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2장
본문
2. 친구의 누나
마사오와 마에다가 스쳐지나온 사람은 스무 살을 갓 넘은 작고 통통한 여자였는데, 미소를 지을 때면 둥근 얼굴의 양볼에
보조개가 패였다. 마사오가 생각한 그 여자는 상냥하고 인상이 좋은 누나였다. 얼음사탕을 두 개 사준 적도 있었다. 분명히
제분소 같은 곳으로 일을 나가는 것 같았다. 마에다가 마사오에게 다가서며 속삭인 깜짝 놀랄 만한 말은 바로 그 여자에
대한 것이었다.
"마사오, 저 여자 있지? 옆집 아저씨하고 같이 잤다."
같이 잤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마사오는 금방 알아챘다. 반사적으로 마에다 특유의 허풍일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저 여자가...."
"정말이야. 내가 잘 알아. 난 저 여자가 옆집 마쯔모또 아저씨와 껴안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굉장했어. 저 여자가 옷을
이렇게 들어 올리고 누워 있었는데 흰 배와 다리가 보였어. 아저씨도 바지를 벗고 올라타 있었어."
"어디서 봤어? 사람의 명예에 관한 거야. 함부로 말하면 큰일 난다구."
"함부로 말하는게 아니야. 난 마쯔모또아저씨 집 정원에 앵두를훔치러 갔었어. 앵두나무 근처까지 몰래 다가갔을 때,
가까운 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렸어. 깜짝 놀라 문창호지가 찢어진 틈으로 들여다봤어. 그 여자는 아저씨의 등을 양손으로 꽉
껴안고 있었어. 다리는 허리를 감고. 난 남자와 여자가 하는 걸 처음 봤다구. 목이 타서 앵두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 더구나
어른 것은 굉장하다구. 그런 것이 막 들어가다니."
그때 마사오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우등생다운 태도를 지키려고 애썼다.
"어떻게 나미 양인 줄 알았지?"
"얼굴도 봤어. 새빨간 얼굴로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어. 신음소리를 내면서 계속 "좋아요,좋아" 하고 몇 번이나 말했다구."
"착각일 거야. 상대는 마쯔모또 아줌마가 아닐까? 그들은 부부잖아. 부부면 당연하지."
"부부가 낮에 그런 짓을 해? 저 두 사람 사이는 훨씬 전부터 소문이 나 있었다구. 저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건 바로 그때문이야."
"그런 소문 듣지 못했는데."
"정말 몰라? 아참, 넌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이지."
"어쨌든 그런 건 남에게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야. 더구나 넌 남의 집에 도둑질하러 들어간 거니까."
"앵두는 훔치지 않았어. 도둑은 아니라구."
그 후 한동안 나미 양을 길에서 만날 때마다 마에다의 이야기가 되 살아나 마사오는 여간 난처하지 않았다. 나미 양은 마사오를 보면
항상 웃음을 보내곤 했으니까.
이듬해 가을, 나미 양이 이웃 마을로 시집을 갈 때 마사오는 그녀를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마에다의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마사오로서 마에다가 묘사한 그런 여자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사오의 가슴 속에
다져진 베아트리체의 상에 더러운 흠집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사오에게 여성으로부터 처음 유혹이라할 만한 손길이 뻗쳐온 것은 바로 그 해 국민학교 6학년 가을이었다. 중학교 시험에 대비해
토요일에도 오후 두 시간의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날 긴급 교사 회의가 있어서 수업이 오전으로 단축되었다. 수업이 끝나자
친한 친구인 나까가와가 마사오에게 말을 걸어 왔다.
"어때? 자전거 여행 가지 않을래? 가스미 산 기슭에 우리 친척이 있거든. 어제부터 가을 축제래. 우리 누나도 가 있어. 하루 묵을
예정인데 자전거로 갈 거야. 지금 부터 가면 천천히 가도 저녁 무렵엔 도착할 걸."
마사오가 가스미로 가고 싶어진 건 축제에 흥미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기는 보통 사람이나 즐기는 축제 따위로 들뜨지 않는다는
엘리트 의식이 그에겐 이미 싹터 있었다. 단지, 페달을 밟으며 가을 들판을 달려 알지 못하는 미지의 마을로 향한다는 데 낭만적인
꿈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시 어머니의 허락을 받을 작정이었다. 어머니는 기꺼이 승낙했고 마사오가 탈 자전거에 멸치 꾸러미를 묶어
주었다. 신세를 질 농가에 보내는 선물이었다. 당시 멸치나 말린 포는 귀한 물건이었다. 마사오는 자전거에 공기를 넣고 기름을
칠했고, 나까가와와 함께 출발했다.
가스미 산 기슭이 고요한 정적에 휩싸인 그날 밤, 자전거 여행으로 지칠대로 지친 마사오는 나까가와와 함께 이불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나까가와의 누나인 요시꼬도 한 방에 나란히 깔린 이불에서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요시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신부 수업 학원을 다니는 누나로 마사오와는 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 방에는 그렇게 세
사람뿐이었고, 어쩌다 보니 마사오가 요시꼬의 바로 옆에서 자게 되었다. 가장자리에서 자는 게 편했으므로 먼저 이불 속으로 들어간
나까가와가 세 사람의 잠자리를 그렇게 결정해 버린 것이었다.
이불 속에서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시꼬는 얼마전 마사오가 나까가와 집에 놀러갔을 때 마치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었고 전부터 마사오는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잘거리던 나까가와는 맨 먼저 잠이 들었고 마사오와 요시꼬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방은 약간 어두웠고 창문에서 빛이 조금 들어올 뿐이었다. 요시꼬의 하얀 얼굴은 아주 가까이에서 마사오
쪽으로 향해 있었는데, 그건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그마한 소리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일
거라고 마사오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던 요시꼬의 손이 마사오의 이불 위에 올려지자 똑바로 누워 있던 마사오의
가슴에 무게가 느껴졌다.
"와꼬는 자?"
"예, 자요."
"마사오, 이리로 올래?"
"......."
"자, 이리로 바짝 와. 그러면 얘기가 더 잘 들릴 거야."
"요시꼬는 스무살이 다 되어 간다. 마사오보다 훨씬 연상이다. 게다가 친구의 누나다. 마사오가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나이는 결코
아니다. 요시꼬도 마사오를 어린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대했을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망설이는 기미를 보이면 오히려 이상하다.
지나치게 뺏댄다고 생각할 우려도 있다. 아마 참든 동생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마사오는 그렇게 해석했다.
그렇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요즘 동경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는 요시꼬와 보다 더 밀접해지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요시꼬의
권유는 마사오가 원하던 것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허물이 없는 것 같군. 더구나 남이 알게 되면 좋을 게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사오는 요시꼬의 세번째 부름에."예" 하고 대답을 해버렸다.
마사오는 나까가와가 잠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움직여 요시꼬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요시꼬는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내주었다. 요시꼬의
이불은 따뜻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마사오는 똑바로 누어 있기만 했다. 이불 속에서 움직이던 요시꼬의 한 손이 마사오의 가슴 위에
놓임과 동시에 다흔 한 손은 마사오 머리 뒤의 베개와 어때 사이를 비집고 나가 마사오의 반대쪽 어깨를 안았다.
요시꼬 쪽에 있는 마사오의 손에 그녀의 아랫배가 느껴졌다. 마사오는 엉겁결에 얼른 손을 뺐다.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요시꼬의
얼굴이 다가왔고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요시꼬의 속삭임이 마사오의 귓가에 흘렀다.
"넌 외아들이니까..."
요시꼬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항상 엄마에게 안겨서 자지 않니?"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혼자 내 방에서 자요."
"그래? 뜻밖이구나. 훌륭한데."
"보통이죠, 뭐."
"형이나 누나, 또는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하지 않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요시꼬에 대한 아첨이기도 했다. 그 말은 들으면 요시꼬가 만족하리란 꿍꿍이속이 있었다. 사실상 아무리 원해 봤자 불가능한 것은
아예 원하지도 않도록 길들여진 마사오는 형제 자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마사오 친구 중에도 외아ㄷ르이 몇몇 있었다.
그 아이들도 모두 형제나 자매가 있었으면 했다.
"그럴 거야."
마사오를 안은 요시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누나가 되어줄까?"
"예."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친누나라면 몰라도 친구 누나에게 이렇게 이불 속에서 안겨 이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한편
감미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그 팔을 거부하고 싶지도 않았다.
"훨씬 전부터...."
왠지 요시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난 와꼬보다도 네가 더 귀엽다고 생각했어."
"거짓말."
그런 입에 발린 말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대답었다. 요시꼬가 한참 돋구려는 분위기를 깨뜨리는 대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사오는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동생이 제일 귀여운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모르지만... 지금 ... 내 기분은... 그래."
요시꼬는 떠듬떠듬 말을 마치더니 마사오의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얼굴은 더욱 더 가까와져 숨결이 마사오의 귀를 간지럽혔다.
요시꼬는 마사오의 친구 관계로 화제를 돌려 여자애들과의 교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애를 좋아하니?"
"좋아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러면 그 애보다 다에꼬가 더 좋아?"
"다에꼬는 중학생이라서 이제 어른 같아요."
마사오의 가슴만 어루만지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위로 다시 돌아온다. 조금 있다가 또 아래로.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내려가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
"저녁 밥을 별로 먹지 않았지만 괜찮아요."
배를 만지는 것을 의식한다는 보고의 말이었다.
"그런데 배가 홀쪽하구나."
"늘 그래요. 염려하지 마세요."
"그러면 괜찮지만."
그 순간 마사오에게 밀착해서 어째를 감싸고 있던 요시꼬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배를 만지던 손이 미끄러져 마사오ㅢ 불룬한 몸덩이 위에
닿았다. 손바닥이 팬티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오가 그걸 전혀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안길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요시꼬의 손놀림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당황했다. 수치심에 낯이 붉어졌다. 머리가 혼란하고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요시꼬의 손이 별 생각없이 우연히 그곳에 닿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만일 그렇다면 요시꼬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재빨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자신을 재촉했다. 그러나 마사오는 손도 발도 허리도
움직이지 못하고 요시꼬에 안긴 채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나지막히 말했다.
"손을 치워 주세요."
"왜?"
요시꼬의 입이 마사오의 귀에 와 닿았다. 동시에 손바닥은 아직 부드러운 마사오의 그곳을 꽉 쥐었다.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
요시꼬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연상의 여성이 자신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건 마사오에게 처음이었다. 마사오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런 짓을 하면 이상한 기분이 돼요."
이상한 일이었다. 마사오 자신의 목소리도 매우 떨리고 있었다. 말은 일단 그럴듯하게 안정을 찾았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자신도 확실히 그것을
의식했다.
"그래?"
요시꼬의 뺨이 마사오의 뺨에 밀착됐다. 마사오의 몸은 부풀기 시작했다. 요시꼬의 손은 또 움직였다. 한 번 떼었던 손이 또 마사오를 죄고들었다.
요시꼬의 손길을 피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마사오는 도저히 도망칠 수 없었다.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요시꼬도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옆에서 잠들어 있는 나까가와가 걱정이 되었다. 요시꼬의 손아귀 안에서 마사오는 완전히 단단하게
부풀어올라 꼿꼿이 섰다.
"아!"
요시꼬의 손 동작이 멈추는 순간 그녀의 호흡이 마사오의 입술을 스쳤다.
"나는 여기서 체험하게 되는 걸까?" 마사오는 스스로 안 된다고 다짐했다. "나도 요시꼬 누나의 것을..." 그러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어떻게 하면 좋지?"
뜻밖의 말이었다. 게다가 요시꼬는 신음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모르나요?"
"처음이야. 아, 안타까워."
요시꼬는 입술을 요구해 왔다. 직전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마사오는 요시꼬의 입술을 피했다. 본능적이었다. 요시꼬의 입술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받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하다. 그러나 키스는 정해진 연인 사이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마사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게
했다. 요시꼬는 마사오의 뺨에 키스하고 굳이 입술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잠시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간은 멈춰있었다. 마사오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절실한 욕망을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마사오는 차분해져 있었다.
지금부터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요시꼬를 강하게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건 마사오에겐 두려운 예감이었다. 마사오는
자신을 격려하며 몸 전체로 요시꼬를 향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요시꼬의 손은 마사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오는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마사오는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나, 저쪽으로 갈께요."
요시꼬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숨이 넘어갈 듯 절실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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