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4부 4장

본문

제 4 장 눈 깜빡일 순(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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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가고나자 후는 순진에게 삐삐를 쳐서 옥탑방으로 불렀다. 순진은 들어서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옷부터 벗는다. 후는 그녀가 옷을 벗던 말던 상관 않고,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가방 앞의 작은 주머니를 여니 알약이 보였다. 남부지방 남자들은 남녀관계에 있어 남자의 책임을 더 두는 면이 있었다. 후도 경상도 촌놈이다. 그는 화가 났다. 아니 그녀에게 이런 약을 먹게 하는 자신이 미웠다. 순진도 그의 표정을 보자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이기 뭐고?”




“후야, 이야기 안 하려던 것은 아닌데…….”




“됐다. 다~~씨는 이런 거 먹지 마라. 내가 쪼매만 더 조심하마 된다. 그라고 한번만 더 이런 거 머그마 내 니 안 본다. 알았나?”




그녀도 후가 엄청나게 화가 나거나 흥분할 때만 사투리를 쓴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말없이 그에게 안겨 용서를 빌었다. 후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내가 화낼 일이 아이다만은, 내가 니한테 이런 거나 묵게 하마 안 되자나? 난 내 때문에 니가 이런 거 먹는 거 실타. 자꾸 먹으마 몸에도 해롭다며? 그러니 다시는 먹지 마. 나도 자기가 걱정돼서 하는 소린 거 알지?”




그가 말을 맺을 무렵 그의 억양이 표준말로 돌아왔다. 그녀는 후가 용서해 줬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걱정스런 목소리를 듣자, 그때까지 조용하던 그녀가 울음을 쏟았다.




“흑흑…… 미안해, 후야. 다시는 안 그럴게. 흑흑… 진, 진짜루 안 그럴게.”




“됐어. 울지 마. 뚝~~!!”




후가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입술을 찾았다. 순진도 훌쩍이던 것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그를 맞았다. 그들의 혀가 엉키고 몸이 부딪혔다. 차가운 옥탑방이 이내 뜨거워졌다. 후가 재촉하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그녀의 입술이 후의 가랑이 사이로 사라졌다. 후의 허리가 들썩이며 몸이 굳어지자 그녀의 머리는 더욱 세찬 움직임을 보인다. 그의 들썩임이 끝나자 그녀는 그의 끝부분을 정성껏 핥았다. 순진은 후와의 경험으로 사정을 마친 남자의 귀두를 자극하면 엄청난 쾌락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이빨까지 동원해 잘근잘근 씹어가며 그를 궁지로 몰았다.




“아얏~~! 잠깐만…….”




순진도 후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갑작스레 입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며 똘똘하게 생간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의 끝머리부분을 이빨로 너무 세게 긁어내린 것인지, 피부가 심하게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머~~! 이를 어째?”




“에이~~ 그러게 살살 좀 하지?”




“어떡해? 피 나잖아?”




“냉장고에 가서 얼음 좀 가져와. 이거 더 건드리면 지혈 안 되니까 내가 할게.”




순진이 냉장고에서 얼음을 가져오자 그는 그것을 손수건에 집어넣고 상처에 가져다 대었다. 냉기(冷氣) 때문에 중심이 수그러들자 이내 피가 멎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순진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후에게 질문을 했다.




“후야, 근데 내가 약 먹는 거 어떻게 알았어?”




후는 방금 전에 순영과의 일을, 욕실에서 있었던 일까지 소상하게 말했다. 순영이 나중에 욕실의 일을 들고 나오면 그가 그녀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가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더구나 그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야 나중에 순진도 그를 더욱 믿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순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입을 떼는 것이 화가 난 듯이 보였다.




“정말 그게 다야? 더 이상 아무 일 없었어?”




순진은 순영에게 둘의 관계를 들킨 것보다 그와 순영이 함께 옷을 벗었다는 사실이 더욱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후는 잘못한 것이 없는 지라 당당하게 맞받아쳤다.




“내가 처제한테까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정 못 믿겠으면, 방금 내 양을 기억해보면 알 것 아냐?”




순진도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그는 방금 상당히 많은 양을 방출했더랬다. 순영과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 몇 시간 안 되는 사이에 그가 다시 그만큼을 뱉어내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애무하면서 그의 몸에서는 땀 냄새가 조금 났을 뿐 여자와 방사(房事)를 나눈 흔적은 아무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괜히 의심을 한 것 같아 미안했다.




“미안, 앞뒤도 안 가리고 의심해서 미안해.”




“아냐, 내가 자기 입장이었다 해도 그랬을 거야.”




“근데 순영이 고 기집애가 알았으니 이제 어떡하지?”




“순영이도 속이 깊으니까 어른들께 말씀드리진 않을 거야. 그리고 순영이는 니가 모르는 줄 알 테니까 하던 대로 행동해. 그게 나을 거야.”




“응 알았어. 근데 우리 서방님 이제 어떡해? 많이 아프지? 이제 나을 때까지 그 짓도 못 하겠네?”




“얘가 이제 아줌마 다 됐네. 이제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나 배고프니까 라면이나 끓여줘.”




“치잇~! 아줌마 만들어 놓은 게 누군데?”




순진은 옷을 입지 않은 채로 부엌으로 들어가 라면을 끊인다고 부산을 떤다. 후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자 다시 아래가 서면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옷을 입어야했다.




후는 순진을 집에다 바래다주고 민철과 주만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시험이 끝나면 후가 술을 한 잔 사주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다. 다행이 양쪽 집에서는 후를 믿었기 때문에 그러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후는 차를 놔두고 지하철을 탔다. 강남역 뉴욕제과 옆에 가보니 이미 주만과 민철은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사이비 과외선생은 왜 안 오냐?”




“그러게 말야. 조직인지 선생인지 알 수 없는 폭력고사 주제에 시간 약속이나 어기구.”




“뭐, 싸부가 건달이었다구?”




“몰랐나 보네? 누나가 그러던데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래?”




“안 그래도 저번에 나한테 맞짱을 두자고 하더라니…….”




“그래? 어떻게 됐어?”




“씨부랄, 어떻게 되긴? 졸라게 맞았지. 나도 학교에선 알아주는 편인데, 완빤찌에 그냥 나가떨어졌다는 거 아냐? 처음부터 한 방에 조질 작정이었는지 바로 급소에 주먹이 날라 오더라. 한 대 맞고 기절했는데 깨자마자 다시 자근자근 조지기 시작하더라구. 그것도 웃으면서 ‘별로 안 아플 거야’ 그러면서 말야. 웃으면서 사람을 개 패듯 패는데 나 정말 쫄아서 오줌 싸는 줄 알았다니깐…….”




“그 인간이면 그러고도 남을 거야. 아얏~!”




두 녀석은 그가 온 것도 모르고 후를 씹어대고 있었다. 거기까지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후가 둘에게 알밤을 먹였다.




“아야~~!! 이씨~~ 누구야~~앗! 싸부님~~!!”




“제자들아, 고생 많았다. 추운 날 싸부까지 씹어대느라 주둥이가 다 얼었구나? 욘석들~~!!”




“형, 오셨어요?”




“가자, 추운 데 어디부터 들어가서 앉자. 아직 저녁 전이지?”




후는 녀석들을 데리고 해장국집부터 찾았다. 추운 날씨에 고생했을 녀석들의 속을 따뜻한 것으로 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장국과 반주로 소주 하나를 시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주만이 시험을 잘 본 것인지 옆의 민철을 의식하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싸부~~! 나 오늘 싸부를 다시 봤다니깐요. 매 시간마다 50분 가까이 시간이 남았어요. 그래서 다시 풀어도 될 시간이 충분하더라구요. 야! 민철아, 넌 어땠어?”




“나야, 뭐. 형이 가르쳐준 대로 했지. 근데 고 2때까지 워낙 놀아놔서인지 자신이 없어.”




주만도 자신이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미안한 표정이었다. 녀석은 그래도 착한 녀석이라 민철에게 사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안, 네 분위기도 모르고 나만 날뛰었네.”




“아냐, 너라도 잘 봤다니 다행이다. 야!”




“고마워. 형… 우물… 근데 오늘 뭐… 우물… 사주실거예요?”




주만은 입에다 뭘 넣고 주절대는 것이라 온통 밥알이 튀었다. 주만의 건너편에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메뉴판으로 밥그릇을 가리고 있었다.




“이놈아! 밥이나 다 먹고 얘기해.”




“앗, 싸부 미안해요. 푸하하하…….”




주만이 웃어버리자 그의 입에서는 산탄총처럼 밥알이 튀어 온 상을 점령했다. 후와 민철은 아예 숟가락을 놓아버리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런 지저분한 자식.”




“이런 지저분한 자식.”




후는 두 녀석들을 데리고 부근의 삼겹살집으로 가서 소주를 먹이고, 다시 2차로 맥주를 먹인 다음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 녀석들은 취해 3차를 부르짖었으나 선생으로서 형으로서 후는 그들에게 택시비를 쥐어주며 집으로 보내야만 했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참, 너희들 수험표 뒤에다 정답 적어왔지? 그거 가지고 내일 아침에 수능 문제집 사서 점수체크 해둬. 형이 나중에 확인할 거야. 못 친 거는 용서해도 거짓말은 용서 안 한다?”




“네, 알았어요. 싸부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모레 뵈요.”




“형, 잘 먹었어요. 모레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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