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6부 2장
본문
제 6 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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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중훈이 등교하자 교내에서는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사육신 녀석들도 쪽팔림 때문인지, 그의 보복이 무서워서인지 학교에 일러바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중훈의 착각이었다. 녀석들은 학교에만 말하지 않았지 자신들의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들은 등교하자마자 그 학교의 대빵인 조현성을 찾아갔다. 교내에 이미 그들이 초짜 한 놈에게 얻어터진 것이 소문이 나있었던 탓인지 그들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에는 조소가 깃들어 있었다.
“어이구, 사육신이 웬일이냐? 씨발놈들 어제 좇나게 줘터졌땀서? 이제 죽음의 여섯 신이 아니라 죽은 여섯 신이구나. 쪽팔린 새끼들……!”
“씹쌔끼야! 말 함부로 하지 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테니깐…….”
“한 놈에게 쥐어터진 새끼들이 주둥이만 살았구나. 나한테도 한 번 당해 볼 테냐?”
현성이 눈을 한 번 번득이자 사육신들은 움칫거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현성은 웃으며 말했다.
“하핫~~! 날 찾아온 걸 보니 나보고 처리 좀 해달라는 것 같은데……. 아니야?”
녀석에게 정곡을 찔린 사육신의 한 놈이 쪽팔림을 감수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린 너에게 부탁을 하려고 왔다. 들어줄 건지 말 건지 대답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왜 너희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그건…….”
사육신들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현성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반가운 것이었다.
“짜식들 쫄기는……. 누가 안 한다디? 다만 이건 너희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둬. 나도 그런 녀석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보기 싫은 것뿐이니까……. 이제 꺼져.”
“고맙다.”
“고마워 할 것 없어. 대신, 앞으로 너희들은 조용히 짱박혀 지내. 개쪽 판 놈들이 교내애서 어슬렁거려 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까 말야! 하하하~~!”
“그래, 알았다.”
돌아서는 사육신들의 귀에 현성의 조무래기들의 비웃음이 파고들었다.
“병신들……! 쪽팔린 줄을 알아야지.”
“조빱새끼들……! 내가 저렇게 살 거면 좇을 자른다. 크크…….”
사육신들은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문 녀석들의 머릿속은 똑같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개새끼들, 이 수모는 언제고 갚아준다.’
사육신 중 한 녀석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다가 어제의 흔적을 발견했다. 옥상바닥에 남아있는 그들의 핏자국을 보던 녀석이 말을 꺼냈다.
“그 자식 주먹이 세긴 세더라. 그런 놈이 초짜라니? 솔직히 현성이 가지고 될까?”
“현성이 소문 못 들었어? 인근 중학교 다섯 군데를 평정한 녀석이잖아? 녀석도 자신이 있으니 큰소리치겠지……. 우린 지켜만 보고 있으면 될 거야.”
“그래, 혹시나 현성이 새끼가 깨져도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지, 안 그래?”
“그렇게 된다 해도 중훈이 새끼는 어쩌고?”
“그건 내가 생각이 있으니 걱정 마!”
녀석들은 1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기 전에서야 옥상을 벗어났다. 그들의 모의가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중훈에게는 며칠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사육신 녀석들을 혼을 내준 그 주의 토요일 아침에 누군가가 그를 찾아왔다. 찾아온 녀석은 그냥 보아도 누군가의 똘마니의 티가 확 풍기는 인상이었다.
“네가 중훈이란 새끼냐?”
“그래! 누구야, 넌?”
“현성이가 오후에 좀 보잖다. 시간돼지? 아니 안 돼도 나와야 할 거야.”
중훈도 현성이라는 녀석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언제고 자신이 먼저 찾을 생각이었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어디서 보면 돼?”
“수업 파하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면 돼!”
“그래, 알았다.”
“도망칠 생각은 꿈에도 안 하는 게 좋아!”
녀석은 자신이 마치 현성이 자신이라도 되는 양 그에게 엄포를 놓았다. 중훈은 녀석의 빈정거리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중훈은 긴 생각을 하지 않고 녀석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책상 사이로 나동그라진 녀석의 목에 발을 얹은 중훈의 말이 이어졌다.
“이 정도면 내 대답이 확실하게 됐겠지?”
“이거… 치… 치우고 얘기하자. 켁켁~~!”
중훈은 비굴하게 바뀐 녀석의 태도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눌렀던 발을 떼어냈다.
“가서 녀석에게 전해. 너나 도망치지 말라고…….”
몸이 자유로워진 녀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쳐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훈의 친구, 진욱이 걱정되는 투로 중훈에게 말했다.
“너 어쩌려고 그래? 현성이 소문 못 들었어? 고등학생들도 피해 다니는 녀석이라구.”
“알아! 그래서 더욱 피할 수 없어.”
그는 대답을 하고는 교실 문을 나가버렸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다. 거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사육신 녀석들이 놀란 기색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네가 어쩐 일이야?”
중훈은 그들의 경계심을 아랑곳 않고 말을 꺼냈다.
“나도 하나 줘봐!”
중훈에게 쫄아 있는 데다, 뒤까지 구린 녀석들은 중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훈은 귀찮다는 듯이 한 녀석의 손에서 담배갑을 빼앗더니 하나를 꺼내 문다. 그가 불을 찾는 듯하자 어제 이빨 두 개가 날아간 녀석이 재빠르게 라이터를 당겨 불을 붙여주었다. 그가 입담배로 뻐끔거리자 녀석이 중훈에게 이야기한다.
“너 담배 첨이냐? 그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속으로 빨아 마시는 거야.”
녀석의 시범에 중훈도 따라하려고 연기를 들이마셨다. 이윽고 이어지는 그의 재채기 소리…….
“켁켁…… 에흐…….”
중훈은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다시 연기를 들이마셨다. 갑자기 골이 띵해지며 그가 비틀거린다. 그 모습에 사육신 녀석들이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한 녀석이 말을 꺼냈다. 며칠 전 중훈에게 첫 방에 나가떨어진 녀석이다.
“너 오늘 현성이랑 한판 한다며?”
중훈은 이상하다는 듯 녀석을 바라보았다.
“네가 그건 어떻게 알고 있지? 나도 방금 현성이 똘마니한테 들은 건데?”
“그냥……, 소문이 났더라구. 현성이가 널 벼르고 있다는…….”
중훈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는 녀석을 보며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네 녀석들이 뒤에서 작당을 한 모양인데……. 별 상관없어.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었으니……. 미안해하지 마라. 이 담배 내가 가져가도 되지?”
중훈은 녀석의 손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빼앗아 철문 사이로 사라졌다. 담배를 빼앗긴 녀석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저 개~~씨발새끼! 쌈 잘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싸가지가 저 모양이냐? 세 대 밖에 안 핀 말보론데…….”
녀석의 구시렁거림에 나머지 녀석들이 발길질과 함께 야유를 퍼부었다.
“야~~ 이 병신새끼야. 거기서 그런 말하면 어떡해?”
“아가리 닥치고 있으라 그랬지? 죽어 개새끼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한 녀석은 아직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씨발놈들아, 내가 뭘 어쨌길래 이래? 아얏~~!”
중훈이 하교를 하고 교문 밖을 빠져나오자 오전의 그 녀석과 일련의 무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뒤에 서 있는 야무진 인상의 녀석이 현성인 것 같았다. 오전의 그 녀석이 그때와는 또 다르게 사악한 미소를 띠며 말을 걸어온다.
“혼자 왔냐? 이 새끼, 집안에 돈이 많은 모양이지? 아버지가 간땡이가 붓는 약을 사주시더냐?”
녀석의 이야기에 주변의 녀석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단어에 중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는 말없이 전령 노릇을 하던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침에 패주었던 곳을 다시 한 번 노리며 날아든 그의 주먹을 뒤에서 지켜보던 녀석이 잡았다. 현성이었다. 그는 중훈의 주먹을 쥔 채로 말을 꺼냈다.
“네가 중훈이냐?”
중훈은 대답하지 않고 주먹을 빼내려 했지만, 현성의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다시 힘을 주자 주먹이 쑥 빠져 나왔다. 현성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녀석도 아직까지 자신의 또래 중에서는 자신에게서 손을 빼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던 탓이었다. 중훈이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서 이럴 거냐?”
“그래, 장소를 옮기자! 얘들아, 가자!”
그들은 중훈을 이끌고 종합운동장 뒤편의 고수부지로 향했다. 풀밭에 자리를 잡자 중훈이 가방을 벗고 자세를 잡았다. 싸움이래봤자 며칠 전 사육신과의 것이 다인 그의 자세란 양손을 들어올리는 것이 전부다. 그가 자세를 취하자 현성이 말했다.
“뭐 그리 급하냐? 시간 많아. 천천히 하자.”
“나 바쁘다. 얼른 끝내고 가자.”
“거 참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새끼네… 천천히 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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