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옥상에서의 하루 - 하편

본문

소년과 소녀는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잊고 입맞춤을 하며 서로의 목을 적셔주었다. 지난밤에는 어색하고 서두르느라 사실 그 기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두 사람의 입술은 상대의 입술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서로의 침을 넘겨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프렌치 키스가 되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부드러운 혀를 느꼈다. 아마도 소녀의 혀는 소녀의 젖꼭지처럼 선 분홍빛일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소년의 손은 자연스레 소녀의 가슴을 향했다. 소녀도 지난밤과는 달리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소년의 손은 소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그 안으로, 그리고 브래지어 안으로 바로 향했다. 소년은 소녀의 작고 아담한 가슴을 쥐었다. 아-, 하는 탄식이 소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소년은 계속 입을 맞춘 채로 소녀를 텐트 아래 눕혔다. 소녀도 소년을 원한다는 듯, 순순히 누웠다. 소년은 소녀의 치마는 그대로 둔 채 팬티만 벗겼다. 소녀는 지난밤과는 달리 똑바로 눈을 뜨고 소년을 보고 있었다. 소년은 웃통을 벗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소녀에게 들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순간, 두 사람은 긴장했다. 혹시라도 아래 마당까지 들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지난밤과는 달리 조금은 여유를 되찾은 소년은, 최대한 소녀가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천천히 삽입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갔다. 소녀도 수동적으로만 있지 않았다. 소년의 몸동작에 따라 자신의 엉덩이를 움직였다. 여전히 아프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소년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최대한 소리를 자제하며 조심스럽게 하나가 되어 갔다. 소년은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풀어헤쳐진 블라우스 밑으로 드러난 소녀의 쇄골에서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고, 소녀의 가슴에서도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더욱 깊이 소녀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소년은, 깊이, 최대한 깊이 들어갔다. 소녀는 소년의 등을 꼭 안았다. 소년은 자신의 뿌리까지 빠져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소녀는 자신의 뱃속까지 소년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더 들어갈 곳도, 이미 더 받아들일 곳도 없는 두 사람은 그럼에도 보다 더 깊이 서로를 느끼기 위해 최대한 밀착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소년은 다시 사정을 했다. 소녀는 소년을 모두 받아들이려는 듯, 마지막까지 짜내듯, 그렇게 힘을 주고 있었다. 성급하게 사정을 한 소년은 아직 양이 차지 않았다. 좀 더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정을 하고 난 뒤였음에도 다시 소녀에게 들어갔다. 그리고는 조금 전의 부드러움 대신, 거친 몸짓을 하고 있었다. 소녀의 몸은 소년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소년의 땀이 턱에서 소녀의 가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이 소년의 엉덩이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소년은 다시 사정을 했다. 그리고도 아쉬운 마음에 쉬이 소녀의 몸에서 나오지 못한 채 소녀를 안고 있었다. 




“임신하면 어쩌지?”


“......”




소년도 임신에 대한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눈앞의 본능이 그 후에 닥칠 두려움을 밀어냈던 것이었다. 그것은 소녀도 마찬가지였지만, 소년보다는 구체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소년을 사랑하고 믿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모두 소녀가 안게 될 몫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두려움... 그랬다. 방금 전의 행위는 어쩌면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가올 두려움을 잊기 위한 방어적인 행동이었는지도 몰랐다. 실제로 전쟁 중에는 강간을 제외하더라도 섹스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잠재되어 있는 종족번식의 본능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이 아프거나, 어떤 두려움이 있을 때 섹스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는지도 몰랐다. 젠장... 소년은 혼잣말을 했다. 그냥, 섹스를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고, 그냥,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지,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그것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였음에도,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애써 무시했다. 미안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아무리 어른인 척해도 소년은 아직 어렸다. 또 하나의 두려움이 생겼다. 






두 사람은 말없이 옥상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잠시 동안의 유희로 두려움을 잊을 수는 있었지만, 그 뒤의 두려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또 하나의 두려움까지 안게 되었다. 소년은 애써 웃으며 소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했지만, 소년도 소녀도 모두 알고 있었다. 걱정 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당장은 옥상에서 내려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마당에서는 여전히 잔치가 끝날 줄 모르고 있었다. 




후둑- 후둑- 




그때였다.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텐트 안으로 피했다. 마당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소란스러웠다. 




“호랑이가 시집가네.” 




소녀가 말했다. 




“그럼 니가 호랑이냐?”




소년이 묻자, 소녀는 피식- 웃었다. 소녀의 웃음이 소년에게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게 해줬다. 




“아, 좋다.”




텐트 바로 앞에서 내리는 소나기는 옥상 위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튀어 오르는 빗방울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멍하니 그 빗방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소년이 텐트 밖으로 나갔다. 




“뭐해? 더운데 샤워하자!” 


“?” 




소년은 소나기를 즐겼다. 두 팔을 벌려 온 몸으로 소나기를 맞으며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시원해 보였다. 소녀도 따라 나갔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비가 내리는 하늘을 똑바로 봤다. 눈으로 빗물이 쏟아져도 감지 않았다.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빗속에서 두 사람은 빙글빙글 돌며 자신들만의 축제를 열고 있었다. 카니발. 하지만 그들의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내 소나기가 그쳤다. 




옥상에 고인 빗물이 맑은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아직 남아있는 소나기의 시원함에 두 사람은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봤다. 비에 흠뻑 젖은 하얀 블라우스가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저 몸... 소년은 몸에 달라붙은 옷 속에 숨어있는 소녀의 몸을 생각했다. 그 몸이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소년은 소녀의 입에 키스를 했다. 다시 소녀의 얇고 부드러운 혀가 느껴졌다. 비온 뒤의 상쾌함처럼 달콤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달콤함을 오래 느끼지 못했다. 잔치가 끝난 마당에서 소녀를 찾는 부모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의식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혹시 외박한 거 아냐? 밤에 전화도 안 받고!” 




!!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옥상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한 것이 전부였다. 집으로 다시 전화를 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를 두둔했지만,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에게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느냐며 더욱 화를 내고 있었다. 결국, 소녀의 부재는 부모들의 부부싸움으로 발전되었고, 그 끝은, 들어오기만 들어와. 다리몽둥이를 모두 부러뜨릴 테니까, 하는 아버지의 말로 끝이 났다. 소녀는 마당에 평상이 있는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워본 적이 없었다. 평상만 없었더라도 부모는 집 안에 들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저렇게 평상에서 저녁도 먹고 평상에서 잘게 뻔했다. 해가 떨어져도 몰래 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 일이었다. 소년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때였다! 삐리리~~!! 텐트 안에 있던 소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당황한 소녀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소년이 서둘러 휴대폰 플립을 열어 소녀에게 건넸다. 어머니였다. ‘너 어디니?’하는 전화 저편의 소리와, ‘누구야? 소연이냐?’하는 마당에서의 아버지 소리가 함께 들렸다. 모두 끝장이었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텐트, 술병, 담배... 옥상 위의 상황을 본 소녀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소년과 소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 




갑자기, 소녀의 아버지는 옥상 한쪽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소녀에게 달려갔다.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웅크리며 꺅-!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는 욕을 해대며 소녀를 빗자루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소년은 아버지의 빗자루 든 손을 잡고 말렸다. 아버지는 소년도 때렸다. 소년은 차라리 자기가 맞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듯, 아무 저항 없이 맞았다. 아팠다. 어머니가 올라왔다. 어머니는 미쳤다며 아버지를 말리고 나섰다. 아버지는 어머니도 밀쳤다. 어머니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아버지가 다시 소년을 때리기 시작하자, 소녀는 울면서 소년을 감싸 안았다. 소녀의 등 위로 매가 내리쳐졌다. 악-! 소녀가 등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소년은 화가 났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이래요!” 


“뭐, 뭐?!!” 




아버지는 소년의 갑작스런 기세에 놀란 듯, 잠시 주춤 거렸지만 이내 다시 소년을 때리기 시작했다. 




“뭘 잘못했는지 몰라?! 몰라서 물어?!!” 




소년은 빗자루를 잡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노려봤다. 




“그래, 노려보면 어쩔 거냐? 칠거야? 이 호래자식 같은...” 




빗자루를 잡고 있는 소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이 났다.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게 뭔가, 소년은 생각했다. 그 옆에서 소녀는 신음을 하며 앉아있었다. 아버지는 빗자루 잡은 손을 놓으라며 소년의 뺨을 때렸다. 한 대, 두 대, 세 대... 소년은 다시 아버지를 노려봤다. 얼굴과 몸 곳곳에 선명한 상처와 땀, 눈물로 얼룩진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소녀의 아버지를 때릴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소년의 손에서 빗자루를 뽑아 다시 소년을 때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웅크린 채 다시 맞았다. 




“그만 해! 아빠, 그만 해!!” 


“이 년이 뭘 잘했다고...!”




아버지는 다시 소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다시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녀는 아버지가 소년을 때리지 못하게 방패막이되기로 결심한 듯, 아버지를 잡은 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소녀는 맞으며 쿨럭쿨럭 기침을 해댔다. 피. 소녀의 상처에서 피가 났다! 소년은 눈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아버지를 밀쳐냈다. 아버지가 떠밀려 넘어졌다. 




“이 자식이 어른을 쳐?!” 




아버지를 향해 날라들던 소년의 주먹이 소녀의 고함에 멈춰 섰다. 




“그러지마! 그러지마... 제발...” 




소녀는 소년의 팔을 잡았다. 소년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움찔해 있던 아버지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 막 되먹은 자식! 감히 누굴 치려고...!!” 




아버지가 다시 소년을 빗자루로 내려쳤다. 소년은 다시 빗자루를 잡으며 아버지를 똑바로 노려봤다. 아버지와 소년은 둘 다 분에 못 이겨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결국 소년이 먼저 빗자루를 놨다. 다시 아버지의 매가 쏟아졌다. 소년은 이를 악문 채 아버지를 똑바로 노려보며 고스란히 매를 맞았다. 다시 소녀가 가로막고 섰다. 




“저리 안 비켜!” 


“아니... 안 비킬 거야. 얘 보내줘. 날 때리면 되잖아.” 




소녀는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소녀의 상처를 보며 부들부들 떨던 아버지가 소리치며 다시 소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래! 죽어라! 죽어~!!!” 




악- 비명을 지르며 소녀가 다시 맞기 시작할 때, 참지 못한 소년이 주먹으로 아버지를 쳤다. 아버지는 실제로 맞은 충격보다도 어린 소년이 자신을 쳤다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순간 멍해졌다. 소년은 다시 아버지를 칠 듯이 주먹을 세우다가, 허탈하게 웃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씨팔..., 여긴 너무 답답해... 사막으로 갈 거야. 사막으로 가서... 별이 될 거야...” 


“?”




아버지는 소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소년의 손을 꽉 잡는 소녀의 손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 허망한 소녀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소년과 소녀는 돌아서서 옥상 끝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옥상에서 뛰면 우주까지 이어진 나무가 나올까? 그 광고처럼!”


“사막에는 갈 수 있을 거야!” 


“그래!” 




사막으로 가서... 별이 되자... 








- <옥상에서의 하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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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과 추천 해주신 여러분께 역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무리가 좀 부족하네요.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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