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4부 6장
본문
제 4 장 눈 깜빡일 순(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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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 일찍부터 후는 순진과 함께 소연을 청소하고 있었다. 순진과 그를 비롯한 몇몇 회원들은 기말고사가 끝이 났지만, 나머지 회원들은 오늘이 종강을 하는 날이다. 둘이서 얼추 청소가 끝나갈 무렵 순정이 동아리 방에 들어왔다. 오늘도 그녀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무렇게나 농을 던진다.
“이 새끼, 청소하고 있었네? 역시 넌 머슴 체질이야. 크큿~~!!”
“아이구 마님, 시험은 잘 보셨습니까?”
후도 능청스레 그녀를 맞받아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순진은 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다 걸레질을 계속했다. 하지만 순정의 잡담은 계속 이어진다.
“규방(閨房)의 일을 잡것이 어디 알려고 드느냐? 어서 하던 일이나 마저 끝을 보거라.”
“이런 싸기지 없는 기지배가? 얼른 걸레 들고 책장이나 닦어. 이 봐. 삼월이! 거기 청소 다 끝났어? 그럼 시월이랑 가서 걸레 좀 빨아와. 나도 바닥 청소 다 했으니깐 나머지는 같이 하자.”
후는 순진이 3월생이라 동아리 내에서는 농담 삼아 삼월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동아리 내의 나머지 여학생들도 그녀들이 태어난 달에 따라 순정이는 시월(十月)이, 애련이는 유월(六月)이라고 불리고 있었고, 남학생들도 그의 심사(心事)에 따라 전원일기에서나 불림직한 머슴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후의 춘삼이를 비롯해, 응삼이, 일용이 등이 그것이었다.
저녁이 되자 소연 회원들은 방학을 하기 전 마지막 술자리라 미친 듯이 마셔대고 있었다. 개술집은 발 메울 틈이 없을 정도로 종강파티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회원들이 어느 정도 술이 오르자 후는 준비 해온 대자보를 동기인 ‘응삼이’, 인수에게 들게 하고 젓가락을 들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대자보에는 ‘1996년 소연의 Hot Issue, 뜨거운 감자 Best 5"라고 적혀있었고, 아래로는 내용이 종이로 가려진 1에서 5까지의 숫자가 있었다. 후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1996년이 지나는 마당에 우리 소연의 지난 1년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옳소~~!!”
“20기의 기린아(麒麟兒) 춘삼이, 잘 한다.”
여기저기서 울려터지는 함성을 갈무리한 후가 다시 말을 한다.
“그럼, 올 한 해 동안 가장 말이 많았던 문제들을 짚어 나가겠습니다. 일용이 위원, 1위부터 열어 보세요.”
일용이, 영선이 스카치테이프로 덮여져있던 종이를 떼어내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왔다.
‘1. 양기(陽氣)가 입으로만 쏠린 유달. 대한민국 육군 말아먹다.’
“푸하핫~~!!”
유달의 입담을 기억하고 있는 모든 회원들은 웃어재끼느라 후의 설명을 들을 새도 없었다. 잠시 좌중(座中)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웃을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달이 형의 입담을 사모하던 수많은 여성 팬들의 눈물과, 같은 부대 내에서 그에게 시달릴 수많은 국군장병들의 귀에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담이 덜어진 우리는 귀딱지의 괴로움에서 벗어난 즐거움의 비명을 지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술잔을 높이 들어주십시오.”
“저 놈 오늘 사고 치네. 그래, 후! 너 한번 망가져 봐라.”
선배들이나 동기들이나 후의 농(弄) 짓거리에 다들 넘어오는 분위기였다.
“그럼, 여인들의 눈물과 국군장병들의 귀를 위해, 사라진 귀딱지를 위해, 개나발(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위하여~~!!”
다시 다들 술잔을 따르기를 기다린 후가 말을 했다.
“그럼 2위는 무엇일지 궁금하시죠? 일용위원, 부탁드립니다.”
‘2. 악마적인 카리스마의 이천일, 회장직 사퇴.’
“에~~ 악마적인 미소 뒤에 숨겨진 카리스마로 후배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쳤던 이 모씨가 드디어 소연의 회장직을 떠났다는군요.”
천일은 그 이야기를 듣자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야~~! 얘들아! 내가 그렇게 무서웠냐?”
“그걸 말로 해야 압니까? 그 주인공 벌주(罰酒)로 한 잔 하세요. 삼월아, 저 아저씨 글라스로 한 잔 드려라. 시월이는 안주 하나 집어드리고…….”
“크하하~~!!”
“여러분 너무 웃으시면, 3, 4, 5위에 못 웃습니다. 자제해 주세요.”
이윽고 드러난 3위는 인의 회장직 역임이었고, 4위는 복학생 선배들의 취직이었다. 인과 취직을 한 선배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술잔을 비웠다.
“자, 이제 마지막 5위만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대충 짐작을 하셨을 테지만, 자……, 공개 하겠습니다.”
‘5. 시월이, 황진이로의 대변신.’
“야, 씨발, 그게 어떻게 5위냐? 1위지.”
취한 인이 큰소리를 치자 다른 이들이 모두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여러분, 아무리 그래도 후배가 어떻게 선배를 앞지릅니까? 그리고 순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신경 꺼주시기 바랍니다.”
“저런 싸가지 없는 놈~~!! 크하핫~~!!”
“그리고 주인공 이순정양의 노래를 한 곡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아 박수~~!!”
모두들 박수를 치자 순정이 하는 수 없다는 듯 나왔다. 후가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마이크 대신으로 넘겨주었다.
“다른 여자 생긴 거라면~~, 혼자 있고 싶어서라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 거야! 우리 사랑을 위해~~.”
순정이 처음 빼던 것과는 달리 율동까지 곁들여 가며 부른 노래는 당시의 히트곡인 ‘영턱스클럽’의 ‘정’이었다. 후는 그녀와 함께 다니며 이 노래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중반의 랩을 도맡아 했다. 소주병이 스무 병 이상 나뒹군 술자리는 환성소리에 순정의 노래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의 술자리에서도 박수를 쳐대며 따라 부르자 개술집은 그날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 정말 이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는 거라면~~. 꽥꽥~~!!”
후는 노래를 부르던 순정이 ‘함께 할 수 없는 거라면’ 이라는 가사를 부를 때 애잔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평소 장난이 심하고, 남녀구분이 없이 잘 놀던 그녀는 후의 어깨에 한 쪽 손을 올리더니 색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람바다 같기도 한 그 춤은 후의 몸 구석구석을 양다리와 아랫배, 가슴으로 요염하게 감아 오는 것이었다. 손님들은 입에 손을 넣어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환호성을 냈다.
“삐~~익!! 요샌 젊은 학생들이 더 잘 논다니깐.”
“남학생이 너무 뻣뻣한 거 아냐?”
후가 남몰래 순진을 바라보니, 그녀는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의미인 양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에 용기를 얻어 순진의 몸짓에 처절하게 대응을 해나갔다. 순정처럼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주변의 갈채를 받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야~~! 순진이 어떻하냐? 지난 일년간 후가 맨날 바래다줬는데 저거 한 방에 순정이한테 뺏기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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