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2 ... - 2부 6장
본문
6. 매춘
선배인 고마쯔하라의 책상은 밝은 창문밑에 놓여 있었지만 후배인 마사오의 책상은 어두운 벽면을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오늘밤도 열두 시에 가야 된다. 고마쯔하라 씨가 그 전에 잠이 들면 좋겠는데.>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마쯔하라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돈 좀 빌려줄래?"
"얼마나?"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다.
"그러죠. 그런데 어디 쓰실 거예요?"
"더 이상 못 참겠어. 잠시 나갔다 올깨."
마사오는 고마쯔하라의 표정을 보고 곧 알수 있었다.
여자를 유혹할 만한 위인이 못되는 그는 가끔씩 창녀촌에서 욕정을 해소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이나 관계가 없었습니까?"
"벌써 두 달이나 돼. 고향에서 생활비를 보내는대로 갚지."
"그렇게 하세요."
고마쯔하라는 돈을 건네받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고마쯔하라가 돌아온건 열한시가 지나서였다.
"생각보다 늦으셨내요?"
"그럴일이 있었지. 아주 멋진 여자를 만났어. 내 얘길 들으면 깜짝 놀랄 걸?"
"궁굼해지는군요"
"조금 있다가 말해주지."
고마쯔하라는 조용히 잠옷으로 갈아입고 자기 이부자리를 깔더니 그 속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웠다.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쯔하라는 니쪼메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길가의 판자집 그늘에서 흰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왔다.
흰 얼굴이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놀다 가세요."
제법 예쁘장한 얼굴에 나이는 30이 조금 안 되어 보이는 듯 했다.
<아니, 이곳에도 이런 여자가 있나?>
시내 중심가나 유흥가도 아닌 이런 주택가에서 창녀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저를 사주세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함정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데서 손님을 끌다니 이상하군요."
"전 프로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런 일 처음이예요. 정말이예요."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럼 왜 이런?"
"꼭 돈이 필요해서요."
아직 거짓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도쿄의 밤은 얽히고 설인 요지경이다.
"그러면 쇼트에 얼마입니까?"
"쇼트라뇨?"
난처했다.
아무리 몸을 팔러 나온 여자지만 그런 설명까지 한다는 건 곤란한 일이었다.
물론 연극일 수도 있었다.
"한 시간에 얼마냐구요?"
그렇게 설명하는 편이 알아듣기 쉬울 것이다.
여자는 끄덕이더니 액수를 말했다.
라면 스무개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어차피 그로서는 니쪼메에서 욕정을 풀려고 나온 길이었다.
완전히 의혹이 가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따라
십 분정도 떨어진 허름한 아파트로 갔다.
거기까지 말하고 고마쯔하라는 목이 마르는지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셨다.
마사오는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선뜻 믿기지는 않았지만 웬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운 일이군요."
"젖이 나오질 않아 아기가 굶고 있었던 거야. 여자는 내가 준 돈으로 우유를 사서 아기를 먹였지.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여자는 조용히 이불을 깔고 옷을 벗고 눕더군. 그때까지 난 돈만주고 와야 되는건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망설였지. 그러다가 여자의 얼굴과 벗은 채 누워 있는 몸을 보자 욕정이 일었어. 서둘러 나도 옷을 벗고 나란히 누웠지.
이미 그때 난 그 여자가 정말 아마추어라는 걸 믿을 수 있었어. 그런 세계를 전혀 모르는 여자였어.
그러나 돈을 지불한 이상 안을 궐리가 있다. 그것만 생각하려고 했지.
그래도 일단 양해를 구하고 여자의 사정을 물어야 될 거라고 생각되더근.
애 아빠가 정부와 함께 도망간 뒤로 애 때문에 일을 다닐수도 없어서 살림살이를 팔아서 먹고
살아온 게 거의 일 년이 됐대. 여자는 야위었고 다리도 가늘었어.
고미쯔하라는 반듯이 누워 천정에 눈을 박고 말을 이어같다.
"그 여자는 시간을 재촉하지 않았어. 비부로 손을 뻤었는데 젖어 있더군. 그래서 아마추어라는 걸
더 확신하게 되었지. 내가 손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더니 그 여자는 신음하며 나에게 손을 뻗더군.
난 이름을 물었어. 그게 예의라고 생각되서였지. 여자는 히요꼬라고 응석부리듯 대답했어.
내가 자기보다 한참 어린 학생이라 날 귀옆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 여자는 나를 만지기 시작했어.
난 그정도로 사정해 버릴 것 같아서 여자의 손을 떼어내고 나 혼자만 애무를 계속했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는 울음섞인 신음을 내며 요동하기 시작했어."
"그 여자는 돈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그래. 그래서 처음에 느꼈던 죄의식이 사라졌어. 그때 여자가 이제하고 싶어요 했어.
빨리 끝내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원하는 거였어."
"여자가 적극적이었군요."
"1년만에 하는 거니까. 우리는 서로 단단히 껴안았지. 끝나고 나서 웬지 그 여자가 좋아졌어.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를 경멸하던 아끼와는 비교가 안 되었어. 정이 많은 여자였지."
"성숙한 여자였으니까요. 그래서 만족하셨습니까?"
"우리들이 몸을 풀었을 때 여자는 뒤처리를 했어. 그러더니 내 물건을 애무하기 시작했어.
너무 다정한 서비스였어. 난 감동했어. 그리고 남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그랬어.
어째든 그 애무로 나는 다시 흥분됐어. 곧 두 번째 시도로 들어갔지. 여자도 욕망으로 타올랐어.
여자가 뜨거운 신음소리를 냈어. 사실 난 콤플랙스가 있었거든."
마사오는 그것이 무었인지 고우짱과의 일로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그런데 난 드디어 그 콤플렉스에서 해방됐어. 오늘밤은 내게 기념비적인 밤이야."
"잠깐 , 요금은 얼마나 냈어요?"
"2회분. 1회분을 더 지불하려는데 여자가 받지 않았어. 그러나 앞으로도 돈이 필요한 건 분명해서
억지로 두고 왔어. 내일밤에 다시 가기로 했어. 손님이 아니라 친구로서."
"좋은 여자를 알게 되었군요. 그러나 너무 깊이 빠지지는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마사오는 시계를 보았다.
어느 덧 열두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고마쯔하라 몰래 아끼 방에 갈 수는 없게 되었다.
고마쯔하라가 오늘 만큼은 여자에 대해 관용적일 것 같았다.
"저. 실은."
결심을 하고 마사오는 말을 꺼냈다.
"전에 고마쯔하라 씨가 안았던 여자는 아끼가 아니라 고우짱이었어요."
먼저 그 얘기를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조금 각색해서 아끼가 망설이고 있는데 고우짱이 자진해서
들어온 것처럼 얘기했다.
자신과 고마쯔하라가 같은 여자를 안은 묘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한 다음 어제밤에 아끼와
결합한 사실을 고백했다.
"설마?"
"모두 사실입니다. 비밀 이구요"
"두 여자 모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군."
"이 시간에 아끼 방으로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 하여튼 조심해."
"예"
방을 나온 마사오는 조심스럽게 걸었다.
복도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아끼는 문 옆에 서 있었다.
놀랍게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이렇게 기다리는게 즐거웠어요. 지금 막 벗었어요."
둘은 곧 옷장으로 들어갔다.
살결과 살결이 밀착되었다.
나신으로 서 있었던 아끼의 몸은 차가웠다.
"어제밤처럼 해주세요."
마사오는 학교에서 몇몇 친구를 사귀었다.
과에는 여학생들도 꽤 많았다.
여학생들과도 친하게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니 착실히 공부만 하고 여고 시절을 보낸 탓인지 아니면 마사오 자신이 또래보다 훨씬 앞선
경험을 한 탓인지 몰라도 모두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녀인 것 같아.>
처녀라기 보다는 처녀 이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어려운 말을 써가며 진지한 토론을 벌여도 역시 그들은 어렸다.
아끼가 훨씬 성숙하고 여성스러웠다.
고마쯔하라는 히요꼬의 아파트에 하루 건너 한 번씩 다니기 시작했다.
히요꼬도 얼마 뒤부터 고마쯔하라의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아침 여섯 시부터 오후두 시까지 일하는 동안 아기는 인정많은 주인집 할머니가 대신 맡아 주었다.
히요꼬로서는 거리의 여자로 전락할 상황에서 고마쯔하라를 만난 건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러는 어느 날이었다.
히요꼬의 아파트에서 밤늦게 돌아온 고마쯔하라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오늘밤, 아끼가 누구 방에 들어갔는지 알아?"
"모르겠어요."
"긴쥬의 방이야. 요앞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그녀석이 옆방 친구한테 그러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지"
마사오는 대수럽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으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제 아무하고도 관계를 갖지 않을게요.-
아끼는 얼마전부터 계속해서 그런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사오는 그냥 흘러 넘기려고 노력했다.
"사탕발림이야. 가끔씩 그 말을 믿어 주고 싶기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아. 그저 잠깐 즐기는
불량스런 소녀에 불과해."
그러나 역시 충격적이었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렇지만 쳐들어 가지는 마. 사까구찌처럼 비참한 꼴을 당한다고."
"물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구요."
"질투 안 나?"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여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질투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 무딘 신경이 부럽군. 난 도저히 그렇게 안돼. 언젠가는 헤어져야할 상대인데도 독점하고 싶어져"
"현재 히요꼬씨는 선배님 뿐이잖요? 그러면 되잖아요?"
"내가 돌아온 뒤에 다른 남자를 유혹할지도 모르지."
"설마?"
"어차피 거리에서 나를 불러들인 여자야. 믿을수 없어."
"히요꼬씨를 그렇게 생각하시면 정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다른 남자와 자는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막 쓰려."
"좋아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 집착이야. 이래서는 안 되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녀도 분명히 선배님 뿐일 겁니다."
"차라리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면 괜찮아질까? 미야자끼. 히요꼬 한 번만 안아보지 않을래?
차라리 상대가 너라면 나도 괜찮을 것 같아."
분명히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마사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잠을 청하려고 노력을 했다.
마사오가 아끼를 만난 건 다음 날 저녁 무렵이었다.
학교에서 막 돌아왔는데 방문을 두드리고 아끼가 들어왔다.
교복 차림이었다.
"저 앞에 걸어가고 있기에 불렀는데 못 들었어요?"
"응 ,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아끼는 키스를 요구했다.
마사오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원래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면 화낼 것도 없지. 화를 내면 내 약점만 보이는 꼴밖에 안 돼."
아끼는 그의 중심부로 손을 뻗어오며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요즘은 항상 마사오씨 생각만 해요."
사탕발림이다.
<뻔뻔스럽게도 그런 말을 하다니. 어제밤은 이 계집애가 긴쥬하고..>
차가운 마음이면서 한 번의 키스만으로도 그의 몸은 흥분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아끼는 바지앞을 열고 직접 쥐려고 했다.
마사오는 겨우 그 손을 중지시켰다.
"왜요?"
"누가 올지 몰라."
"당신."
갑자기 아끼가 마사오에게 떨어져 자세를 단정히 고쳤다.
"오늘 처음부터 이상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무일도 없어"
"아뇨. 내 직감은 예리해요. 뭔가 있어요."
"아냐"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나요? 아니면 도쿄에 새로 좋아하는 애가 생겼나요."
"아니야."
"그러면 누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했어요?"
".........."
"역시 그랬군요. 누가? 협박이라도 받았어요?"
아끼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압박하였다.
마사오는 추궁 당하자 귀찮아졌다.
"좋아. 사실대로 말하지. 어제밤에 고마쯔하라 씨가 목욕탕에 갔는데 긴쥬가 옆방 친구에게 오늘밤에 아끼가 방에 오기로 했어 그러더래."
아끼는 마사오의 얼굴을 그윽히 쳐다보았다.
부드럽고 상냥한 눈빛이었다.
"그랬어요? 미안해요. 사랑스런 사람. 난 기뻐요."
그리고는 마사오의 빰에 소리가 나도록 키스했다.
"내 방에 확인하러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뭘?"
"전 계속 방에 있었어요. 아침까지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면 긴쥬가 네 방에 간 거야?"
"난 혼자 잤어요. 옷장 속에서."
"옷장?"
"그래요.당신과의 밀실요. 당신을 생각하면서 혼자 옷장에서 잠든적이 많아요. 나, 불쌍하죠?"
"그러면 긴쥬가 거짓말한 거야?"
"그렇진 않아요. 그 사람이 저녁에 복도에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가 버렸어요.
자기 멋대로예요. 난 가지 않았죠."
"정말 안 갔어?"
"그럼요. 전 남이 내게 일방적으로 그러는 건 참을수가 없어요."
"그 녀석 화났겠군."
"그랬겠죠. 그보다 당신이 질투해 준 게 난 정말 기뻐요."
아끼는 힘껏 끌어안더니 정열적으로 키스를 한 뒤 빰을 밀착시키고 속삮였다.
"오늘밤에 와요. 늘 그시간에."
아끼가 나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문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고마쯔하라가 왔나 싶었는데 뜻밖에 와이셔츠 차림의 긴쥬가 거칠게 방으로 들어왔다.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조금전에 아끼가 방에 들어와 20분 정도 있다 나간 것 같던데."
"예. 영어를 잘 모르겠다고 물으러 왔습니다.
"그 애가 공부를?"
긴쥬는 적의에 찬 눈빛으로 마사오를 째려보았다.
"넌, 그애와 관계 갖었어?"
"그런 유혹을 당한다면 참 영광입니다."
분명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지만 머리 회전이 느린 상대에게는 부정의 뜻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표현이다.
곤란한 상황을 넘기면서도 만일의 경우와 발뺌의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다.
"난 그런 음탕한 애가 어떤 남자와 무슨 짓을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어제 나와의 약속을 깨고는
다른 남자와 농지거리를 하는 건 용서할수 없어. 잠깐 따라와."
"왜요?"
"공부는 구실일 게 뻔해. 함께 아끼의 방에 가서 확인해야겠어. 거짓말인 게 밝혀지면 그땐
알아서 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안 그러면 이 자리에서 시인하고 맞을래?"
당장 주먹이 날아올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였다.
마사오는 일단 아끼의 순발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행실은 불량해도 머리는 영리한 애이다.
함께 나타난 것만 봐도 사태를 재빨리 짐작할 것이다.
두 사람은 아끼의 방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긴쥬가 도끼눈을 하고 마사오에게 말했다.
"넌 잠자코 있어. 힌트를 주면 그 자리에서 때려눕히겠어."
"알겠습니다."
문을 두드렸다.
"예"
명랑한 음성이었다.
문이 열리고 원피스 차림의 아끼가 나왔다.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일이죠. 두 분이서?"
"너, 아까 마사오방에 갔었지?"
"예?"
"본 녀석이 있어. 20분정도 있었다던 데."
"남의 얘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군요. 대체 누구죠?""그건 알 거 없어."
"기분 나빠 불쾌해요. 남의 행동을 감시하고 더구나 시간까지 재다니, 세상에."
"어서 대답해봐."
아끼는 어께를 으쓱거렸다.
마사오의 예상대로 긴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별일은 아니지만 당신에게 그런 대답을 할 의무가 없어요. 내가 어디가든 그건 제 자유예요..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죠."
"넌 어제 약속을 지키지 안았잖아?"
"누가 누구와 무슨 약속을 했나요? 생각나지 않는대요."
긴쥬는 얼굴이 더욱 붉어지더니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아끼가 문을 닫아 버렸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문 열어."
"남의 방 앞에서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긴쥬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너, 누가 너 따위를 이제 상대할 줄 알아? 이 공중변소 같은 년아!"
문이 다시 열렸다.
아끼의 눈썹이 확 찡그러지며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거 나한테 한 말?"
"그래 ,이 녀석을 유혹하려고 냄새나는 엉덩이를 흔들다니, 불감증인 주제에?"
갑자기 아끼가 시뻘건 불덩이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긴쥬에게 달려 들었다. 긴쥬는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아끼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아끼는 더욱 격렬하게 그에게 안겼다.
긴쥬의 등이 뒷벽에 부딪쳤다.
아끼는 긴쥬의 옆으로 쓰러지려 했다.
마사오가 그녀를 안았을 때 그 손에 쥐어진 과도를 볼 수 있었다.
긴쥬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흰 와이셔츠에 붉은 얼룩이 선명하게 퍼져갔다.
"죽여버릴 거야."
마사오의 팔에 안긴 채 아끼는 들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마사오는 긴쥬의 피가 터지는 곳이 심장 훨씬 아래 부분임을 확인했다.
<치명상은 아닐거야.>
긴쥬는 어쩔줄 몰라하며 가슴을 움켜잡은 채 계속 신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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