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를 자유롭게 나는 새 - 4부 1장
본문
4부 姉妹(자매) - 1장 -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걸린 서울의 어느 밤거리············
이 거리는 밤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쇼핑과 음주가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곳은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큰길 인도 옆에는 대낮처럼 밝은 조명이 켜진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그 상점들 안과
밖에선 팔짱을 끼고 쇼핑을 즐기려는 연인들과 친구사이로 보이는 듯한 여러 쌍의 사람들,
그리고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려는 듯 자식들을 대동하고 나온 부부들로 인해서
활기찬 거리가 형성됐다. 그리고 상점들 사이로 이어진 골목으로 들어서면 술집과 음식점들
이 모인 또 다른 세상이 있었지만, 오늘 예지가 이곳을 찾은 것은 바로 바깥에 있는 상점가
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밝게 켜 친 조명과 함께 쇼윈도우 안으로 보이는 마네킹에는,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예쁜 옷이 걸려 있었다.
한 시간여를 돌아다닌 예지의 눈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옷이 들어왔다. 예쁘게 디자인된
티와 청바지였다. 마침 상점은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듯 문에는 커다랗게 세일이라고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언니! 난 정말 괜찮아!”
“잠깐············ 잠깐만 기다려. 예경아!”
주머니에 있는 돈을 한번 꽉 움켜지고 예지는 상점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어서 오세요! 음········”
예지가 상점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점원으로 보이는 듯한 여자가 들어서는 반갑게
맞이하는 듯 하다 교복을 입은 예지의 모습을 보고 이내 실망하는 눈초리로 변하는
것 이었다.
“저··········· 저기 걸려있는 옷 얼마예요?”
“네. 저 옷이요? 지금 세일해서 티가 육 만원이고 청바지가 구 만원 이예요!”
‘아·············’
점원의 말에, 예지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한참 모자라는 것을 알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네··········· 그래요! 다, 다음에 오겠습니다.”
예지는 서둘러 상점을 빠져 나와야했다. 점원은 그런 예지의 뒷모습에 ‘그럼 그렇지.’ 하는
눈초리로 입가에 조소를 흘리며 쳐다봤다.
“언니. 비싸지? 그러게 난 괜찮돼두! 저기 길거리에 있는 옷이면 돼. 헤헤”
예지는 자신을 웃으며 맞이하는 동생의 말에 순간 눈물이 흘러나올 뻔 한 것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그래! 저기서 옷 사고 신발도 사줄께!”
예지는 동생이 신고 있는 신발이 다 헤어있는 것을 보고 동생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옮겼다.
오늘 아르바이트 급료를 받은 예지는 큰맘 먹고 동생의 옷을 사 주기위해 시내로 나왔다.
평소 제대로 된 옷 하나 없이 항상 교복만 입고 다니는 동생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항상 교복만 입고 다니지만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동생에게 옷이 더 필요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의 학교는 일주일에 한번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등교를
해야 하지만 마땅히 입을 옷이 없는 동생은 그날도 대게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갔다.
그로이해 동생이 학교에서 무슨 말을 듣는지 안 봐도 훤했으나, 항상 집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는 동생이었기에 그것이 항상 안타까웠다.
언니가 버는 것으로는 생활비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급료를
받으면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오늘 이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
정말 좋은 옷으로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옷은 너무 비쌌다. 자신이
한달을 꼬박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급료로 받은 돈이 삼십 만원 정도이고
언니를 도와 밀린 공과금을 내고 필요한 책을 몇 권 산 나머지가 십 만원 정도였다.
‘책을 나중에 살 걸··············’
동생의 손을 잡고 노점상으로 옷을 사기위해 걷고 있는 예지는 아까의 옷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며 후회를 했다. 만약 자신이 아까 책을 사지 않았더라면 저
옷을 동생에게 사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어린 동생은 오족 하랴············
“언니! 이 옷 봐! 정말 예쁘다. 아까 그 옷 보다 훨씬 예쁜데. 그치?”
“그래············”
리어카에 걸려 있는 옷을 보며 연신 재잘거리는 동생을 보는 예지의 입가엔 처연한
웃음이 걸렸다.
그때············
“예지야!”
“···········?”
“···········?”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던 예지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와있는 민우를
보며 놀란 모습을 지었다.
“아까부터 불렀는데, 안 들렸어?”
“응. 그런데 여긴 어떻게············”
“음········잠깐 산책 나왔다가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걸어 왔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오늘 아르바이트 급료 받은 날이라 동생 옷이나 사주려고 동생이랑 나왔어. 얘가 내 동생
예경이야!”
“그래!”
예지는 자신과 민우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동생에게 인사를 시켰다.
“안녕 하세요.”
두~근!
예경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는 민우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큰 키에 핸섬한
얼굴, TV 속에서 보아온 어느 연예인 못지않은 민우의 겉모습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했던 것이다. 예경은 자신이 항상 그려왔던 왕자님이
세상에 있다면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
얼굴만 붉힌 채 고개만 숙이고 있는 예경에게 예지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얘가 왜 이러지?’
평소에 명랑하고 활달한 자신의 동생의 이런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너희 자매들 전부 이렇게 예뻐?”
민우는 예지에게 언니와 동생이 있다는 것을 전에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예경이지만 무척 친근한 느낌이 들어 가볍게 농담을 건넸다.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예뻐요! 헤~”
입술을 삐쭉 내밀며 웃고 있는 예경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이제 막 여자로써의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한 예경은 아직 소녀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풋풋함이 있었다.
“그래요! 하하하”
민우는 그런 예지의 모습에 왠지 기분이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외아들인 민우는 어렸을
때부터 외롭게 자라야 했고 이런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항상 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 저 가게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옷들이 마음에 안 들었니?”
“아! 그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는 예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민우의 머리를 스쳐갔다.
예지의 사정을 뻔히 아는 민우로써는 그것이 돈 때문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 차렸던 것이다.
“예지야! 따라와!”
민우는 머뭇거리고 있는 예지의 손을 잡고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예경은 그런
두 사람의 뒤를 말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
“민우야···········왜?”
“글쎄 아무 말 말고 그냥 따라와! 우리 제일 예쁜 공주님도 가실 까요?”
민우는 예경의 손도 잡고 아까의 옷 매장을 행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두 자매는 민우의
손에 이끌려 힘없이 따라야만 했다.
딸~랑!
“어서 오세요!”
민우가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까 전 예지를 맞이했던 점원이 세 사람을 맞이했다.
“아! 이 손님 또 오셨네!”
“아까 이 친구가 보았던 옷이 어느 거예요?”
“민우야! 이러지 않아도 돼!”
“·············?”
“·············?”
민우는 말리는 예지의 말에 아랑곳없이 점원만 쳐다보았다. 예경은 그저 두 사람의 얼굴만
쳐다 볼 뿐이었다.
“아! 네! 이것들입니다. 아까 티와 청바지를 물어 봤었죠?”
“그래요? 여기 얘한테 맞는 걸로 한 벌 주세요! 그리고 저거와 저것, 저것, 저것 그리고
신발들도············모두 맞는 사이즈 별로 하나씩 주세요.”
“민우야·············”
“··············”
매장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옷을 골라내는 민우의 모습에, 순간 매장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예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고 예경은 아직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저············손님”
그리 싸지 않은 메이커의 옷들이라 민우가 가볍게 고른 옷들은 어림잡아 수 백 만원이 훌쩍
넘는 것이어서 점원은 걱정스러운 듯 민우를 쳐다봤다.
“돈 걱정은 마세요!”
“아니! 이게 다 뭐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예선은 방안 가득히 차지하고 있는 쇼핑백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동생들을 쳐다보았다.
“언니·············”
“큰언니 어서와! 이것들 전부 작은언니 남자 친구가 사줬어. 그리고 우리 랍스터도 먹었다.
근데 맛은 별로더라! 그치 언니!”
예경은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멀뚱히 자신들을 쳐다보고 서 있는 예선과 예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소란스럽게 재잘거렸다. 순간 예선의 머릿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예지, 너········ 설마············”
“···········?”
“···········?”
예선은 동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지야! 너 사실대로 말해! 너 설마 원조교제인가 뭔가 하는 거니?”
예선은 말로만 듣던 원조교제 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런 여고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자신도 얼마나 갖고 싶은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가···········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못 가져본 예경 자신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자신의 동생이라면 얘기가 틀렸다. 틀려도 한참 틀렸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중에 죽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저승에서 만나더라도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예선의 눈가에는 어느덧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야! 언니! 그런 거··············”
“맞아! 큰언니! 그거 아니야! 민우오빠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민우 오빠?”
“응! 민우오빠. 예지언니랑 같은 반이래!”
예선은 막내 동생의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예지를 쳐다보았으나, 그래도 미심적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방안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옷이며 신발, 가방들은 어림잡아 수 백
만원이 넘어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제 고등학생인 민우라는 애한테 그만한 돈이
있었을까?
예선은 예지의 설명을 모두 들은 후, 그때서야 모든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다.
잠자리에 든 세 자매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예지의 말대로라면, 참 괜찮은 앤 것 같은데············ 아까 혜미 얘기가 나올 때 말을
제대로 못 잇는 것이 어째 좀 이상한데············’
예선은 자신의 동생의 설명을 들을 때, 우연히 나온 혜미와 민우와의 관계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생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었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어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설마············· 혜미도··············’
예선은 문득 떠오르는 예감이 있었으나,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내 머릿속을 비우며 잠을 청했다.
반면, 예경은 아까 보았던 민우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민우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막 성에 눈이 뜨이기 시작한 예경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아직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자기 언니의 남자친구라는 것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예지는 민우와의 뜨거웠던 일들의 생각으로 자신의 은밀한 계곡이 촉촉이 젖어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신은 민우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민우 손길이 자신을 애무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자신의 몸은 금 새 반응이 나타났다. 거기다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혜미까지 포함된 세 사람의 관계는 이상하게 거부감 없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졌다. 오히려 혜미가 있어서 더 편안하고, 더 깊은 쾌락이 자신의 몸을 휩쓸고 지나
가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세 자매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깊은 상념에 빠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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