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6부 7장

본문

네, 사무실… 로요?”




혜선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눌러오는 진호의 말을 들어야했다.




“그래, 음~~! 나도 잠깐 놀랐었지.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고 나니 녀석이 호적등본을 꺼내더구만.”




“네……? 잠깐만요. 그래서요?”




그녀도 며칠 전 아들 녀석이 호적을 보이며 질문을 했던 것을 얼버무린 일이 생각났다. 혜선은 남편의 몸을 잡았다. 잠시 움직임을 멈춘 그들은 하나가 된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녀석에게 사실대로 다 얘기해줬어.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 충격이 컸을 거야.”




“당연하죠. 십수 년을 길러준 사람이 친아빠가 아니라는데……. 그걸 이야기하면 어떡해요? 애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오늘만 봐도 좀 애가 평소랑 다르다고 느껴지더라니……. 너무 하셨어요, 어떻게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러실 수 있나요?”




“그래도 평생을 속일 수는 없잖아? 녀석이 혈액형을 들고 나오면 어떡할 거야? 중훈이는 AB형이잖아? 난 O형이고 당신은 B형인데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그렇지만, 그래두…….”




“걱정 말아. 녀석이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으니까……. 우린 그냥 지켜만 보고 못된 길로 빠지지만 않게 해주자고……. 이리 와. 끄응~~!”




진호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에 깔린 혜선은 곱게 눈을 흘겨 그런 남편을 나무랬다.




“아학~~! 그래도 걱정이 되는 데요. 너… 너무하셨어요.”




“어허~~! 걱정 말래도, 중훈인 내 새끼야!”




“여보, 중훈이 아버지……. 고마워요!”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남편은 한 번도 중훈이를 남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의 그런 사랑에 혜선은 목이 메어온다. 자신의 아래를 차지한 그의 남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신도 이 자상한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졌다. 진호는 그녀의 눈물을 쓸어내 주고는 다시 움직였다. 그날 밤 헤선은 오랜만에 기진맥진하여 진호의 품에 잠들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그녀는 중훈의 손에 봉투를 쥐어주었다. 중훈이 열어보니 만 원짜리가 서른 장정도 들어있었다.




“어머니, 이게 뭔가요?”




“너 운동하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면서? 아버지가 주라고 하시더구나.”




“너무 많은 데요?”




“운동하려면 운동복이나 운동화 정도는 있어야지. 그리고 엄마도 네 녀석 용돈 하라고 조금 더 넣었구나. 늦겠다. 얼른 가 봐야지?”




“네, 어머니. 아껴 쓸게요. 다녀오겠습니다.”




녀석은 밝고 힘찬 걸음을 떼었다. 그런 녀석의 뒷모습이 너무도 대견스러운 혜선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날 오후, 중훈은 학교를 마치자 현성과 함께 교대역 부근의 현성이 아는 권투 도장을 찾았다. 현성은 귀찮지도 않은지 점심시간에도 그를 찾아왔었고, 하교 길에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같이 움직인 것이다. 게다가 권투 도장을 찾는 그에게 소개까지 시켜주었으니 중훈은 고마울 따름이다. 권투 도장에서 중훈이 등록을 하며 현성에게도 같이 등록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성은 그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녀석은 중훈에게 심심하면 한 번씩 스파링 상대나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관장도 현성에게 중훈의 이야기를 들은 탓에 쉽게 그러려마 하고 응낙을 해주었다.


그날은 운동복도 없고, 나머지 준비물도 없었던 관계로 다음날부터 운동을 하기로 하고 둘은 도장을 빠져 나왔다. 현성이 입을 열었다.




“야! 그저께 수환이라는 애랑은 어떻게 잘 됐어? 만리장성이라도 쌓았냐?”




현성의 말투는 꼭 어른들의 그것처럼 속담이나 그런 것들을 자주 쓰지만 어법이나 의미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훈에게는 녀석의 그런 말투보다는 그가 뱉은 ‘수환’이라는 이름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중훈은 그 짤막한 단어에 자신의 가슴이 시려옴을 느꼈다. 중훈에게도 수환의 문제는 지난 이틀간 깊이 생각해오던 문제기 때문이다. 녀석도 현성의 여자친구인 은영에게 그녀의 전화번호를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그녀와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는 대충 둘러대는 대답을 했다.




“뭐, 그냥 집에 바래다주고 왔어.”




“자식, 다른 거 뭐 없었어?”




“다른 거, 뭐?”




“새끼 다 알면서……?”




“자꾸 잡소리 할래?”




중훈이 목소리를 높이자, 현성이 쫄았다는 자세를 취한다.




“자식, 아니면 아니지. 왜 눈알을 부라리고 지랄이야, 지랄은……?”




중훈은 이상하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싫었다. 중훈이 입을 다물자 현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며칠 전의 은영과의 질펀한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너도 이 얘기 들으면 딱지 떼고 싶어질 걸……. 내가 그날 너 다녀간 다음에 어땠는줄 알아? 은영이, 고게 아닌 것 같아도 몸매가 죽여준다는 사실 아니냐? 거기다가 살결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삶은 계란 흰자도 비교가 안 돼. 손가락이고 혀고 간에 다 쭐떡~ 미끄러지는 게……. 캬아~~! 물은 또 얼마나 많은 줄 아냐? 나도 다섯 번째 마누라지만은, 그 년 만한 걸 못 봤다니깐……. 중얼중얼…….”




중훈은 잠시 녀석이 정말 중학생인지가 의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수환의 문제가 더욱 가슴을 무겁게만 했다.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현성의 헛소리는 뒤로 한 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는 수환의 집 앞에 가서 기다릴까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은 왠지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미 자신은 그녀의 집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해보았다. 그는 아버지처럼 어머니만을 바라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래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가 멍하니 그러고 있는 동안 현성의 말이 계속된다.




“근데 이 기집애가 한 번 하고 나면 또 해달라는 거야. 완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니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면……. ……………… 너도 언제까지 딸만 치고 살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너도 한 번 해봐야 그 맛을 안다니까?”






중훈은 다음날 처음 체육관에 운동을 하러 갔다. 관장은 그의 웃통을 벗게 했다. 그때 그의 키는 172cm, 체중은 60kg정도로 조금 가벼운 축에 속했지만, 그의 등은 희한하게도 아주 두터웠고, 등에서 이어지는 어깨의 곡선은 좋은 각도를 이루고 있었다. 가슴도 약간 새가슴 기를 띠고 있어 폐활량도 상당해 보였다. 관장은 마음에 든다는 식으로 말했다.




“너 프로 할 생각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보기엔 넌 인파이터로서의 자질이 다분해. 하체가 상체에 비해 조금 부족하기는 한데 그 정도는 훈련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타이틀은 문제도 아닐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중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를 닮아가기 위해 시작한 싸움은 부모님께 걱정거리를 많이 줄 것 같아 이런 방식으로 나마 풀어보려 한 것이지만,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이제 자신과 승부를 가리가 위해 많은 싸움꾼들이 찾아올 것이란 현성의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것까지 신경 쓰기 싫었다.




“전 그냥, 운동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어른들께 여쭤 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 같은 데요.”




중훈의 정중한 거절에 관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깝구나. 너 정도 자질이 쉽게 나타나는 게 아닌데……. 그래, 어쩔 수 없구나. 그래도 행여나 어른들께 여쭤나 봐라. 자, 이제껏 다른 운동은 해본 적이 없댔지?”




“네!”




“그럼, 기초부터 시작하자. 로드웍할 공간이 없으니까 오늘은 줄넘기부터 가르쳐주마. 이건 이제껏 네가 해오던 줄넘기와는 다르단다. 권투는 스탭이 중요하단다. 줄넘기는 모든 스탭의 기본을 잡아주는 중요한 기법 중에 하나니까 운동하러 오면 기본적으로 30분 정도는 뛰어줘야 한다. 그게 폐활량에 도움이 되고, 기초 체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거야. 그럼, 시작해 볼까?”




관장은 그날, 중훈에게 줄넘기만 시켰다. 중훈도 기초적인 체력은 자신이 있다고 여겼으나 해보니까 장난이 아니다. 고작 5분이 되지 않아 그의 숨은 목까지 차오른다. 발목에서는 극심한 근육통이 느껴졌고, 줄을 돌리는 손목도 감각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줄넘기를 계속하자 중훈은 이제 일어설 힘도 없다. 지금까지도 깡으로 버티긴 했지만, 이젠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관장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중훈을 프로에 데뷔시킬 요량이 있었으므로 중훈에게 더욱 혹독하게 대했다. 그러나 중훈이 한 시간여 만에 나가떨어지자 그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보통 처음 줄넘기를 시키면 30분 정도만 지나도 못한다고 들어 누워 버리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관장은 녀석의 끈기에 반해, 이 녀석을 꼭 프로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는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훈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더 시킨다.




“중훈아, 너희 집 부근에 조깅할 만한 데 있니?”




중훈은 관장이 자신에게 로드윅을 시키려는 것을 알았다. 중훈은 요새 자신에게 생긴 여러 사건들에 머리가 복잡했다. 어차피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고 싶은 심정으로 시작한 권투인지라 그는 곧장 대답해주었다.




“네, 집에서 걸어서 한 30분쯤 가면 공원이 있어요.”




“잘 됐구나. 집에서 왕복 4km란 말이지? 그럼 매일 아침 30분 정도 조깅을 하고 오면 좋겠구나. 할 수 있겠니? 현성이 말로는 너 공부도 잘 한다던데, 지장이 안 될까 싶다.”




“어차피 공부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걸요. 걱정 마세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래, 다행이구나. 우선은 3분 전력질주에 1분은 보통 오래달리기 식으로 하면 돼. 3분이 힘들면 2분이나 1분으로 시작해서 3분까지 늘이면 된단다. 그리고 거리도 처음에는 왕복거리 4km에다 한 1, 2km 추가하는 게 좋겠지만, 그건 네가 알아서 결정하거라. 대신 나중에는 30분 동안에 아까 말한 대로 달리면서 10km는 주파할 수 있어야 한단다. 괜찮겠어?”




“네, 3분, 1분에 10km까지요? 하는 데까진 해볼게요. 그럼 저 내일 뵐게요.”




“그래, 수고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방금 내가 말한 거 다시 한 번 여쭤 보거라.”




“네, 알겠습니다.”




중훈은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도 힘들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격한 운동에 다리가,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에도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로드웍을 하러 나갔지만,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달리기는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겨우 공원까지 왕복을 하는 데만도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관장은 운동의 피로는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며 전날보다 더욱 혹독한 줄넘기를 시켰다. 희한하게도 중훈은 줄넘기가 10분 정도가 지나자 몸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관장의 말이 맞나보다. 집에 올 때는 전날보다 조금은 나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중훈은 다시 근육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훈에게 다행인 것은 육체의 고통이 정신적인 압박감을 어느 정도 무마해준다는 것이었다. 피로가 쌓이니 잠도 훨씬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중훈은 근육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되자 중훈은 운동에 재미가 붙기 시작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중훈은 아침 로드웍을 7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되었고, 줄넘기도 리듬을 타는 법을 배워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관장은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다른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이라고 해 봤자 복근 운동과 유연성체조가 전부였지만, 중훈은 군소리 하지 않고, 관장의 지시를 따랐다.


녀석은 체육관과, 집, 학교만을 오갔고, 현성과도 많이 친해졌다. 게다가 방학을 시작하자 그의 시간이 많이 남게 되어 현성을 만나 운동(주로 싸움 방면의 것이다.)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현성은 운동을 오래도록 한 녀석이라 그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성은 관장이 아직까지 중훈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주먹을 뻗는 법과 피하는 법, 관장이 가르쳐줄 수 없는(관장은 권투와 킥복싱이 전문분야였다.) 관절꺾기나 메치기 등의 유도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중훈은 본능적인 실력만으로 현성을 이긴 녀석답게 현성의 기술을 쉽게 터득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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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광풍의 독자 여러분...


무더위에 고생이 많으시죠?


제가 오랜만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님들의 즐거움을 잠시 뒤로 해야할 사건이 발생 했군요.


대구에 거주하던 제가 잠시 일이 생겨 영종도에 오게 되었군요...


지금도 이글은 영종도의 모 피시방에서 적는 것이랍니다.


아마 한달보다 조금 적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이 기간동안은 업데이트가 많이 느려질 것 같습니다.


저도 컴을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인터넷에 파일을 저장해두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처럼 업뎃이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탈고 중인 6장의 7부 부분을 올려 드리며 이런 글을 적습니다.


현재 6장이 집필(? 제가 이런 단어를 쓸 실력인지 모르겠군요...)이 거의 끝난 상태이지만...


제 마음에는 들지가 않네요...


그렇다고 연재를 관두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늦으나마 조금씩 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얼마전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 가입을 했더랬습니다.


거기에 가시면 장편게시판에 제가 광풍폭우를 손 봐둔 최종판이 있습니다.


이제껏 제가 올려둔 것의 최종 수정판일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각 부에 어울리는 음악이 깔려 있답니다.(얼마전에 드디어 태그를 배웠거든요)




제가 햇볕아래 그을러 진 만큼 광풍도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다음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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