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2부 2장

본문

제 2 장 수난시대




- 2 -




둘은 술기운인가 해서 다시 눈을 뜨고 바라봤지만 분명 3이었다. 둘 다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고 10분정도 서 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가 복권을 지갑 속에 넣었다. 그러고선 재빨리 순진을 잡아끌고 길을 건너 택시를 탔다. 순진의 집에 도착한 그는 순진을 바래다주고 키스도 없이 돌아왔다. 아니 그럴 정신이 없었다. 기숙사에 돌아와 화장실에 가서 다시 확인을 했다. 틀림없는 1,000만원 당첨이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방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이어리 깊숙한 곳에 넣고 가방에 넣어버렸다. 점호가 끝나고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공중전화로 가서 순진에게 삐삐를 쳤다. 5분 후 기숙사로 그녀의 전화가 왔다.




“후야, 나 지금 제 정신이 아냐.”




“나도야. 우리 정말 그거 맞지?”




둘은 주변의 누구라도 들을까봐 말을 돌려가며 했다.




“잘 됐다. 네 자취방부터 얻자. 응?”




“아니, 그건 내일 생각하자. 지금 비아그라 구입방법그럴 정신없어. 우선은 진정하고 잠부터 자자, 응?”




전화를 끊은 후가 뒤척이다 잠이 든 것은 오전 6시였다. 순진도 그와 다를 바 없이 5시쯤 되어 잠이 들었다. 먼저 일어난 순진의 호출에 후도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그들은 대학로에서 만나 골목구석을 비집고 들어간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순진이 계속 후의 자취방을 고집했으나 후는 완강했다.




“순진아, 그건 니가 산거잖아. 니 꺼니까 내가 쓸 수는 없어.”




“후야, 그렇게 말하지 마! 너랑 나랑 남도 아니고, 솔직히 기분 나뻐. 니꺼 내꺼,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방 얻자, 응?”




“그래…, 미안해.”




하지만 후가 반대하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는 바람에, 둘은 우선 후의 뜻대로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어차피 공돈이었으니 손해 볼 것도 없다는 것이 후의 논리였다. 후는 혹시 모를 위험성 때문에 당첨금의 반만 투자하자고 했으나 순진은 증권회사에서 보았던 후의 판단력을 믿었기에 손해 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다 투자하자고 했다. 후도 순진의 돈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뜻에 동의 했다. 자취방 문제도 후가 기숙사에서 견디기 힘들어진다고 판단되면 그때 주식을 팔아 방을 얻기로 했다. 둘은 주택은행으로 가서 당첨금을 받아 전날 찾아갔던 증권회사로 가서 후가 샀던 주식을 샀다. 세금을 제외한 당첨금이 800만원 조금 넘는 돈이었으니 그들은 거의 1,000만원대에 육박하는 주주가 되었다.




다음날 후는 개강 후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소연의 2학기 첫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고, 순진과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순진과 처음 보는 여학생이 하나있었다. 순진과 매우 친해보였는데, 언뜻 앉은 모습만 봐도 몸매가 육감적이었다. 허리는 오목했고 엉덩이도 팽팽해 보였다. 화장을 한 갸름한 얼굴은 긴 생머리와 어울려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순진아, 안녕? 방학 동안 잘 지냈어? 근데 이분은 누구시냐? 신입회원인가?”




둘의 사이는 아직 동아리 내에선 모르기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모른 척을 해야 했다. 순진이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리더니 대답했다.




“응, 친한 친군데, 오늘 가입하러 왔어.”




“아~! 원서는 작성했어? 아니야, 내가 꺼낼 게. 자, 여기 이름이랑 뭐 다른 사항들 작성하시면 되요.”




“네, 감사합니다.”




살포시 눈을 내리깔며 대답하는 모습이 사뭇 도발적이다.




‘ 이순정, 77,…,…’




후는 순정이라는 이름을 보자 잠시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눈을 다시 뜨고 그녀를 봤다. 아무래도 후가 알고 있는 순정은 아니었다. 후는 그녀와 동명이인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 온 순정이 후에게 말을 건다.




“저어, 근데 연락처도 적어야 되요?”




“그럼요, 당연하죠. 모임도 있고 하니까 연락처는 필수죠.”




“아~~! 전 또 저한테 이상한 생각하는 줄 알았죠~! 이 새끼, 말투 한번 사근사근하네.”




‘이 새끼’라고 말하는 억양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다. 아니, 후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같았다. 후의 눈은 경악으로 변했다.




“설마… 진짜 순정이?”




“꺄르르… 후야, 니가 세 번째로 속았어. 천일이 오빠랑 인이 오빠도 벌써 당했어. 순정이 속상하겠다. 딴 사람은 몰라도 후는 안 속을 줄 알았는데, 니가 순정이랑 젤 친했잖아.”




“으이구… 이 새끼를 믿은 내가 바보지. 역시나 이놈도 동태 눈깔이었어. 크으~! 하여간 남자 새끼들이란…….”




후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둘은 후를 놀려댔다. 후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순진이 설명해준다.




“여름방학 동안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데. 20kg 조금 더 뺀 거래. 아는 미용실 가서 화장하는 법 배우고…… 방학 동안 두 가지만 하고 지냈다나봐. 근데 순정아.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잠시 설명을 한 순진은 후를 내버려두고 다이어트에 관한 화제로 순정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후는 멍하니 순정을 바라보며 사람이 저렇게 까지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못 미더워했다. 순정이 고개를 돌려 그런 그를 쳐다보자 얼른 외면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그는 그녀들과 다른 회원들을 속이는데 동참하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염상섭의 ‘삼대’를 주제로 세미나를 마친 소연 회원들은 으레 그렇듯이 개술집으로 몰려갔다. 두 달 만에 만난 회원들은 개술집의 모든 술을 비워버릴 기세였다.




“아름다운 우리 순정이를 위하여~~!”




“위하여~~!!”




달의 구호와 함께 다들 잔을 들었다. 그날의 술판은 소연의 개강파티가 아닌 순정의 변신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해야 옳을 정도로 사람들이 순정을 치켜세웠다. 단 한사람, 후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그녀를 대했다. 처음엔 신입이라고 속아 매너 있게 대한 것뿐이었다. 다른 회원들의 눈에도 서로 욕을 섞어가며 하며 대화하는 순정과 후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특히 남자 회원들의 경우 그런 후가 부럽기까지 했다. 어쨌든 순정이 예뻐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개술집 구석자리에 소주박스가 빈병으로 하나 가득 채워질 무렵, 소연의 개강파티는 끝이 났다. 천일의 경우 회장으로서 개최하는 마지막 세미나 날이었다. 다음 주면 인에게 신임회장 자리를 물려 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회원들이 1년간 수고했다며 주는 잔을 받아 마시다 보니 많이 취했다. 인도 차기회장이라는 이유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들은 1학기 때처럼 같은 방향의 회원들끼리 택시를 함께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순정과 달이 취한 인을 데리고 갔고, 후가 혼자서 천일과 순진을 데리고 갔다. 다행이 순진이 별로 취하지 않아서 천일을 바래다주는 데 그리 애를 먹진 않았다. 순진을 키스와 함께 보내준 그는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택시를 내려 기숙사로 걸어가는데 기숙사 골목어귀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정이였다. 키스 후 약간 취기가 약간 오른 그가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 때문인지 그녀가 정말 예뻐 보였다. 하지만, 후는 스스럼없이 말을 꺼냈다.




“야~! 집에 안 갔냐? 밤늦게 싸돌아다니면 누가 잡아간다. 나라면 안 그러겠지만… 크크.”




“후야. 한잔 더 하자.”




평상시와는 다르게 거친 말이 없었다. 후도 나름대로 술이 부족한 감이 있어 그러기로 했다. 그녀가 먼저 걸어가고 그가 말없이 곁에서 따라갔다. 순정은 말이 없이 걷고만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상하긴 했지만 후는 술기운 때문이려니 하고 단정 지었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순정이 말을 걸었다.




“어디 갈까? 이 시간에 마셔보긴 첨이라 잘 모르겠어.”




“그래? 그럼 저기로 가자.”




후가 가리킨 곳은 단촐한 안주로 유명한 일식집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저녁시간이면 북새통을 이뤄 시끄럽겠지만, 12시가 넘어선 이 시간엔 사람도 별로 없을 듯했다. 순정이 취했건 아니건 간에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것 같아 그곳으로 정한 것이다. 들어가 보니 두 테이블 정도만 손님이 있었다. 그는 순정이 술을 깰 수 있게 은행 꼬지와 맥주 500cc를 주문했다. 그리고 자신이 소주와 먹을 안주로 모듬 꼬지 작은 것을 따로 더 시켰다. 후는 순정의 의사도 묻지 않고 주문을 한 것이 맘에 걸렸으나, 순정은 후의 배려임을 아는 지 토를 달지 않았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술과 안주가 나왔다.




“저, 아저씨 소주잔 하나만 더 주세요.”




그녀는 맥주를 놔두고 소주를 마시려 했다. 후가 말렸다.




“나 취한 거 아니니깐 걱정마. 그리고 나 생각해서 주문해준 거 고마워.”




그러면서 그녀는 소주를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후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관두고 같이 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웨이터가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알려올 때까지 둘이서 소주만 세 병을 비웠다. 후는 그것으로 모자란 지 처음에 시킨 맥주마저 다 마셔버렸다. 순정도 술이 센 편이지만, 그날은 많이 취한 것 같았다. 후는 계산을 하고 순정을 부축해서 가게를 나왔다. 그가 택시를 잡고 기사에게 소리쳤다.




“아저씨, 개나리아파트요.”




순정이 취한 눈으로 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남자새끼가 매너 없게….”




그 말을 들은 그는 하는 수 없이 택시에 올라탔다. 술에 취한 순정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반포대교를 건너는 차 안에서 바라본 한강의 야경은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그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순정이처럼……. 택시가 아파트에 도착하자 후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순정을 깨웠다. 순정은 비틀거리며 겨우 걸음을 옮겼다. 후는 엘리베이터까지 순정을 부축해주었다. 엘리베이터 입구에 선 그녀가 후에게 돌라가라고 했다.


후가 발걸음을 돌릴 때였다. 순간 그의 고개가 획 재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부드러운 무언가가 그의 입술을 덮었다. 일순 후가 당황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정은 가만히 그의 입술을 빨았다. 좀 서투른 느낌이었지만 쉬지 않고 그의 입술을 압박했다. 입술을 땐 그녀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진짜 가도 돼.”




순정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술기운을 빈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용기를 칭찬했다. 그녀가 문 뒤로 사라진 뒤에도 후는 잠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방금 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순진을 생각했다. 왜 밀치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후가 그녀를 밀치지 못한 것은 술기운이 아닌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중량물 때문이었다. 그것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돌아가는 후의 머리 속을 휘저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그의 손엔 소주가 들려져 있었다.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130건 128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