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폭우(狂風暴雨) - 6부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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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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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1층 로비로 내려가자 춘식이 방금 전의 양복 차림과는 다르게 하늘색 티셔츠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기다리고 있었다. 옆의 현일도 별다르지 않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춘식의 날렵한 몸과는 달리 가슴근육이 툭 튀어 나온지라 꼭 어른이 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 모습에 은영이 피식하며 웃는 소리를 냈다. 선글라스로 멋을 낸 춘식이 말했다.
“아무래도 바닷가에 간다니까 거기에 맞는 옷을 찾았는데 이 녀석 몸에 맞는 걸 구할 수가 있어야지? 자, 가자. 여긴 서울보다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늑장부리다간 해수욕이고 뭐고 하기 힘들어. 현일아, 차, 대기시켜 놨지?”
“에, 형님!”
현일은 큰 덩치에 비해 빠른 몸놀림으로 입구로 뛰어갔다. 그를 따라간 일행의 앞에는 백색의 뉴그랜져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춘식은 앞에 있는 차의 뒷좌석에 올랐고, 중훈들은 뒤쪽의 차에 탔다. 차를 타고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을 하자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멀리 보이는 바다와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이제야 그들이 도착을 했다는 사실을 만끽했다.
춘식은 현일과 다른 운전수가 주차를 하는 사이 중훈일행을 데리고 매표소로 걸어갔다. 해수욕장 입구의 매표**고 적힌 컨테이너박스 앞에는 껄렁하게 생긴 두 녀석이 비치의자(간이 침대형의 긴 의자)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한 녀석이 그들이 오는 것을 보더니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다섯 명인가? 만 원만 내슈!”
누운 자세를 풀지도 않은 채로 말하는 녀석의 자세가 춘식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춘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두 양아치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담당자, 어떤 새끼야?”
“당신이 뭔데 우리 형님보고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거요?”
“꼬맹이들은 알 필요 없고……, 담당자나 불러!”
두 녀석들은 약간 마른 듯한 춘식이 우스워 보였나보다. 옆에 있는 조카들 때문에 참고 있던 춘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개새끼들이……, 대가리를 곤죽을 만들어 버릴까보다. 여기 책임자 불러와!”
“아니 이 양반이 쥐약을 먹고 물을 안 자셨나? 우리 형님이 당신네 개새끼요? 왜 오라 가라 하는 거유?”
“이것들이……!”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주차장에 차를 세운 현일과 똘마니가 나타났다.
“현일아! 해수욕장 담당이 ‘꼴식이’였나?”
“아닙니다. 형님! ‘막배’형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호출해!”
현일은 어른 팔뚝만한 모토로라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두 양아치들은 뭔가 잘못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금세 비굴한 표정으로 바뀌며 무릎을 꿇었다.
“형님, 몰라 뵙고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됐다. 현일아! 연결 됐어?”
“네, 형님.”
춘식은 전화를 받아들었다.
“야 이 새끼야! 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이래서야 사람들이 해수욕장에 오겠어? 내가 밑에 양아치는 들이지 말라 그랬지? 여긴 내가 알아 할 테니까 나중에 보자. 그래, 끊어!”
춘식의 통화가 끝나자 현일은 전화를 챙겨 넣었다. 춘식은 아직까지 무릎을 꿇은 두 녀석을 불렀다.
“너희 이름이 뭐야? 아니다. 그건 됐고, 오늘은 귀한 손님이 왔으니까 내가 참기로 하지. 일어나.”
두 녀석은 어리둥절하여 잠시 춘식을 올려다보았다.
“이 새끼들아! 형님 말씀 안 들려? 동작 봐라?”
현일은 덩치와는 다르게 재빠르게 두 녀석의 가슴을 걷어찼다. 뒤로 넘어간 녀석들은 오뚝이처럼 금세 바닥에서 일어났다. 춘식은 녀석들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긴 너희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라고 있는 데가 아니야. 입장객들 중에 높은 사람들이 있어봐. 아니 그런 것은 필요도 없고……. 행여나 불편신고 들어와 봐. 여기서 입장료고 뭐고 없어.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알았어?”
“네! 형님!”
“그리고 얘들은 내 조카들이야. 자리 좀 봐주고, 일 안 생기게 신경 좀 써줘. 행여나 일 터지면 알아서 해, 중훈아! 여긴 이 녀석들이 알아서 해 줄 거다. 이따가 해 지면 삼촌한테 전화해. 그리고 이건 용돈으로 써라. 그리고 현일아, 전화 좀 주렴.”
춘식은 지갑에서 만 원 권 한 뭉치를 중훈에게 주고 다시 자신의 핸드폰과 명함도 꺼내 주었다. 춘식과 현일이 사라지자 양아치들이 다가와 그들의 짐을 들어준다고 부산을 떨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물놀이를 위한 튜브와 갈아입을 옷가지가 든 가방이 전부였지만, 녀석들은 그것이라도 들어야하는지 중훈들에게서 낚아채듯 그것을 빼앗았다. 한 녀석이 컨테이너 밖에 있던 비치파라솔과 의자를 챙기고 앞장서 걸어갔다. 녀석들은 멀리 오리바위와 십리바위가 보이는 좋은 자리에 비치파라솔을 펴고 자리를 잡아주었다. 자리 정리가 끝나자 한 녀석은 튜브를 불었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중훈과 그 일행들은 튜브가 다 불어지자 그것들을 들고 바다로 달려갔다. 방금 춘식이 조장한 공포분위기는 바다를 본 기쁨에 밀려나버린 듯 그들은 물장난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튜브를 불어주던 녀석이 돌아가고 한 녀석이 돌아와 자리를 계속하여 지키고 있었다. 은영과 윤정이 두 사내의 장난에 짠 물을 몇 차례 들이켰을 무렵 밖에서 자리를 지키던 양아치가 그들을 불렀다. 재밌는 것을 태워준다는 것이었다. 넷은 그를 따라 해안 북쪽에 있는 천막으로 갔다. 구명조끼를 입은 그들은 모터보트를 타고 저 멀리 오리바위와 십리바위를 선회하여 돌아왔다. 파도를 지날 때마다 보트가 점프할 때의 쾌감에 긴 여독이 말끔히 씻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들이었다.
배에서 내려 다시 놀던 장소로 돌아오던 도중 윤정이 중훈에게 물었다.
“네 삼촌이라는 분 말이야. 상당히 높은 분인가 봐. 안 그럼 어떻게 저런 것도 공짜루 탈 수 있었겠어? 분명 비쌀 텐데……. 하여간 우리가 중훈이 덕에 호강하네?”
“그런가? 하하!”
중훈은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양아치가 중훈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너희들, 꼴뚜기 형님이 어떤 분인 줄 모르고 있었나보네?”
“꼴뚜기 형님이라뇨?”
“춘식이 형님 별명이 꼴뚜기란 거 모르고 왔었어? 막배 형님이 그러시는데 그 분이 속초에선 이거래.”
그는 그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훈은 그 말을 듣고도 놀라는 기색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강남에서 알아주는 분이라면 후배들도 대단한 사람들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신 중훈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건달이라는 직업이 돈과 시간이 상당히 남아도는 직업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나마 현성은 놀라는 정도로 끝이었지만, 윤정이나 은영의 경우는 노는 물을 먹은 탓인지 그의 배경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윤정은 아침부터 보아온 중훈의 모든 모습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더욱 반짝이는 눈빛을 드러냈다.
오후 6시가 되자 해수욕장은 파장 분위기였다. 동해안은 7월이 지나면 벌써 바닷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고 광복절이 되면 수온은 20도씨 가까이로 떨어진다. 쿠로시오 난류가 기세를 잃고 동해한류가 차가운 북해에서 밀려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초는 설악산을 등지고 있어 해도 빨리 지는 편이다. 해가 지면 약간은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남해나 서해처럼 늦게까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중훈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양아치에게 핸드폰사용법을 묻고는 춘식에게 전화를 했다. 춘식이 오는 사이 그들은 해변의 임시 샤워장에서 소금기를 걷어냈다. 물론 공짜였다. 중훈과 친구들이 해수욕장 입구의 컨테이너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춘식이 낮의 그 차를 타고 다시 해변으로 왔다. 춘식은 넷을 데리고 해변 북측 방파제에 있는 횟집으로 갔다. 그는 속초의 명물인 가리비 구이와 오징어순대를 주문하고 회도 한 접시를 큰 것을 시켰다.
“너희들, 삼촌이랑 술 한 잔 할래?”
“삼촌 저희 이제 중 3이에요. 술이라니요? 아버지 아시면 맞아 죽어요.”
“하핫~! 진호 형님이? 널? 내가 듣기론 형님이 아마 국민학교 때 벌써 술을 드셨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삼촌이 주는 술인데 형님도 뭐라 그러시진 않을 거야. 보아 하니 너희들도 벌써 술맛을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춘식은 술이라는 말을 했을 때 현성과 나머지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본 터였다. 그러나 중훈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삼촌! 아버지께서 제 술은 직접 가르치시겠답니다. 그러니 전 안 마실래요.”
중훈의 당당한 태도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춘식이었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형님이 그러셨다니 할 수 없지……. 아니지. 잠시만 기다려 봐라.”
춘식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춘식이! 네, 중훈이는 잘 도착했습니다. ……. 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춘식은 웃으며 말했다.
“중훈아, 형님께서 내가 너 술 가르치는 거 허락하셨다. 아줌마, 여기 소주랑 음료수 좀 주세요.”
그는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는 중훈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술을 주문했다. 건달답게 화통하고도 격식을 따지지 않는 성격이었다.
“삼촌 저도 저희 아버지께 술을 배웠는데요?”
현성이 참지 못하고 그 말을 하자 춘식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그래그래 알았다. 꼬마 아가씨들은 어떻게 할래?”
은영과 윤정은 대답은 안 하고 있지만, 눈이 초롱초롱한 것을 본 춘식은 웃으며 술잔을 세 개 더 시켰다. 네 명의 중학생들은 언제 이런 것들을 마음 놓고 먹어보겠냐며 입도 떼지 않고 음식을 먹는데 열중했다. 은영이 먼저 젓가락을 놓자 윤정이 뒤를 이었고, 현성과 중훈은 오징어순대를 5인분이나 다시 시켜먹고서야 손을 멈췄다. 녀석들이 많이 먹는 것을 본 춘식은 맘이 흐뭇한지 밤참이나 하라면서 몇 인분을 더 시켜 포장해 주었다.
춘식이 콘도로 그들을 바래다주자 네 녀석들은 거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낮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이, 친구! 오늘 정말 잘 놀았다.”
“맞아, 중훈아! 삼촌께 고맙다고 말씀드려.”
“응, 알았어.”
“그런데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목이 마르네. 냉장고에 뭐 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 은영이 냉장고 문을 열자 냉장고 문짝에는 양주와 맥주를 비롯한 술이 가득했고, 안에는 과일과 고기, 김치 등이 빈틈없이 메워져있었다.
“얘들아! 이것 봐!”
냉장고의 상태를 본 현성은 가장 먼저 양주병부터 꺼내들었다. 좁은 주둥이에 아래가 둥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 병의 앞에는 꼬부랑글자로 이것저것이 적혀 있었다. 중훈이 그것을 들고 읽어보았다. 품명은 "헤네시XO", 도수가 40도가 넘는 독한 양주였다. 양주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그들이 봐도 상당히 비싼 술처럼 보이는 그 술에 현성을 비롯한 여자애들이 군침을 흘렸다. 현성의 그 모습에 중훈은 웃음이 나왔다. 이제 고작 중학생인 녀석이 술을 밝힌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나보다. 하지만 그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삼촌 앞이라 조심하면서 먹은 탓인지 지난번처럼 술기가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도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를 했다. 그는 술병을 현성에게 넘겼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면 되지.”
“그래도 되냐?”
“이거 낮엔 분명히 없던 거야. 삼촌이 우리 먹으라고 넣어두신 것 같은데 뭐라 그러시기야 하겠어? 방금도 삼촌이랑 술 마시고 왔잖아?”
“그래도……, 비싼 술 같은데 먹어도 될까?”
“걱정도 팔자다. 야! 우리가 오늘 먹었던 거 기억나지? 내가 대충 메뉴판 보고 계산해봤는데 30만원도 넘더라. 이까짓 게 비싸보면 얼마나 비싸겠냐? 걱정 말고 먹어.”
“중훈아! 진짜지?”
은영의 물음에 중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은영과 윤정은 행여나 중훈이 말을 바꿀까 싶어 재빨리 가져온 밤참을 가지고 상을 차렸다. 중훈은 웃음을 띠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리가 차려지자 넷은 잔을 채우고 건배를 외쳤다.
“야! 초구는 원샷이다. 알지?”
현성이 그렇게 말하며 시원하게 잔을 비웠다. 나머지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잔을 입에 대고는 고개를 젖혔다. 중훈은 그날이 두 번째로 마시는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 좀 전의 소주와는 또 다른 감각이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바닷가에서 포장해온 가리비로 코끝까지 찡한 양주의 여운을 쓸어낼 무렵 그들의 잔은 다시 채워졌다. 원래 춘식이 녀석들의 방에 양주를 가져다 놓으며 우유와 음료수 얼음 등, 양주와 곁들여 마실 것들을 준비해뒀었지만, 양주가 처음인 그들은 양주를 마시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온 시원한 양주만을 비우고 있었다. 은영이 술을 어느 정도 마시는 편이긴 하지만, 윤정도 그녀 못지않았다. 현성이야 원래부터 술을 좋아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었고, 중훈도 운동을 한 탓인지 술을 꽤 마실 수 있었다.
그들이 두 병째의 양주를 비웠다. 술기가 오른 현성과 은영은 저번처럼 또 둘이서 서로의 몸을 비비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훈과 처음 술을 마시던 그날보다 더욱 취한 그들은 아예 윤정과 중훈을 앞에 두고서 옷까지 벗을 태세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윤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술잔을 들어 중훈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중훈도 앞의 커플을 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윤정과 잔을 부딪쳤다. 둘의 잔이 다시 채워졌지만, 중훈은 아직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훈아, 왜 고개를 숙이고 있어?”
“…….”
윤정의 놀림 비슷한 질문에 대답을 못하던 중훈의 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저 자식은 술만 들어가면 저 모양이냐? 그리고 은영이 쟤는 부끄럽지도 않냐? 아무튼 윤정이 쟤도 대단하다. 어떻게 저걸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있냐고? 근데 난 뭐냐? 기집애도 아무렇지 않게 보는데……. 제길 할……. 무슨 여자보다 못하냐?’
중훈은 갑자기 치솟은 오기에 고개를 들고 은영과 현성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술을 마실 때부터 현성이 상의를 벗어두었기 때문에 은영의 손길은 뱀처럼 그의 전신을 미끄러져 다니고 있었다. 현성의 손도 그녀의 반바지 안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중훈의 팬티 가운데는 이미 그가 흘린 액체로 축축했다. 중훈은 윤정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윤정이 고개를 돌렸다. 중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매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것을 느낀 중훈은 술기운과 오기를 빌어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사타구니에 가져다 대었다. 그는 겨우 입을 여는 것 같았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한 번 하자!”
윤정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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