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 소나기 - 단편
본문
외설 소나기
원작 : 황순원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 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소녀의 치마 사이로 분홍 팬티가 보였다.
순간 소년의 아랫도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소년의 얼굴은 금새 발갛게 달아 올랐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 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무언가가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것을 내려 다보았다.
분홍 팬티였다. 소녀가 방금까지 입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소년은 재빠르게 팬티를 집어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다음 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소녀가 던지고 간 팬티를 코에 가져가 소녀의 냄새를 맡으며 딸딸이를 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았다.
소녀의 팬티를 꺼냈다.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이제 소녀의 냄새는 나지 않고 케케묵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팬티로 얼굴을 움키었다. 몇 번이고 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쪽팔리게…"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딤돌을 헛디뎠다.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더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메밀밭이다.
전에 없이 메밀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코 피였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다.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 오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쪼그려 앉은 소녀의 치마 밑으로 하얀 팬티가 보였다.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모르는 체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소녀 앞에서 한 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길 가듯이 건너던 징검 다리를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얘."
못 들은 체했다. 둑 위로 올라섰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소녀의 맑고 검은 눈과 마주쳤다. 얼른 소녀의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비단조개."
"내꺼랑 너무 비슷하게 생겼네…"
소년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여자랑 자본적 있니? "
"아, 아니…"
소년은 어쩔줄을 몰라했다. 괜시리 아랫도리만 묵직해졌다.
"그럼 여자꺼 본 적은 있니?"
소녀는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없다."
"가슴은?"
소녀는 자신의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면서 물었다. 소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꺼 한번 보지 않으련? 아니, 너 나랑 한번 해 보지 않을래? 시골 오니까 못 견디겠다."
"나, 이래 봬도 무지 크다."
"크면 얼마나 크기에? 서울 있을 땐 아저씨들이랑도 많이 해 봤다."
소녀의 눈이 금새 "바보,바보,"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참새가 몇 마리 날아간다.
"참,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텃논의 참새를 봐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재밌다!"
소녀가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 댄다. 허수아비가 자꾸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소녀가 스웨터 윗 단추를 풀었다. 소녀의 속옷이 드러났다.
아직 6학년 밖에 안된 거 같은데도 가슴이 커서 그런지 브래지어를 차고 있었다.
이미 묵직해진 소년의 자지가 팬티 안에서 꺼떡거리기 시작했다.
저만큼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 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독수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소녀의 속살이었다.
돌아다보니, 소녀는 지금 자기가 지나쳐 온 허수아비의 아랫도리에 나뭇가지를 끼우고 있었다.
"남자라면 이게 달려 있어야지."
좀 전에 소녀의 속살을 보았을때보다 더 빳빳해진 것 같았다.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소녀가 먼저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밭이었다.
수숫단을 세워 놓은 밭머리를 지났다.
"저게 뭐니?"
"원두막."
"여기 있으면 아무도 안 오니?"
"그럼, 가끔 오긴 하지만 지금 시간엔 아무도 안 올꺼야."
"그럼 여기서…"
소년은 마른 침을 삼켰다. 소년의 자지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만큼 팽창되어 있었다.
소년이 먼저 원두막으로 올라가서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올라오는 소녀의 가슴이 훤히 보였다.
돗자리를 대충 손으로 훔치고는 소녀에게 앉으라고 한다.
소녀는 자리에 앉더니 스웨터를 훌렁 벗었다.
소년도 따라 했다.
소녀가 뒤돌아 등을 내밀며 말했다.
"나 이거 좀 풀어줘."
브래지어 후크를 푸는 소년의 손이 떨렸다.
"참, 싱거워서 못 먹겠다."
소녀가 브래지어를 벗어 내리며 말하자 소년은 헛기침을 했다.
소녀의 하얀 가슴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소녀가 소년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가슴으로 가져갔다.
뽀얗고 아담한 유방이 느껴졌다.
소년의 심장은 더 이상 차미 어려울 정도로 두근거렸다.
소녀는 치마 밑으로 팬티를 벗어내렸다.
소녀의 다리 사이로 거뭇거뭇한 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미끌거릴 것 같은 보지도 보였다.
"이게 보지야. 너 처음 본다고 그랬지?"
"으, 응… 보, 보지에도 털이 이렇게 나 있는 줄은 몰랐네."
소년은 손을 치마 밑으로 넣어 소녀의 보지를 만졌다.
"…… 그런데, 여기 볼록하게 튀어 나온 이건 뭐지?"
소녀는 약간 움찔하며 "클리토리스야. 거길 만져주면 여자들이 좋아해"
"자, 이제 너도 바지 벗어."
소년이 바지를 내리자 팬티를 찢어버릴 듯 불거져 나온 자지가 보였다.
"정말 어린애 치고는 꽤 큰데?"
소녀는 입을 가리며 살짝 웃었다.
다시 소년이 팬티를 내리자 커다란 자지가 튀어 나왔다.
소녀가 무릎을 꿇고 소년의 아랫도리에 입을 가져갔다.
소년은 당황스러웠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자지를 움켜 쥐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소녀를 눕히고는 젖가슴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소녀는 치마를 올리고 다리를 벌렸다.
소녀의 보지가 아까보다 더 자세히 보였다.
비단조개가 자기꺼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소녀의 비단조개에서 끈적끈적한 것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소년이 머뭇거리자 이번엔 소녀가 소년을 눕히고는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소년은 금방이라도 싸버릴 듯한 충동을 느꼈다.
"어… 어."
소년은 소녀의 환상적인 입놀림을 당해내지 못하고 그만 소녀의 입에다 싸고 말았다.
"버, 벌써?"
소년은 얼른 소녀의 입에서 자지를 빼려고 했지만 소녀가 입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나도 버리지 마라."
소녀는 소년의 좃물을 다 빨아 먹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홱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 보자."
소년은 귀밑까지 빨개졌지만 얼른 옷을 주워 입고는 소녀를 쫓아갔다.
누렁송아지였다.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 쥐고 등을 긁어 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녀의 뽀얀 가슴이, 분홍빛 젖꼭지가, 치맛자락 밑으로 보일 듯 말듯한 보지가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농부 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송아지 등에서 뛰어내렸다. 대가리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디서 섹스질이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얼른 소녀가 있는 쪽을 보았다. 소녀는 어느새 옷을 모두 입고 다소곳이 서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나룻이 긴 농부는 소녀 편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풀어 내면서,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 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의 입술이 파아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는 누워 있던 소녀의 위에 엎드려졌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제대로 다시 해보자."
소녀는 가슴을 풀어 헤치고 브래지어를 들어 올렸다.
소년은 재빠르게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벌써 한바탕 사정을 했지만 눈 앞에 또다시 뽀얀 소녀의 젖가슴이 보이자 다시 빳빳하게 섰다.
소녀의 팬티가 벗겨졌다. 아직 보지의 흥분이 가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보지에다 자지를 들이 밀었다.
"거, 거기 아냐…"
소년은 소녀의 구멍을 제대로 찾지 못해 당황했다.
한껏 부풀어 올라 본인 스스로도 감당해 내지 못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이리 한번 밀어 보고 저리 한번 밀어 보고 했지만 도무지 맞지 않았다.
"거기 아니래두…"
소년의 이마에는 땀이 송송 맺혔다.
"참나… 가만 있어봐. 손 치워봐."
보다 못한 소녀가 자지를 잡고서는 보지 구멍에 맞춰 끌어 당겼다.
"자, 이제 밀어 넣어 봐."
소년은 엉덩이를 움직여 자지를 소녀의 몸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
소년의 커다란 자지는 미끄덩 거리는 느낌과 함께 소녀의 보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핫~"
소녀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흘러 나왔다.
"아, 아파?"
소녀가 아파하는 것 같자 소년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 아니. 괜찮아, 계속 해."
소년의 자지가 들락날락 거리면서 소녀의 보짓살을 비벼댔다.
"아… 아…"
분명 소녀가 아파하는 거 같긴 한데 밀쳐내지도 않고 오히려 소년을 끌어 당기고 있었다.
소녀의 거친 숨소리가 빗소리에 파묻혔다.
소년의 피스톤 운동이 십여차례 계속 되는가 싶더니
"아학~"
이번엔 소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소년의 어린 몸에서 만들어진 정액들이 자지와 보지를 통과해서 소녀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년은 엎어진채로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소녀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듯 했지만 소년을 끌어 안으며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년은 소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소녀는 "어머나"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그 뒤로 소녀의 모습은 뵈지 않았다.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살피기도 했다. 남 몰래 6학년 여자 반을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분홍 팬티를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 쪽 개울둑에 소녀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 동안 앓았다."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 날, 소나기 맞은 탓 아냐?"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났냐?"
"아직도……."
"그럼, 누워 있어야지."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참, 그 날 재밌었어……."
"나도…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소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소녀가 치마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누리끼리한 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그래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 날, 네가 내 입에다 싼 적 있지? 그 때,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이제 팬티를 줄께. 그날 입고 있던 거야."
하얀 팬티를 내준다.
소년은 주춤한다.
"냄새 맡아 봐라. 내 보짓물이 묻어 있는데, 아주 뿅갈꺼다."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 많이도 흘렸다!"
"그리고 저, 지난번에 내가 준 분홍 빤스는 도로 줘."
소년은 소녀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 초시 손자가 서울 서 사업에 실패해 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잣속으로,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알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이 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물레방아간으로 갔다.
낮에 봐 두었던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구멍으로 안쪽을 들여다 봤다.
다 큰 남녀가 박아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선뜩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잘 좀 보이게 해라, 잘 좀 보이게 해라.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자 하면서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딸딸이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다 들키면 어떻게 되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새로운 기술을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더러 병이 좀 낫거들랑 이사 가기 전에 한 번 개울가로 나와 달라는 말을 못해 둔 것이었다.
바보 같은것, 바보 같은것.
이튿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 옷으로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도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닭의 무게를 겨냥해 보면서, "이만하면 될까?"
어머니가 망태기를 내주며,
"벌써 며칠째 "걀걀"하고 알 날 자리를 보던데요. 크진 않아도 살은 쪘을 거여요."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저, 서당골 윤 초시 댁에 가신다. 제삿상에라도 놓으시라고… …."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수탉으로……."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임마,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다."
소년은 공연히 열적어, 책보를 집어던지고는 외양간으로가, 쇠잔등을 한 번 철썩 갈겼다.
쇠파리라도 잡는 체.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팬티를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자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 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한번 더 하고 싶은데, 어쩌면 좋을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 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 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세상에, 그 어린 것이 에이즈라니…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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