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다망구단편모음-은근 야하죠? - 단편 4장

본문

########## 내 애인은 임산부 ##########






- 아, 그리고 황희진 선생, 방금전에 득남 했다고 하네요.




아침 교무회의 마지막에 교무 선생님께서 황희진 선생님의 득남을 발표했다. 지난 주말 예정일을 대략 1 주일 앞두고 출산휴가에 들어갔었는데, 예정일 그대로 순산을 했다는 소식이다. 아담한 몸매의 황 선생이 첫 아이를 제대로 낳기나 할까 걱정했었는데... 오늘 새벽에 밤샘의 진통 끝에 순산했다는 소식이다. 다른 선생들이 축하 선물을 하자며 같이 돈을 갹출해서 모으고 있지지만, 나는 황 선생을 위해 나만의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다. 황 선생의 첫 아들은 다른 선생들과는 달리, 나에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 자식을 얻은 것 같은 이 뿌듯함은... 황희진 선생의 임신 중반 시절부터 시작된 나와 황 선생과의 특별한 관계때문이다.






* * * * * * * * * *




나는 사실 황희진 선생이 그렇게 갑자기 결혼을 하고 저렇게 빨리 아이를 가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몰랐다. 황 선생의 결혼 발표는 나에게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황 선생이 학교에 결혼을 알리기 불과 몇 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황 선생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에게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았기 때문에 황 선생을 책할 수는 없는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같은 국사를 가르치는 동료로서 나는 분명히 황 선생과 단순한 동료 이상의 그 무엇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것은 그저 나만의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황 선생의 신랑감이 어떤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내가 어차피 황 선생이 원하는 스펙의 남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 선생의 남편은 이제 막 사법연수원을 나와서 검사로 임용된 한 마디로 일등 신랑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황 선생이라고 해도 같은 공무원이라면 나같은 교육 공무원보다는 당연히 검사 자리를 택했을 것이다. 그제서야 황 선생에게 나는 그저 동료의 한 사람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을 받아드리고, 황 선생에 대한 일말의 내 미련을 내려 놓았었다. 그리고, 결혼 직후 거의 허니문 베이비가 생겨버린 황 선생을... 나는 그저 한 편으로는 먼발치에서, 또 한 편으로는 그저 자상한 동료의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들었다더니, 황희진 선생의 몸이 이제 제법 임산부의 모습이다. 당장 지난 주만 해도 그다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 싶었는데, 한 주 한 주가 달라 보인다. 드디어 황 선생이 임산부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막바로 애가 들어서더니, 저렇게 임산부의 모습이 되다니, 좀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마음을 두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작은 몸에 아기를 가진 황 선생이 늘 옆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걷는 것이 약간씩 힘들어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나는 교무실에서 내 바로 옆자리를 쓰는 황 선생에게 다른 사람보다는 분명히 한 번 더 챙기고 있었다. 




- 저기 김 선생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황 선생이 자리에 앉으면서 내게 말을 건넸다.




- 예, 황 선생님. 


- 죄송하지만 오늘 혹시... 저 김 선생님 차 좀 얻어타고 갈 수 있을까요?


- 아, 그러세요. 그런데 오늘 왜, 차 안가지고 오셨어요? 


- 네, 아무래도 배가 좀 불러오다보니까 슬슬 직접 운전하기가 겁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부터 차 놓고 대중교통 이용해보려구 했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꾀가 나네요. 


- 그래요. 아무래도 임산부가 직접 운전하기가 그렇죠. 그래요, 어차리 같은 방향인데 제가 태워드릴께요.


- 고맙습니다. 김 선생님. 그럼 나중에 부탁드릴께요.




황 선생이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신혼 살림을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혼자 타고 다니는 차인데 못 태워줄 이유도 없기에 나는 흔쾌히 승락을 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묘하기는 했다. 황 선생 처녀 시절에는 이따금 내 차를 탄 일이 있기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사실 서먹해진 것이 사실이었는데 황 선생이 먼저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할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일을 마치고 나는 황 선생을 내 차에 태워서 집으로 향했다. 황 선생이 내 차 보조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맸는데... 볼록하게 부른 황 선생의 아랫배가 약간은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것을 의식했는지 황 선생이 먼저 나에게 이야기를 건다.




- 배 많이 나왔죠, 저? 


- 아, 아뇨... 뭐 그래서 본건 아니구... 


- 괜찮아요. 친정 엄마가 그러는데 제 배가 달수에 비해선 좀 크다구 그러더라구요. 


- 아 그래요...? 뭐 저야 아는게 없어서... 


- 하긴 김 선생님은 아직 총각이시니까... 후훗... 




황 선생이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웃는다.




- 근데 이렇게 황 선생님이 제 차에 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 아... 네... 




순간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황 선생의 표정이 아주 잠시... 작은 당혹감을 표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별다른 뜻은 없이 한 말인데... 나도 괜스레 미안해져서 말을 돌렸다. 




- 근데 애기를 빨리 가지셨어요. 


- 네... 남편이 나이가 좀 있는데다,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빨리 원하셔서...


- 아, 그렇군요. 그럼, 남편이 많이 좋아하겠네요.


- 모르겠어요, 좋아하는지 어떤지...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남편 이야기를 물었는데... 황 선생의 표정이 아주 잠시 어딘가 모르게 좀 슬픈 빛을 띠는 것 같았다. 




- 내가 남편이라도 애가 바라던 대로 생기면... 정말 기쁠거 같은데요. 


- 저 주말부부잖아요. 모르셨어요? 


- 아, 주말부부요??? 왜요?




그제서야, 나는 황 선생의 남편이 다른 지역의 검찰청으로 첫발령을 받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사라는 직업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지역을 발령 받기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게다가 초임 검사는 더욱더 그렇다는 것을 그제서야 황 선생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황 선생의 남편은 황 선생이 휴직을 하고서라도 자신이 있는 지역에 와서 같이 지내기를 바랬지만, 황 선생은 사실 임용고시를 힘들게 통과해서 얻은 힘든 직장을... 단지 남편과 함께 있기 위해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황 선생은 워낙에 의욕이 많은 교사였던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휴직을 하거나 할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이 들었다. 황 선생은 결혼과 거의 동시에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고, 임신은 생각보다 빨리 되었지만... 정장 그 임신 기간 내내 남편과의 관계가 불편한 것 같았다.




- 저... 사실 결혼을 잘 못한게 하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황 선생이 이야기 끝에 아주 작은 실소를 터뜨리며 푸념 같은 말을 내게 건넸다.




- 아, 그런 일이 있었네요... 난 황 선생이 평소에 워낙 씩씩하고 활달해서 그런 속앓이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 뭐 속앓이는요. 그냥... 훗... 아유... 나두 주책이에요. 왜 엄한 김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 아뇨. 전 괜찮은데요. 바로 옆자리 동룐데 뭐 그런 이야기 정도 못들어드리려구요. 


- 김 선생님. 제가 이런 걸로 속상해 하는거...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마세요. 


- 아, 당연하죠. 걱정마세요. 




오랜만에 내 차를 타고 가다보니, 황 선생도 그냥 이전처럼 편하게 자신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사실 나는 좀 반가웠다. 왜 이런 황 선생이 조금은 갑작스런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즐거운 신혼 생활과 임신 기간을 보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속이 상하기까지 했다. 




- 근데 김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세요. 


- 예...? 하...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런 소리를... 


- 사실이니까요. 


- 아... 예...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 호홋... 고맙긴요. 




황 선생이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약간은 당황스럽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늦게라도 내가 황 선생을 향해 품었었던 마음이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 약간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은... 집에 혼자 있으면 제가 많이 우울해지더라구요. 


- ... 


- 이러려구 결혼한 건가 싶기두 하구. 제 친구는 임신 기간때 남편이 태교도 도와주고 그랬다는데.... 


- ... 


- 사실 선을 봐서 결혼하긴 했지만, 전 그래도 제 신혼이 이렇게 우울할 줄은 몰랐어요. 


- 그래도 황 선생님 학교에서는 늘 활발하시고 그래서... 전 그런 줄도 몰랐네요. 


- 억지루라도 그러려구 노력하는 거였겠죠. 


- 아...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제가 사실 너무 자신만만했었나봐요, 결혼에 대해서. 아마 그런 자만에 대한 벌인가보다 해요. 훗...




남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황 선생이 왠지 불쌍해 보였다. 그렇지만, 늘 씩씩하려고 노력하는 황 선생임을 알기 때문에 뭐라고 함부로 위로를 건내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가만히 황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간간히 황 선생의 푸념에 동의해주는 정도로 말을 받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듣고 있자니, 황 선생의 남편이라는 사람도 참 냉정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울화가 치미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도 힘들게 고시 공부해서 검사가 되었으면, 자신의 아내도 비슷한 고생으로 얻은 직장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공정한 처사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주려고 하지는 않고, 되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냉정하게 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적잖이 속이 상했다.




- 황 선생님. 


- 네? 


- 뭐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긴 하겠지만, 


- ... 


- 속상한 일이 있거나, 혹시라도 남자 도움이 필요한 게 있거나 하면 지금처럼 제게 말씀하세요. 


- ... 


- 제가 뭐 적어도 이렇게 들어드릴 수도 있고,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 드릴테니까요.




내가 황 선생에게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게 내 진심인 것은 사실이었다. 황 선생의 아파트 앞에 도착하고 황 선생이 안전벨트를 풀 즈음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 황 선생은 나의 이런 말을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듣고 있었다. 이제사 하는 말이지만... 남녀 간에는 이상하게 진심이 통한다는 것 같다. 내가 그 말을 하고 황 선생이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그 순간은 사실 1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주 짧은 그 순간이... 왜인지는 모르지만... 황 선생과 나 사이를 오가면서 아주 길게 증폭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 긴 순간의 적막을... 황 선생의 말 한 마디가... 깨뜨렸다. 




- 저, 김 선생님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어야 했나봐요. 


- 아... 왜요...? 


- 왜 전... 이런 말을 남편에게서는 못듣고, 이렇게 김 선생님에게서 듣는 것인지... 




황 선생의 눈이 그렁그렁해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작지만 당차고 활달하기 그지 없던 황 선생이 정말 그 동안에 속이 많이 상했던 것이 분명했었다. 기어이 황 선생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 이런...!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는 새 내 손이 황 선생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황 선생이 내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내가 아마 아주 조금 더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았고... 나는 남은 손을 뻗어 황 선생의 두 볼을 감싸쥐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황 선생의 눈물을 닦아 내게 되었다. 황 선생이 한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던 내 손을 잡았고... 그 짧은 순간 나는 황 선생의 눈에서 그 무엇인가를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황 선생의 외로움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그런 외로움을 감싸주고 싶었던 내 진심을 황 선생이 받아들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문득 차려보니... 내가 입술에서 찝찌름한 눈물 맛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황 선생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는데... 이런... 황 선생이 내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정말 황 선생이 많이 외로웠고,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을 때... 황 선생도 내 입술을 움직임을 따라... 내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차 안에서 나와 황 선생은 그렇게 키스를 처음으로 나누게 되었다.




- 아... 누가 봤으면 어떡하죠...? 




내 키스를 깊숙히 받아들이고 있던 황 선생이 내게서 떨어져 나가면서 차 바깥 쪽을 약간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차피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저녁이 되고 어둑해졌고, 황 선생의 아파트는 비교적 인적이 드문 신단지 쪽이었기 때문에 누가 봤을 걱정은 없었다. 경황이 없는 중에 키스를 나눴고... 짧은 위로 끝에 다시 돌아온 현실이 황 선생도 나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내가 황 선생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 마디로... 기뻤다.




- 황 선생님.


- ... 네...? 


-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저 황 선생님 많이 좋아했습니다. 


- 아... 


- 사실, 황 선생님이 그렇게 갑자기 결혼하시게 되면서... 많이 실망했었지만, 아직도 황 선생님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 


- 근데, 황 선생님 결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시다는 게... 화가 나기도 하고... 


- ... 


- 저... 제가 황 선생님의 마음 빈곳 대신해서 채우고 싶어지네요.


- ...




나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황 선생에게 그런 고백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어차피 키스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못할 것도 없고, 더 뒤로 물러 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어쩌면 황 선생이 나에게 이런 것을 원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나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했던 것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 자신의 외롭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 놓은 것도 다 그렇다. 아니 사실이 어떻든, 나는 매우 강하게 그 순간을 어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 고백을 하는 내내 나는 황 선생의 손을 붙잡고 있었고... 황 선생은 나의 그 고백에 다소 당황하는 기색은 있었을지언정,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강하게 No를 말하지 않는 것은... Yes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는 확신이 들었고... 나는 그렇게 황 선생을 내 여자로 얻을 수 있었다. 




* * * * * * * * * *




- 우리 복동이 정말 예쁜거 같지, 김샘? 


- 그러게. 신기하게 희진이 너랑 날 닮은거 같아.


- 정말, 그렇지? 내가 봐도 그래. 아까 의사 선생님이 애가 아빠 닮은거 같네요 할 땐 정말... 




복동이는 희진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의 태명이다. 서로의 마음을 열고 확인했던 그날 이후, 나는 황 선생을 희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희진이는 나를 김샘이라고 불렀다. 남편에게서 애정을 잃은 희진의 빈 자리에 나는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고 들어 갈 수 있었다. 희진이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가야하는 날에는 내가 남편을 대신해서 같이 병원을 가줬고, 오늘은 아주 우연히 초음파를 보던 중에 아이의 얼굴 윤곽을 볼 수가 있었다. 희진이는 의사가 아이의 얼굴윤곽을 정확하게 잡아서 뽑아준... 그 초음파 사진을 들고는 이렇게 신기해 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도 희진이 뱃속의 아기가 희진이와 나를 빼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의 얼굴 윤곽에게서 나를 닮은 입술이 보인다.




- 어쩜 이렇게 당신을 닮았지??? 너무 신기해, 김샘...!


- 그러게...? 혹시 원래 내 아이였던게 아닐까...? 


- 음... 정말 그렇게 생각해, 김샘...? 


- 응. 이렇게 너랑 있으면, 희진이 너두, 그리고 이 복동이도 다 내것이야.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김샘.




내가 이제 6달을 채워가는 희진이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해줬을 때, 희진이는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더 폭 기대어 안겨왔다.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내게는 희진이도 희진이가 가지고 있는 아이도 다 내것이라는 느낌으로 충만했다. 내가 희진이를 이런 임산부의 몸이 아닌 처녀였을 때,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했지만... 나는 그저 지금 이대로의 몸을 가진 희진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내가 희진이의 남편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도 나를 무척이나 충만한 느낌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줬다. 희진이와 함께 퇴근해서 가는 것이 즐거웠고, 희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사주는 것이 좋았고, 희진이가 출산을 준비하는 그곳에 내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1주일 혹은 드물게는 2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집을 찾아오는 희진이 남편은 나와 희진이 사이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뒤, 희진이는 비록 임산부의 몸이기는 했지만 나에게 무척이나 적극적인 스킨십을 원했다. 희진의 남편은 희진이 임신을 한 후에는 집에 와도 사실 희진이를 안아주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희진의 시어머니가 몇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가진 자식 하나가 희진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시어머니는 희진의 임신 사실을 안 뒤로는 희진의 남편에게 절대 잠자리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남편은 무심하게도 아직은 남편에게 더 안기고 사랑받고 싶은 희진의 마음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의 지시에 더 충실했던 것이다. 결혼하고 한 달도 되지 못해서 임신을 하게 된 희진은... 남편에게 깊은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기도 전에 임신과 더불어 과부 신세가 되어버렸던 것인데... 문제는 희진이는 자기 자신도 놀랄 만큼...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컸던 것이었다. 나를 사귀기 전까지 임신과 전혀 정상적이지 못한 자신의 결혼 생활에 미칠 것 같은 우울 증세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에는 그런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이다.




내 용기 있던 키스가... 그런 희진이를 깨워 일으킨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내가 희진에게 한 걸음을 다가서면... 희진이는 몇 발자욱 더 내게 다가왔고... 그렇게 나는 희진이에게서 다른 누구도 맛보지 못하는 종류의 사랑을 알아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데이트는 희진이의 신혼집에서나 혹은 주로 내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다. 희진의 결혼 이후 같은 동네에 살게 된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우리는 서로의 집에서 서로를 조금씩 탐닉해 가기 시작했다. 우리 둘의 첫키스 이후... 처음으로 찾아든 곳은 희진의 신혼집이었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희진의 가슴과 한껏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배를 맨살로 만질 수가 있었다.




- 보기 흉하죠, 김 선생님...?


- 아뇨... 




희진의 가슴은 임신때문에 평소보다 더 커져 있다고 했는데... 무엇보다도 젖꽃판이 짙게 넓어 진 것을 내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 했다. 내가 처음으로 희진의 젖꼭지를 입으로 배어 물었을 때... 희진이은 참 예쁘고 작은 소리를 냈었다. 임산부의 젖꼭지가 어떻게 달라지고 가슴이 어떻게 더 부풀어 오르는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늘 원했던, 내 옆자리의 동료 황 선생의 젖가슴을 내 손으로 부여잡은 채로 내 입 속에 넣어볼 수 있었다는 것밖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키가 158이나 될까 싶은 작고 아담한 채구의 희진 선생의 부푼 젖가슴이 그렇게 맛이 있었다. 희진 선생도 처음 남편 대신에 자기 직장의 총각 선생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는 것이 부끄러웠었지만... 그런 부끄러움은 용기내어 얻은 사랑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되었다.




- 희진아,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 




자신의 뱃속 아기가 나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에 행복해 하던 희진이는 내가 묻는 말에... 우리의 약속을 떠올렸는지... 볼이 발그레졌다.




- 글쎄... 김샘은 어디 가고 싶은데...? 


- 음... 우리 오늘은 약간 특별한 곳에 가자.


- 특별한 곳...? 


- 어. 우리 사실 연애하는 남녀가 늘상 가는 그런 곳에 가보지 못했잖아.


- 그런 데가 어떤 덴데...? 


- 저런 곳...!




내가 손을 가리킨 곳을 보자, 희진이의 얼굴이 더욱더 부끄러움을 띠는 것 같았다. 




- 모텔...? 아이, 내가 이런 몸을 해서 저런 델 어떻게 가. 안돼.


- 왜 안돼...? 임산부는 사랑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 아이... 그래도... 게다가 지금은 너무 낮이잖아. 


- 무슨 소리야. 저런 덴 낮에 오히려 더 장사가 되는 법인데... 이리 따라와.




나는 희진이의 손을 잡아끌고, 사실 이전에 함께 검진을 왔을 때 봐두었던 모텔로 데리고 들어갔다. 희진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꽤 괜찮아 보이는 모텔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의 우리 약속을 위해 진작부터 이곳을 점찍어 놓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누가 뭐라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희진은 어차피 수업이 없는 날 월차를 냈고, 나도 다른 핑계로 하루 학교를 쉬었기 때문에... 오늘은 완전히 우리만을 위한 하루를 사용할 수 있었다.




- 들어와, 얼른. 




희진이는 그 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 여전히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주저하는 희진이의 손을 잡아 끌고... 모텔 방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모텔은 무척이나 깔끔했고... 그 흔한 담배 냄새도 없이 깔끔했다. 임산부를 데리고 들어오기에는 안성맞춤과 같은 곳이었다. 희진이도 그런 방안을 보고 나서야... 약간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나는 희진이를 끌어 당겨 희진이를 등 뒤로 부터 안아주었다. 내가 희진이를 사귀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제법 불러 있었던 희진이의 배때문에 나는 희진이를 마주 안기 보다는 이렇게 뒤에서 안아줬고... 희진이는 내가 자신을 뒤로 안아서 귀에 대고 속삭여주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다. 




- 오늘... 괜찮은거지...?


- 응... 오늘... 




그때까지 나는 희진이와 제대로 된 섹스를 하지 못했다. 이 날은 다름 아닌 희진이와 내가 처음으로 섹스를 약속한 날이었다. 아까 검진때 희진이가 의사에게 부부생활에 대해서 부끄럽게 물었는데, 의사는 이제 비교적 안정적인 기간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부부생활이 무방하다는 대답을 들러주었다. 그 전까지는 사실... 자신고 간절히 원하기는 했지만 섣부르게 나와 섹스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의사에게 확답을 들은 이상... 희진이도 더 이상 나와의 섹스를 참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언제부터인가 희진의 부른 배가 섹시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모텔 방에서 희진이를 뒤에서 안은 채, 나는 부드럽게 희진이의 배를 쓸어주었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희진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문질러주었다. 희진이가 사랑이 담긴 내 손길에... 아까보다 더 긴장을 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희진이와 조심스러운 키스를 천천히 나누었다. 희진이의 입술이 드디어 나와의 섹스를 하게 된 기대감 때문인지... 이전보다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희진이의 입술을 열어... 내 혀를 밀어넣었다. 희진이는 내 혀를 받아 먹는 이 순간 꼭 한 번 내 혀를 이로 살짝 무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곧... 자신의 혀로 내 혀를 가만히 받아서 감고는... 나 혀로부터 흘러 들어가는 내 침을 받아 먹고, 또 내게 자신의 침을 전해주었다. 희진이와의 키스를 나누면서 나는 아주 천천히 희진이를 킹 사이즈의 넓은 침대 위로 이끌었다. 하얀 순백색의 시트가 덥혀 있는 침대 위에 희진이를 조심스럽게 안게 했다. 이제 제법 많이 나온 희진의 배 때문에 희진이가 제대로 앉아 있는 것이 힘든 것을 알기에... 나는 희진이 몸을 침대 눕힐 수 있게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희진이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 내가 할께, 김샘.


- 왜...? 


- 김샘두 벗어, 얼른... 




희진이 침대 몸을 모로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나가는 동안...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내 옷을 벗었다. 다 벗고 팬티만을 남겼을 때, 희진이도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입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희진이는 자신의 부른 배를 침대 모로 눕히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희진이의 모습이 너무도 섹시했다. 몸이 무거워진 만큼 거동이 쉽지 않은 희진이를 내가 도와서 브래지어를 풀어주었고... 내 앞에 희진이의 가슴이, 어제보다 조금더 부풀어 있는 젖가슴이 드러났다. 희진이가 침대 안쪽으로 더 깊이 몸을 옮겨 뉘고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치면서 나를 불렀다. 내가 희진이를 마주보고 누워서, 한 손으로 희진이의 부푼 배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 김샘이 그렇게 만져주는거, 우리 복동이도 좋아하는거 같아.


- 그래...? 어떤 기분이길래...? 


- 김샘이 나랑 우리 복동이 사랑해준다는거, 얘도 아는거 같아. 느낄 수 있어.


- 음... 그럼 정말 다행이네... 


- 고마워 김샘.


- 고맙긴... 난 니가 나한테 이렇게 와줘서 고마운데.


-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야. 


- 별 소릴... 


- 당신이 있어줘서... 나 정말 고맙구 미안해. 


- 뭐가 자꾸 미안하단거야... 


- 우리 복동이가 정말 당신 아이였으면 좋겠어, 나. 


- 우리 애 맞아. 난 벌써부터 그런데... 그리구, 애때문에 누구한테 미안하단 소리 하는거 아니다. 애가 들어. 


- 김샘.


- 응? 


- 나 다음에는... 김샘 애 가져보고 싶다. 


- 뭐...? 


- 복동이 동생은, 남편 애가 아닌 김샘 애였으면 좋겠어.


- ...




내게 말하는 희진이의 눈이... 정말 진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말의 의미가 그냥 마음으로 느껴져서... 난... 희진이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그냥 이렇게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희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고, 다른 사람과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원망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희진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진이가 이렇게 내 사랑을 믿고,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건네주고 있어서, 난 그냥 그대로 좋았던 것 같았다. 




- 희진아, 난... 


- 응. 말해. 


-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으로, 니 속의 복동이가 내것이 될 수 있을거 같아.


- 어떻게...? 


- 이제 우리가 하려는 일을 하면... 그런 기분이 들거 같은데...? 




나는 희진이에게 키스를 해주었고... 희진이의 배를 쓸어주고 있던 손을 약간 아래로 내려... 희진이의 부푼 배 아랫쪽으로 정말 다리 사이만을 겨우 가리고 있는 것 같은 희진이의 팬티를 벗겨 내렸다. 희진이는 무거운 몸이긴 했지만 팬티를 벗기는 그 순간만은 약간 움직여서 내가 팬티를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희진이의 손을 가져다가 내 팬티 안에 넣어주었다. 내 자지가 희진이의 손 안에 가득 쥐어졌다... 이미 몇 번 희진이의 손을 탄 자지이긴 했어도... 그저 손과 입으로만 만져주었던 이전과는 다른 날이 될 기대에... 내 자지는 제법 많이 부풀어 올랐다... 희진이가 내 자지를 만져주고 있을 때... 나는 손을 뻗어서 희진이의 배 아랫쪽... 보지에 손가락을 아주 조심스럽게 넣었다... 희진이의 보지가 잘 젖어 있다.




- 희진아 아주 잠깐만 바로 누워서 나 니 보지 볼 수 있게 해줄래..? 




희진이는 내 부탁에 자신의 배를 손으로 받치면서... 힘겹게 바로 누웠고... 다리를 벌려주었다. 부끄러울만도 했지만, 사귄지 1달만에... 매일 저녁 함께 만나서 키스를 나누고 서로의 몸을 만져줬던 그 오랜 시간을 참았던 나에게... 기꺼이 자신의 보지를 열어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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