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5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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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젊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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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는 시스터즈들을 방에 두고 겨우 발걸음을 옮겨 세피아에 올라탔다. 막상 책임감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이긴 하였으나 그도 사람인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후가 고통을 참으면서 시동을 걸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니 배에 힘이 들어가며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운전을 포기하고 택시를 타야만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가 골라 탄 택시가 난폭운전을 주무기로 하는 기사가 모는 것이라 그가 주만의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 흡사 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잠시 땀을 말렸다. 한겨울에도 반팔티에 두터운 남방 하나로 겨울을 날 정도로 강인한 그였지만, 피가 빠져나가면서 체온이 많이 떨어져 땀을 말리면서도 추위에 몸을 떨어야했다. 겨우 과외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문을 열자마자 시스터즈들의 품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나 왔어……!”
“후야~~!! 엉엉……. 그러게 나가지 말랬잖아?”
“정신 차려. 후야! 괜찮아? 응? 대답 좀 해봐.”
그녀들이 후를 침대에 눕히고 상의를 들치자 붕대는 다시 피에 절어 있었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붕대를 걷어낸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상처에서 피가 나오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실밥이 터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은 상처를 소독하고 새 붕대를 댄 후, 그 위로 다시 압박붕대를 감았다.
다음 날 아침 후가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신의 양옆에 순진과 순정이 안겨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전날 심하게 추위에 몸을 떤 것과는 다르게 몸이 따뜻했다. 담배 생각이 난 후는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짓에 두 여인이 깨어났다.
“아함~~! 후야, 잘 잤어?”
“몸은 어때?”
“야! 한 사람씩 물어. 둘이서 물어오니깐 정신없다.”
“알았으니까 좀 더 자.”
“그래, 안정이 최고라니깐 좀 쉬어. 우리가 아침 준비해 올게. 순진아, 냉장고에 남은 거 좀 있지?”
“어제 장 봐온 거 있잖아. 그걸루 국이랑 끓여서 먹으면 될 거야.”
“으이구 잔소리는……. 근데 담배 어딨어?”
그가 담배를 찾자 그녀들의 고함 소리가 뒤따른다.
“안 돼~~!!”
“미쳤어?”
“끄응~~!”
그녀들의 호통에 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 나을 때까지 절대~~ 금연이야. 이건 순정이도 똑같은 마음일거야. 그지, 순정아?”
“그럼, 둘이서 번갈아 가며 지킬 거야.”
“이런…….”
그의 고집도 한풀 꺾이고 말았다. 그는 그녀들은 보내지 않고는 하고 싶은 데로 하기가 힘들 것 같아 슬며시 운을 떠본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 이틀이나 외박하구 꾸중 안 들어?”
“엄만, 어제 병원에 다녀가셔서 아직 내가 병원에 있는 줄 아시고, 순정이네에는 내가 전화를 해드려서 괜찮을 거야.”
“어른들께서 걱정 많이 하실 텐데…….”
“고양이 쥐 생각하셔? 부모님께 허락 맡아 놨으니까 우리 걱정일랑 말고 니 몸 관리나 신경 쓰셔. 순진아, 우린 밥이나 지으러 가자.”
“응.”
그녀들의 대답에 앞날이 막막한 후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나가자 후는 반바지만 입고 화장실로 갔다. 그는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니들이 고등학교 3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를 거다.’
그의 손이 휴지통 뒤를 뒤적이지만 있어야할 담배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뒤지는데, 문이 열리면서 순진이 그의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자기야~~!! 이거 찾아? 헤헤…….”
눈을 동그랗게 뜬 후는 할 말을 잊었다. 저 정도면 집안에 모든 담배가 그녀들의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다. 후의 모든 희망이 갈가리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후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장실에 들어온 순진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야~! 얼른 안 나가? 아야~~! 난 환자야. 환자라구~~!!”
“환자면 조신하게 있을 것이지. 왜 이런 거나 찾아?”
“알았어, 알았다구~~!! 피, 피 나온다…….”
“엄살떨지 마! 그리고 이건 당분간 압수야.”
그때, 국을 불에 얹어 놓은 순정이 뒤에서 나타나 순진의 손에서 담배를 나꿔챘다. 후는 혹시나 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순정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5층 아래 길바닥에 던져버린 것이다.
“얘는 압수는 무슨……? 후, 너 당분간 담배 구경하기 힘들 거야.”
“그런 방법은 생각도 못했네? 후야! 차라리 이 참에 끊으면 어때?”
“이~~ 씨~~~! 내 돈 주고 산 건데 니들이 왜 괴롭혀? 야~~! 어디 가?”
그녀들은 그가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다시 주방에 들어갔다. 순정은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볼일 다 보고 나면 불러. 씻겨 줄 테니.”
“야~~! 문은 닫아주고 가야지~~!”
시스터즈는 후를 씻겨주고 아침을 먹였다. 후의 안색도 전날에 비해 많이 좋아져서 그들도 집에 다녀오겠다며 옥탑방을 나가고 후만 혼자 남아 있을 때였다. 계단에서 쿵쾅거리며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우리 막내이~~. 우리 막내이 후야 어딨노?”
그 목소리는 후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불렀던 사람, 어머니의 것이었다. 자리에 누워있던 후는 고향에 계셔야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아들을 보며 소리치신다.
“이 자슥아~~! 공부하라고 보냈디마 이기 머꼬? 어? 보자, 괘안나? 우찌 된기고?”
후는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화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투리를 썼다.
“엄마… 엄마가 여는 우예 알고 왔노?”
“이놈 자슥아. 어마이가 이런 거도 모를 줄 알았디나? 안 그래도 저번에 동사무소에 등본 띠로 갔다가 등본에 니 이름이 없는기라. 그캐도 다 큰 자식이 필요해가 캤겠지 싶어가 공부나 하라고 나둔 기라. 칸데 이 꼬라지는 머고? 보자. 벗어봐라.”
어머니께서는 후의 옷을 들치시며 상처를 보시더니 금세 눈에 물기가 맺힌다. 그것을 본 후도 어머니의 모정에 가슴이 아파왔다.
“엄마! 인자 괘안타. 걱정 마소. 그란데 내 다친 거는 누구한테 들었능교?”
“방금 가들 중에 누가 순진이고?”
“어… 가들 만났나? 머라 카든데?”
“엊밤에 가한테 집에 전화가 와가 니가 마이 다칬다 카는 기라. 내사 마 당장 올라올라 캤디(올라오려 했더니) 지금은 지가 간호하고 있으이까 걱정 말고 아침에 오라카데? 자세한 거는 만나가 이바구(이야기)한다고……. 그래가 열 시에 수도학원인가 카는 데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쫌 빨리 왔는데도 가시나 친구하고 둘이 기다리고 있드라카이. 가들한테 들어보이 니가 가들 밸따주다가 깡패 만나가 그랬데미? 맨날 뚜드리 맞고 댕기든 기 문 힘이 있다꼬 그카노? 누가 천씨 아이라칼까봐 이 카나? 와 삼부자가 하나같이 속만 썪이노?”
“아부지는 우야고? 밥은 누가 하고? 누나야도 졸업반이라가 시간 없을 꺼 아이가?”
“니가 시아부지라도 되나? 와 이리 잔소리가 많노? 영감재이 같이 올라올라 카는 거 내가 말깄다.(말렸다) 카고(그리고) 바빠도 진란이 그 가시나 지가 해야지 우얄낀데? 니, 밥은 뭇나?”
“가들이 해주고 갔다.”
“그래? 그라고 매칠 있다가 몸 괘안아 지거등 내캉 짐 싸가 내리가자.”
“안 된다. 엄마~~! 내 과외 하는 아 본고사칠 때까지 봐줘야 된다. 있다가 저녁에 내리가소. 아부지 엄마 없으마 술 빠이 더 자시나?”
“이 불효막심한 자슥이 머라 캐쌋노? 온 김에 방도 좀 둘러보고 친척들도 좀 보고 갈란다. 그라고, 순진이카는 아가 여자친구가? 딸아 그거 싹싹하드라. 머하는 아고?”
어머니께선 후의 여자친구 문제로 화제를 바꾸신다. 후도 이제 성인이니 관심이 가시는 것 같았다.
“어… 가? 우리 학교 댕긴다.”
“카마 가시나 대가리는 똑똑하다 말이제? 생긴 것도 참하고…… 딱 됀네. 그란데… 옆에 있던 가시나는 누고? 순정이라 캤나?”
어머니의 말씀에 후는 긴장했다. 어릴 때야 어머니께 삼처사첩을 들여 손주들만 보다가 늙어 죽게 할 거라고 농담을 던졌었지만, 현재 자신이 양다리를 걸친 상태라 부끄럽기도 했고 대답하기도 난처했다.
“어… 가도 우리 학교 댕긴다. 둘 다 같은 동아리에 있다.”
“그 가시나도 니 좋아하제? 딱 보이 그렇두만.”
“가가 돌았나? 대가리에 총 맞은 거도 아인데 와 지 친구 남자친구를 좋다카겠노?”
후는 어머니께서 정곡을 찔러오자 버럭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어머니는 못난 줄만 알았던 막내가 어린 처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이 즐거운 눈치시다.
“이 자슥아. 엄마가 마이 배우진 몬했어도 눈치는 있다. 내가 보이 가도 그런데로 괘안트라. 니는 누가 더 낫드노?”
“이 아줌마가 머라 캐쌌노? 내가 미칬나?”
“괘안타 이놈아야. 원래 젊을 때는 다 그카고 노는 기라. 낸주 되가 잡는다고 고생하지 말고 지금 하나 골라 놔라.”
“아, 됐다. 고마 해라. 비싼 밥 묵고 머라 카노?”
“이 자슥이 엄마한테 와 큰소리고? 엄마가 없는 말 하드나?”
“아줌마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해싸이 안 카나? 배고프다. 밥이나 주소.”
후는 다급해져 이야기를 끊었다. 하지만 그도 오랜만에 어머니랑 같이 있게 되니 몸도 마음도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고향에 있을 때에도 어머니와 누나랑 함께 수다를 떨던 일이 많았던 그는 밥을 먹으면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젊은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그의 어머니는 사고방식도 많이 개방적인 분이시라 그도 어머니와 얘기할 때는 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민을 은근히 돌려 물어보았다.
“엄마는 누가 더 낫드노?”
“먼 소리고? 아~~! 가~들? 순진인가 하는 아는 생긴 기 똘똘하니 참하게 생긴 기 애교는 많겠드라. 쪼매 말라가 밉상이긴 한데 아부지가 보시만 마이 좋아하시지 싶다. 순정이……, 가는 복 있게 생깄드라. 근데 내가 본 아들(애들) 중에 젖티 큰 가시나 치고 똑똑한 거 몬 봤다. 그래도 궁디는 크다란 기 아는 잘 뽑겠드라.”
“엄마~~! 누가 그래 말하라 카드나?”
어머니의 쑥스러운 말씀에 후가 다시 큰소리를 친다. 후와 어머니가 한창 옥신각신할 때였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야,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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