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X - 5부
본문
집에 들어서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뛰어 들어갔다. 비에 흠뻑 젖은 머리칼 보다 더 진한 차가움이 물줄기 되어 온 몸을 적셔준다. 잠깐 동안의 샤워 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회복한 나는 발가벗은 숙의 몸을 향해 샤워기 꼭지를 들이대고 몸에 부딪혀 분수처럼 흩어지는 물방울을 장난 스럽게 쳐다봤다. 포말지어 흩어지는 물줄기 속에 앙증맞던 가슴은 어느새 커다란 표주박을 엎어놓은 양으로 커져 있었다. 움푹 패인 배꼽으로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가고 가느다란 허리가 눈부시게 들어왔다. 검은 음모가 엉키듯 물줄기를 따라 달라붙은 모습 속에 수줍은 듯 숨어있는 붉은 입구가 보인다. 뒤로 할 때는 조금 불편하고 앞에서 할 때는 서서하든 누워서 하든 편한 이유가 대음순이 앞쪽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이리와 등물 해줄게."
"때밀이 수건에 비누 좀 듬뿍 묻혀서 문질러 줘요."
숙은 몸을 세면대에 붙이고 약간 구부려 등을 내밀었다. 뽀얀게 빛나는 속살을 보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건에 비누를 듬뿍 묻혀 내밀어진 등 줄기를 따라 거품이 하얗게 일어날 정도로 온 몸을 문질러본다.
"가슴이 엄청 커졌네."
"짖궃은 말 하시마."
"얼마전만 해도 절벽 같았는데 볼록해졌잖아."
"자꾸 만지니까 커지잖아. 창피해 죽겠네."
"거길 키우려고 성형수술도 한다더라."
"내가 남 의식하며 살아? 당신만 좋으면 그만이지?"
"어휴, 배꼽 좀 봐. 이 짤록한 허리하며 모델같은데?"
"배꼽티 입을까?"
"발가벗어도 안말려."
"학교 갈 때도 티 좀 낼까?"
"속살은 나만 볼 수 있는 권리잖아."
"말도 안돼. 당신 때문에 꼭꼭 닫고 살라고?"
"부득이 노출될 부분만 빼면 남이 절대로 봐선 안된단 말야."
"그런 구속을 하려면 나한테 선물을 줘야할텐데."
"하하, 알았어. 털도 무성해진 것 같아."
"당신꺼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모두 변해버릴꺼야. 대신 책임만 지면 돼."
비누로 미끈 거리는 숙의 몸에 다가가 살포시 뒤로 안아 들었다. 부드럽게 만져지는 속살들이 온통 말초 신경을 자극한다. 덜렁거리던 물건도 성난 듯 머리를 치켜들며 숙의 엉덩이 부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가슴을 두 손으로 바쳐들 듯 안았다. 작은 꼭지가 단단하게 만져진다. 손가락으로 그 돌기를 잡고 살짝 비틀었다. 숙의 몸이 반응하며 목을 뒤로 돌리고 입술을 부딪힌다. 짧은 순간 두 눈에 불꽃이 튀기듯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샤워기를 숙의 비누거품을 씻어내리며 뒤에서 조심스럽게 물건을 넣어본다. 대음순이 앞쪽에 치우친 탓에 뒤에서 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성난 물건이 쿡쿡 그 곳을 향해 찔러가자 그곳으로의 진입을 돕기 위해 숙은 두 발을 벌리고 발가락을 세우는 자세로 대음순을 부벼댔다. 미끈한 애액이 흥건했지만 뒤에서의 시도는 쉽지 않자 숙은 손으로 물건을 잡아 쥐고 억지로 구멍에 끼워 넣는다. 겨우 대가리가 걸쳐졌을 뿐인데도 쾌감이 밀려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빠질까봐 조심스러워 진퇴도 못한 채 뒤에서 숙의 몸에 밀착한 채 가만히 있었다. 숙의 몸이 꼼지락 거리며 물건을 압박한 탓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느낌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한참을 꼼지락 거리던 숙은 힘에 겨운지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며 물건이 빠져 나가도록 밀어냈다. 한참 느낌을 잡아가던 나는 갑작스런 숙의 태도에 긴장하며 한발짝 물러서야 했다.
"가요. 밤새도록 당신의 여자를 할께요."
"알았어. 타월로 대충 닦고 한번 뒹굴어 보자."
급한 물방울만 닦아낸 채 서둘러 침대로 향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뒤엉켜 붙어 버렸다. 미끈한 다리가 털이 숭숭 삐져나온 다리와 엉켜 붙었다.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사공처럼 배의 노를 힘껏 저어나갔다. 어두운 밤바다에 이리저리 파도에 쏠리는 조각배처럼 풍랑에 시달리며 진저리처지는 희열에 몸부림치며 사공은 밤배를 저어 나간다.심연의 바다는 사공의 노가 이리저리 저어질 때마다 거친 몸부림으로 뱃사공을 떨쳐 낼 듯이 파도친다. 밤바다에 익숙한 사공도 몸서리 쳐질 정도로 풍랑이 일어날 때는 잠시 노를 놓고 허우적 거리며 포말에 몸을 맡긴다. 배와 노와 사공과 바다의 사투는 밤새 이어졌지만 거친 풍랑에 항복하듯 사공은 입에 거품을 물고 무너져 내렸다. 파다는 쓰러진 사공을 포옹하듯 끌어안고 그가 내 뿜는 하얀 포말을 말끔히 씻어낸다. 자궁 끝까지 후비듯 헤집던 노가 두 동강난 듯 맥없이 바다에 빠져 버렸다. 검은 바다에 둥근 해가 솟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환하게 비쳐진다. 간 밤의 사투를 모르는 듯 해가 창문에 걸쳐졌다.
"배고파."
"여태 먹고도?"
"아니, 진짜루 배가 고파."
"알았어요. 낭군님. 금방 진지 대령하겠습니다."
"아침 밥은 밤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는데 기대가 되는걸."
"웃기지 마세요. 당신은 빵점."
"뭐? 밤새도록 해도 부족해?"
"난 이미 당신에게 익숙해졌다는걸 몰라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전에는 맛있는 아침 식사는 포기하세요."
"우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당신 몸의 성감대나 연구할까?"
"듣기 좋은 소리."
"이사람아, 평생 수절할 듯 살아온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봐주라."
"거건 옛날 얘기. 이젠 당신이 나를 위한 프로젝트를 생각해야 할껄요."
숙은 밤새도록 피곤한 씨름을 한 사람같지 않게 쾌활한 목소리로 나에게 농을 걸고 있다. 나는 변해버린 숙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여자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사실 나는 지금의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던 나의 미래를 포옹하는 유일한 친구로서의 숙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점차 나도 숙의 삶에 빠져들고 있다. 어쩌면 남자는 몇가지의 사랑을 멀티플레이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아침밥을 먹고 세퍼트에게 먹이를 주러 밖으로 나왔다. 찌뿌등하던 밤과 달리 하늘을 다시 맑았다. 먹구름이 모두 걷히고 태양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비를 머금던 포플러 나무와 미루나무도 벌써 작열하는 태양에 백기를 들 듯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뻗어있다. 촐랑이던 세퍼트들은 내가 쏟아내는 먹이를 향해 씩씩 거리며 달겨들어 아침밥을 먹기 시작한다.
"밤새 그리도 천둥이 많이 치던데 아침엔 멀쩡하네?"
"뉴스를 보니까 팔팔도로가 일부 물에 잠겼다는데요?"
"그래? 이번 장마는 언제 끝나는걸까?"
"당신을 처음 만난 날 이른 장마가 시작됐는데 이젠 늦장마가 시작되나봐요?"
"그런가봐. 늦장마는 태풍을 몰고 올텐데 걱정이야."
"우리 만난지가 벌써 삼개월이 넘었어요."
"난 십년도 넘은 것 같은데 겨우 삼개월이야?"
"응, 유월초에 만나서 지금 팔월이니까 삼개월 된거잖아요."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미국가려고?"
"헉, 또 미국타령?"
"가을엔 가야지."
"내년쯤이면 안될까?"
"미룰걸 미루세요. 뜨거운 밥 먹고 실없는 소리 하지말고요."
나는 휴가가 시작됐지만 숙은 출근을 해야 한다. 강물이 불어서 도로가 끊겼다면 우회도로를 택해야 한다. 서둘러 차를 뽑아 숙을 옆에 태우고 팔당대교로 우회하여 강동쪽으로 방향을 틀며 교통방송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시내 도로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이봐, 당신이 영원한 내 운전사를 하겠다던 말이 귀에 생생한데 사실은 거꾸로 되고 말았잖아."
"맞아요. 평생 당신의 길잡이가 될 결심이에요.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 말이 채 메아리 되기도 전에 입장이 바뀐 걸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나는걸."
"좁살처럼 굴지 마세요. 낭군님."
출근길에 가벼운 농담을 하는 사이 밀리고 밀리던 출근길 끝에 사무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숙이 내릴 수 있도록 길가에 차를 세웠다.
"낮엔 당신 맘대로 돌아다녀요. 하지만 저녁땐 나를 픽업해야 하는 것 잊으면 안돼."
"머야? 그럼 휴가가 아니잖아."
"그럼 차도 없는데 난 어떻게 퇴근하라구요?"
"차를 주차장에 넣어 놓을테니까 저녁땐 혼자서 몰고 가면 되잖아."
"그런게 어디있어? 난 당신이 태워주는 차를 타야만 집에 갈 수 있는데..."
"어거지. 알았어. 낮 동안 도봉동엘 다녀오고 책이랑 기획에 필요한 자료를 갖고 올게."
"낮엔 당신 맘대로 해요. 하지만 저녁엔 내꺼라는 걸 잊지나 마세요."
숙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입구로 걸어 올라갔다. 오래 머물러 있으면 다른 직원들에게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일까 두려워 숙의 뒷 모습만 힐끗 쳐다본 후 차를 몰아 한남대교를 지나 강북 방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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