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retake - 1부
본문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쳤다.
길을 걷던 찬승은 무척 차게 느껴지는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슬슬 겨울인가."
여름 더위가 가신지도 별로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겨울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벌써…… 2년이나 됐나."
찬승은 한 여자를 떠올렸다. 새하얀 피부의, 마치 천사 같던 여인을.
민조. 자신의 인생에, 사랑에, 운명에 큰 파문을 던진 여인. 하지만 이제 그녀는 없다. 새하얀 그녀와 어울리는 순백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이다.
민조와 헤어진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 이제 그녀를 사랑했던 감정도 많이 희석되었지만, 아직도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시큰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위이이잉.
그때 주머니에서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상념에서 깨어난 찬승은 핸드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민혁이"
찬승의 친구였다. 군에서 제대하고 방송 pd가 된 놈이었다.
"어 민혁아."
-야 임마 지금 어디야?"
"나? 집에 들어가는 중인데……."
-그래? 작업하던 건 어느 정도나 됐어?
"거의 다 됐어. 아마 일주일이면 끝날 거다."
-그래…… 야 그러면 잠깐만 작업실에 와바. 오늘 미팅 있으니까.
"오늘? 음…… 알았다. 바로 갈게."
전화를 끊은 찬승은 몸을 돌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2년. 대학교는 휴학을 내고 지금은 다른 것을 하고 있었다.
작곡가.
연예인들이 부를 노래를 작곡하는 게 지금 찬승이 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찬승이 작업하는 곡들은 거의 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히트를 쳤다. 히트곡 몇 개 빵빵 터뜨리더니 이제 찬승은 그쪽에서는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춥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분식집이 보였다. 집에 가는 길이어서 들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니 살짝 마음이 끌렸다.
작업실에 가기 전에 어묵 국물이라도 마실까…….
***
찬승은 작업실에 도착했다. 문을 여니 따뜻한 바람이 몸을 반겨줬다.
"어 왔냐."
친구인 민혁이 찬승을 반겨줬다. 찬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벗었다.
근데 작업실의 분위기가 묘했다. 뭔가에 압도되는 분위기랄까, 고개를 갸웃거린 찬승은 눈을 돌렸다.
"음?"
테이블의 중앙엔 한 여인이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 여인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오똑한 콧날과 루즈를 바른 붉은 입술은 더없이 요염해 보였다. 몸매도 그 외모와 걸맞게 훌륭했다. 외투를 걸쳤지만 오히려 가슴이 억눌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큰 가슴이었다.
춥지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대신 커피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정말 섹시해 보이는 각선미였다.
찬승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직접 보진 않았지만, 방송이나 신문에선 여러번 등장하는 그녀.
이혜린.
대한민국 섹시 가수 중에 단연 톱을 달리는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이혜린이라고 해요."
"예. 찬승이라고 합니다."
이혜린은 고개를 홱 돌렸다. 명백한 무시. 그 모습을 보며 찬승은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앞으로 할 작업이 무척 피곤하겠다는 생각에.
미팅은 찬승의 예상대로 순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혜린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
싸가지 없는 년, 욕을 잘안하는 찬승도 속으로 그렇게 욕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하, 이봐요. 이혜린씨. 할 마음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 건 당신이에요."
"흥, 웃겨. 마음대로 해요."
"후 정말……."
찬승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답이 없다, 정말이지.
앞으로의 작업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미팅이 끝나고 이혜린은 돌아갔다. 찬승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민혁이 커피를 건네주며 말했다.
"힘내라. 나야 뭐 pd니까 할 것도 없잖아."
"넌 왜 저런 애를 소개시켜 줘서…… 후."
이혜린을 찬승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이 바로 민혁이었다.
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도 이쁘잖냐. 히트는 당연한 거 아니야?"
"이쁘긴 한데…… 이런 건 곤란하다고……."
"킥킥. 혹시 모르지, 이게 인연이 되서 나중에 사랑하게 될지."
"끔찍한 소리하지마 임마."
찬승은 고래를 저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잡담을 하는데, 갑자기 민혁이 무언가가 떠오른듯 화제를 돌렸다.
"참 그거 아냐?"
"뭘?"
"민조 말이야, 이혼했대."
"……정말?"
커피를 홀짝이던 손이 멈칫했다. 찬승은 살짝 굳어진 표정으로 민혁을 보았다.
"그래. 경준이란 놈이 바람피다 걸렸는데 결국 이혼했다더라."
"그렇구나……."
"위자료가 엄청나다던데? 평생 먹고 살 돈이래. 아마 조용히 지내라는 거겠지."
찬승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다 비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그만 가본다."
"어 그래? 응. 가봐라."
외투를 걸친 찬승은 그대로 작업실에서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찬승은 아까 했던 민혁의 말을 떠올렸다.
"민조, 이혼했대."
이상하게 가슴이 묘했다. 좋아하는 건지, 슬퍼하는 건지 모르겠다.
괜히 마음만 밍숭맹숭 해졌다. 민혁이 자식, 쓸데없는 말을 해서…….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시내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한 카페가 보였다.
민조와 자신이 헤어진 그곳이었다.
왜 그런 걸까, 찬승의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띠링.
카페의 문을 열자 따뜻한 느낌과 향긋한 커피 냄새가 찬승을 반겼다.
"어서오세요."
종업원이 찬승을 반겼다. 고개를 끄덕인 찬승은 카운터로 향했다.
"예, 뭘로…… 어머? 오랜만이네요?"
카운터에 있던 여자가 찬승을 보며 아는척을 했다. 여기에 온 건 2년만일텐데?
"아, 저 기억 안나세요?"
"예.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이라니 괜찮아요. 그때 일이 괜히 기억에 남아서 호호……."
그때 일이라. 민조와 헤어진 걸 말하는 거겠지. 찬승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로 드시겠어요?"
"카파라떼 하나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문을 한 찬승은 자리에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 인테리어는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 피아노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찬승은 멍하니 그 피아노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피아노로 향했다.
피아노 의자에 앉은 찬승은 살며시 건반을 만졌다.
순간 손끝이 찌릿했다. 아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거 같았다.
디잉--
건반을 누르자 소리가 들렸다. 찬승은 두 손을 건반 위에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들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퍼졌다. 그 아름다운 선율에 잡담을 하고, 노트북을 건들고,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 곳엔 찬승의 손이 아름다운 선율을 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어?"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 한 여자가 탄성을 질렀다.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혜린이었다.
"저 사람……?"
분명했다. 아까 작업실에서 만난 찬승이란 남자였다.
피아노 잘치는구나…….
그 피아노 소리는 카페만이 아닌 길을 걷던 사람들도 취하게 만들었다. 하나둘, 길가에 있던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들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혜린은 찬승이 뽑아내는 음율에 취해있었다.
머리가 몽롱해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피아노 선율이었다.
"하지만……."
혜린은 그 선율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어째서 이렇게 슬픈 걸까…… 이 소리는?"
아직 혜린은 몰랐다.
이 피아노 소리로 인해, 자신이 찬승이란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이질지도…… 알지 못했다.
****
이것은 어쩌면 찬승의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이라도 좋았다.
꿈에서라도, 난 찬승이 새로운 결말을 맞게 해주고 싶다.
****
이 글은 끄적님의 슬프도록 아름다운이란 글의 팬픽입니다.
예. 팬이 쓰는 글이란 거죠. 원작인 끄적님의 슬프도록 아름다운이란 글은 제 글보다 수천배는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결말이 찝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 결말이라 더욱 재미있지만 찝찝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이 짧을지 길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찬승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주고 싶었습니다.
retake.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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