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22장
본문
22. 밤의 넓이
잠시 누워 있겠다는 마사오의 말에 안심했는지 미요는 더이상 육박
해 오지 않았다. 마사오를 만지작거리며 이야기에 응해 왔다. 마사오
는 웅변조가 되었다. 엘리트 의식을 펼치고 싶은 기분이 더욱 더해 갔
다. 웅변조 말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창녀와 보통 친구가 된다는
낭만주의였다.
"친구 사이는 오래갈 수 없어요."
"오래가지 않아도 좋아. 보통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면 돼."
"어떻게 만나죠?"
"미요 사정이 괜찮을 때. 난 학교 수업 외엔 언제나 자유로와. 언제라
도 만날 수 있어. 미요도 언제까지 이 집에 묶여 있을 순 없잖아?"
"이따금 만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저녁때는 안 돼요."
"일요일 이라면 낮이라도 좋잖아. 강둑에서 이야길 해도 좋고."
"강? 그래요, 이 방에서 강이 보여요. 네다섯 시간 동안 우두커니 앉
아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강가에 나타나면 보일 거야. 빨랫거리를 갖고 나오면 되겠군."
여자와 누워서 장소에 얼울리지 않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아직 아이라고 미요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랟 괜찮다. 그것
이 더 마음이 편했다.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기뻐요."
"충분히 가능해."
"그 대신 지금요, 날 사랑해 주세요."
"아니, 그럴려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야."
"그러면 싫어요."
이야기는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마사오의 제안은 방패가 되지 못
했다. 미요는 다시 한번 적극적이 되어 다리를 얽으며 마사오에게 덤
벼들었다. 두 팔이 목을 감았다. 미요의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짧은
외마디 소리가 띄엄띄엄 마사오의 귓볼을 스쳤다. 특히 마사오가 미요
의 앞가슴을 누르며 미요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어느새인지 마사오는 이미 미요의 몸 안에 들어가 있었다. 따뜻했
다. 그러나 중요한 일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임신하면 어떻게 하
지?" 창녀도 여자다. 임신할 수도 있다. 그때, 미요가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긴다면 자기는 아버지가 되어 버린다. 창녀에게서 자기 아기
가 태어난 결과가 된다. "야마나까가 말을 했어. 창녀가 진짜 아버지
를 ㅁ르는 아이를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의 애라고 믿고, 낳아서 일생
동안 기르는 경우도 있다고." 대개의 매춘부들은 예방을 하지 않아도
임신하기 힘든 체질이라고 알려져 있다. 불량 소년들도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기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세요."
미요의 말은 보장할 수 없다. 근거가 전혀 없다. 마사오는 재빨리
손을 움직여 자신을 따뜻한 분하구에서 빼냈다.
"아이, 그러면 싫어요. 아, 심술꿀기군요."
미요는 다시 마사오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때까지는 볼 수 없었던
맹렬한 기세로 마사오르 덮쳐 왔다. 마사오도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
기 시작했다. 그건 이제 격투와 다름없었다. "여자 따위에게 질 수 있
나?" 마사오는 어쨌든 이 격투에서 이기지 못하면 수치라고 믿었다.
이윽고 마사오는 미요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팔을 뒤로 꼬아 여자에
게서 승리를 쟁취했다. 그야말로 격전이었다. 두 사람 다 사력을 다해
으므로 호흡이 가빴다.
"당신은 바보야."
숨을 헐떡거리며 미요는 마사오를 책망했다.
"이럴 수 있었요?"
격투할 때는 적의를 느꼈지만 이렇게 상대의 힘을 막아 버리자 역시
미요는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이럴 수가 있느냐는 미요의 말에 마사오
는 오히려 여유를 되찾았다. 두 사람은 서로 노려보았다. 미요의 눈은
분을 못 이겨 가볍게 떨렸다. 뒤로 젖혀진 팔에 힘을 넣어 마사오를
밀쳐내려고도 했다. 마사오는 허락하지 않았다.
"놓아 줘."
"안 돼."
"난 다나까 씨에게 갈 거야."
"정말?"
"당신 같은 사람, 정말 싫어."
마사오는 손을 풀고 미요에게서 떨어졌다. 미요는 몸을 추스르고 천
천히 일으켜 팔을 쓰다듬었다.
"내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애. 아, 정말 혐오스러워."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미요의 말은 이제 반말이 되어 있
었다. 마사오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미요의 습격을 경계하면서 속웃을
껴입엇다. 한바탕 격렬한 싸움을 치른 후인데도 마사오의 그것은 뻣뻣
하게 살아 있었다. 마사오가 옷을 입는 동안 미요는 이불 속에 앉은
채 벽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난 갈께. 문까지 바래다 줘."
"알았어."
미요가 일어서서 앞장을 섰다. 위기는 지나갔다. 또한 여체를 체험
할 기회도 가 버렸다.
그때였다. 앞장섰던 미요가 홱 몸을 돌려 마사오를 향해 섰다. 마사
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옆으로 비껴 미요를 지나쳤다. 순간, 미요의 날
카로운 한마디가 마사오의 뒷덜미를 때렸다.
"잠깐만 기다려."
마사오의 등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 ㄴ마사오의
눈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미요의 벌거벗은 몸뚱아리가 버
티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대로 당신의 집까지 따라갈 거야."
"......"
"협박이 아니야. 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어. 더 이상 떨어질 곳은
없으니까."
"그러면 와 봐."
"못 갈 줄 알고?" 미요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고집센 여자군. 왜 자
신을 버린 연인에게는 이 고집을 부리지 못했을까?"
미요의 어깨는 매끈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젖가슴은 팽팽했다.
젖꼭지도 다에꼬의 젖꼬지보다 훨씬 컸고 색도 짙었다. 눈이 부실 정
도의 햐얀 피부였다. 그러나 마사오는 미요의 아랫배를 내려다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미요를 원한다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뒤바뀔 염려가 있었다 때문이다. 마사오는 미요에게 등을 돌리
고 장지문 고리를 벗겼다.
"따라올 테면 와도 좋아."
이건 또 하나의 전투였다. 이 전투의 결과가 첫번째처럼 마사오의 승
리로 끝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갈 거예요."
문을 열고 마사오는 복도로 나갔다. 벌거벗은 미요도 따라나왔다.
복도는 어두웠다. 미요가 장지문을 닫았다.
"이쪽?"
"응."
마사오는 걷기 시작했다. 미요도 뒤따랐다.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의 전등도 꺼져 있었다. 주위는 조용했고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요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야. 설마 문 밖에
까지 나오진 않겠지."
마사오가 신고 왔던 게다가 지까후지의 운동화와 나란히 놓여 있었
다. 다나까의 샌들도 있었다. "지까후지는 아직 있구나."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그러면 다미는 아직 지까후지와 함께 있다. 그리고 미요
는 다나까의 방에 가야만 한다." 마사오는 게다를 신었다. 밖으로 난
문에는 열쇠가 걸려 있었지만 간단히 벗길 수 있었다. 마사오는 미요
를 뒤돌아보았다. 미요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서 있었다.
"감기 걸려. 빨리 돌아가."
마사오는 소곤거리듯 말하고 문을 열었다.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이 열이 오른 뺨을 스쳤다. 상쾌한 공기가 코
긑에 몰려들었다. 창녀의 집에서 마침내 탈출했다는 안도감을 밧보면
서 문을 닫으려는 순간 미요도 마사오에게 매달리듯 몸을 살짝 빼 문
밖으로 나왔다.
"바보같이, 발리 들어가!"
"함께 걷겠어."
"안 돼 !"
"그러면 나하고 같이 돌아가."
"고집이 여간 아니군."
"고집이 센 건 당신이야."
마사오는 걷기 시작했다. 곧 길이 나왔다. 근처에 인가는 없었다.
사람도 다니지 않았다. 미요는 마사오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
다. 마사오는 멈춰섰다.
"어떻게 할 작정이지?"
"이제 어떻게 되든 괜찮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겉으로는 태연한 체했지만 속으로는 별
의별 생각이 다 났다. 미칠 지경이었다. 마사오는 교복 상의를 벗었다.
"입어."
"괜찮아."
"입어! 고집을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방으로 돌아가겠어."
검정색 교복 웃도리만 걸친 미요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기보다 애
처로와 보였다. 오오노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행히 아무도 만나지 않
았다. 집 안에서도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무사히 미요의 방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미요가 안겨 왔다.
"어쩔 수 없군. 꼭 어린애 같아."
"여자에게 수치를 느끼게 하면 무섭다구요."
미요의 몸은 차가왔다. 이불 속에 눕히면서 기회를 봐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미요는 감긴 팔을 풀지 않았다.
"나도 옷을 벗을 테니까 놓아 줘."
"도망치면 또 따라갈 거야."
"알았어. 도망치진 않아."
겨우 미요의 팔에서 빠져나온 마사오는 속옷만 걸친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엎드렸다. "남이 보면 장난치는 것 같을 거야."
미요의 두 다리가 마사오의 허리 위에 얹혀졌다. 뺨에 살짝 입을 맞
추고 미요는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싫어요?"
"그렇진 않아."
"그러면 이렇게 잠시 같이 있어 주기만 하면 돼요."
그러나 미요는 말과는 반대로 마사오를 젖히고 아랫배 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마사오는 거부했으나 헛일이었다. 마사오와 요 사이에
손바닥을 끼워 넣은 미요는 집요한 손놀림으로 마침내 마사오의 끝을
잡고야 말았다. 손놀림이 시작되자 마사오는 다시 부풀어오르기 시작
했다.
"돌아누워요. 손이 아파."
도리가 없었다.마사오는 몸을 젖혀 미요를 향했다. 자유로와진 미
요의 손이 재빠르게 마사오의 아랫도리를 벗겼다.그리고 한 손으로
마사오의 가운데를 꽉 쥐고 한 손으로는 힘꺼 어깨를 껴안았다.
"이제 단념해요."
"정말 당신은 이런 것을 좋아하나 봐. 그래서 이런 데도 꺼리지 않
고 기꺼이 들어온 게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면 손님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 이상하잖아?"
"그걸 나도 모르겠어요."
미요의 몸이 따뜻해졌다. 방에 다시 돌아온 후로 미요는 다시 존댓
말을 쓰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인간은 그렇지 않나요?"
"그건 그래."
얼굴을 떼고 미요의 몸 전체를 한눈에 훑어 보았다. 조금 전 광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곧 집에 가야 되지요?"
"그래."
"그러면 빨리 해 주세요. 사랑해 주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자지 뭐."
"정말?"
"그럼. 어머니에겐 솔직하게 다 말하겠어. 어머니도 이해해 주실 거
야." 거짓말이었다. 허풍이었다. 상ㅇ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주무세요."
"그렇지만 돈이 없어." 잠깐 들렀을 때와 하룻밤을 잤을 때의 요금
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낼께요."
"자기가 자기한테 돈을 낸다고?"
"가게에 내는 몫을 내가 내죠."
마사오는 한숨지었다.
"정말 끈질긴 여자로군."
"당신은 제 마지막 남자가 될 거예요."
"마지막?"
"그래요.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 그러니까 절 괴롭히지 마세요."
밤은 더욱더 깊어갔다. 오늘 이 토요일 밤은 끝이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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