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직장일기_2 - 2부 14장

본문

홍이사의 몸부림, 회장의 참담한 표정을 뒤로하고 나올 때는 정말이지 개운했다. 어떤 누구와의 섹스보다 좋고, 사정보다도 개운했다.




더군다나 대표이사 해임의 건이 통과될 때보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의 건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자 홍이사와 회장의 표정이란 정말이지 통쾌했다. 이런 짜릿함이란…




누가 그랬었지? 있을 때 잘하지~ 하하하~




마지막으로 다음주부터 업무를 봐야 하니 이번 주까지 방을 비워 달라는 말을 할 때에는 회장이 노기 어린 눈으로 날 째려보기까지 했으니…




주총을 마치고 나와 차를 타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MOU나 가계약 같은 웃기지도 않는 서류 쪼가리가 아닌 국제법에 엄연히 귀속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이 이루어지고 나면 어찌 되는 것일까? 나는 또 어떻게 될까? 이대로 잘 되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들다. 욕심은 사람을 베고, 돈이 사람을 찌르는데 나 같이 두를 것 없는 놈은 배겨나기 힘들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알면서도 저질러 본 것이다.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 월급에 쫓겨 개처럼 살아야 하니까… 이렇게 개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PC방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 속 편하다고 마음먹었었지만 막상 클라이막스로 접어들수록 마음이 조마조마해 진다.




내가 가진 패라고는 초라한 한가지 패 뿐이다. 다들 히든카드 몇 장은 다들 들고 있는 삭막한 포커 판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심정이다.




‘다른 패가 필요해! 다른 패가 있어야 해! 다른 패!!’




계속 이 생각만 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방기사와 함께다. 방기사는 제법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저 개처럼 사는 인생인줄 알았는데 중국사람 치고는 유수의 대학을 나왔고, 무술도 고수라고 평가 받는 정도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상당한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왠지 어두운 얼굴이 불편하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물론 그는 이코노미이고, 나는 비즈니스 석. 따로 앉았지만 그는 내내 잠들지 않았다. 비즈니스 석이 보이는 자리에서 일일이 누가 오가는지 체크를 하면서 내가 있는 통로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을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보았다.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저럴 필요까지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진 히든카드라고는 혜경이 뿐이다. 그러나 여자를 믿기에는 나는 너무 세파에 찌들어 있는 놈이다. 차라리 친구를 믿더라도 여자는 믿지 않는 것이 상책이리라…


또? 또 뭐가 있지? 그래… 월터… 하지만 월터는 그저 나를 ‘어쭈 요놈봐라? 귀엽네?’라고 여기는 정도이다. 진? 그녀도 여자다. 더군다나 크리스는 친구지만 그 놈을 믿느니 차라리 여자를 믿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스튜어디스를 불러 아스피린과 물, 위스키 더블 한잔을 부탁했다. 조금 후에 스튜어디스가 부탁한 것들을 가져다 주었다. 약을 먹으려고 물을 입에 물고 고개를 젖혔을 때 깜짝 놀랐다. 물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쪼그려 앉아 조용히




“오빠 이름이 이민기였어? 재벌 아들? 회사 사장이면서 백수라고?”




“야 너 비행 있다고…”




“응~ 런던 가는 이 비행기~”




“재벌 아들이면 내가 스토킹할까봐 안 가르쳐 줬구만~ 은근 기분 나쁜데?”




“우리 아버지는 다행히도 재벌이 아니다”




“근데 그 나이에 사장이 말이돼?”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오빠는 죽었어~”




조잘대는데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방기사다. 진희도 깜짝 놀라서 조금 소리를 질렀다. (참고로 스튜어디스의 이름은 진희다)




“아 괜찮아요~ 아는 사람이에요”




“예… 필요하시면 제 자리 제일 앞자리에 있으니 부르십시오”




무심하게 멘트를 날라고 방기사가 자리를 떠나자




“우와~ 보디가드?”




조금 웃었다. 그녀도 다른 손님이 부르는 통에 자리를 떠났고 나는 위스키를 조금 입에 물었다가 삼키니 뜨거운 기운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간다. 속이 약간 쓰리다. 목줄기의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분이지만 위로 넘어가자 그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속만 아프다. 단숨에 다시 더블을 꿀꺽 마시고는 물을 한 모금 마시니 속이 덜 아프다. 지나가는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컵을 전해주고는 그만 잠이 들었다.




식사도 거르고 계속 잠을 잤다. 어제 잠을 설친 탓이리라… 잠이 깨었을 때에는 모두 잠이 들어 어두운 조명에 돌아다니는 스튜어디스도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베개를 하고 있었고, 담요도 있다. 아마도 진희가 그런것이겠지…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데 진희가 들어오면서 눈이 마주쳤다. 서로 웃었다. 나는 그녀를 가로질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문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확 문을 열더니 그녀가 따라서 들어와 문을 잠근다.




“오빠 뭐야?”




“응?”




“아무튼…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모르는 척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내가 언제 그랬는데? 너 혼자 소설 쓰냐?”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서로 조금 웃었다.




“야~ 나 오줌 마려우니까 좀 싸고 다시 예기하면 안될까?”




“싸”




“나가”




“싫어~ 내가 그걸 몇 시간 전만해도 빨고 있었거든? 쪽팔려?”




“응”




조금 웃더니 가슴팍을 살짝 때리고 볼에 뽀뽀를 하더니 나간다. 웃기는 년이다. 자기가 쿨~ 하다고 생각하는 골빈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뇨의 쾌감~ 물을 내리고 손을 닦다가 에라~ 세수를 했다. 조금 더 잠이 깬다. 물을 받아 얼굴을 물에 담가 보았다. 숨이 가쁘다. 얼굴을 닦고 나와서 그녀를 불러 로션을 달래서 얼굴에 바르니 당기던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녀가 그 모습을 옆에서 흐믓하게 지켜보더니 내 손을 잡고 일어나 뒷켠으로 잡아 끈다.




“얘기 좀 해”




“무슨?”




이것저것 물어본다. 나이며, 집… 하찮은 이야기들…




“조사 다 끝났어?”




“응”




무척이나 흐믓한 얼굴이다.




“나 자리로 가도 돼?”




“아니”




“어디 앉을데 없냐? 다리아파”




“음~~~”




조금 고민하더니




“잠깐 기다려바”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살짝 뒤에서 보면서 ‘이 앞은 조종실인가?’ 하고 보았더니 아니다. 내 손을 잡아 끌더니 몇발자국 통로를 지나 왼쪽 문을 여니 조그만 침실이 나온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스튜어디스들이 여기서 잠을 잠깐씩 자나 보다. 신기하다.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니까…


들어가 앉았다. 그녀가 목을 감아온다. 진한 키스…. 왠지 성욕이 일지는 않는다. 그래도 잠을 자고 일어난 터라 소변을 보았는데도 자지는 평소보다 조금 커져있는 상태다. 그녀가 자지를 잡아온다. 내버려 두었다. 여기 할 수 있을지도… 여기서 섹스를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은 그렇게 땡기는 기분은 아니지만 왠지 장소가 욕심나는 장소다.


그녀가 자지를 꺼내더니 입에 넣는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어머… 어머…”




하더니 동료 스튜어디스가 문을 닫는다.




‘아 씨발 놀래라… 존나 쪽팔리네… 아니 이년은 발정긴가 문을 왜 안 닫고…’




“오빠 잠깐만”




하더니 급하게 자지를 다시 바지에 넣고 나간다. 1분… 5분… 잠깐이라더니 좀 걸린다. 아마 동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있으리라…


심심하다. 다시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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