서 여자가 하나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치마가 옅은 색인게 대학생이 말하던 그 여자인 것 같았다.
여자의 치마 뒷단이 튿어져 볼상 사납게 치렁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여자가 입고 있는 치마는 자신이 손질해 준 미색 주름치마가 틀림없었다.
다가오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 밖의 미인이었다.
캬바레에 온갖 치장을 다하고 나타나는 수많은 여자들 중에도
이만한 여자를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 여자도 다가오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 한데
볼수록 조금 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살을 섞은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너무나도 현숙해 보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세탁소 남자는 순간 대학생과 학생엄마가 관계를 갖은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자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지 않았거나
콧등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져 있지 안았다면 아마 자신의 생각을 바꿨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연주네 집에서 여가까지 걸어오는 사이에
단순히 더위만으로 그리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이런 갈등을 겪을 정도로 경숙의 겉모습은
음탕함이나 색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애초 추측이 맞다고 생각되는 순간
여자에 대해 어떤 배신감 같은 것이 들었다.
"저런 년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나?"
마치 도망간 아내를 길거리에서 마주친 느낌이었다.
자신을 계속 맞바라보던 여자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고개를 숙이고 걸어왔다.
"씨발년! 내숭은?"
정말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여자인데 속으로 그런 욕이 나왔다.
여자가 자기 앞을 지나가는데 블라우스의 등이 둥그렇게 땀에 젖었고 또 구겨져 있었다.
역시 대학생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세탁소 남자가 여자를 불러 세웠다.
이런 내막이 있었기에 남자는 경숙 앞에서 그토록 여유 만만했던 것이다.
남자의 말에 경숙은 일이 또 잘못 꼬인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과외선생과 있었던 일을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저씨!.......내가 누구하고 무슨 짓을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던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참 나! 살다가 별 일이 다 있네!"
경숙이 화를 내면서 일어나려고 엉덩이를 들자 남자가 다시 경숙의 어깨를 밀었다.
경숙이 또 뒤로 자빠지면서 다리가 벌어졌다.
"어멋!....근데 이 아저씨가?,..........
아저씨! 왜 자꾸 이러는 거예요?"
경숙이 뒤로 자빠진 상태에서 고개만 들고 남자를 쳐다보며 뭐라고 하는데
남자가 경숙의 벌어진 두 다리의 발목을 잡고 잡아 다녔다.
자빠진 경숙은 힘 한 번 제대로 못쓴 채 남자 앞으로 끌려갔다.
"어머!..어머!.....왜 이래요?.....
어디다 함부로 손을 대요?......빨리 이거 못 놔요?"
경숙이 방바닥 위로 끌려가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남자는 어느새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양발을 벌린 자세로
경숙의 다리를 끌어 다녀 자신의 양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두 사람의 자세는 마치 앉아서 껴안고 관계를 맺다가
여자가 뒤로 자빠진 형국이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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