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아름다운 그 어느 날에 - 2부

본문

아름다운 그 어느 날에 , 2편 진전 -






밤은 하루를 흘러보낸다, 하지만 깊은 고민과 생각들은 그 밤을 지나쳐 하루가 뒤바뀌고 아침이 오기까지


예빈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잠을 거의 잘 수 없었던 예빈은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분주히 움직여 그럴싸한 아침식사 준비를 마친 예빈은 조심스레 안방의 문을 열었다.


예빈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말했다.




"아빠.. 주무세요?.."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버지는 침대위에 죽은듯이 쓰러저 있었고 빈 술병들이 어지러이 방바닥에 널부러저


있었다. 지독한 술냄새에 인상을 찌푸린 예빈은 조심스레 문을 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빈은 하루의 이 시간, 학교로 향하는 등교시간이 참 좋았다. 기분 좋게 따뜻한 아침 햇살은 아직도 물기가


젖어 있는 예빈의 머리를 비춰주었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하루를 여는 사람들의 활기, 따뜻한 아침의 열기.


예빈은 미소지으며 기지개를 활짝 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예빈은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걸어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살고 있고, 평소 나름 부지런한 성격이기 때문에 등교 만큼은 남들에 


비해 굉장히 빨랐다. 교문을 통과해 운동장을 지나칠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한 예빈은 운동장 한쪽의 은행


나무를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아.. 하영이다."




은행 나무 아래 몇몇 아이들과 함께 있는 하영이는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그때 순간 어제의 일들이 떠오른


예빈은 순간 몸을 움찔했다. 밝게 아이들과 재잘거리는 예쁜 하영이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


예빈은 몸을 돌려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야! 병신-!"




그때 뒷쪽에서 전혀 반갑지 않은 음성이 들려왔고 예빈은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최성철, 소위 학교 짱이라는 녀석이었다. 예빈을 괴롭히는 아이들 중 가장 악질적인 놈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예빈은 어색한 미소릴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를 건냈다.




"아.. 안녕?"


"어, 그래 형은 안녕하시다. 근데 뭐가 좋아서 처 웃고 있는거야?"




성철은 예빈의 손에 들려있는 실내화 가방을 거칠게 잡아채고는 한쪽으로 집어 던저 버렸다. 


그리고 예빈에게 다가와 어깨 동무를 하며 말했다.




"야.. 너 저기 보이지 강하영.."


"아.. 응.."


"이 형이 한번 따먹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예빈은 성철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야!! 학교 친구들 사이에.."




순간 그런 예빈의 행동에 화가 났는지 성철은 예빈을 노려 보며 말했다.




"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아.. 저... 미, 미안해.."




예빈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성철에게 말을 했고 성철은 천천히 예빈에게 다가가 다시 어깨 동무를 했다.




"좋아.. 이 형이 한번 용서해주지 대신 말야.."




성철은 불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예빈의 귀에다 귓속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예빈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손사래를 첬다.




"시.. 싫어.."


"왜, 씨발 너도 꼴에 남자새끼라고 꼴리는 여자 보니까 부끄럽냐?"




성철은 예빈을 강하게 밀치며 말을 했고 제법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예빈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젔다.


그는 이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 없는지 예빈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발길질을 하며 말했다.




"야, 너 내가 만만하냐? 이런 병신새끼가 하루를 또 그새 못참고 맞고 싶어?"




예빈은 몸을 공처럼 둥굴게 말고 최대한 급소는 맞지 않으려는듯 이리저리 뒹굴면서 은행나무쪽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영이는 이쪽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 개 호구새끼야, 까불어 보라고!"




끙끙 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바닥을 뒹구는 예빈의 반응에 더욱 약이 올랐는지 성철은 간헐적인 발길질을


멈추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 이새끼 맷집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네 진짜.."




성철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바닥에 떨어저 있는 예빈의 가방을 발로 한번 꾹 밟은뒤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예빈은 한동안 공처럼 말린 몸을 유지한채로 하영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순간 하영과 눈이 마주첬다, 라고 생각한 그 순간 하영은 냉랭한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왜일까, 하루에도 몇번씩 벌어지는일이고 그때마다 항상 누군가는 지켜보는데.. 너무나 창피하고 속상한 마음이


예빈의 마음속에 차오르는것은..






예빈은 쩔뚝거리며 힘겹게 책상 의자를 빼어내곤 그위에 걸터 앉았다, 온갖 저급한 욕들로 도배가 되어 있는 자신의 책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 한 남자아이가 그의 어깨를 툭첬다.




"헤이, 약빈! 학교에 오자마자 또 한따까리 하셨나봐?"




예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큰 키에 날렵한 몸매, 약간 날카로운듯한 인상에 미소를 짓고 있는 저 녀석은


학교에서 그나마 예빈을 괴롭히지 않는 몇 안되는 아이중 하나였다. 




"하아.. 안녕 대한아.."




대한이는 빙긋 웃으며 의자를 잡아 끌어 그의 옆자리에 앉았고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했다.




"너 왜 맨날 맞고만 다니냐? 좀 반격을 하란 말야, 원투 원투 하면서."




몸을 우스꽝스레 베베 꼬며 말하는 대한이 우스웠는지 예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푸훗.. 난 괜찮아, 그런데 어쩐 일이야?"


"아니 뭐.. 별 다른 일은 없고 너의 안위가 걱정되어 지나가던 길에 잠시 들렸지."




대한은 한두명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교실문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하, 뭐 아무튼 나중에 힘들일 있으면 형한테 말해라, 한두번은 몰라도 도와줄테니까."


"아.. 응.. 알았어."




예빈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대한이 정도면 예빈을 보호 해 줄 수 있을것이다. 아까 그 성철이조차 


피해다니는게 대한이니까, 똥은 드러워서 피한다는 핑계로 매번 이리저리 피해다니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는걸


전교생들은 다 알고 있었다.


예빈은 턱을 괴고는 눈을 감았다. 시간이 조금 지날수록 적막했던 교실은 점점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선생님이 들어오실때까지 계속 되었다.






수업시간 내내 하영은 수업 내용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볼펜만 데굴데굴 굴리던 하영은 


어제의 일들이 순간 떠오르지 얼굴이 붉어젔다. 그리고 이내 아침의 일이 떠올랐을때 하영은 한숨을 쉬고는


데굴데굴 굴리던 볼펜을 꽉 움켜쥐었다.




"하아.. 내가 어째서 그런.."




시작은 어떨지 몰라도 분명히 자신도 성적인 쾌락에 몸부림 첬었다.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었다.


예빈의 온몸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것이 보여진다는 생각에 흥분했었다.


하영은 수업시간이 끝날때까지 멍하니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나가자 교실안은 시끌벅적해지며 몇몇 아이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하영아, 우리 매점가서 음료수 뽑아 먹자, 내가 사줄게."


"넌 왜 맨날 하영이한테만 쏴? 나한테도 쏴봐 좀.."


"그래 언제 너한테 한번 강력하게 쏴줄테니까 참고 기다려봐."




하영은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학교가 그렇듯 매점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소란스럽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거의 공해수준인


공간이지만 어느 학생이 그렇듯 매점은 학교안에서 정말 완소 그 자체인 공간이었다.


하영은 매점으로 다가갈수록 소음이 더 심해지는걸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에도 물론 소란스럽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야.. 매점에 무슨 일 있나보다."


"그러게 졸라 시끄럽네."




하영은 옆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래봐야 매점이지 뭐, 평소에도 저따위잖아?"




하영은 피식 웃으며 매점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짓고 있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지는걸 느꼈다.




"와, 이 병신봐봐 좋댄다, 아하하하."


"야, 너 씨발 음료수를 사랬지 그걸로 니 교복 빨래를 하라고 했냐?"




매점에는 예빈이 흠뻑 젖은채 음료수캔을 쥐고는 안절부절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아이들이 그런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저마자 음료수를 그에게 뿌려댔다.


그때 예빈의 시선이 막 들어오는 하영에게 향했고 예빈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항, 허약빈이구만, 쟤 주변은 언제나 태풍속이라니까. 풋."


"그러니까, 쟨 왜 대체 저러고 사는걸까? 지겹진 않겠다. 후후."




옆의 친구들이 그렇게 말할때 왠지 화가나는걸 느낀 하영은 뒤를 돌아 매점을 다시 나가며 말했다.




"난 별로 음료수 마실 생각이 없으니까 너희들끼리 천천히 즐기다와, 난 그럼 간다."


"으.. 응? 왜?"


"에? 왜 그래?"




어처구니 없어하는 두 아이의 질문을 그냥 무시한채 하영은 교실로 가버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화장실, 한쪽 문이 열리며 예빈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천천히 걸어나왔다. 예빈은 아무도 없는 차가운 학교 복도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닥만 바라보고 걷고 있었다.


이유 없는 신경질적인 기분에 예빈은 거칠게 교실문을 열었다.




"어?.. 아.. 안녕?"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는 하영이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바보 같이 인사한 예빈은 주춤 거리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영은 아무 말 없이 예빈을 바라보았다.


예빈은 아무도 없는 교실에 있는 하영을 바라보자 어제의 일이 자꾸만 떠올라 얼굴이 붉어젔다.




"전혀 안녕치 못해."


"미, 미안.."


"뭐가 또 미안하다는거야 이 멍청아."




하영은 어이 없다는듯 피식 웃으며 말했고 그의 가방을 들어 예빈의 손에 쥐어줬다.


멍하게 그것을 받아 든 예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으음... 너 끝나고 별일 없지?"




하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고 예빈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우리 어디가서 이야기 좀 해."


"아.. 알았어.."




둘은 그렇게 교실을 빠저나왔고 미미하게 열려있는 창문틈에서 들어오는 바람소리만이 교실을 채웠다.






예빈은 하영과 걸으며 정말이지 무수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하영은 진짜 


8등신 미녀 여고생이기 때문이었다. 순간, 전에는 믿지 않았지만 길에서 연예인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라는 어이 없는 생각을 했고 하영은 밍기적 거리며 따라오는 예빈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 좀 빨리 걸으면 안될까?"


"아.. 미안."


"미안하다는 소리 좀 그만해, 아 짜증나.."




예빈은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입을 꾹 다문채 그녀의 뒤를 쫓았다.


하교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길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았다. 


예빈은 자기가 가고 있는곳이 어디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학교만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고


집에서 나올때면 학교를 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외의 다른 동네의 부분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다.


오락실에서는 게임 소리와 즐거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고 건너편의 CD 가게에서는 듣기 좋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예빈은 무엇이 좋은지 순간 미소를 지으며 하영을 바라보았고 마침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첬다. 하영은 미소 짓는 예빈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야, 배고픈데 우리 일단 뭐 좀 먹자. 니가 사."


"응? 저기.. 나 돈이 별로 없는데.."


"그래? 대충 분식으로 때우지 뭐."




듣기 좋은 음악을 틀어놓은 CD 가게 옆의 분식집을 바라보며 하영은 말했다.






-딸랑딸랑-




문을 열자 그 위에 매달려 있던 작은 종들이 서로 부딪히며 예쁜 소리를 만들어냈다.




"어서오세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반갑게 그들을 맞이 했고 하영과 예빈은 한쪽 구석진곳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영은 예빈을 한번 물끄러미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크게 말했다.




"여기 떡볶이 3인분이랑 튀김 2인분 주세요!"


"응? 저기 우린 2명인데.."


"핏, 내가 다 먹을거다 뭐."




하영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고 예빈은 그저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둘은 음식을 기다리는동안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곧이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고 하영은 포크를 잽싸게 쥐고는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하는듯 해보였다.


예빈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여자 아이 하나와 남자 아이 하나가 도저히 헤치울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떡볶이와 튀김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영은 기도가 끝났는지 눈을 뜨고는 예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안먹구, 완전 맛있겠다.."


"아.. 응.. 먹자."




하영은 예빈에게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는 무서운 속도로 떡볶이와 튀김들을 헤치우기 시작했다.




"어, 얼마죠..?"


"만원 입니다."




예빈은 종업원에게 꼬깃 꼬깃한 만원짜리를 건내줬고 하영은 계산이 끝났으니 이제 볼일 없다는듯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에 예빈은 황급히 종업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하영을 따라 문밖으로 나섰다.




밖은 벌써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예쁘게 거리를 밝히고 있었고 예빈은 새삼스레 밤거리도 참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음.. 이제 배도 부르니까.. 이제 어디 조용한데 가서 얘기 좀 하자."




하영은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는 예빈을 보며 말했고 예빈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사실 주변의 조용한 까페 같은곳에서 이야기를 하려 했던 하영은 주머니가 탈탈 털렸다는 예빈의 이야기에 눈쌀을 찌푸렸다.


할 수 없이 주변은 조금 더 길을 걸어야 했고 마침 작은 규모의 공원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원이 살짝 무서웠는지 예빈은 몸을 움츠리며 하영을 바라보았다.




"저기.. 약간 으스스한게 무섭지 않아?"


"으이그.. 사내 자식이 뭐 이런거 가지고 그래? 잘 따라오기나 하셔."




하영은 씩씩하게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예빈은 여전히 쭈뼛거리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양옆으로 소나무들이 씩씩하게 솟아 올라 있었고 작은 화단들이 길이 난 양 옆으로 이어저 있었다.


해가 이미 저 어둑한 밤이었지만 군대 군대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공원 안의


풍경을 어느 정도 감상 할 수 있었다. 




"우와.. 밤에 공원을 산책하는것도 나름 괜찮구나.."




예빈은 작게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고 하영은 뒤를 돌아 예빈을 한번 바라보았다.




"휴.. 대충 여기 앉자."




하영은 공원 벤치에 걸터 앉았고 예빈 역시 그녀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어제 일 말인데.. 정말 미안해.."




막막한 적막을 먼저 깬것은 의외로 예빈이었다. 예빈은 고개를 숙이고는 깍지를 낀채 오물 거리듯 중얼거렸고 


하영은 그런 예빈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하영은 이상하게 얼굴이 달아 오르는것을 느끼며 고개를 홱 돌리고 중얼거렸다.




"나쁜놈.. 미안하다면 다야.."




예빈은 그런 그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 미안하다는게 다는 아니구.."


"하아..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은 병신 같은 애랑.."




예빈은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감정이 급격히 변하는것을 느끼고는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의 말에 하영 역시 고개를 돌려 예빈을 마주 보았다.


예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가슴이 떨려오는것을 느꼈다, 작은 가로등 아래이지만 그녀는 그에게 정말 아름다웠다.


잠시간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후우... 너한테 대체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하영이 깊은 탄식을 했고 예빈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 사실 니 잘못만은 아니야.. 내가 말이 심했던것도 있었고.."


"아.. 아냐.. 그땐..."


"그래서 말인데 예빈아."




하영이 눈을 빛내며 예빈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우리 사귀자."




예빈은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하고 고개를 흔들고는 물었다.




"응?"


"우리 사귀자고,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책임지라는거지, 남자로서."


"어어?"




예빈은 하영의 알 수 없는 말에 현기증이 살짝 올라오는걸 느꼈다,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은 홍당무 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예빈은 눈을 깜빡 거리며 하영을 바라보곤 말했다.




"그.. 그런데.. 우린 아직.. 학생이고 난 돈도 없는.."


"이 바보야, 그런 일 한번 있었다고 결혼 같은거 하자는게 아니잖아, 사귀자고 그냥, 연애 하자는 이야기야 내 말은."


"아아.. 그렇구나.."


"무슨 그렇구나야! 이 멍청아.. 솔직히 나 정도 되는 애가 너랑 사귄다는게 말이 되니? 생각만 해도 벌써 쪽이 팔려온다.."




하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하아.. 대신에.. 나도 입장이라는게 있고 사람들의 시선이라는것도 있으니까.. 비공식적으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빈은 안절부절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응" 이라고 중얼거렸다, 하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한번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순간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으.. 아까 오뎅국물을 많이 마셨더니.. 야, 화장실 좀 가야겠다. 앞장서, 무서우니까."


"응? 아.. 아깐 안무서워 하는것 같던데.."


"이 바보야.. 안무서운척 한거지.. 그리고 남자친구면 좀 그 답게 굴어봐.."




예빈은 밍기적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멀찍이 보이는 공중 화장실 부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하영은 약간 뒤떨어진곳에서 그의 등을 바라보며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와.. 신기하다 뭔가 되게 좋아보여.."


"이게 다 한국 땅이 부족해서 이런 조그만 공중 전화 박스 같은 화장실을 만드는거라구.. 좋긴 무슨.."




하영은 예빈의 말에 냉랭하게 답했고 공중 화장실 부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예빈은 화장실을 등지고는 이리저리 바라보며 어깨를 끌어안고는 중얼거렸다.




"으아.. 왠지 으스스한데.."




고장이 났는지 깜빡깜빡 거리며 전기음만 간헐적으로 흘리는 가로등을 바라본 예빈은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하영이 고개를 내밀었다.




"야, 너 내가 물 내리는 소리 들었어?"




예빈은 하영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못 들은거 같은데.." 


"흐응.. 그렇단 말이지.."




하영은 잠시 고민을 하면서 예빈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인지 우물쭈물 하는 예빈이 잠시 귀엽다고 생각한 


그녀는 정말 조명빨이라는게 작동은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예빈은 눈을 깜빡이며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하영은 그런 예빈을 바라보며 순간 손을 뻗으며 말했다.




"훗, 사귄 첫날 기념은 해야겠지.. 손 잡아."


"아! 응.."




예빈은 엉겁결에 하영의 손을 마주 잡았고 너무나 보드라운 느낌에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걸 느꼈다.


그때 하영이 예빈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 어쩌려고..?"


"바보야.. 조용히 하고 들어오기나 해.."




예빈은 엉겁결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화장실 안은 생각보단 비좁진 않았다.


대충 세 사람 정도는 들어갈것 같긴 했는데 길이가 생각보다 넓다일뿐이지 폭은 좁아서 예빈은 거의 하영을 품에 


안은듯 한 모습으로 기대듯 하영을 마주보며 서 있었다.


예빈은 당황한듯 안절부절 하지 못했고 하영은 예빈의 눈을 직시했다.




"너. . 근데 키 진짜 작다.. 나랑 거의 비슷하네.."


"아.. 아냐! 내가 좀 더 커.."


"풋.. 그래 아무튼 알았다."




하영이 살짝 미소짓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예빈은 그녀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금새 알 수 있었고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리는것을 느꼈다.




"..."




잠시 적막이 흘렀고 하영이 눈을 살며시 뜨며 표독스레 말했다.




"뭐하는거야 이 바보야.."


"아.. 그게.."




하영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한번 짓고는 예빈의 허리를 안고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예빈의 얼굴을 향해 움직였다.


예빈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이 스르륵 감기는것이 느껴졌고 곧이어 하영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닫는걸 느꼈다.


그때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촉촉하게 감겨오는 그녀의 혀가 자신의 혀를 마치 녹이는듯 했다.




"하아..."




하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서 살짝 떨어저 나왔고 워낙 가까웠던 탓인지 예빈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녀는 예빈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확실히.. 밖에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했지..?"


"아.. 응.."




예빈이 부끄럽게 대답했고 하영은 눈을 질끈 감고는 다시 천천히 예빈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읍..!"




그때 하영이 예빈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서서히 유도했고 예빈은 하영의 손 아래에 그녀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저다 대었다.




"하앗.."




하영은 잠시 입술을 때고는 갸냘픈 신음 소리를 내질렀고 서서히 자신의 손 아래에 있는 예빈의 손을 움직여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거리게 하였다. 그러자 찌릿찌릿한 느낌이 가슴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예빈은 그 나름대로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 나기 시작하며 피가 한쪽으로 몰려가는것을 느꼈다.




"여.. 여기.. 공중화장실인데..."


"하아... 상관 없어... 안들린다며 밖에서...."


"그.. 그래도.. 읍.."




하영은 다시 한번 예빈의 입술을 빨아들였고, 예빈의 손을 서서히 자신의 교복 상의 위쪽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예빈은 따뜻한 그녀의 맨살이 느껴지자 미칠듯이 심장이 뛰는것을 느꼈고 이제는 그 스스로 그녀의 가슴을 찾아


조심스레 애무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옷속으로 손이 들어가자 대담하게 한번에 브라속까지 손을 집어 넣어 버렸다.




"하아...."




하영이 입술을 때고는 예빈을 바라보았다, 몽롱해 보이는 눈빛이 정말 뇌새적이었다.


예빈 역시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른 자신의 감정을 더이상 숨기지 않았다. 하영은 손을 내려 예빈의 바지의 벨트를 끌렀고 지퍼를 열고는 바지 속에 손을 넣어버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자지를 조심스레 쥐고는 서서히 아래 위로 흔들기 시작했다. 예빈 역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손을 뻗어 하영의 팬티를 서서히 내리려 했고 하영은 잠시 예빈을 밀쳐 내더니 서서히 뒤를 돌아 세면대를 지탱하며 엉덩이를 살짝 내미는듯 한 포즈를 취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가자.."




수줍은 듯한 하영의 말에 예빈은 하영의 스커트속에 손을 집어 넣고는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그때 하영이 예빈의 손을 저지하며 말했다.




"하아.. 여기까지만 내려.."




예빈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보이진 않겠지만 이 상황에 일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듯 했다.


그는 손을 움직여 스커트를 허리쪽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볼륨감 있는 하얀 엉덩이가 보였고 그 가운데 살짝


젖어 있는 그녀의 보지가 보였다. 예빈이 손으로 그녀의 보지를 쓰다듬듯 만지자 하영이 무릎을 움찔거리듯 굽혔다.




"하앙.... !"




예빈은 바지를 끌러내렸고 이내 속옷까지 내려버렸다. 




"아앗..."




천천히 자신의 자지를 하영의 보지속에 넣으며 예빈이 그녀를 뒤에서 안듯이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앙.. 흐응..."




잘록한 허리라인과 탄력있는 그녀의 가슴 그리고 촉촉하게 젖어 있는 그녀의 보지가 예빈의 온몸을 받아들였다.


예빈은 그의 자지가 모두 다 삽입이 되자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하영은 무릎에 힘이 빠지며


세면대를 붙잡은 양손에 힘이 들어가는걸 느꼈다.




"아앗.. 하앙.. 하앙!!"




좁은 화장실 안에 그녀의 신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공간에서 오는 엄청난 성적 쾌감이 그 둘을 자극했다.


하영은 황홀한 쾌감에 자신도 모른채 엉덩이를 예빈에 맞춰 천천히 흔들었다.




"흐응.. 아앙..."


"하아..."




둘의 규칙적인 신음 소리와 질척 거리는 마찰음이 뜨겁게 화장실 안을 달구었다.


예빈은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던것을 멈추고는 세면대를 잡고 있는 그녀의 한쪽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몸쪽으로 당겼다. 하영은 한쪽팔이 구속되어 버리자 몸에 더욱 힘이 들어갔고 쾌감이 점점 강해지는걸


느꼈다, 이제는 이곳이 어디인지, 지금 자신과 몸을 섞고 있는것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영은 엉덩이를 더욱더 격렬하게 흔들며 예빈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 깊숙히 받아 들였다.




"흐응! 으응! 아앙!"




그때 예빈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며 이내 최고조에 올라갔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하영의 쾌감이 점점 증폭되더니 이내 온몸이 붕뜨는걸 느꼈다.




"하앙!! 하앙!! 아앙!! 그.. 그만.. 나!! 하앙!!!" 


"아앗..!"




하영은 온몸이 감전된듯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으며 머릿속에 새하얗게 탈색되는걸 느끼며 두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 2편 끄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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