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아버지를 위하여 - 21부

본문

근 한달만에 들어옵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한달동안 제 신상에 많은 변화가 생겨서 이 곳에 들어올 마음의 여유가 없었읍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라면서 다음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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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세 시경 영준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예, 대성건설 기획실장 김 영민입니다.”


-나야, 영준이.


“네가 웬일이야?”


-나는 전화하면 안되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내게는 통 전화를 하지 않던 네가 전화를 다하니 반가워서 그래.”


-저녁에 시간 어때?


“특별한 일은 없어. 왜?”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럼, 만나지. 우리 가끔 만나던 ‘남해 일식집’ 어때?”


-그래, 거기가 좋겠다. 시간은 일곱시 경이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그럼 그 때 보자.”




왜 나를 만나자고 할까?


항상 영준이를 만날 때는 중간에 종수가 연락을 해서 셋이서 같이 만나곤 했는데


오늘같이 둘이 연락을 해서 만난 적은 없다.


혹시 그 일인가?


영준이 말대로라면 지금쯤은 대통령 고향에 대한 일이 발표될 시기가 됐다.




퇴근시간이 되어 한달음에 약속장소로 달려간다.


약속시간이 되려면 아직 삼십분이나 남아 있다.


지루할 정도로 기다리고 있으니 영준이가 온다.


음식을 시키고 마주 앉는다.


영준이가 먼저 입을 연다.


“많이 기다렸니?”


“조금.. 근데 웬일로 갑자기 나를 다 만나자고 하고?”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길 하지.”


“그래?”




잠시 후 음식이 차려지고, 같이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한다.


영준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지난 번에 내가 이야기 했던 영감님 고향의 대단위 해상 위락시설 건 말이야.


수일 내로 발표가 날 거 같아.


발표도 되기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비서실로 로비가 들어오는 모양이야.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서는 영감님 측근인사들의 영향이 클 테니까..


업체에서도 그걸 아니까 그렇게 하겠지.”


“미리 내정이 되어 있는 것 아냐?”


“아직은.. 각자 줄을 끼고 한참 물밑 로비를 벌이고 있는 중이지.”


“넌 어때?”


“그래서 이야기인데, 내가 특별히 모시는 분이 2차장님이야.


영감님의 고교 후배지. 그 분도 특별히 나를 아끼고 있고..


그 분에게도 로비가 들어오는 모양인데, 차장님이 꺼려하는 모양이야.


공직에 큰 뜻을 품고 있는 분인데 이번 일로 구설수에 오른다든지.. 아니면, 업체에게


꼬투리가 잡힐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정치를 하기 위해선 자금도 필요하니까, 이번 기회가 좋기는 한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이야.


그 분이 밀어준다면 확실하게 일이 성사가 되기는 할 텐데..


그 분이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업체에서 뒷 탈이 없고 깔끔하게


로비 해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밀어줄 의사도 있는 모양이야.


그 분이 직접 손에 흙을 묻힐 수는 없으니까 내가 대신 나서려고 하는데,


나 역시 건설 계통은 잘 모르니까 아무 업체나 손을 내밀 수도 없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나더군. 넌 믿을 수가 있을 것 같고..


어때?”




지금 내게 거래를 원하는 것이다.


내가 되묻는다.


“우리 회사를.. 아니, 나를 믿을 수는 있겠어?”


“널 못 믿으면 누굴 믿겠어?”


“어느 수준이면 될까?”


“공사 규모도 있으니 백억 선이면 되지 않을까?”


“알았어. 검토를 해서 연락을 하도록 하지.”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여 사장과 독대를 한다.


“어제 비서실에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습니다.


곧 공사가 발표될 모양인데 몇 군데 업체에서 미리 알고 로비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친구가 제게 거래를 제의해 왔습니다.”


“그래? 그 친구는 아직 그럴만한 자리에 있지 않을 텐데?”


“자기가 모시는 분이 2차장님인데, 그 분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2차장이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데 이번 공사를 좌지우지할 능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를 원하던가?”


“백억을 제시하더군요.”


“그만한 메리트가 있을까?”


“세밀하게 검토를 해보아야 되겠지만, 공사단위가 수천억대가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생각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자네가 알아서 검토를 하고 내게 보고를 하게.


투자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투자를 해야지.


그리고, 이번 주말 경에 자네 모친과 상견례 자리를 갖도록 하지.


그리고, 이번 달 내로 약혼식을 올리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사 건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며칠 내로 최종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삼일이 지나 공사건 검토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들고 사장실로 들어간다.


사장이 내가 올린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말을 한다.


“차후의 수익성 부분이나 자금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조직에 대해선


손을 많이 댔군.”


“공사에 대한 승패는 효율적인 조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 총 공사 책임자는 박 부장으로 되어 있군.”


“우리 회사에서 그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신도시 공사를 맡아서 하고 있지 않은가?”


“신도시 공사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다른 분이 맡아서 하더라도 별로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자네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네만, 어제 허상무가 내게 은퇴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


초창기에 우리 회사를 이끌어온 일등공신이지만, 이젠 나이도 들고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 분의 뜻을 받아 들이는 게 좋을 것 같읍니다.


제가 알기로 그 분은 관리 계통에서 커온 분으로 알고 있읍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가 명실상부하게 대기업으로 성장을 하려면 실무에도 밝은 분이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언젠가는 자네가 맡아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빨리 준비를 하게. 시간을 아껴야지.


자네 약혼식을 올리고 나서 이사회를 소집할 생각이네.


허 상무 자리에 다른 사람을 세워야 하고 이번 공사를 시작하려면 자네가 작성한대로


조직을 만들어야 하니까.


자네는 허 상무 자리에 누가 적합할 것 같은가?”


“아무래도 박 부장님이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까지도 그랬지만 박 부장이 내 사람은 아니었네만, 앞으로는 자네 인맥을


만들어야 하니까 자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그리고, 영업부의 김 부장도 이사로 선임할 생각이야.


자네를 이만큼 키운 사람이 아닌가? 자네 역시 이사로 선임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허 상무님 이야기인데 그 분이 은퇴를 하더라도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를 이만큼 키운 사람이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떠나는 허 상무님보다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입니다.


회사에서 허 상무님에게 배려를 많이 한다는 사실이 직원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더욱 더 회사에 애사심을 가지고 열심히 할 것 입니다.”


“역시 자네는 사업가로써의 기질이 있어.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어.


자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사장이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을 하고 있는가?


예전에 자신의 적인 우리 아버지의 사람인 박 부장님을 내 말대로 허 상무의 자리에 올리고


같은 부류인 김 부장님도 나를 위해서 이사로 선임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니..


나보다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이겠지.


아니면 아들이 없는 자신에게 나를 사위로 아들로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인지도..


원래 남에게 못할 짓을 하고 악독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들은 끔찍하게 챙기는 것이다.


그 가족의 부류에 나를 넣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호랑이 새끼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


가족들의 상견례가 이루어 지고 약혼식이 치뤄진다.


그리고, 얼마 후 이사회가 소집이 되어, 박 부장님이 상무이사로 선임이 되어서 회사의


실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르고 김 부장님이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이사로..


내가 기획실장겸 총무이사로 선임이 된다.


이제 겨우 서른 둘의 나이에 중견기업체의.. 그것도 막 대기업의 말석자리에 오르려는


회사의 이사가 된 것이다.


허상무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장은 허상무가 독립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준다.


내가 건의한대로..


이제 회사 내에서는 공공연히 내가 후계자로 거론이 된다.




이제는 사장 집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들리게 된다.


사장 딸이 내 약혼녀이기도 하지만, 사장이 내가 자주 들리기를 원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사장은 나를 아예 사위로 대한다.


하지만, 생모는 아직도 내가 만만치 못한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부자연스럽다.


나 역시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내색을 안 하려고 해도 속마음을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것을 생모도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내게 부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하루는 오후시간에 생모에게서 전화가 온다.


내게 전화할 사람이 아닌데 어떤 일일까?


“기획실장 입니다.”


-여기 OO동이에요.


“아.. 예,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퇴근하고 시간이 있어요?


“예,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할 이야기도 좀 있고, 만났으면 해서 전화를 했어요..


“그렇게 하시죠.”


-그럼, OO동에 있는 OO호텔 알아요?


“예, 압니다.”


-거기 이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요. 시간은 어떻게 정하면 되겠어요?


“다섯시 반에 퇴근합니다.”


-그럼, 여섯시 반에 만나기로 하죠.


“알았습니다. 그때 뵙죠.”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무엇 때문에 생모가 나를 보자고 할까? 그 동안 내가 사장 집에 들릴 때에도 나 보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그리고, 생모의 목소리에서 초조하고 절박한 마음이 느껴진다.


궁금한 마음에 퇴근 시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어 차를 몰고 한달음에 약속장소로 간다.


아직 시간이 이십 분이나 남아있다.


자리를 잡고 담배를 서너 대 정도 태우고 있으려니 생모가 커피숍으로 들어선다.


나를 발견하고 내게로 걸어오는 자태가 너무 우아하고 곱다.


지금 내 애인인 ‘노을’의 마담인 혜진씨보다는 열살 정도 많겠지만, 나이 차이도 별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혜진씨보다 인물이나 몸매가 더 뛰어나다.


내 아버님과 생모 사이에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지금쯤 내 생모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내 생모가..


어쩌다가 최 대성이의 마수에 걸려 아들에게 엄마 대접도 못 받고 복수의 대상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드디어, 생모가 내 앞자리에 앉는다.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내게 말을 붙인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닙니다. 방금 왔습니다.”


“차는 뭘로 마실까?”


“커피로 할게요.”


생모가 종업원에게 커피를 두잔 시킨다.


내가 생모에게 묻는다.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습니까?”


내게 대답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날 바라보는 생모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서린다.


안타까움과 서글픈 표정이라고 할까?


“차 오거든 마시면서 이야길 하지..”


어느새 내게 말을 놓으면서 이야길 한다.


이제껏 단 한번도 내게 말을 놓은 적이 없었는데..




종업원이 커피 두 잔을 가져온다.


생모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더니 창백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한다.


“여.. 영민아..”


“………………”


“네가 누군지 알아..”


“어떻게 절..”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왜 널 바로 알아보지 못했을까?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너를..”


가슴이 덜컹 내려 앉고 입이 바짝 마른다.


“저.. 위스키 한잔 시켜도 되겠어요?”


“나도 한잔 하고 싶어..”


종업원에게 위스키 두 잔을 시킨다.


종업원이 위스키를 가지고 올 때까지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 내가 침묵을 깬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 동안 혹시 네가 그 아이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었어..


더군다나 네가 딸 아이와 약혼식을 치르고 나서 네 신상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었어.


한 배에서 나온 자식들을 결혼 시킬 수는 없는 것이니까..


아무리 아버지가 다르다고 해도..


그래서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뒷조사를 해봤어.


그랬더니 역시 내 우려가 들어 맞았어.”


“내가 당신 배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도 부정하고 싶어요.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요. 어떻게 핏덩이 자식을 내팽개치고 아버님의 원수와 


살을 맞대고 살수 있다는 말이에요.


아버님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그 사람과.. 최 대성이 그 놈 말이에요!”


설마 나를 당신 자식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여.. 영민아..”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치솟아 오른다.


“내 이름을 부르지도 말아요! 그 더러운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리워진다는 자체가


역겨워요.”




어느 새 생모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네 가슴 속의 엉어리가 풀어지겠니?”


“제가 죽으라면 죽겠어요?”


“암! 죽다마다.. 내가 진작에 죽었어야 되는데..”


“절대로 죽어선 안되지요.. 최 대성이 그 놈이 망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셔야죠?”


“내가.. 내가.. 죽일 년이다.”


생모가 탁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내가 종업원을 불러 위스키 한잔을 더 시켜서 단숨에 들이킨다.


“이제 내 정체를 아셨으니 어떻게 할거에요?”


생모가 온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된 채 탁자에서 얼굴을 들고 말한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겠지?”


“어떻게 용서라는 말을 내 뱉을 수 있어요?


내가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이를 악물고 산지 알아요?


오로지 당신과 최 대성이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았어요.


내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중견업체밖에 안 되는 대성건설에 들어간 이유를


짐작하겠지요?”


생모가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을 눈에 갖다 댄 채 흐느낀다.




내가 격앙된 음성을 가라앉히고 말을 잇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제게 도움을 주시려거든 제가 하자는 대로 할 수 있겠어요?”


생모가 고개를 들더니 날 바라본다.


“무슨..”


“저랑 같이 객실로 올라갈 수 있겠어요?”


“서.. 설마?”


“내가 아무리 복수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절대로 패륜은 저지르지 않아요..


어떻게 하실래요?”


생모가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객실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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