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5부 13장

본문

제 5 장 젊은 남자




- 1 3 -




“너… 희들…….”




얼어붙은 그에게 두 여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후야, 거절하지 말아줘.”




“그래, 오늘밤만…….”




후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던 그녀들이 지금 당장에는 돌아갈 힘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이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렇게 한번 안아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그의 행동이 빨라졌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그도 지난 한 달간 스스로를 위로했던 적이 많았었기에 속이 부풀어 오른 팬티를 한 번의 몸짓으로 벗어버렸다. 그러나 침대로 오르던 그에게 마지막 관문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누구와 먼저 관계를 가지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두 여인을 번갈아 쳐다보자 순진이 그의 의중을 간파한 듯 부끄럽게 말했다.




“그냥 누워 있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순진은 침대에 오르지 않았다. 후가 보기에는 순진이 후와는 처음이었으니 마지막 밤은 선수(先手)를 양보한 것 같았다. 후는 순진의 시선을 느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정을 안았다. 눈을 감은 순정이 입술을 가져왔다. 그는 순정과 입술을 마주 댄 채로 순진을 바라보았다. 마주 보는 둘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의미는 달랐다. 후의 미소가 미안함과 어색함을 대변한 것이라면, 순진의 것은 조강지처(糟糠之妻)가 첩살림을 하는 남편의 심중을 이해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순정은 눈을 감은 채로 후의 위에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방금 후가 씻을 동안 자신에게 첫 번째를 양보해준 순진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아직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접해보는 그의 손길은 금세 그녀의 눈을 치켜떠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풍만한 가슴을 후가 한 입 가득 베어 물자 그녀는 순진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아흑~~! 후야~~! 사랑해~!”




그녀의 가쁜 숨소리를 들은 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눈을 감은 채 어린 아이처럼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박은 채 열심히 빨아댈 뿐이었다. 그는 가슴을 애무하면서도 한 손을 뻗어 순정의 엉덩이를 끌어 당겼다. 순정의 등 뒤로 돌아간 그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그녀의 두 구멍에 맞춰져 있었다. 그가 자꾸 그녀를 끌어당기자 순정은 양손을 침대 맡에 얹은 상태로 그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후의 입술과 혀가 그녀의 아래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순정의 배꼽에 닿자 그는 다시 나머지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양쪽 둔부를 바짝 끌어안았다. 이제 그녀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의 입에 유린을 당할 것을 알았다. 후의 이빨 사이로 그녀의 거웃이 씹히고, 그의 혀가 계곡 사이로 사라졌다. 그의 혀는 그녀의 작음 보석을 간질이고 있었고, 손가락은 연못 사이로 숨어버렸다.




“흐악~~! 후… 후… 후야~~!”




그녀는 침대 위쪽의 벽에 얼굴을 쳐 박은 채 후의 머리칼을 부여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도리질을 치던 그녀의 눈이 잠시 떠졌다. 순진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외면한 채 앉아있는 것이 보이자 갑자기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왈칵 밀려든다.




“순… 진아! 미, 미안해~!”




그 말에 순진이 고개를 돌렸다. 순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흐트러진 순정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그녀는 처연한 눈길로 순정을 바라볼 뿐 질투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진은 순정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살짝 미소를 보냈다. 순정이 힘겹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자 순진은 후의 하체 쪽으로 다가섰다. 순진의 손길이 그에게 닿자 잠시 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순진은 그의 양물을 조심스레 입 안 가득 받아들였다. 후의 혀와 손이 멈추자 순정이 그를 다독였다.




“우린 괜찮으니까……, 그냥 아무 말 하지 말아줘.”




후도 그녀들의 심정을 헤아리고는 있었지만, 어색하고 미안한 감정이 다시 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심사와는 다르게 그의 육신은 새로운 경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위아래에서 무언가를 흡입하는 소리가 작은 방안을 가득 매웠다. 후는 오른손을 뻗어 순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머지 한 손은 순정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쥐고 있었다. 잠시 후 순정의 몸이 격하게 한 번 흔들리는 것을 느낀 순진은 그의 일부에서 입을 떼었다. 그녀의 입과 똘똘이 사이에 가느다란 거미줄 같은 것이 늘어지다가 끊겼다. 순정은 그의 얼굴에서 내려오더니 그와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후의 손아귀에 잡힌 그녀의 엉덩이가 그의 인도에 따라 익숙하게 그의 일부를 집어삼켰다. 이미 세 사람의 물기가 젖은 그곳은 부드럽게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녀의 동굴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살아 움직이는 그를 접한 그녀도 순진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침대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순정은 자신의 체중을 후의 가슴에 짚은 손으로 보내고 엉덩이의 왕복운동을 즐겼다.




“아~~! 후야~! 너… 무 좋아~~!”




순진은 이제는 그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순진의 어깨를 감은 그의 왼손이 다시 그녀의 머리를 안았다. 그것을 본 순정의 움직임은 한층 더 빨라졌다. 후의 몸에서 전해져오는 진동이 격렬해지자 순진의 입술도 덩달아 강하게 그를 압박했다. 그는 위아래에서 오는 흥분에 점차로 인내력이 부족해짐을 느꼈다. 잠시 순정의 날짜를 생각한 후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일으키려 했지만, 순정이 다시 내려누르는 바람에 저지당했다.




“오…늘은 그냥… 해줘!”




그 말과 함께 순정은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순정은 차라리 임신이라도 덜컥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보다는 마지막 밤을 그런 하찮은 걱정 때문에 그와의 감정을 멈추기 싫었던 것이다. 순진의 혀는 여전히 그의 혀와 엉키고 있었고, 그의 허리도 순정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었다. 후의 허리께가 경직되자 순정이 앞으로 쓰러지며 그를 바짝 끌어안았다. 순진은 순정을 위해 잠시 그에게서 떨어져주었다. 순정의 내부가 작은 진동을 일으키자 그가 움찔거리며 정액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아~~~~~! 좋아~~!”




순정은 자신의 절정이 다 할 때까지 후의 입술을 탐닉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진의 눈에 잠시 이채가 스친다. 사랑하는 남자가 친구와 정사를 벌였다는 사실보다는 생전 처음 보는 타인의 행위를 지켜본 충격이 그녀의 눈가에 남아있었다. 순정이 몸을 일으키자 후는 손을 뻗어 침대 맡의 크리넥스를 건네주었다. 순정은 티슈를 몇 장 뽑아 자신의 모아진 곳에 대고는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입으로 그에게 남은 자신의 흔적을 정리했다. 잠시 풀이 죽어있던 그의 물건에서 다시 맥박이 느껴지자 그녀는 입을 떼고 티슈로 자신의 침을 닦아내고 몇 번의 용두질을 쳐 주었다. 그것은 친구에 대한 준비와 배려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순진의 차례였다. 순정이 자신의 아래를 처리하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간 사이 순진이 침대로 올라왔다. 조금 전 친구의 정사를 지켜본 그녀의 몸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후는 그녀를 눕히고 키스를 했다. 순정이 내려가 있어 순진만을 상대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바쁘다. 순진의 알맞게 솟은 가슴을 들이마실 듯 빨아대던 그는 그것만으로는 갈증(渴症)을 참기가 힘들었다. 후의 입이 가슴에서 곧바로 그녀의 오목한 부분으로 달려갔다. 그가 어디를 어떻게 건드린 것인지 순진의 입에선 묘한 소리가 퍼져 나온다.




“흑~~! 후… 후야~! 아흑~~! 하아~~!”




원체가 물이 많은 순진이라 후의 입가는 금세 액체로 범벅이 되었다. 후는 갈증이 어느 정도 가시자 입가에 묻은 그녀의 자취를 거웃에다 비벼 닦았다. 후는 순진의 다리를 벌리고 양팔에 무릎 하나씩을 걸고 조준을 했다. 스스로의 정리가 끝난 순정이 후의 입가에 걸려있는 순진의 털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주었다. 그녀도 순진이 하던 것처럼 키스를 해주고 싶었지만 자세가 여의치 않았다. 순정이 티슈를 꺼내 그의 입을 닦는 동안 후의 물건은 순진의 다리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아~~! 후야~! 나 좋아……!”




순진이 신음했지만 정작 후는 꾸준히 펌프질만 해대었다. 그의 두 번째 운행은 첫 번째 코스보다 여정이 길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순정의 도로가 4차선이라면 순진의 것은 3차선이 될까 말까하다. 그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중앙선 침범까지 해야 하는 후의 난폭운전은 그에게나 순진에게나 이래저래 힘든 길이었다. 그의 아래에서 순진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자 그는 엔진의 스로틀을 더욱 열어버렸다.




“후야! 사랑해! 후야! 사랑해!”




순진은 한 번의 호흡마다 신음 소리 대신 그 말만을 내뱉고 있었다.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후는 순진의 두 무릎을 자신의 어깨에다 걸치고 움직임을 재개했다. 후는 시스터즈의 걸쭉한 체액을 마신 탓에 목이 칼칼했다. 그의 입에서 갈라진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스악~1 스악~!”




그 소리를 들은 순정은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그에게 주려고 했지만 두 연인의 움직임 때문에 거의 다가 그들의 몸에 부어지고, 정작 그의 입으로 들어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순정은 입에 물을 머금고 그에게 다가갔다. 후는 순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자세를 바꾸었다. 그는 순진의 다리를 양 허리에다 걸치고 그녀의 허리를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당긴 후 재접합을 시도했다. 허리가 들려진 순진은 그의 율동에 보조를 맞출 수가 없어지자 일어나서 그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가운데에 순정이 끼어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후를 안은 것은 순정의 시도가 세 번이 지나고서였다. 순진과 후가 앉은 자세로 서로를 탐하는 동안 순정은 그들의 머리가 거추장스럽지 않게 정리를 해주었다.


한참을 들락거리던 후에게 절정이 찾아왔다. 후는 자신이 아무리 그녀들의 주기를 계산한들, 그것이 부질없는 것임을 아는지라 머뭇거림 없이 순진의 안에서 두 번째 폭발을 맞았다. 그의 몸이 울컥거리자 순진은 위에서부터 그를 세게 찍어 눌렀다. 그녀는 자신의 자궁 입구에 닿은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랫배가 꽉 찬 느낌에 순진은 심하게 요동치며 그를 끌어안았다.




“아흐흑~~! 후야~~! 사랑해~! 사랑해~!”




“꺼흐억~~! 허억~~! 허억~!”




“아흐~~! 아흑~! 읍…… 읍!”




후는 사정을 마침과 동시에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와 입술을 부비던 순진의 손이 땀에 미끄러진 것인지 순진이 뒤로 넘어가며 침대로 널브러져 버렸다. 그것은 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녀가 기운이 빠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순정은 수건을 가져와 번들거리는 그의 몸을 닦아주고는 다시 순진의 몸을 닦아주었다. 순진은 순정이 몸을 닦아주는 동안에도 수십 차례 몸을 비틀었다. 아직도 여운이 남은 탓이다.


순정보다 여운이 긴 순진은 후는 고사하고 자신의 뒤처리도 불가능해 보였다. 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티슈를 몇 장 뽑아 순진의 아래에 대어주었지만, 그녀의 몸에서 단 한 군데 움직이는 곳이라곤 가늘게 떨리는 눈썹뿐이었다. 후가 혹시나 하고 시트를 바라보니 역시나 그녀의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는 그것을 지켜보다 다시 휴지를 뽑아 자신을 닦고자 했다. 그러나 침대에 걸터앉은 그의 다리 사이에 순정의 머리가 들어와 있었다. 그것을 본 후가 깜짝 놀라 외쳤다.




“순정아~! 그만 해! 내가 닦을게.”




말과 함께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잡으려 했지만, 그와 순진의 것이 곤죽이 되어 있는 돌출부는 이미 순정의 입 안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순정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한 그는 하던 데로 두 손을 뒤로 짚고 그녀의 애정 어린 봉사에 몸을 맡겼다. 두 번의 파정(破精) 끝이라 그의 것은 순정이 정성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작동불능의 상태였다. 순정의 머리를 쓸어주던 그가 그녀를 일으켰다. 함께 일어선 그가 순정의 입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남자의 힘에 눌린 순정은 자꾸 뒷걸음질을 쳤다. 이윽고 침대 건너편의 벽에 그녀의 등이 닿자 그는 순정의 왼쪽 다리를 들어올려 자신의 오른팔에 걸쳐 놓고는, 안았던 왼손을 엉덩이 아래로 집어넣어 그녀의 균열 사이로 집어넣었다. 몇 번을 그녀 안에서 꼼지락거리던 그이 왼손이 다시 그녀의 등을 받치고 그의 입술이 유아적 충동을 일으키는 순정의 가슴으로 향했다. 거친 숨소리를 뱉던 순정이 손을 후의 사타구니 사이로 뻗자 그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충전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구에 그것을 갖다 대려했지만 높이가 맞지 않았다. 그녀는 딛고 있던 나머지 발의 뒤꿈치를 들었지만 그래도 높이가 부족했다. 그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가 무릎을 굽혔다가 펴며 벌어진 그녀 사이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젖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그의 침범에 그녀의 눈이 흰자위를 보이며 뒤집어졌다.




“아항~~! 아흑~~!”




그녀는 한 쪽 발이 들려진 상태로 그가 들어오자 뒤꿈치를 든 나머지 발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후의 목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체중을 실어 그녀를 밀어붙이니 패널로 지은 벽이 울렁거리며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후는 수리비가 걱정이 되는지라 그녀의 양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걸치게 하고는 그녀와 하나가 된 상태로 방 가운데로 걸어왔다. 자세를 풀고 그녀의 뒤로 돌아간 그는 순정을 선 자세에서 허리를 숙여 양손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게 했다. 그는 무릎을 굽혀 각도를 조절하고는 다시 힘차게 그녀에게 들어갔다. 그는 순정의 엉덩이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허리를 굽히고 뒤에서 박았기 때문에 그의 일부가 평소보다 더욱 조여옴을 느꼈다. 숨쉬기가 힘든 묘한 자세 탓에 순정의 입에서도 색다른 소리가 나왔다.




“흐익~~! 흐억~~1 히익~~! 훕… 얍! 압~~ 줍어업~~~!”




그의 허리가 라틴댄스를 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정의 입에서 떨어진 침이 바닥에 고일 무렵 그는 자세를 바꾸었다. 그는 합쳐진 자세 그대로 그녀의 상체를 안아 일으키고 한쪽다리를 들었다. 그의 한 손은 그녀의 유방을 애무했고 나머지 한 손에는 그녀의 다리를 걸쳤다. 순정은 고개를 돌려 그와 혀를 섞었다. 그에게 길이 난 그녀는 여기까지 오는데 절정의 파도를 몇 번이나 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가 다시 바닥에 그녀를 눕히고 정상위로 들어왔을 때에는 그녀의 숨이 한계에 도달했다. 그녀의 등에 난 땀과 짓쳐오는 그의 허리 때문에 그들은 벽으로 자꾸 밀려간 갔다. 순정의 머리가 벽에 닿아도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순정은 도저히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후야~! 잠깐만~~! 나 좀 잠깐만~~~!”




세 번째 절정을 향해 달리던 후는 그녀의 애원을 아랑곳 않고 계속 그녀를 몰아붙였다.




“후야! 순정인 그만하고 나한테 와!”




어느새 자신을 추스른 순진이 다가와 후를 잡아당겼다. 순진은 후에게서 여러 번 실신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후를 그냥 놔두면 순정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말린 것이다. 후는 순진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순정을 안아 침대 구석에 눕혀주고는 순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한 여인이 파김치가 되면 다른 여인에게로 자리를 옮기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가 순진과 순정에게 한 번씩 더 사정을 해주고 나자 그녀들은 더 이상 움직임 자체가 불가능해져 있었다.




그녀들이 잠든 사이 후는 바닥에 엎드려 한참 동안이나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적던 것을 마친 그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샤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는 그녀들의 고른 숨소리만이 방안에 가득했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려던 그가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는 잠든 그녀들에게 입을 맞춰주고서야 자리에서 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가에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이슬이 맺혀 흐르는 것을 후는 보지 못했다.


후가 방에서 나가자 시스터즈는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남겨놓은 것을 바라보았다. 책상 대용으로 자주 애용하던 그의 밥상 위에는 쪽지와 브래지어 하나, 그리고 검붉은 얼룩이 진 침대보 조각이 놓여있었다. 순정이 브래지어를 들어보니 컵 사이즈가 자신이 중학교 시절에나 쓰던 크기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순진의 것일 테고, 자신의 것은 찢어진 침대보일 테다. 둘은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함께 쪽지를 읽었다.




이 름 : 천 후 (千 厚), 본명은 천 진만(千 眞滿).(10세 때 지나가던 땡중이 관상을 보며 팔자가 드세다 하여 이름을 바꾸라고 한 것을 어머니가 작명소(作名所)에서 당시 거금 2만원을 주고 지어옴.)


생년월일 : 1976년 10월 9일.


나 이 : 1997년 1월 현재, 22세.


신체조건 : 신장 179cm. 체중 70kg. 혈액형 B+형. 시력 좌우 2.0


본 적 : 대구시 ……………….


가족관계 : 아버지 천 정환(千 貞煥), 어머니 류 미란(柳 美蘭) 사이에서 2남 1녀 중 막내.


출신학교 : S 국민학교, K중학교, S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XX대학에 재학 중.




…………


…………




이상이 너희를 사랑한, 너희가 사랑한 한 남자의 대략적인 모습이야. 이것 말고도 너희들만이 알고 있는 내 모습이 더욱 많으리라고 봐. 그런 것들이 너희가 사랑한 내 모습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너희들의 기억 속으로 묻어야할 남자의 모습이기도 해. 잊을 수 있다면 서로에게 더 이상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건 나나 너희들이나 힘든 일이야. 차라리 먹고 나면 이제까지의 모든 기억이 다 사라지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 약을 구한다면 너희들에게 먹이고 싶어. 날 사랑했던 기억이 지워진다는 사실은 내게도 싫은 것이지만, 너희가 앞으로 겪을 상처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글과 함께 남겨진 천 조각들은 내가 너희들에게서 말하지 않고 가져온 두 가지 중의 하나씩이야. 브래지어는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순진이한테 처음 벗겨낸 거야. 그리고 침대보는 순정이와 처음 여관에 갔을 때 밑에 남은 자국인데, 순정이 모르게 잘라내 온 거야. 말도 안하고 가져와서 미안해. 그리고 내가 말도 안하고 가져온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두 사람의 마음이야.


날 사랑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 사랑이 너희들에게 돌아가지 못함이 미안해. 너희들 사이에서 친구로 남기 바란다면, 그건 내가 너무 이기적이겠지? 나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 그러니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려줘. 모든 기억은 내가 안고 떠날 테니, 너희는 앞만 보고 걸어가길 바래. 후에 나와 마주쳐도 96년 3월의 나로 기억해줘. 우리 아무 기억이 없던 그 시절의 나로…….




추신 : 가족들 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미안하지만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해주길 바래. 그리고 어젯밤의 일은 부탁으로 들어준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야. 그러니 한 가지씩의 부탁은 아직 유효해.




순정은 글을 읽으며 그와의 첫날, 자신을 문밖에 잠시 기다리게 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해내었다. 그녀는 침대보에 남은 자신의 핏자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순진도 후와의 여행 후 브래지어 하나가 없어진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순정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가 남긴 그녀들과의 첫기억이 시스터즈의 가슴을 후벼 팠다. 순진을 다독이며 울던 순정은 그가 남긴 쪽지를 갈가리 찢어 버리며 소리쳤다.




“야~! 이 자식아~~! 이딴 게 무슨 소용이냐구~~! 우린 너만 있으면 되는데……. 엉엉~~!”




순진은 순정의 행동을 말리지는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무릎을 감싸 안고 오열하자 말없이 편지 조각을 주워 그가 남겨준 브래지어 사이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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