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사랑이 머무는 자리 - 2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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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졸필을 연재하며 : 우선, 너머 오래 자리를 비워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전합니다. 개인적인 잡다한 업무 때문이었노라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도 **의 독자분들은 다들 착하시니까 용서가 되겠지요.(^^;)




아직 제 주변의 잡무들이 정리가 덜 된 상태라 예전처럼 자주(?) 찾아뵙지는 못할지라도 눈도장 열심히 찍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부디 건강하고, 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29부 -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민혁은 침대 시트에 앉아 지난 4일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꼼꼼히 되짚어 본다. 송 대리의 농간으로 박 이사와 회사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점심시간마다 민혁의 앞자리에 마주앉아 샐쭉거리는 눈빛으로 느릿느릿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는 미스 윤의 천연덕스러운 표정 위로 은지의 충고가 무겁게 오버랩 된다.


[선미 그년, 얼마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 그래서 내가 오빠를 용서해 주는 거야. …… 어려서부터 계부한테 당했대! 그걸 남자 친구가 알게 된 거야. 2년 전 여름에 그 남자 친구가 휴가 나와서 계부랑 함께 동반 자살했어. 어디라더라……? 그래,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했어. …… 문제는 그 남자 친구가 바로 계부의 아들이었다는 거야. 전처에게서 낳았는데, 재혼하면서 헤어졌나 봐.]




잡다한 생각의 곁가지를 쳐내려는 민혁에게 굵은 줄기 하나가 선명하게 뻗어온다. 은지의 생일날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음모를 꾸민 송 대리가 그 날 이후 줄곧 민혁을 피해온 터라 아무런 내막도 캐물을 순 없었지만, 더 이상 짐작하기도 싫은, 확고한 심증을 사실로 믿어버리기로 한다.


‘아무래도 선미가 송 대리의 짝사랑을 이용해 계책을 꾸몄을 거야. 송 대리 그 친구는 미끼를 덥석 문 사냥개에 불과해! 그런데, 도대체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송 대리야 사랑을 얻기 위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선미의 목적은 뭐지? 정신병자의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아.’


다시 생각의 고리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조각배처럼 밑도 끝도 없는 물음표가 머리 속을 어지럽게 유영한다.




[민혁씨,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느라 사람이 다가서는 것도 몰라요?]


어깨에 와 닿는 촉촉한 손길에 민혁이 화들짝 놀라며 엉거주춤 일어선다.


[아니, 그게 아니라…… 소리도 없이 언제 나왔어요?]


[어머, 민혁 씨도 참. 저기 TV도 조금 전에 제가 껐는데 무슨 소리에요?]


민혁은 그제야 혼자 떠들던 TV 화면이 암흑의 침묵 속으로 침잠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욕실을 밝히던 전구도 어느 새 빛을 숨긴 상태다. 잠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싶었는데, 벌써 몇 십 분의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다.


반쯤 일어난 민혁의 상체에 여인의 손길이 스치며 알싸한 향이 전해진다. 다시금 민혁이 침대 시트 위로 엉거주춤 내려앉고, 여인의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거리를 좁혀온다.




[민혁 씨, 안색이 창백해 보여요!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 결코 아니에요. 요즘 업무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가 봐요.]


민혁은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수현에게 털어놓을까 잠시 고민하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만다.


[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저라는 존재가 민혁 씨에게 부담을 주니까… 그래서, 그래서…… 민혁 씨가 고민이 많겠구나 싶어 잠깐 동안 가슴이 철렁, 했어요.]


목소리 사이로 물기가 느껴져 민혁의 여인의 뺨을 쓰다듬는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 위로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청초한 꽃떨기 하나가 손끝 가득 화사한 빛을 건네고, 민혁은 꽃잎에 날아든 벌처럼 여인의 타액을 훔친다.


[어떤 남자라도 수현 씨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긴 힘들 거예요. 더구나 저는 이미 수현 씨의 매력에 항복하고 말았어요.]




민혁은 다소 낯간지러운 단어로 수현을 위로한다. 민혁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수현의 마음 씀씀이가 애잔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진심을 담은 고백이기도 하다. 긴 입맞춤 뒤에 민혁은 욕실로 향하며 한 자락의 진심을 더 꺼낸다.


[어쩌다가 이런 사이로까지 발전했지만,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아요, 우리!]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민혁은 서둘러 욕실로 들어선다. 짧게 숨을 몰아쉰 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짬짬이 찾아오는 수현의 정성에 감동하며 온 몸 구석구석을 정성들여 씻는다. 허리에 타월을 둘러 사타구니 부분만 살짝 가리고 수현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선다.


가벼운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고단했는지 수현은 잠들어 있다. 깨울까 망설이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는다. 자책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이 여자를 사랑해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가 없다. 은지와 수현…… 두 여자를 함께 사랑하는 것은 분명 파렴치한 짓거리인데, 아무리 냉정하게 자신을 닦달해도 결코 수현을 밀어낼 수 없다.




[제가 깜빡 졸았나 봐요. 깨우지 그랬어요, 민혁 씨!]


[너무 곤하게 자는 것 같아서…… 방송도 힘들 텐데, 매번 이렇게 내려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그러는 걸요. 그것보다 ……]


사이를 두고 수현의 입술이 나지막한 소리를 낸다.


[혹시, 오늘 은지 씨와 데이트와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절에 갔어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그냥…… 불심이 깊은 어머니를 모시고 구인사에 갔을 뿐이에요. 은지도 바람 좀 쐬고 싶다며 하룻밤 묵을 예정이에요.]


[은지 씨는 아직, 아직…… 저의 존재를 모르죠?]


[네. 아직은……]


[영원히 몰랐으면…… 모르는 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말이에요.]


[언젠가는 은지도 알게 되겠죠!]


[그 땐 은지 씨가 저를 용서하지 않겠죠? 물론 저보다 민혁 씨가 훨씬 더 곤란해지겠지만……]




민혁은 말끝을 흐리는 수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어딘가에 있을 출구는 서서히, 서서히 찾기로 한다.


[민혁 씨! 우리,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요.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죠!]


수현이 가운을 벗으며 환하게 치아를 드러낸다. 민혁 역시 허리춤의 타월을 툭, 벗어버린다. 은지 이야기로 풀이 죽어 있던 자지가 천천히 용솟음친다.


알몸이 된 수현이 침대 중앙으로 민혁을 이끈다. 민혁은 말없이 수현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긴다.


[오늘은 제가 하는 대로…… 민혁 씨는 가만히 누워 있기에요.]


[……]


수현은 자신의 손가방에서 몇 가닥의 끈을 꺼내더니 곧장 민혁의 사지를 묶어 침대 모서리와 연결한다. 민혁은 꼼짝없이 결박당한 채, 수현의 다음 동작을 멀뚱히 누워 지켜본다.




[혼자 비디오를 보면서 궁리한 거예요. 저번의 원조교제 흉내보다 짜릿함은 덜하겠지만, 때론 여자의 능동적인 리드도 자극적이지 않겠어요.]


판자 위로 튀어나온 못처럼 우뚝 솟아 있는 민혁의 자지에 수현의 혀가 와 닿는다.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어린아이처럼 수현의 혀끝이 좆 대궁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인다. 잠시 젖가슴 사이에 끼워 희롱하더니 이내 목젖이 닿도록 자지를 집어삼킨다.


민혁의 자지 끝으로 힘줄이 돋아나 팽팽함을 더해간다. 수현의 입 안 가득 고여 있던 침이 민혁의 자지를 번들거리도록 만든다.


수현이 몸을 돌려 자신의 엉덩이를 민혁의 얼굴로 들이민다. 민혁은 손을 사용할 수 없어 그저 혀만 내밀어 보지 구멍을 적실뿐이다. 그게 아쉽다고 여겨지는 순간 수현의 엉덩이가 조금 더 내려앉는다. 코끝으로 따뜻한 애액이 느껴지더니 보지 전체가 얼굴을 압박한다.


[케, 켁…… 으, 읍…… 숨이 막혀서……]




그런 민혁의 다급한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수현의 엉덩이는 더욱 심하게 좌우로 요동친다. 수현은 오른 손으로 자지를 빠르게 훑는 한편, 왼손으로 불알 두 쪽마저 쪼물거린다. 민혁은 숨쉬기 힘든 지경에도 불구하고 분출하는 성욕을 억제할 수 없다. 사지를 결박당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욕정이라는 본능에 불을 지핀다.


이윽고 뜨겁게 달아오른 민혁의 몸뚱어리 위로 수현이 기마자세를 취하며, 성난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끼워 맞춘다.


앳된 경주마처럼 시작은 느리고 완만하다.


[하으…… 하아……]


민혁은 단내를 흘리며 짧게 신음한다.


[어때요, 민혁 씨! 저, 잘하고 있나요?]


[최, 최고예요. 이렇게 좋다니……]




약간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돌던 맷돌이 회전력을 높인다. 맹렬한 질주가 이어진다. 탁탁, 허리를 돌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수현 씨! 많이, 해본 솜씨 같은데……]


[며칠 전부터 비디오 보면서 연습 많이 했죠. 거울로 비춰지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민혁은 알 것도 같다. 지금 수현은 남자 경험이 없음을, 그저 홀로 익혔음을, 민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출렁이는 수현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싶지만,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싶지만, 절실한 심정과 달리 손은 제자리를 지킬 뿐이다. 대신 그윽한 마음을 담아 수현을 올려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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