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추억 - 단편

본문

추억-




‘이번 신청곡은 드라마 비단향꽃무의 OST인 ‘추억’을 신청한 분의 차례입니다. 이번에도 성함을 적어 주시질 않았네요. 그냥 지인(知人)이라고만 되어 있구요. 가사를 예쁘게 적어 주셨고, 이 엽서는 이번에도 너무 예뻐서 제가 뽑았습니다. 세 번째죠, 아마? 보기에도 아리따운 여자 분의 자화상을 연필로 그려주셔서… 꼭 사진 같네요. 이 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됩니다. 지평권 씨가 불러 줍니다. 추억….’




부드러운 보사노바의 리듬에 섞여 내가 좋아하는 그 노래가 흘러 나오는 한적한 밤. 나는 그 노래의 가사에 취해서 온 몸으로 잔잔히 돋는 소름을 느끼면서 눈을 감는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단 한사람,


가만히 너의 사진 보면서 울었어.


오래 전 이별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너를 향한 사랑 남아선가 봐…..






인애는 그 노래를 나에게 선물 했었다. 나는 가사의 내용이 떠나버린 연인들의 얘기인데 이걸 선물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음률이 너무 아름다워서 살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항상 보통의 유행하는 음악과는 다르게 가슴을 사로잡는 노래들을 어찌나 잘 찾아 내던지, 그 비법이 무언지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진수씨,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은 요즈음 뜨는 음악만 줄창 나오거든, 내가 듣기로 인기를 높이기 위해 매니져들이 앞 다투어서 음악 프로그램에 자기가 관리하는 가수의 노래가 한번 이라도 더 나오게 하려고 제작진들에게 줄을 대기까지 하면서 무진장 애쓴다고 말이야.’




‘그런데?’




‘다름이 아니고, 진수씨와 헤어진 다음에, 집에 와서 꼭 듣고 자는 프로그램에 내 비결이 있다구.’




그 프로그램은 인기 시간대가 끝나고 이어지는, 한밤의 음악 프로란다. 조금은 지난 노래들, 아니면, 타이틀 곡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좋은 곡들을 찾아내서 들려 주는데, 어떤 때는 2년이 지난 노래를 다시 찾아서 CD를 사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올드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리퀘스트 라고나 할까?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프로를 듣기 위해 밤잠을 설치게 되었고, 다음 번에 만나서는 지난 번 방송 때, 좋았던 흘러간 노래가 무엇 이었는데 들어 보았느냐는 얘기를 나누곤 했다. 둘이 만난 지 2년째 되는 날, 나는 그녀를 위해 평소에 갖고 싶어 했던 손지갑을 선물 했지만, 그녀는 그 날, 빈손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헤어질 때가 되어서 나에게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오늘 밤, 1시 FM라디오 91.9MHz를 꼭 들어 보시와용?…’




‘응, 내 선물!, 기대해 봐!’




그녀는 손을 흔들면서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주파수는 인애가 나에게 소개해준 그 프로 였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고, 씻는 둥 마는 둥하며, 그 시간 만을 기다렸다. 나는 인애가 신청곡과 함께 사연을 보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녹음 테잎을 준비했다. 만일을 위해서 내가 못 듣고 지나칠 수도 있기에 2시간을 전부 녹음하기로 하고, 여분의 테잎을 따로 준비 했다. 평소에는 듣다가 잠이 들기 일 쑤 였는데, 오늘은 아예 침대에 앉은 채로 방송을 들었다. 그러나, 2시간 동안의 방송이 다 지나가도록 인애의 신청곡과 사연은 나오질 않았다. 나는 3시가 지나고 인애의 핸폰에 문자를 날렸다.




‘아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


녹음 테잎만 날렸네. 선물은 어디 간겨?


그 벌루 다가 내일 뽀뽀 100번, 알았쥐?’




다음 날, 나는 전시효과를 노리기 위해 녹음을 했던 테잎을 아예 들고 나갔다.




‘인애야? 이 테잎 보이지? 워떡할겨?’




‘이상하다? 나도 어제 방송 들었는데, 정확히 어제 날짜로 방송 될 수 있도록 사연을 적었었는데, 왜 그렇지? 뭐가 잘 못 되었나? 내 사진도 같이 붙여서 이쁘게 보냈었는데…’




분수대 옆에서 인애와 나는 어제 방송되지 못한 서운함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만 있었다.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 아무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제 말 한대로 오늘 뽀뽀 100번이야, 알았쥐?’




대학에 입학한 후에 과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된 인애는 평소에도 별로 말수가 많질 않았다. 항상 음악을 듣기 위해 리시버를 꽂고 다녔고, 그러나, 음악에 대한 얘기에는 예외 없이 화제를 만발하곤 했다. 같은 학년의 다른 여학생들에 비해 훌쩍 성숙한 몸짓과 말투 때문에 만나고 나서 얼마 있질 않아 나는 생년월일을 다시 한번 묻고 말았다.




‘내가 늙어 보이나?’




‘아니, 그런게 아니구, 다른 애들에 비해서 들어도 너무 철이 든 것 같아서 말이야.’




‘철이 들어있긴 들어있지. 자 옷 좀 봐 봐, 내 이 가죽점퍼에 얼마나 스뎅이 많이 달렸다구, 이거 철로 않 뵈남?’




다른 연인들은 어떤 과정을 겪으며, 가까워 졌는지는 몰라도, 그녀와의 관계는 완속 중의 완속을 택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번쎅팅을 하는 애들도 많았지만, 나와 인애는 교과서 같은 과정을 아무런 불평 없이 그냥 따라가고 있었기에.




‘인애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그거 너무 상투적이다. 심심한데, 할 꺼리가 뽀뽀 밖에 없으면, 그 커플 이미 끝장 난거 아냐?’




‘내 말이 그 말이라구! 인생 뭐 있어? 일단 발에 걸리는 액셀은 밟아놓고 보는 거지.’




‘진수씨도.. 섹스… 그런 거 하고 싶어?’




‘젊은 놈이 그거 싫다 할 사람이 누가 있냐? 기회가 닿질 않아서 그렇지. 우리 동창들 중에서 총각딱지 못 뗀 놈이 나말고 별로 없다. 그것만 알아주라. 천연기념물 잍셀프, 들어는 보셨남?’




‘깔깔깔…아, 근데 너무 아프다. 내일이 예약인데….어쩌지? 붓기라도 하면 볼거리 하는 것처럼 띵띵하게 부풀어 오를 텐데….’




‘왜?’




‘응, 다 늦게 사랑닌지 뭔지 땜에…’




‘그거 타이밍 놓치면 무진장 고생해. 조심해야지.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이빨도 그러니…’




그 날, 인애의 사랑니 타령으로 우리는 일찍 헤어졌다. 이야기가 섹스쪽으로 잘 흘러가다가 때아닌 옆길로 새는 통에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의 욕구에 대한 일견을 내비추는 것에는 성공했다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고…




‘진수씨, 우리 내일 만날까? 저녁에 술, 같이 어때? 나 사랑니 뽑고, 붓기도 거지반 가라앉았거든.’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인가 지난 뒤에 인애가 술을 같이 먹자고 전화를 넣었다. 항상 어디론가 바쁘게 다니고, 나와 만나면서도 시간표처럼 일정을 챙겨가던 그녀. 난 술을 먹으면서 이번에는 단단히 작업을 걸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만날 시간이 저녁 때라 일단 집에 들어가 온 몸을 구석구석 닦아내고, 스킨도 강렬한 냄새로 골라 얼굴에 때려 버렸다. 




‘진수씨 향수 뿌렸어? 아닌 밤중에 왠 꽃단장?’




‘오늘 우리 거하게 한잔 하려면 이정도 예의는 갖춰야 제대로 된 남자 친구의 근본 아니겠니?’




‘근본 씩이나, 깔깔….’




인애나, 작업을 걸 요량으로 나간 나나, 둘 사이에 말은 직접적으로 건네어 지지는 않았지만, 술을 먹어가는 도중에 은밀하게 교감이 오가는 눈빛 속에서 점차 두 사람의 가슴은 무언가를 느껴가고 있었다.




‘인애야, 꼭 여자들은 결혼을 전제로만 섹스를 허락하냐?’




‘아니, 그렇진 않다고 봐. 독불장군처럼 순결을 꽁꽁 보듬고 지낸다고 요즈음 문화재관리국에서 표창 따로 줄 일도 없을 뿐더러, 대화로 사랑의 절대치를 표현하는 시대는 지났잖아? 섹스도 그 사람을 사랑해가는 과정중의 하나라고 느끼는 여자애들 요새 많아.’




‘너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갔다.




‘넌 항상 바쁘고, 서로가 살갑게 가까울 수 있는 시간이 절대 부족한데, 어떻게 사랑의 완성을 위한 섹스를 들이밀 틈이 있냐? 난 그게 의심 스럽단 말이지.’




인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수씨도 나와 섹스를 원해? 그만큼 나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거야?, 그거야?’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한 눈빛을 날렸다. 빙-고!




‘그래? 그럼 우리 나가자. 이러고 있는 다는 건 서로에 대한 모욕이야.’




나는 나보다 저돌적으로 섹스를 향해 달음박질 해가는 인애의 또다른 모습에 내심 놀라면서도 쾌재를 부르고 말았다. 술집을 나온 우리 두 사람은 소풍 가는 심정으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좁다 하며 뛰어 다녔고, 모텔로 들어갈 때도, 불륜 커플들이 사방경계를 하며, 소리없이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것과 달리 개선장군 처럼 모텔의 두꺼운 유리 문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침대방 하나 주세요.’


‘침대방 하나 주세요.’




구멍가게에 과자 사러 온 어린애들도 아니건만, 두 사람은 뺏어간 장난감 내놓으라는 표정으로 동시에 방을 달라고 카운터에서 소리쳤다. 그때는 그냥 술기운 때문 이었겠거니 했었다.




‘진수씨, 우리 같이 샤워하자.’




나는 그녀가 그렇듯 선머슴 같은 구석이 있는가 하며 다시 한번 놀라고 있었다. 내 앞에서 돌아서는 법도 옷을 훌렁훌렁 벗어 재끼더니만 이내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다리를 벌린 채, 물었다.




‘이만하면 괜찮겠어?’




‘오케바리!’




둘 사이에 오가는 것은 분위기 넘치는 섹스의 감흥이 아니라, 이를테면 휘트니스 클럽에 놀러 가서 서로를 마주보며 조깅머신 위에서 달리기나 한판 때리지 라는 것처럼 부담이 없었다. 몸을 씻기 위해 둘이 발가벗고, 욕실에 들어 갔을 때도 사정은 마찬 가지 였다.




‘인애야? 너 내 앞에서 처음으로 알몸을 보여 주는데 이거 너무 거침 없는 거 아냐?’




‘그렇게 민망하면 어서 옷 입고 집에 가든가, 깔깔깔…섹스까지 하려고 했던 사람이 이런 것 가지고 얼쩡대면 쓰나! 어허 이사람, 소심하긴…..’




나보다 인애는 더 여유가 있었다. 샤워기로 몸을 씻으면서도 나를 향해 물줄기를 흩뿌리면서 장난을 계속했고, 우리 두 사람은 이러다 섹스를 정말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색스런 감정의 상승무드가 없었다. 그저 소풍 나온 어린애들 같이 짓고 까불고, 얼러대면서도 서로가 나체로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잊어가고 있었다. 몸을 대충 닦고서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침대에 몸을 날리며, 드러누웠다.




‘진수씨도 섹스경험이 없다고 했지?’




나는 인애의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욕실에서와 다르게 침대 위에 올라간 나의 시선과 심정은 매끈하기 이를데 없는 인애의 육신에 넋을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 봐. 앞으로 자주 볼텐데…’




‘인애야?’




‘너 이러다 나랑 잘못되어서 헤어진다면 어떻게 하냐? 남자야 손해 볼 것 없다지만, 넌 여자 잖아?’




‘됐네, 이 사람아. 그런 거 따질 생각 이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네.’




나는 말을 하면서도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내 좇을 슬금슬금 쓰다듬고 있는 그녀의 천연덕 스러움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수씨도 한 물건 하시네. 앞으로 내 곰곰히 생각해 볼게. 결혼해서 후회 않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실컷 섹스할 수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한 연후에 결심해도 늦지는 않으니까!’




‘무슨 결심?’




‘아니 좋은 물건 떴을 때, 잡아 채야지, 그냥 두고 보기만 하나? 내거다 싶으면 얼릉 챙겨야지, 안 그래? 진수씨도 요정도 여자면 평생 쌕끈한 기분으로 살수 있겠다 싶으면 나처럼 결심 해야지 뭐. 인생 뭐 있어? 일단 마음에 들었다 하면 결혼부터 하고 보는 거지?’




이미 내 좇은 그녀의 손안에서 흠씬 고초를 당할 대로 당해 버렸다. 




‘이쯤 되면 빨아주는 추세로 대세가 기울지 않나?’




나는 농지거리를 날렸다.




‘근데 오늘은 안되겠네요. 사랑니 뽑고, 찢어진 잇몸을 꿰맨 곳에서 아직 피가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말이죠. 진수씨, 그대신 내가 재미난 거 보여줄게. 우리 과에 교환 학생으로 미국에서 온 여자애가 MT가서 밤에 오이에다가 하면서 보여 준건데, 볼래?’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콘돔을 꺼냈다.




‘인애야?’




‘놀라지 마. 나 오늘 진수씨랑 섹스 하려고, 술 먹자고 그런 거야, 나 앙큼하지?’




그녀는 콘돔의 껍질을 찢어서 연 후에 입을 동그랗게 해서는 입술로만 콘돔 주위를 물었다. 말려진 콘돔을 손도 안 대고 그녀는 내 좇위로 옮겨 왔다. 그리고, 손은 쓰지도 않은 채, 입술과 이빨 끝, 그리고 혀를 이용해서 콘돔의 말려진 부위를 좇 뿌리 밑을, 향해 천천히 까내려가기 시작했다. 목구멍도 않 막히는지 그녀는 입 안에서 콘돔을 훑어 까내려 가면서 목구멍 저 깊숙히 까지 내 좇을 삼킬 듯이 잡아 넣었다. 정말 신기한 동작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창녀들이 온갖 것들 이용해서 쑈를 하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고…좇뿌리 끝까지 콘돔을 말아 내린 후에 고개를 드는데 보니 콘돔은 말끔하게 내 좇 위에 씌워져 있고, 고개를 든 인애는 승리의 V자를 들어 보였다. 상체를 들면서 덜렁거리는 그녀의 거유. 나는 젖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젖은 탄력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웠다. 학생답지 않게 젖꼭지가 짙은 자주빛 이어서 나는 오래도록 그 빛깔을 잊질 못했다.




‘진수씨, 가만히 있어 봐. 오늘은 내가 진수씨를 기쁘게 해주려고 나온 날이잖아? 기둘려 봐.’




인애는 콘돔이 씌워진 것도 마다하고, 내 좇을 뿌리 끝까지 입을 최대한도로 벌려가며, 집어 넣었다. 아마도 그 길이나 굵기로 볼 때, 이미 그녀의 목젖을 넘어가고 있을 것인데, 그녀는 토악질 한번 하질 않고서 내 좇을 끝부터 뿌리까지 능숙하게 말아 먹었다.




‘아!’




내 상체가 휘청거리면서 콘돔을 씌우긴 했어도 그녀의 흡인력 강한 사까시에 나는 바르르 떨리는 좇끝의 쾌감으로 인해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불알을 쌔근거리며, 만져주고, 가끔씩 그 곳에도 쾌감이 버티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나 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끝은 무의식 적으로 내 항문의 주위를 건드렸다. 그녀의 머리가 위아래로 출렁 거린다. 쪽 들어간 볼따구니의 살이 보여 주는 것 마냥, 그녀는 내 콘돔이 찢어질 것처럼 빨아 재끼고 있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고…




‘엎드려 봐.’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사정을 할 것 같은 느낌에 황급히 자세를 바꾸면서 절정을 지연 시켰다.




‘왜 쌀 것 같아? 그럼, 생각을 딴 걸 해 봐. 장례식 이라든가, 가장 싫었던 과목의 시험 시간 이라든가. 그러면 조금 나아질 껄?’




그녀의 말은 옳았다. 그녀를 엎드리게 해놓고, 그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때 아니게 상여가 지나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려 졌다. 효과는 있었다. 뜨끈한 그녀의 보지 속으로 좇을 밀어 넣어, 펌핑을 시작하면서도 아까의 참을 수 없던 절정상승의 흥분은 한 풀이 꺾인 채, 노련한 테크닉의 와류만이 섹스의 감흥을 북돋우어 주었다.




‘아-싸! 이거 자세 나오네. 인애야, 훅훅…..헉헉….처음 해보는 거긴 하지만 섹스, 정말 좋다. 싸지 않고 밤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결혼하면 그리 해 주려남?’




‘그럼 나도 좋지!’




섹스를 하면서도 인애와 나는 서로에 대한 장난기를 버리질 못했다.




‘흑흑흑…. 뱃속까지 진수씨 것이 쳐들어 오는 거 같애. 억억억….. 진수씨 이제…. 누워 봐.’




상체가 연신 흔들거리며, 내가 박아대는 좇질의 탄력으로 인해 출렁거리는 둔부의 물결을 뒤로 하고, 나를 빼꼼히 돌아다 보며, 인애가 나즈막 하게 속삭였다. 나는 인애의 둔부를 붙들고 좇을 서서히 빼냈다. 보지 주위로 인애가 질러 놓은 씹물로 인해 털들이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이리저리 척척 들러 붙어 있는 모습은 가히 빨지 않고는 못 견딜 만한 장관이었다.




‘아니! 오늘은 빨면 안돼. 거기까지만, 어서 누으라니깐?’




인애도 아까의 나와 같이, 어서 삽입을 통한 절정에 오르고 싶은 마음 뿐인 것 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벌러덩 눕자마자, 말에 올라 타듯이 내 몸 위에 가랭이를 벌리고, 앉아서 똥누듯이 자세를 잡아 내 좇을 다시 거머 쥔다. 머리를 수그리면서 무슨 현미경 보듯이, 잡아든 좇을 조심스럽게 씹 안으로 조준해서 끼워넣고는 상체를 번쩍 치켜 들었다. 내 가슴을 두 팔로 내려 누르며, 서서히 엉덩이와 허리를 돌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입술을 조금 열고서 계속되는 신음과 뜨거운 호흡으로 인해, 열려져서 바싹 말라 들어가는 입술에, 연신 혀를 내밀어 침을 묻히면서도, 그 입은 다물 줄 몰랐고, 허리를 돌리다 돌리다, 이제는 방아를 찧듯이 쿵더쿵,쿵더쿵 내려찍는 그녀의 둔부는 도마 위에 패대기질 쳐지는 밀가루 반죽 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녀의 씹살과 내 좇이 아우러져 씹물 속에서 노니는 척척 대는 소음이 방안에 효과음으로 가득차고, 나는 기어이 그녀의 젖을 터져라 쥐어 틀면서 사정의 끝자락을 잡아 채기 시작했다.




‘윽윽, 진수씨, 윽윽…. 보지가…보지가… 불타는 것 같아…. 악악…윽윽…흐으으으으---악!’




그녀가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비명과 함께 뒤로 널부러진 그녀는 정신도 차리질 못한 채, 보지 안에서 빠져나가 버린 내 좇 조차도 느끼질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이리저리 몸을 틀면서 오르가즘의 강렬한 파상공격에 정신을 잃었다. 끊임없이 무슨 소리를 웅얼 대면서 눈이 돌아간 그녀….나는 그때서야 여자의 오르가즘이 얼마나 남자들의 조잡한 매커니즘과 단순한 쾌감 추돌의 과정보다 복잡 미묘한지 깨달을 수 있었고….




‘내가 정신을 깜박 했었나 봐, 그렇지?’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옷을 갈아 입고, 모텔을 나올 때 즈음 에는 들어갈 때의 그 장난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카운터의 아주머니 얼굴조차 올려다 보지 못하고 두 사람은 죄지은 사람처럼 도망쳐 빠져 나왔다. 마치 섹스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 그제사 세상이 달라진 것을 느끼는 것 처럼….




‘잘가, 인애야!’




집 앞에서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인애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를 뒤로 하면서 나는 뒷걸음 질로 그녀가 대문을 들어갈 때까지 시선을 놓질 않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와 내가 즐겨 듣던 그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기다렸어.


오늘은 너에게서 전화가 올까 봐.


아직 사랑은 넌데, 아직 그리운 넌데,


먼저 떠나버린 너를 잊을래……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 날 이후로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 학교는 자퇴를 한 상태 였고, 그녀를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그녀의 집도 찾아갔지만 이미 이사를 휭 하니 떠난 뒤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렇게 황망히 사라진 그녀에게서 미국으로부터 작은 소포가 왔다. 그것도 비디오 테잎이 말이다. 나는 VTR에 테잎을 넣고 TV를 틀었다. 조금은 낯설은 방안의 풍경이 정말 한국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가 보이고, 뒤이어 캠코더의 조작을 마친 듯한 젊은 남자 한 사람이 화면 옆에서 걸어 들어와 그녀의 옆에 자리했다. 조금은 파리한 모습에 깎아놓은 듯한 얼굴의 남자는 자리에 앉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두른다.




‘진수씨, 놀랐지?


여기 미국이야.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내 남자친구, 말하기 뭐하지만, 그것도 아주 예전의….


진수씨랑 헤어진 이틀 후인가, 우리 이곳으로 왔어.


아무런 말도 없이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을 전하라고 옆에 앉은 사람이 부추켜서 말이야.


우리 거두절미하고 깨끗하고 심플하게 얘기할게.


나랑 오빠는 이곳에 올 수 밖에 없었어.


한국이란 곳이 그렇잖아?


에이즈에 걸렸다고 하면 문둥병 걸린 사람 대하듯, 


쓰레기 취급하는 거…..


진수씨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헤어지려고, 


라디오 프로에 신청곡과 사연을 보내려다가 내가 그만 두었어.


그렇지만, 진수씨와 무 자르듯이 쉽사리 헤어진다는 거.


정말 힘들었다니깐.


항상,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내가 나도 모르게 진수씨도?라고 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


사실 옆에 있는 균이 오빠는 양성섹스를 즐겼었어.


나는 그걸 모르고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인 오빠를


줄창 따라다니면서 온갖 섹스의 환락에 몸을 불살랐었구…


내가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닥친,


첫번째 시련은 바로 오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었어.


당연히 나도 양성반응 이었지. 


그리고 두번 째 시련은 바로 진수씨를 만나게 된거구.


사랑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진수씨 때문에 나,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몰라.


절대 감염될 수는 없었다고 해도,


손을 잡는 것도, 키스도 두려웠었어.


세번 째 시련은 바로 얼마 전에 오빠에게서 발병의 증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지.


보건소에서 죄인 취급하면서 득달하는 것도 서럽고,


주변의 시선을 받아 들이자니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같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진수 씨에게 병들고 더러운 몸이지만


그래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섹스를 한거구….


그래서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으로 도망자가


되버렸어.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그 날, 내가 콘돔을 씌운 채로 


빨아줘서 찝찝 했다면 사과 할께. 


이빨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었거든.


그리고, 내걸 못 빨게 해서 그것도 미안하게 생각해.


나만 열 내다가 끝낸 것 같아, 가슴이 무겁긴 해도


오빠 말대로 이렇게 얘기라도 하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


진수씨, 탁자 앞에 이거 보여?


이 많은 알약 중에서 한번에 거의 10알에서 15알을


매번 먹을 때마다 삼켜야 해. 난 아직까지는 괜찮아.


다른 종류의 이 많은 약을 섞어 먹는다고 해서


이 나라 사람들은 이걸 보고 칵테일 이라고 불러.


낫는다는 보장도, 희망도 없지만 그래도


해보는데 까진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


미친년 한테 잘못 걸려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해도 좋고, 뭐래도 좋으니


혹시나 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인데


진수씨도 검사 받아 봐.


검사 받고 아무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꼭 그래야 되겠지만, 아무일 없이 음성 반응이


나오면 그 라디오 프로에 우리 둘이 좋아하던


그 노래로 신청곡 띄워 줄 수 있어?


이곳에서 인터넷으로 라디오 들을 수 있거든.


진수씨가 보낸 그 신청곡을 듣는 날이


와야만, 나, 짐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부탁할게.


미션 임파서블처럼 이 테잎도 보고나면 


쑤악 지워지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나고 나 같이 


걸레 같은 년은 빨리 잊어. 


아니 벌써 잊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오바하고 있지?


……..그럼 안녕!’




두 사람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캠코더를 끄기 위해 화면으로 다가서는 것이 마지막 이었다. 나는 오늘도 정확한 그 시간에 라디오를 틀고, 자리에 눕는다. 음악이 이어진다. 아마 그녀도 듣고 있을 거야. 그녀의 뇌리에 추억이나마 남아 있어야 아픈게 덜 할텐데….밤이 오늘은 더 길게 느껴질 것만 같다.




신청한 그 노래는 그래도 하염없이 이어진다.




‘……조금은 달라진 네 행동들이


시간이 만들어 둔 잠시동안,


어색한 마음인 줄, 시간이 흐르면,


예전처럼 너와 행복할 줄로…..’




믿었어. 나처럼 아픈 줄,


나에게로 돌아올 줄로,


여전히 그 자리, 그 곳에, 기다린 나에게로,


함께 할 사람이고 싶어.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아직은 널 잊는다는 게 고통일 뿐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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