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6부 4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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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빵~~!”
중훈을 쫒아간 현성이 계속하여 중훈을 불렀다. 중훈은 고개를 돌리며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야! 그 대빵이라는 소리 그만 둘 수 없냐?”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두목? 왕초?”
중훈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가던 길을 갔다. 현성이 다시 입을 연다.
“그럼, 친구는 어때?”
중훈도 현성과 주먹을 섞으면서 정이 들었나보다. 중훈이 멈춰 선 것이다.
‘친구라…….’
“야! 친구! 너 그 꼴로 집에 갈 거냐?”
현성은 중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거리낌 없는 행동이었다. 자신이 싸움에서 진 상대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훈도 그런 녀석의 시원한 성격과 허물없는 행동이 싫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흙투성이 하복을 바라보며 마음이 여린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실 것 같아 염려가 되었다. 그의 말 없는 동의에 현성이 다시 그를 잡아끈다.
“야! 친구! 내 방으로 가자.”
“내가 왜 니 친구냐?”
중훈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의 입이 열리자 현성이 대답했다. 그도 자신의 속내를 보여줄 필요를 느낀 탓이다.
“솔직히 이제껏 많이 심심했다. 근래 들어 아무도 내게 덤비는 사람이 없더라구……. 곁에 저런 녀석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떨거지들뿐이야……. 너 같은 무식한 놈이 내 입맛엔 차라리 나아!”
졸지에 떨거지가 되어버린 녀석들은 현성의 이야기에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다.
“나 오늘 이 녀석이랑 좀 놀아야겠다. 다들 가봐!”
그러자 떨거지들은 얼른 자리를 떠버린다. 현성은 저것보라는 표정을 지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현성의 자취방은 학교에서 좀 떨어진 신림동에 위치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현성이 쉼 없이 떠드는 바람에 중훈은 그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현성의 집이 경기도 이천이고, 그의 부친은 쌀농사를 지으시는 분이시라는 것, 그런 아버지가 자식의 손에 흙을 묻히게 하기 싫어 그를 서울로 유학을 보낸 것이라는 것 등이었다. 중훈이 현성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그의 문간방은 상당히 지저분했다.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3평 정도의 공간에는 천과 지퍼로 만들어진 옷장과 국물자국이 눌러 붙은 밥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그나마 옷장도 지퍼가 풀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빨래더미였다. 방바닥도 사정은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여기저기 현성의 속옷과 양말이 널려져 있었으며 간간이 여자 속옷도 보였다. 현성이 발로 방바닥을 메우고 있던 지저분한 것들을 밀쳐내며 자리를 만들어 주자 두 사람이 다리를 뻗고 앉을 공간이 생겼다.
“중훈아, 여기 앉아.”
중훈이 자리에 앉자 현성이 담배를 꺼내 중훈에게 물려준 뒤 자신도 한 대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다 피우자 중훈더러 옷을 벗으라 했다. 그러고는 옷장 안에 걸린 옷 중 작은 것을 꺼내 중훈에게 건네주었다. 중훈의 덩치가 자신보다 조금 작기 때문에 작은 것을 고른 것이다. 중훈이 옷을 입어보니 꾀재재한 옷장과는 달리 옷에서는 섬유린스의 냄새가 났다. 현성은 흙투성이의 교복을 종이가방에 담고 중훈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동네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는 목욕탕으로 갔다. 땀과 먼지를 씻어낸 그들은 물장난으로 시간을 때우다 저녁이 되어 그곳을 나섰다. 현성이 목욕탕을 나서며 말했다.
“어이~ 친구~! 우리 만난 것도 기념할 겸 술 한 잔 어때?”
중훈은 술이라는 말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둘 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외모이긴 하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고등학생이상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니다. 그의 입에선 걱정 비슷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야, 우리가 술 마실만한 데가 있어? 아니 술이나 살 수 있을까?”
“아이고~ 걱정도 팔자다. 그런 건 형님께 맡겨. 그리구 좋은 거 시켜줄테니 오늘은 나만 따라와.”
중훈은 현성의 큰소리에 조금 의심이 가긴 했지만, 녀석의 행동은 모범생이던 중훈이 보기에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현성은 중훈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어, 그래!”
현성이 중훈을 이끌고 간 곳은 신림역 뒤편의 작은 카페였다. 녀석은 사장과도 아는 사이인 듯 들어가며 친한 척을 했다.
“형님~! 저 왔어요~!”
“현성이 아니냐? 그래 옆에는 누구야?”
20대 후반의 사장이 중훈을 가리켰다.
“친구에요. 이름은 강 중훈이라고 해요. 인사드려. 이 곳 사장님이셔. 형님이라고 부르면 돼!”
“안녕하세요!”
중훈이 꾸벅 인사를 하자 사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현성이가 친구라고 데려온 적은 니가 처음이구나. 그럼 대단한 녀석이란 말인데……?”
“맞아요. 제가 오늘 이 녀석에게 졌어요.”
현성은 자신의 패배를 넉살 좋게 인정했다. 그러자 사장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중학생 중에 널 이기는 사람이 있단 말이냐?”
“그것도 사흘 전에 처음으로 싸움에 손을 덴 녀석이에요.”
“이야~~ 장래가 촉망되는 기대주구만. 좋아! 오늘 내가 서비스 확실하게 해주지. 저기 앉아 있어라.”
“네, 형님! 이따가 은영이 오면 저희 자리에 보내주세요.”
“은영이 오기로 했냐? 그래, 알았다.”
둘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중훈이 물었다.
“은영이라니? 여자냐?”
“응, 내 마누라다. 지 친구 데려오라 했으니까 같이 놀자. 자식, 여자라니까 기분 좋으냐? 내 말만 잘 들으면 오늘 딱지뗄 수 있을 거야.”
“딱지라니? 그게 뭔 말이냐?”
“인마, 모르는 척 하는 거냐? 아님 정말 모르는 거야? 여기 말이다, 여기~!”
현성은 중훈의 바지 가운데를 가리켰다. 중훈은 귀 밑까지 빨개졌다.
“됐어. 그런 거는 관심 없어. 하고 싶으면 너나 해.”
“자식, 걱정 되냐? 너 정도 외모에 쌈까지 잘한다면 다리 벌릴 빠순이들이 여기서부터 우리 학교까지 줄을 설 거다.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야, 저기 온다.”
중훈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카페 입구에서 현성에게 손을 흔드는 여자가 있었다. 현성이 말하는 은영이라는 아인가 보다. 멀리서 봐도 좀 놀게(?) 생겼다. 그리고 그 곁을 따라오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은영이라는 애보다는 착실하게 생겼다. 그래도 중훈의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똑같아 보였다. 중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녀들이 다가왔다.
“현성아, 먼저 왔네? 여기가 방금 말한 친구인가 봐?”
“그래, 내가 최초로 싸움에서 져 본, 남자 중의 남자~~~ 지~~~!”
현성이 뒷말을 주욱 잡아 뺐다. 끄트머리의 두 단어의 의미를 아는 은영은 현성을 질책한다.
“야, 이 새끼야! 내 친구도 왔는데 이상한 말 하지 마! 얜 그런 애 아냐. 인사해! 내 친구, 수환이야!”
“어, 안녕. 난 현성이라고 해. 여기 은영이 서방님이지! 그리고 이 친구는 내 친구고 중훈이라고 해! 친구! 너도 인사해. 형수님이랑 친구 분이시란다.”
중훈이 어색한 미소로 고개만 끄덕였다. 수환이라는 은영의 친구도 이런 자리가 부담스러운지 마지못해 인사를 하였다.
“어……, 그래. 만나서 반가워.”
은영은 현성의 옆자리에 앉고 친구를 중훈의 곁으로 밀었다. 둘 다 자신의 친구끼리 좋은 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 중훈은 좀 전의 현성의 말 때문에 켕기는 것이 있어 머리만 긁적일 뿐, 저지를 하지 못했다. 중훈은 수환이라는 여자애가 옆자리를 차지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수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 냄새는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 안겨있을 때 나던 냄새와 비슷하다고 중훈은 생각했다. 그는 그 냄새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수환에게 얼굴을 가져다대고 있었다. 수환의 몸이 움칫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현성과 은영은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이 자식이 관심 없다고 그러더니……? 새끼, 냄새만 맡아도 좋더냐?”
“꺄르르~~ 수환아, 원래 그러면서 시작하는 거야.”
“아냐! 난… 그냥…….”
수환의 대답이었다. 그에 비해 중훈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을 못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쪽 팔려라.’
그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그때야 이해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이 아르바이트 직원이 가져다준 안주와 소주가 테이블 위에 놓여지고 있었다. 현성이 모두에게 잔을 따르고는 한 마디 했다.
“중훈이와의 첫 만남을 축하하며~~ 감빠이~~!”
“째쟁~~!”
현성과 은영은 시원하게 잔을 비웠다. 수환은 그저 입만 데었다가 때었다. 중훈은 쓰디쓴 액체를 목 언저리에서 넘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이를 악물고 겨우 소주를 넘길 때였다.
“너, 술 첨이냐? 난 네가 담배질까지 하길래 술도 마실 줄 알았지.”
현성의 물음이었다.
“실은 담배도 오늘 아침에 배운 거야.”
“씨발놈. 가지가지 한다.”
중훈은 다시 두 번째 잔을 들었다. 처음보다는 목 넘김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성과 은영은 이런 경험이 많은 것인지 연신 원샷을 했다. 수환이라는 그 아이도 조금씩 나눠 마신다는 것이 30분 동안 반 병 정도를 비웠다. 술기가 돈 중훈이 바라보니 수환의 목 언저리가 발갛게 달라올라 있었다. 중훈의 가슴도 그에 못지않게 달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중훈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수환이 중훈에게 말을 걸었다.
“너, 싸움 잘 한다면서?”
“으… 으응~!”
“그럼, 공부는 안 하겠네?
“수환아! 쟤 우리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녀석이야.”
현성의 말이었다. 중훈이 현성을 바라보니 은영이라는 아이가 그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현성과 은영은 이제 둘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들의 입이 부딪쳤다. 둘의 볼이 볼록거리며 혀가 들락거리는 것이 중훈과 수환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카페의 칸막이는 다른 위치에서 들여다보기 힘든 구조인지라 둘의 대담함은 중훈의 상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현성의 손은 수환의 나시티 밑으로 들어가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고, 은영의 손은 현성의 바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수환과 중훈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듣기 힘들었던지 수환이 중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중훈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우리, 나가자.”
중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수환은 그의 손을 이끌고 카페를 나섰다. 수환은 그때까지 잡고 있던 중훈의 손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색한 미소……. 중훈은 그녀가 손을 떼자 갑자기 가슴속이 허전해온다. 하지만 녀석은 남자였다. 녀석이 생각하는 남자란 여자에게 휩쓸려선 안 되었다. 그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놀라고 있었지만, 중훈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눈을 5초 정도 바라보던 수환은 이윽고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가자. 여기 있다간 우리도 이상해지겠다.”
“그래…….”
“야! 중훈아! 잠깐만…….”
가게 밖으로 나온 현성이었다. 그는 중훈의 어깨를 잡더니 수환에게서 떼어내고는 귓속말을 했다.
“자식! 제법이다. 어디로 갈 거냐?”
“집에 가야지.”
중훈도 귓속말이다. 그러나 현성은 중훈의 대답에 거짓말하지 말라는 표정이다.
“저기 골목 돌아가면 XX장이라고 있는데 우리 같은 어린애들도 받아주거든. 거기가면 될 거야. 안 들여보내주면 내 이름 대. 그러면 아주머니가 알아서 해주실 거야.”
“나 그런 놈 아냐.”
“씨발놈이……. 난 원래 그런 놈이냐? 혼자서 고상한 척하지마.”
현성의 귓속말은 뒤따라 나온 은영이 그들 곁으로 다가오면서 끝이 났다. 현성은 중훈과 수환의 손을 잡아주면서 이야기했다.
“둘이 잘 해봐. 우린 간다.”
“중훈아, 수환아! 나중에 봐!”
그들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중훈은 그들이 현성의 자취방으로 갈 것을 알았다. 그의 자취방에 널려진 여자 속옷은 아마도 은영의 것이었나 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환이 잡았던 손을 흔든다.
“우린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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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죠? 오랜만입니다. 불형임돠. 지난 며칠간 광풍폭우(미친 바람, 거센 비)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읍죠. 여러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선 적어둔 6장 4부까지 올려 둡니다. 인의 이야기가 7장까지 이어질 텐데 지루하질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재밌게 읽으시길...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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