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2부 4장
본문
제 2 장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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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함께 씻을 것을 비아그라 구입방법요구했다. 처음엔 순정도 부끄러워하며 잡아 뺐지만 그가 다시 한 번 재촉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샤워를 하던 도중 그의 성기가 다시 빳빳하게 일어서자 그녀는 군말 없이 그를 받아주었다.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다시 한번 관계를 가진 그들은 모텔 뒷문으로 나와 각자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후는 상념에 빠졌다. 두 여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들키지 않을 지가 가장 먼저 생각되었다. 솔직히 순정과도 오늘로 끝을 내긴 힘들었다. 그는 순정을 멀리 하기 위해서 더욱 힘들어지느니 차라리 그녀를 받아들이는 것을 택했다. 만약에 그로 인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그의 양다리가 들켰을 때 누구를 선택해야하느냐의 문제였다. 지금은 순진을 우선시 하겠지만 관계를 지속시킨다면 어떻게 될른 지 알 수가 없다. 순진을 생각한다면, 순정을 원나잇스탠드로 생각해야했다. 하지만 후가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다분히 이기적인 것이었다. 그는 순정의 육체가 주는 단맛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그 정도로 아름다워 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순정의 순종적이며 그만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후에게 순정을 단순히 섹스상대로만 대하기 힘들게 했다.
그는 동아리 내의 연애 금지라는 불문율을 적절히 이용하기로 했다. 자신 혼자만 나쁜 놈이 되면 그녀들에게 돌아갈 상처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두 여인을 따로 보살피는 것은 힘들 것이지만, 남자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결정은 둘 사이에서 공평을 지키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후가 기숙사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사감실이었다. 어제 저녁 말도 없이 외박을 했기 때문에 보고를 겸한 사과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바탕 사감에게 깨지고 난 후는 순진과 순정에게 음성을 남겼다. 순진에게는 어제 늦게까지 기숙사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삐삐에 대답을 못한 것이라 거짓말을, 순정에게는 잘 들어갔는지, 꾸중을 듣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내용을 남겼다.
전화박스를 나오는데 바로 삐삐가 진동을 했다. 후는 먼저 음성을 보낸 순진일 것으로 생각하고 번호를 보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 그는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타고 넘어오는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었다. 후는 누군지 궁금했으나 그 결과는 이내 밝혀졌다.
“저어, XXXX 번, 호출하신 분이요.”
“후씨! 기억 안 나세요? 인희에요. 인희~!”
후도 그녀에게 연락처를 준 것이 기억났다. 동해안에서 잠시 만난 그녀가 연락이 온 것이다. 통화를 하는 도중에 호출이 왔다. 순진과 순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그의 통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연락을 다….”
“저번에 서울에서 만나자고 했었잖아요. 어머… 제가 싫으세요? 하기야 나이도 많고… 못 생기고…”
“에…?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럼 허락한 걸로 알게요. 저녁에 시간 되죠? 제가 오후에 퇴근하기 전에 음성 남길 테니까 그 때 봐요.”
“네…. 그러죠.”
후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순진, 순정의 일로만도 머리가 복잡했다. 인희의 데이트 신청을 묵살할 수도 있었지만, 복잡한 그의 심정을 어떻게든 풀어버리고 싶었다. 후는 인희를 만나 상담을 해보고 싶었다. 차라리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잠시 후 순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바람피운 남자가 마누라를 챙겨주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순진은 술을 적게 마시라며 걱정을 했다. 순정에게 전화를 하니 그녀는 외박 건으로 어머니께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했다. 그는 순정을 달래주었다. 상황이 어찌되었건, 그녀도 이제 그의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동아리 동기들과 함께 듣는 강의가 11시에 있었다. 그녀들을 비롯한 회원 모두가 함께 듣는 수업이었다. 그는 그녀들과 강의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2학기를 시작한 후는 강의 시간표를 짜는데 1학기보다 나은 면을 보였다. 주변의 선배들은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수업이 없는 날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흉내 내지 않았다. 쉬는 하루가 그들의 평점을 1점씩 잡아먹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대한 그의 스케쥴에 맞춰 수강정정을 했다. 아직까지 순영의 과외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주만의 과외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화, 금요일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수요일은 소연의 정기 세미나가 있어 야간수업을 신청할 수 없었다. 야간 수업은 주간에 비해 시간도 적게 잡아먹고, 학점도 잘 주는 편이었다. 그런 야간 수업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전공과 교양필수만으로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차 있는 시간표의 구석구석을 교양과목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다.
후는 전날의 세미나와 술판을 생각해 목요일 오전의 시간표를 비워두어 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동기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그의 옆에는 순정이 앉아있었고, 그 옆에 순진이 앉았다. 둘 다 모두 자신의 여인이긴 했지만 학교에선 티를 안 내도 되었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녀들의 얼굴을 보기는 미안했지만, 그는 철저히 ‘나쁜 놈’이 되기로 작정했다. 그가 자구 신경을 써봤자 좋은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두 여자를 한 곳에서 보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녀들도 하던 대로 교수들 모르게 장난을 치며 수업을 들었다.
그는 강의의 요점만을 연습장에 흘겨 썼다. 그것의 정리는 순진의 몫이었다. 1학기 때 함께 두 과목을 들은 소연 신입생들은 역할을 분담해놓고 있었다. 후는 요점 포착과 도서관 자료 수집에 강했다. 순진은 지렁이 같은 후의 글씨를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추려진 요점을 연관성 있게 정리하는 것을 잘했다. 국문과를 다니는 영선은 정리된 노트를 다시 한 번 읽기 좋은 문장으로 바꿔 놓았다. 나머지 녀석들은 주로 강의실의 자리 맡는 일과, 복사, 대리출석 등을 맡았다.
후의 다음 강의는 전공수업이었다. 순진과는 오후에 과외하는 집을 들러야한다는 이유로 내일 순영이 문제를 정리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물론 순정이 모르게 음성메세지만으로 한 약속이었다. 그가 과동기인 태식과 함께 강의를 듣는데 인희의 음성 메시지가 들어왔다. 실습위주의 수업이라 교수는 강의실에 없었기에 그는 공중전화로 가서 음성을 들었다. 7시에 영풍문고 앞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수업은 4시가 조금 넘어 끝이 났다. 그는 주만이네 집으로 갔다. 주만이 어머니께는 개강 첫 주라 일찍 찾아뵙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그녀도 대학물을 먹은 지라 그런 후를 이해해주었다. 게다가 자식의 성적을 올려준 고마운 선생인데 하며 그를 나무라기보다는 찾아준 것을 고마워했다. 주만이의 공부는 다음 주부터 하는 것으로 했고, 여동생인 주진이까지 덤으로 맡기로 했다. 주만이는 50만원, 주진이는 고2인 관계로 30만원을 받기로 했다. 주만이네를 나온 그는 종로로 향했다. 신림에 있는 주만이 집에서 종로로 가기 위해선 서둘러야했다.
영풍문고 입구에서 만난 인희는 바닷가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처음엔 후가 알아보질 못했다. 바닷가에서는 밤인데다 화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무릎 아래로 들어난 잘 빠진 종아리의 끝은 뾰족한 힐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홍빛 립스틱은 그녀를 청순하게 보이기보다 오히려 더 섹시하게 만들어주었다. 긴 생머리에 브릿지가 들어있어 더욱 요염해 보였다. 요염한 인희는 후를 만나자 상당히 반가와 했다. 그들은 지하도를 지나 종로 1가로 들어섰다. 끼니를 해결하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그들은 밥보다 술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소주방에 마주 앉은 그들은 간단한 안주를 시키고 그 동안의 경과를 물었다. 인희가 먼저 질문을 했다.
“저번에 같이 피서 왔다던 애인이랑은 잘 되었나요?”
“예? 아… 저… 그게…….”
후는 머뭇거렸다. 그는 사실대로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희를 어떻게 해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희에게 여자하나 후리지 못하는 병신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순진을 아끼는 마음에서였다. 비록 인희가 순진을 본적은 없지만, 이미 순진이 그의 여인이긴 했지만, 말 한마디라도 순진의 순결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의도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왔다. 후는 그녀의 눈에 가득한 색기(色氣)를 느꼈다.
“후씬 정말 착한 건지, 아님 바보인 건지……. 호호.”
“그만 놀리세요.”
“아니에요. 후씨가 귀여워서 그런 거 에요. 덩치만 크지 정말 순진하네요.”
“그만 놀리라니깐요~!!”
그는 인희를 만나 물어볼 것이 많았다. 적어도 2년이나 인생 선배인 그녀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고 싶었고, 속내를 털어낼 사람이 필요했었다. 그런 그녀의 첫 질문에 대한 첫 대답서부터 그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나누었다. 인희는 후에게 관심을 가지는 듯,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그는 충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순진과 순정의 일만 제외하고 말이다.
술이 조금 들어가자 인희는 회사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언제 망할지 모른다며 시작한 신세한탄은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직원들에 대한 뒷다마로 옮겨갔으며, 은근하게 야한 자태를 뽐내야만 사무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자신에의 한심함으로 이르렀다. 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가 자리를 후의 옆자리로 옮겨왔다. 그녀는 한 손을 후의 어깨에 올려놓으며 후의 귀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후씨? 나 이뻐요?”
“……. 예!”
“어머, 왜 머뭇거려요? 난 후씨가 너무 매력적인데?”
“인희씨도 눈에 확 뜨일 만큼 미인이에요. 진심입니다.”
“난 또 후씨가 날 맘에 안 들어 하는 줄 알았잖아요. 못 됐어.”
그녀는 손을 뻗어 후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은 대단했다. 그냥 쓰다듬는 것 같았는데, 후의 청바지 가운데는 벌써 터질 듯 곧추서 있었다. 인희는 그것을 눈치 챈 듯 일부러 손가락으로 그의 중심을 튕겼다. 그가 움찔하며 흔들렸다. 이미 두 여자를 겪었지만 아직까지 그는 숙맥이었다. 인희는 그런 후를 즐기는 것 같았다.
“후씨, 오늘 뭐할 거 에요?”
“기숙사 들어가야죠. 뭐하긴 뭐해요?”
“그러지 말고 나랑 더 있다가 들어가요.”
아무리 눈치가 없는 그이지만,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안다. 그녀는 그만큼 당돌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도 남자였기에 그런 그녀가 싫진 않았다. 하지만 어제의 무단 외박이 있다. 게다가 순진, 순정과의 일이 더욱 심란하게 그를 괴롭혔다.
“요새 기숙사 군기가 엄해져서 힘들 거 에요.”
그녀가 갑자기 손을 뻗어 후의 중심을 확 잡아버렸다. 탁자 아래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주의를 하고 살피지 않는 한 알기는 어렵겠지만, 후의 얼굴은 긴장 일색이었다.
“무슨 남자가 소심하게……. 내가 후씰 잡아먹기나 한데요?”
소심……. 그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였다.
“좋습니다. 가는 데까지 가보죠. 대신 도망치지나 마세요.”
“어머 무서워라. 호호…. 저도 외박은 안 되니까 12시전까진 들어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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