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무인도 1 - 5부 1장

본문

무인도 1


.....무 인 도....


카페의 이름이 정해지고 근처 가까운 사람들에게 오픈을 알리는 전단이 돌려졌다.


단아하게 차려 입고 그기에 그렇게 어울리게 서있는 현주를 먼발치에서 쳐다만 본다.


언제 올거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그냥 바쁜일로 며칠 어디 다녀온다는 연락만을 하고 그곳에 가는걸 미루고 있었다.


어차피 혼자서 감당해야 할일이고, 또 혹시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 중에 아는사람이 있으면 괜히 불편해 질거란 생각에 그곳에 가는 걸 미루고 있었다.


두어번 현주에게서 전화가 오고 영재 마누라의 전화도 울리지만 일부러 받지 않는다.




그간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지난 여름 그 긴 세월을 보낸것 같은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도 없이 늦은 가을로 계절은 흘러가고 있었다.


평탄한 가정과 사회 생활..... 어느정도 자리잡은 내 사업 덕택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지내온 것이 사실이다.


그간 한두명 정도 만나는 여자들도 있었고, 섹스도 즐기는 그런 일반 적인 생활이었다.


갑자기 모든것들이 이상하리만큼 한꺼번에 뒤틀려 버린 이번 여름이 아니라면 이가을 또다른 상상을 하며 그냥 30대 후반의 인생을 보내야 할것이었는데.....


마치 내 스스로가 이상한 정도의 무인도에 갖혀 버린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현주를 본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빠져 들어서는 안되는 이상한 늪이란 생각이 한 며칠 멀리서 바라보는 내 눈에 비쳐지는 내 실상이다.




여자는 늪이다.


한발을 들여 놓으면 그 깊이를 알수없는 추락을 가져다 주는 늪인것이다.


조물주가 인간을, 아니 여자를 만들었다면......그것을 알고 여자의 한가운데 그만큼 깊은 늪을 만든게 분명하다.


미친듯이 서로의 육체를 탐익하지만 항상 그만큼의 허무함을 같이 느끼는게 섹스의 환상이다.


그래서 많은 수컷들은 섹스후 뒤를 돌아 볼려고 하지 않는것 같다....마치 그 허무함을 다시 대하기 싫은 듯이...




직원들 중에 한두명의 입에서 현주의 소식을 들었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개업한지 열흘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두어명의 직원이 벌써 무인도에서 술을 마신 모양이다.


"사장님 한잔하시죠.....?"


"왜?...회식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요앞에 새로 개업한 카페가 있는데...마담이 젊고 이쁘던데..."


"어이 김대리....아직두 여자보구 술마시러 다니는 거야...그러다 장가 가기는 틀렸어...."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죠....오늘 실장님하구 같이 가기로 했는데...."


"다음에...오늘은 둘이서 가....그나저나 어딘데 그렇게 안달이야...?"


"무인도라고....멀지 않아요....."


아차...현주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그래 마담이 어떤데....?"


"처음 술장사 하나봐요....노처녀 같던데...."


"그래...."


"그러지 말고 같이 가서 한잔하죠....늦게 가면 자리도 없어요....마담이 젊고 세련되 보이니 근처 할일 없는 놈들은 다 모여 들어요..."


"장사가 잘되나 보다."


걱정을 한거는 아니지만 왠지 남자들 사이에 묻혀 웃음을 흘리고 다니는걸 생각하니 맘이 별로 좋지가 않다.


퇴근 시간이 다 되서 외근을 나갔던 실장이 들어온다.


말이 실장이지 직원 다섯이 전부인 사무실에 실장...과장...대리....사장....직함을 하나씩 다 달고 다니니 마치 한가족 같이 지낸다.


"사장님...."


"왜....?"


"오늘 할 이야기도 있고 한데 술이나 한잔하죠...."


인제 실장이 술을 먹잔다...할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거부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


"뭔 이야긴데....지금하지..."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고 해서 마치고 술이나 한잔 사시죠....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요...."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라고 해도 할수 없어요....그러니 오늘 술한잔 사요....."


"알았어....시간도 되고 했으니 지금 나가지...."


"오케이...." 김대리의 입이 찢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두넘은 벌써 입을 맞춘 모양이다.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자는 내 의향은 안중에도 없고 바로 향하는게 무인도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가을의 짧은 해는 거리를 벌써 술마실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


무인도로 들어서니 현주의 모습은 모이지 않고 왠 낮선 젊은 여자가 반가운듯이 맞이한다.


"안녕하세요...노실장님"


"아직 장사 안하는거야....?"


말하는투가 벌써 몇번의 방문으로 말을 트고 지내는 것 같다.


"아니요....어디 앉을거에요....또 여기 바에 앉을거에요....?"


"아니 오늘 다른 손님이 있어서...."


실내는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다.


공사가 끝나기 전에 보든것과는 다르게 작은 룸도 두개가 갖추어져 있다.


"방으로 들어가요..."


안내되어 들어간 방에는 작은 소파로 꾸며져 오륙명이 앉을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식사는 했어요....?"


아가씨의 물음이 이런 곳에서의 경력이 꽤 있어 보인다.


예쁘장한 얼굴에 세련되게 묶어 올린 생머리 볼륨있어 보이는 몸매에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린다.


천해보이지 않는게 적잖히 안심이 된다.


"사람은 잘 골랐구만...."


두어명의 아가씨가 더 있고....모두 하나같이 각자의 개성이 있으면서도 세련되 보인다.


"아니 배부른 안주하고...발렌타인 있지....그거 갔다죠..."


"왠일이야 ...오늘 ...맥주만 마시던 사람들이...."


"야 오늘 우리 사장님이 낸다고 하잔아.....걱정말고 가져와....."


"이분이 사장님이야.....?....안녕하세요...."


"아....네에....사장님이신가....여기"


"아니에요....사장님 좀 있으면 나오실거에요....."


웃음을 흘리며 술을 준비하기 위해 아가씨가 나가고 김대리가 아가씨들과 인사 하느라 분주히 왔다갔다 한다.


조은가 보다....


"노실장....할말이 뭔데....?"


"아따...좀 있어요....술도 안마시고 어떻게 말을 해요"


능력도 있고 사람 좋아보이는 노실장이라 믿음이 가는데 나쁜일은 아닌것 같다.


술이 나오고 두어 순배가 돌아간다.


악가씨 둘이 들어와 과일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고 쓸데 없는 농담이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노실장이 말을 꺼낸다.


"야....너네 사장 언제 나오는거야?"


"인제 올 시간 다 됐어요..."


"사장님 이집 마담 한 봐요....정말...."


"정말 뭐.....?"


현주를 보고 뭐라 말하나 싶어 짐짓 모르는 듯 물어본다.


"아니 나두 많은 술집 다녀 봤지만....이런데는 첨 봐요...마담이 뭐랄까.....야 니가 말해봐....."


"우리 사장님요..."


한 아가씨가 말을 받는다.


"좋아요....이런일이 처음이라는데...사람들한테 잘해요....말도 세련되고...그리구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해요....술을 안마시는게 흠이지...."


"아니 술집 사장이 술을 안마셔.....?"


내가 놀라 물어 본다.


"네....술을 못마시는 건지 아니면 안마시는건지 모르지만 가게에서 아직 술마시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뭔일인지 궁금하다.


이왕 이장사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술을 안마신다는 건가...


"사장님 오네요....들어 오라고 할까요....?"


창으로 이루어진 문 밖으로 현주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이 갑자기 싸아 하게 저려온다.


단아하게 차려입은 투피스 차림으로 전혀 천해 보이지 않는채 두어명의 다른 테이블 손님들에게 인사를 나눈다.


"야 들어 오라고해....우리 사장님 인사도 시키고 하게...."


"알았어요....잠시만요...."




현주는 알고 있었을거다.


우리 직원들이 이곳을 두어번 왔다 갔다고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 정도면 우리 사무실 직원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거고 이넘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면 내 이야기만 하지 않은 것이지 현주는 알고 있었다는게 맞을것이다.


그런데도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바쁘단 핑계로 전화를 하지 않았으니 뭔일인가 궁금해 하면서도 함구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뭔 말을 해야하나.....


내가 열흘간의 일을 어떻게 현주에게 설명해야하나...


뭐라고 물어 올까.....




현주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잠시 눈을 내게 맞추더니 한쪽으로 자리하고 앉는다.


"안녕하세요...."


"실장님은 자주 뵙네요...누구신지.....?"


나를 보며 묻는다.


누군신지 몰라서 묻는건가....속으로 웃음이 난다.


"우리 사장님이에요...."


김대리가 속절없이 끼어든다.


눈인사를 하고는 술병을 든다.


"사장님이라고요....자 한잔 하시죠....."


술을 안 마신다고 했지....과연 어찌하는지 보자....장난끼가 발동한다.


스트레이트의 작은 잔을 받아든다.


"아니 가게에서는 술 안마신다고 방금 들었는데....."


단숨에 잔을 비우고는 술잔을 내게 내민다.


"한잔 하세요....."


노실장, 김대리, 아가씨가 놀란 눈으로 현주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언니....."


"아니 마담.....술 안마신다더니...."노실장이 정색을하고 물어 온다.


"한잔 안하실거에요....?"


내게 돌아온 잔을 받아 드니 술이 가득 따라져 온다.


"좋은 술은 마셔요....매상은 올려야 할거 아니에요..."


현주가 노실장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을 한다.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한패의 손님이 밀려 들어온다


현주가 잡시 바깥을 보더니....


"실장님 핸드폰 좀 빌려 주세요...."


"아니 왜요?.....여기요...."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은애씨....손님들 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오늘 내가 일이 생겨 지금 문을 닫아야 한다고 손님들 좀 돌려 보내요...."


........


"아니....다른 말은 말고 그냥 미안하다고 그러고 돌려 보내요...그리고 테이블 손님들 말 잘해서 보내구 문 오늘 닫아요...."


........


"좀 있다 말해 줄테니 그냥 그렇게 해요....죄송하다고 꼭 말하고요...."


카운트로 전화를 한것이가.


더 놀래는건 실장과 김대리 그리고 이방의 아가씨다.


놀란 눈으로 김대리가 말을 꺼낸다.


"장사 안해요....?"


"아니요...."정색을 하며 현주가 말을 잇는다.


"아니 그럼 지금 그말은.....?"


"오늘 매상 사장님이 책임 지면 되잔아요....뭐하러 힘들게 손님 받아요....오늘 사장님이 매상 책임 지실거죠?"


곱게 눈을 흘기며 나에게 물어 온다.


노실장과 김대리는 이게 왠 떡이냐 하는 얼굴로 쳐다 본다.


"사장님 그냥 오늘 그러자고 해요.....그래도 손해 볼건 없어요...."


"뭔 말이야 노실장...."


"오늘 계약 있잔아요....안될것 같다고 며칠전에 말한거....그거 오늘 따내고 온거에요....그래서 술사라고 말한거고..."


"정말이야....."


"그래요....그러니 어서 그러자고 해요.....아니면 확 계약이고 뭐고 없던걸로 하자고 할거니까.....키키"


노대리의 말때문이 아니라 현주의 말이 더 거부할수 없는 무게로 다가와 고개를 꺼떡인다.


노실장, 김대리 신났다.


잠시후 가게문은 닫혀지고 홀의 넓은 테이블로 둘러 앉았다.




"근처 사장님이라 잘 보여야 할것 같고 그리고 우리 가게 식구들 고생했는데 술도 한잔 못하고 해서 그냥 오늘 여기서 같이 마시자구 내가 문 닫으라구 했어요..."


현주가 가게 아가씨돠 우리 애들 앞에서 술상을 차리고 먼저 말을 한다.


"사장님 자주 오세요....우리도 좀 사람답게 살게 ....이렇게 술도 마시면서....."


은애라는 아가씨가 말을 걸면서 술잔을 따라 온다.


"사장님 술 잘 마셔요....?"


김대리가 현주에게 물어 온다.


"아니요 그냥 즐길줄은 알아요....잘마시면 가게 술이 남아 나겠어요....히히"


"언니는 술을 마시면서 우리하고 회식하잔 말도 안하고....."


아가씨의 물음에


"그냥...아직 안정이 안되고해서 너희들도 피곤하잔아....미안해....그리고 잘해줘서 고맙구...."


이건 아주 자기들 회식에 우리가 끼어 든 꼴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술이 아주 많이 넘어 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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