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1부 4장
본문
제 1 장 첫사랑
- 4 -
후가 팔짱을 낀 순진이 손을 비아그라 구입방법꼭 잡았다. 순진도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날씨가 더워서 이내 땀으로 축축해졌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처음에 들었던 야한 상상도 행복감에 고개를 떨군지 오래다. 느릿느릿 한 시간 좀 덜 걸으니 벌써 창신동 골목을 지나 순진이네 집 앞이었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보내줘야 했다. 후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말을 했다.
“저어… 접때 그거 말이야. 이 번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이야?”
순진도 눈치를 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
“……”
순진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순진을 어깨를 잡은 그의 손이 심하게 떨려왔지만 눈을 감고 순진이 입술이라 생각 되는 곳에 가만히 입술을 갖다 대었다. 둘에겐 시간이 거기서 멈춘 것 같았다.
“끼이~~익.”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둘은 화들짝 놀라 얼른 떨어졌다.
“어머머…”
“어머! 언니 안 들어오고 뭐해?”
순진의 동생이었다. 얼굴이 상당히 닮아 있었다.
“순진아 나 갈께. 내일 학교에서 봐.”
후는 돌아서서 달려갔다. 간간히 뒤로 돌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자 순진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사람이랑 부딪히기까지 했지만 그의 입가엔 미친놈처럼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한참을 달리니 벌써 기숙사다. 한달음에 달려 왔건만 숨이 찬 것도 모르고 기숙사가 떠나가라 웃었다. 후랑 같은 방을 쓰는 형이 자다가 깨서 뭐라고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후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2주 동안은 매일 순진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게 그의 일과가 되었다. 동아리 내 연애금지 조항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하는 관계여서 교내에서는 눈빛만 교환하는 정도였다. 보통 저녁 일곱 시에 따로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순진을 바래다주었다. 숨바꼭질 같은 느낌이 더욱 흥분이 되는 것인지 둘의 관계는 농밀해져 갔다. 그러는 동안 둘의 키스는 ‘뽀뽀’가 아닌 좀 더 그럴 듯한 - 혀로 장난을 칠 정도의 - ‘키스’로 바뀌어져 있었다. 키스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후는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연애는 처음이었고, 후도 혼전관계를 꺼려하는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후의 사고방식이 변화한 것은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 녀석의 방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날이었다. 후는 친구에게 빌린 책을 가져다 주기위해 아침 일찍 자취방에 찾아갔다. 녀석의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 좋아… 태식아… 조금만 더…….”
“헉, 헉… 알았어… 옆으로 누워봐.”
“아… 아… 이렇게? 하악…….”
후는 금새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챘다. 포르노를 안 본 것은 아니었지만, 생음악(?)은 처음이었다. 얼어붙은 후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나자 신음 소리는 더욱 격렬해졌고 탁탁거리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헉헉… 지영아… 나… 나와~~~!”
“나도…….”
“으허~ 허억…허억…”
“아하~~ 아아~~~악.”
조금 더 있으니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후는 문을 두드렸다.
“태식아! 나다! 후.”
“어…? 그래. 잠깐만 기다려줄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반바지에 런닝 차림의 태식이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열린 방문 사이로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방문 사이로는 조금은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냄새가 새어 나왔다.
“웬 일이냐?”
“이거 접때 빌린 책. 저어… 근데 누구냐?”
후가 귀에다 대고 묻자 태식이도 똑같이 대답한다.
“내 이거.”
그러면서 새끼손가락을 펴든다.
“방금 그건 무슨 소리냐?”
“에이 새끼… 그냥 뭐……”
“너희 결혼 할 거니?”
태식이가 한심하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인마! 결혼은 무슨? 요샌 그런 거 없이도 이래.”
녀석의 한마디는 후에겐 충격이었다. 중고딩 때 뒷자리에 있던 노는 녀석들이 어젠 누굴 따먹었네 하는 소릴 들어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대학을 다니는 녀석이 그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들었던 녀석의 말과 방에서 들려오던 신음소리가 계속 후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오후에 순진이랑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그 생각 때문인지 순진이 몸만 훔쳐보고 있었다. 순진이를 바래다주고 키스를 하던 도중 후의 손이 엉덩이 쪽으로 뻗어갔다. 순진이 가만히 손을 잡아 뺐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순진이가 화를 버럭 내며 밀쳐 냈다.
“후! 너 오늘 왜 이래?”
“아니….”
“아냐 오늘 너 이상해보여. 아까 영화 볼 때도 안절부절 못하더니, 이거 때문이었어?”
“그런 게 아니라…….”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멀리서 순진이가 대문을 쾅하고 닫는 소리가 들렸다. 기숙사로 돌아왔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고향으로 내려갈 짐을 쌌지만 엉덩이를 만지던 촉감과 그녀에 대한 미안함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때였다.
“후야!! 206호실에서 종강파티 한단다. 얼른 와라.”
옆방을 쓰는 용태였다.
“응? 어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덴 술이 최고였다. 후도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술을 마신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미리 고향에 간 녀석들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고향에 가지 않고 남아있던 기숙사의 폐인그룹 5명과 후, 여섯이서 소주만 두 박스를 비웠다. 다음 날 후는 숙취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젠장… 너무 많이 마신건가?”
다행이 술기운 덕분인지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잠만 잤다. 집에 도착해서는 친구들과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느라 며칠간은 그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순진과도 몇 번 통화를 했지만 다행이 순진도 내려오기 전날 일은 입에 올리지 않았고, 떨어져 있어서 걱정만 할 뿐 괜찮은 것 같았다. 그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쁘게 뛰어 다니느라 내려오기 전날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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