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5부 5장
본문
제 5 장 젊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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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는 거동이 편해지자 순진이네부터 찾았다. 순진의 아버지와의 약속이 일주일이나 미워진 것이 미안하여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다. 순진의 아버지께서 이야기하는 아르바이트는 간단하게 말하면 현장 소장의 따까리 같은 것이었다. 지난 방학 때 현장에서 경험이 있던 후는 궁금한 것이 있어 여쭤보았다.
“아버님! 현장에도 기사들이 있잖습니까? 말씀 들어보니 그런 사람들이 할 일 인데 구태여 절 부르실 이유라도 있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얼마 전에 내 직속으로 기사 한 놈이 들어왔는데, 이 놈이 경험도 없는 것이 일류대학 물 좀 먹었다고 빈정거리는 게 영 마땅치가 않아서 말이야. 그놈에게 작은 단지 하나 맡으라고 떼어주면 나도 싫은 꼴 안 봐서 좋잖은가? 나중에 하자라도 나오면 큰소리칠 수 있고……. 그래서 그런 거라네. 순진이 얘기 들어보니 여름에 현장에서 목수팀이랑 일 좀 했다면서? 그러면 대충 현장 유도리를 알 것 아닌가? 그러니 경험 쌓는 셈치고 와서 일 좀 하게.”
“그래도 겨우 두 달인 걸요? 그리고 인제 겨우 건축과 1학년인데 제가 아는 게 있어야죠. 괜히 아버님께 누만 될 것 같습니다.”
후는 아무래도 자신이 하기는 힘든 일인 것 같아 정중히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께선 다시 그를 설득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자네한테 힘든 일 부탁하는 게 아니야. 일이야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되고 내가 하는 일 조금 거들어 주는 거니까 어려울 것도 없어. 그리고 내가 차근차근 가르쳐줄테니 그런 걱정은 말게나. 나중에 자네가 졸업해서 현장을 가건, 설계를 하건 간에 현장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거란 말이야. 그러니 나나 자네나 손해 보는 플레이는 아니란 말이야.”
후도 아버님의 말을 들으니 귀가 솔깃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을 내려도 될 것 같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아버님! 저한테 시키시려는 일이 뭔지는 알아야 저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도 그렇군. 자네가 할 일이야 간단한 거라네. 보통 기사들이 하는 일인데, 어려운 것은 아니야. 현장 인원 체크하고, 일보 적고……, 참, 자네 1학년 마쳤으니 도면 볼 줄 알겠구만. 그럼 일은 거의 다 배운 거나 마찬가지야. 줄자 들고 다니면서 도면이랑 맞는지 검사해서 메모하고, 사진 찍어두고, 뭐 주로 그런 거라네. 내가 요령 생길 때까지는 붙어 다닐 테니 그 점은 염려 말게.”
아버님은 그를 데리고 가고 싶으신지 쉬운 측면만을 부각 시키시는 것이 눈에 보였다. 후도 현장에서 기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고, 자신이 실수하면 순진의 아버지에게도 폐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럼, 아버님. 제가 일주일 정도 일을 배워본 후에 아버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건축과에 다니고 현장에서 어느 정도 돌아다녔다고 하지만, 보는 눈은 아버님이 훨씬 정확하잖습니까? 그러니 아버님께서 제가 일하는 것을 보신 연후에 가부를 판단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도 처음에는 딸의 부탁을 받고 약간 석연찮은 점이 있었는데 후가 그 점을 미리 들고 나오자 녀석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게다가 판단도 처음엔 녀석이 한다더니, 나중엔 당신에게 돌리는 것이 더욱 맘에 들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내가 현장밥만 30년이니 그게 좋을 듯하군. 그래, 언제부터 나올 수 있겠나?”
“원하신다면 내일이라도 나올 수 있지만, 지난 며칠간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아침 6시에 찾아오게. 대신 내가 아주 빡세게 가르칠 테니 각오 단단히 해두고 오게나.”
“처음 배우는 일인데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깊게, 행동은 빠르게……. 노가다 체질이구만. 내가 보는 눈이 틀리지 않다면, 자네 방학 내내 일할 수 있을 것 같네. 그런데 사위, 몸은 좀 어떤가? 술이라도 한잔하고 가지 그래?”
후는 ‘사위’라는 단어가 이상하리만치 괴리감이 들었지만 그것은 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유혹을 이기진 힘들었는지 그의 눈이 흔들렸다. 아직까지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심정은 알콜의 효과를 기대해 볼만 했다. 그는 아버님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여쭈었다.
“저어…… 그런데 아버님. 밖으로 나가서 마시면 안 될까요? 어머님이나 순진이가 알면 잔소리가 심할 텐데요?”
아버님도 몰래 숨어서 마시는 술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아시는지라 낮은 목소리로 화답하셨다.
“그래? 그럼, 요 앞에 골목어귀에서 30분 후에 보세. 자네도 차는 가져다 두고 와야 할 것 아닌가?”
“네, 아버님! 30분 후에 골목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날 저녁, 후는 오랜만에 마신 술로 인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다지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고민을 덮어줄 만치는 되었다. 숙면으로 인해 몸이 개운해진 그는 일어나자마자 시스터즈들에게 오후에 집으로 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그도 그녀들과의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하기 때문이다. 후는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후 차를 몰고 경동시장을 찾았다. 어쩌면 ‘마지막 만찬’이 될 지도 모르는 오늘 저녁을 자신의 손으로 성대하고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는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그녀들을 위해 해산물을 많이 준비했다. 그는 생선가게에 들러 꽃게를 사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꽃게탕을 끓이는 방법을 메모하여 나머지 준비물들을 구입했다. 다시 횟집에 들러서 광어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어색한 솜씨로 요리를 시작했다. 그가 얼추 요리준비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싱크대 위를 보니 이제 불만 켜고 끓이면 될 정도가 되자 그는 아래의 가게로 내려가 술을 사왔다. 시스터즈는 분명 말릴 것이지만, 오늘은 좀 마셔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준비를 끝내고 오랜만에 역기벤치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옆을 바라보니 똑같이 생긴 아령 세트가 그를 반기고 있다. 10kg의 아령을 양손에 나눠진 그는 열흘 만에 느끼는 근육의 힘을 즐기고 있었다. 팔운동을 마친 그는 벤치프레스를 하기 위해 벤치에 몸을 누였다. 하지만 역기를 들려는 순간 복부에 힘이 들어가며 얼굴을 찡그리게 되었다. 따로 떨어진 아령을 들어올리기는 쉬웠지만, 아직까지는 하나의 막대로 이어진 두 개의 중량물을 들기에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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