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친구의 여자 친구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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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아직도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떴다. 머리에서 종이 울리는 것처럼 띵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늘 봐오던 내 자취방 천정이었다. 목이 말라 물을 먹을 요양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난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연이랑 수미가 내 옆에서 낮은 숨을 쉬며 자고 있는 것이었다. 난 어제 기억을 떠올려 봤다.




영화를 보고 수미랑 아연이의 뒤를 따라 호프집에 갔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몇군델 더 돌아다니고서야 겨우 자리가 있는 가겔 찾았다. 아연이와 수미는 영화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난 그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 묻는 물음에 대답이나 해주는 정도였다. 




“이런 내가 너무 시간을 뺏었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수미는 그제서야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야 니가 있어야 재미있지. 그렇지 오빠?”


“으..응”


일어서려는 수미를 아연이가 붙잡았다. 수미는 아연이가 붙잡자 곧 자리에 앉았다. 아마 우릴 위해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 수미도 혼자 보내기는 싫었나 보다. 나도 머 그렇게 싫지 않아 승낙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게임을 해서 졌는 사람이 술 먹기 하는게 어때?”


수미가 당치도 않는 제안을 했다. 나야 술을 분위기에 따라서 마시기 때문에 걱정이 없지만 아연이가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물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 좋아! 하자”


의외로 아연이가 쉽게 승낙을 하자 게임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우리 셋은 끝말잇기를 했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먹는 술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몇 순배를 돌자 제일 먼저 아연의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난 이제 그만하자고 했으나 그녀들은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더하니 아연이가 내 옆을 기대어 왔다.




“오빠. 얘 많이 먹었나봐. 옆에 사람 기대는걸 보면 많이 취했다는 거거든.”


수미도 말이 꼬였다. 나참 혀가 꼬일때까지 끝말잇기라니 ......


“안 되겠다. 지금 집에 들어가면 얘네집에서 문도 안 열어줄텐데. 오빠 잠깐만...”


난 아연이를 부축하고 술집을 나왔다. 수미는 술집에서 나와 아연이집으로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저 수민데요. 밤 늦게 죄송합니다. 오늘 크리스마스라 친구들과 술자릴 같이 했는데 아연이가 너무 마셨네요. 저희 집에서 재우고 내일 보낼께요. 네..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네 알겠어요.”


전화를 하는 수미의 목소리는 전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오빠 그럼 아연이 우리 집에서 재울테니. 오빠도 이만 들어가서 쉬어.”


수미는 내팔에 기대어 있는 아연이를 잡더니 자신에게 기대도록 아연이의 몸을 돌렸다.


“너희 집까지 데려다 줄께.”


“아니 괜찮아 몇 번 이런적이 있어서 상관없어. 그보다 나 때문에 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겨서 어쩌지. 오빠 미안해.”


밖에 나와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수미는 정신을 차리는가 싶었다. 




수미는 들어가라며 나에게 인사하며 도로가로 갔다. 몹시 힘들어 보였지만 한사코 괜찮다고 하면서 혼자 부축하고 가겠다고 했다.


난 길가까지 수미를 따라갔다. 난 택시를 잡았다.


“맞다. 오빠 우리집 지금쯤 친척들이 와 있을껀데. 어제 군대간 오빠가 휴가 첫 휴가 나온다고 해서 친척들이 올라온다고 했었는데 깜빡했다. 어쩌지 오빠!”




수미는 안절부절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하고 난 그녀들을 내 자취방으로 데려왔다. 아연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난 찬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술이 깨는 느낌이 들었다. 수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내 방에 젊은 여자가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물론 영아였다. 수미도 자취방에 오자 좀 어색해 했다. 




“수미야 그냥 자기도 머한데 한잔 더할래”


난 어색해하면 수미에게 말했다.


“응 그러자. 아연이 때문에 아까 먹은 술 다 깨버렸어. ”


난 근처 편의점에서 소주 2병이랑 안주거리를 사왔다. 


우리는 사온 술을 먹고 자기로 했다.




“오빠! 여자 사궈본적 몇 번 없지!”


소주 한잔을 먹은 수미는 나에게 말했다.


“아연이가 오빠랑 만나면 이야길 하는데 내가 들어보면 꼭 지금까지 여자를 사궈 본적 없는 느낌이 들었거든. 어때 내말 맞지 오빠.”


난 정곡을 찌르는 수미의 말에 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몇 명 있어”


난 있지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에이 거짓말.”


수미는 비아냥 거렸다.




“오빠. 친구인 내가 말하기 조금 뭐하지만 아연이 좋은 애야. 학교에서도 인기 많다. 솔직히 내가 봐선 아연이가 정말 아까워. 첨에 오빠 본다구 늘 가게에 가서 보길래 난 반대하며 말렸어. 하지만 오늘 오빠랑 있는 아연일 보고 조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그러니 아연이 사랑해줘야해 안그러면 내가 가만히 안 둘거야 알았지!”


수미는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그런 수미의 말을 듣자 난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연이에게 진심으로 대해왔던가 하고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답은 아니었다. 그저 날 좋아해주는 여자에 대한 의무감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만나온 것 같았다. 극장에서 그말을 듣기 전까진.. 그래서 수미의 이런 말은 진정 나로 하여금 죄책감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동안 수미가 반병 정도 마시고 죄책감에 휩싸인 내가 나머지 술을 다 마셔 버렸다. 맥주를 먹은데다 소주를 먹어서 그런지 빈병이 보일 때쯤 술기운이 확 도는 것을 느끼고 수미와 난 자리를 피고 잤다.




난 어제 일을 기억하고는 옆에 있는 그녀들을 보았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와 얼굴에 내려앉고 있었지만 수미와 아연이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로 꼭 끌어 안고 자는 그녀들 모습이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내 눈엔 참 사랑스럽게 보였다. 


잠시 환상을 본듯하다가 시계를 보고서 알바 시간에 늦은 것을 알고 난 조심하면서 빨리 세면을 하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어제 먹은 쓰레기를 치운 다음 서둘러 가게로 나갔다.




역시 성탄절이어서 그런지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다. 가게 안도 마찬가지여서 난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어느 덧 알바시간이 끝났다. 난 교대한후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가게에 나왔다. 그리고 아연이에게 전화를 했다. 


난 아연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면서 그동안의 내가 참 한심스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껏 내가 먼저 아연이에게 전화를 한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었다. 용케 아연이의 번호가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정도로 아연이에 대해 무심했던 것이다.


휴대폰에서 잔잔잔 발라드 음악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 아연이니. 오빠야”


“응 오빠! 오빠가 전화를 다 주네”


전화기 건너편의 아연는 몹시 기뻐했다.




“아니. 잘 들어갔는가 싶어서.”


“응. 잘들어갔어 오빠 덕분에. 아빠한테 혼좀 났지 머. 오빠 아르바이트 끝났어?”


“방금 마쳤어. 속은 괜찮은거야. 어제 많이 마셨던거 같은데...”


“조금 과음했지 내가. ㅎㅎ . 오빠 마칠 때쯤 가겔 갈려구 했는데 아빠 눈치가 보여서 못 나갈 것 같아. 오빠 가게에 나갈 때 나 깨웠으면 지금쯤 오빠한테 갈 수 있었을 텐데. 깨우지 그랬어 오빠!”




아연이는 투정을 부리며 날 나무랬다.


“응 깨우려고 하다가 네가 자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차마 못 깨우겠더라.”


난 무심코 말했는데 아연이가 잠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아연아 들리니!”


난 다시 아연이를 불렀다.


“아. 응 잘 들려. 오빠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너무나 행복해서. 잠시 넋이 나갔나봐. 아 지금 너무 행복해. 지금까지 만나면서 나한테 사랑이라는 말 한번도 한 적이 없잖아.. ”




아연이의 말에 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나의 이런 말 한마디로 그녀는 행복해 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연아 그동안 미안해. 너한테 무관심했던거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던거 전부 내가 미안해.”


난 진심으로 아연이에게 사과를 했다.


“오빠 괜찮아. 미안하긴 지금 이렇게 오빠 목소릴 듣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행복한데.”


난 이말을 듣고 순간 아연이가 보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며 좋아하는 감정을 가져왔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몰래 좋아하던 그런 짝사랑과는 분명히 다른 감정이었다. 지금 이 시간 그 누구보다 아연이가 보고 싶었다.




“아연아 너 반시간 뒤에 집앞으로 나올수 있니? 내가 지금 네 집앞으로 갈께!!!!”


난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생각할 시간도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XX동 좀 부탁합니다. 아저씨 빨리 가주세요”


시원한 엔진 소리를 나면 택시는 출발했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달리 성탄절 저녁때 교통사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가다서다를 몇 번씩 하는 택시안에서 난 애를 태워야 했다.




그렇게 애간장을 졸이며 간신히 반시간 만에 아연이의 집앞에 도착했다


이미 아연이는 대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아연이에게 달려가 그녀를 꼬옥 안았다.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아연이도 그런 날 두 손으로 감싸왔다.




“아연아 미안해. 나 널 좋아해! 아니 널 사랑해!!!!!”


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난 지금 드는 이 느낌 이 감정이야 말로 사랑이라는 것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한참동안 난 아연이를 안고 있었다.


“오빠 나도 사랑해. 누구보다도 오빨 사랑해.”


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난 아연이에게 키스를 했다. 지금까지 수동적인 키스가 아닌 내가 원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연이에게 키스를 했다. 잠시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


“오빠는 택시 기사 아저씨가 보잖아!”


서로 입술에서 떨어졌을때 아연이가 새초롬히 날 보며 말했다.


그제서야 난 아까 날 태워준 택시가 안가고 아직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웃고 있었다.




“어이 학생 조금 더 해도 되는데 말이야. 하하하”


부웅 엔진 소릴 내며 택시가 출발했다. 그러면서 아저씨가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아저씨의 소리에 부끄러워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 안녕하세요 부끄럼장이 입니다.


그동안 좀 뜸했네요


다른 글들은 들어와서 읽으면서 솔직히 좀 게으름을 피워봤습니다.


다들 너무나 멋진 소설을 쓰시는데 전 아직 많이 미숙하네요


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그런 소설을 언젠가는 꼭 쓰겠다는 신념으로


글을 올리겠습니다.(마음만은 정말 간절히 빌어요 ^^)


즐감하시고 멋진 휴일 보내세요


전 다음에 글로서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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