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흐뭇한 그녀가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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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장마가 시작 되었는지 7월 초순 인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데
오늘도 흩뿌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게 문을 열던 나는 하루 수입의 기대 보다가 짜증이 앞섰다.
나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20여년 전부터 음반 가게를 하고 있는데
모든 장사가 그렇듯이 날씨가 좋아야 그날 수입도 짭짭한 편이며 시간도 잘 가는 것이다.
밀대로 바닥을 닦으며 간혹 들어오는 손님이 남기고 갈 발자욱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귀찮아 진다.
"에이~ 씨~ 오늘은 대충 하지 뭐... 그래도 아침이니 커피는 한잔 해야지..."
푹 꺼진 소파에 앉으며 수화기를 집어 들고 버튼을 꾹꾹 눌렀다.
"얌마~ 왜 아직 안와.... 형님이 출근하면 빨리와서 커피를 사야지... 하 하~"
만나면 서로 형님이라고 우겨대는 중학교 동창 녀석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녀석 마저 급히 어딜 가야 한단다.
머릿속에 맴도는 커피잔과 황제 다방의 김양의 상큼한 웃음이 영상처럼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나의 꿀꿀한 하루는 그렇게 의미없이 시작되었다.
"아 하 함~~ 아 후~" 따분하다고 생각하니 오전인데도 하품이 나오는걸 보니 잠이 오려나 보다.
나는 잠시 눈을 붙일 생각으로 슬리퍼를 벗어 탁자에 발을 얹어 놓은 뒤 등받이에 머리를 붙였다.
"계 세 요~~ " 꿈결처럼 들리는 낭랑한 목소리에 나는 눈을 찡그리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하 함~ 어 서 오 세 요~" 눈을 비비며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내 동공이 크게 뜨여졌다.
나이는 이제 막 스물을 갓 넘겼을까? 아니면 중반 정도? 긴 생머리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티비에서나 봄직한 상큼한 얼굴은 내가 이곳에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다.
"뭘 찾나요? 말만 하면 내가 금방 찾아 줄께요~"
대충 보더라도 나와는 20년이 넘게 차이가 나지만 예쁜 아가씨라 그런지 내 말투가 몹시 부드러워 진다.
"아.. 아 녜 요~ 뭐 따로 찾는건 없구요~ 그냥 한번 훑어 봐도 되죠?"
"아 네에~ 얼마든지... " 이렇게 따분한 시간에는 같은 공간에서 호흡만 해 주는 것으로도 좋은 일이 아닌가?
아가씨는 이것 저것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윤도현의 테이프를 빼가지고 나에게로 왔다.
"이거 얼마예요? 한번 들어 볼 수는 없죠?"
하얀 이빨을 환하게 들어내며 상큼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아가씨,
"틀어 주지 뭐~ 이렇게 이쁜 아가씨의 부탁인데...하 하 하~"
나는 아가씨에게 테이프를 건네 받아 비닐을 뜯은 뒤 오디오에 삽입을 했다.
"자아~ 여기 앉아서 천천히 들어요~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은 손님도 없어서 나도 따분한데..."
"그래도 되요? 후 후~ 저두 오늘은 노는 날이라 갈 곳도 없거든요..."
잠시 후, 음악이 흘러 나오고 아가씨는 내 맞은편 소파에 몸을 실어 앉는데
진한 화장품 냄새는 아니었지만 긴 머리에서 나는 샴푸 냄새가 내 코를 은은히 적셔 주었다.
"아가씨는 처음 보는데 어디 다른 곳에 살아요? "
예쁘장한 아가씨와 마주 한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나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네에~ 집은 좀 시골에 있구요~ 저어기 저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가씨는 가게 밖 맞은 편을 턱으로 가리키며 생긋 웃어 보인다.
"오오~ 그럼 여기서 가까운 곳에 있었네... 그런데 내가 한번도 못 봤지? 하 하~"
첫 번째 음악이 끝나고 두번째로 이어지자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우리 가게에 들렀는데... 내가 커피 한잔 대접 해야지....하 하~"
나는 아직까지 아침 커피를 마시지 못했던 터라 말을 마치면서 얼른 수화기를 집어 들었더니
"아..아 녜 요~ 저어~ 여기 일회용 커피 없어요?" 하며 손을 내 젓는다.
"일회용이 있기는 하지만 손님인데...그걸 타 줄 수 있나? 내가 한잔 시켜 주지 뭐..."
"괜히 그런데 돈 쓰지 마세요~ 제가 타 드릴께요~ 어디에서 물 끓이나요?"
하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리번 거렸다.
"저어기 문 열면 가스렌지가 있는데... 에이~ 괜히 수고만 끼치는 것 같은데..."
아가씨는 내가 말리기도 전에 가르켜 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와아~ 여기 다 있네요? 호 호~ 아저씨... 제가 커피 타 드리는 대신 오늘 여기서 음악 실컷 듣고 가도 되죠?"
그렇지 않아도 따분한 하루였기에 조금이라도 더 잡아두고 싶은 심정인데 스스로 자청해서 있어 주겠다니
이것은 평소 착한 마음으로 살아 온 내게 하늘이 준 선물이 아닐까? ㅎㅎ
아무튼 나는 윈도우 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황제 다방 김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예쁜 아가씨와 마주 앉아 상큼한 미소를 받아가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값 대신 지금 나오는 윤도현 테이프를 선물 해 줄께~"
"정말요? 와 아~ " 아가씨는 단 한마디의 사양도 없이 환호를 해 버린다.
"근데...이름이 뭐야? 그냥 아가씨라고 부르니.... 좀 이상하네..."
"이름요? 강 소 영 이요~ 이름이 너무 후졌죠? "
"아냐~ 얼굴 만큼이나 이름도 이쁜데 뭘... 강 소 영 이라...정말 좋아...."
소영이는 마치 오래전 부터 아는 사이 마냥 무척 붙임성이 좋았다.
"어어~ 아저씨도 인터넷 하세요? 제 자취방에는 인터넷이 끊겼는데..."
소영이는 반쯤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 놓더니 컴퓨터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으응~ 내가 심심할때 가끔씩 들어가는데... 그런데 자취방에 인터넷이 왜 끊겼어?"
"돈을 못내서 그렇죠 뭐~ 근데 아저씨...저 여기 자주 놀러와도 되요?"
"물론... 나야 대 환영이지...언제든지 놀러와~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하 하 핫!!"
가끔씩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닌 것 같았지만 성격은 무척 밝아 보이는 소영이었다.
소영이가 우리 가게를 처음 들린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근무 하는 곳이 가까워서 틈만 나면 놀러왔고 어떤 때는 점심때 찾아와 같이 라면도 끓여 먹는다.
그 날은 일요일이라 가게를 하루 쉬고 내 취미 생활인 작품 사진을 찍으러 갈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 저 씨 이~ 어어~ 오늘은 장사 안하세... 어머~ 카메라네? 와아~ 되게 멋지다...."
문이 열리면서 일요일이라 회색 추레닝 차림을 한 소영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들어오더니
가방에 담겨져 있는 카메라와 나를 번갈아 보며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 참!! 소영이 오늘 쉬는 날이지? 데이트 약속 없으면 나랑 같이 촬영이나 갈까?"
"정말요? 와 아~ 나 사진 찍는거 되게 좋아 하는데....우 후 후~"
"그래? 그럼 잘 됐네... 오늘 아저씨랑 같이가서 모델도 좀 해 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오지 뭐...하 하"
"아이~ 이럴 줄 알았으면 이쁜 옷 입고 오는 건데... 아저씨~ 나 집에가서 옷 갈아 입고 올까요?"
소영이는 응석처럼 눈을 찡그리며 어깨를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하 핫!! 괜찮아~ 소영이는 아무렇게나 입어도 다 이뻐~ 후 후~ 자아... 빨리 가자..."
가게를 나와 차에 올라 탄 소영이는 추레닝이 몹시 마음에 걸리는지 계속 투덜 거렸다.
"아이~ 아저씨가 조금만 기다리면 될텐데....치잇!! 사진 못 나오면 아저씨가 책임져야 해요?"
"괜찮아~ 소영이는 얼굴이 예뻐서...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추레닝 차림이 얼마나 스포티하고 멋진데..."
그래두요~ 이쁘게 나오면 더 좋잖아요~ 씨잉~ "
"그럼 아예 누드를 찍으면 되겠네...하 하~" 무심코 내 뱉은 말에 소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 본다.
"아저씨...되게 응큼 해~~ " 농담처럼 내 뱉었지만 22살의 아가씨를 앞에 놔두고 그런 말을 하다니...
"아 아~ 미...미안 미안~ 하 하 하~농담이야~ 농담..."
내 얼굴은 금새 달아 올라 홍당무가 되어버렸고 얼른 사과를 했지만 소영이는 계속 나를 쳐다보았다.
"야~ 자꾸 쳐다보면 내가 미안해 지잖아...농담으로 한 소린데...그리고 내가 벗으라 한다고 니가 벗겠어?"
나는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영이를 보면서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말 끝에 소영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헉!! 너..너 어~ 너 지..지금 나 노.놀리는 거지?" 나는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다.
"왜요? 아저씨가 먼저 제 누드 찍으면 되겠다고 그랬잖아요~ 사실 저두 언제 부터 인가 찍고 싶었거든요..."
에어컨을 켜 놓아 차안은 무척 시원한데도 내 등에서는 땀이 주르르 흘렀다.
"누드가 찍고 싶었는데도 아무나에게 부탁 할 수는 없는 거 잖아요... 그런데 아저씨라면.... 후 후~"
그때까지 무표정이던 소영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미소를 띄어 주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기분이 상쾌해 지는 소영이였는데 누드까지 찍겠다니...
나는 가슴이 두근 거렸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차안을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해요? 제가 옷 벗은걸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창피 하잖아요..후 후~"
"그..그야~ 다..당연하지... 후 우~ 흡!! " 나는 긴 한숨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를 움직였다.
당초 계획은 안동에 있는 하회마을로 잡았었지만 이제는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기에
나는 핸들을 돌려 계곡이 많고 산세가 우거진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강원도 입구인 금정을 막 지나자 사람들의 발길이 뜸 할 것 같은 자그마한 계곡이 나왔다.
"저어기 어때? 저 쪽은 차가 들어 갈 수가 없을 것 같은데...걸어 갈까?"
"네에~ 좋아요~ 히힛!!" 소영이는 약간 부끄러운지 어깨를 움츠리며 아이처럼 웃어 보였다.
나는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챙겨 자그마한 개울을 지나 건너편에서 봐 두었던 계곡으로 발을 옮기니
뜨거운 태양아래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깊은 산속이라 그나마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한 1키로 쯤 올라갔을까? 졸졸 흐르는 계곡 물 주변이 넓어 지면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
"어때? 여기면 사람들이 없겠지? 근데 너...정말 자신 있어?"
소영이는 흘린 땀으로 발가스름 해진 얼굴을 손등으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덥지? 우리 세수나 할까? 으 으 으~ 차..차 것!! 와아~ 물이 되게 시원하네... 하 하~"
나는 잠시 후, 내 앞에서 이브의 모습을 하고 있을 소영이를 생각하며 쓸데없는 웃음을 웃어 보였고
소영이도 조금은 긴장이 되는지 얼굴의 미소가 편안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돌맹이 위에 쪼그려 앉아 자그마한 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을 축히는 소영이,
화장끼 없는 소영이의 얼굴은 마치 날개 잃은 천사를 보는 듯 하다.
"버..벗 어 요? " 얼굴을 닦으라고 내가 건네준 노란 수건을 목에 걸친 채
눈은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고개를 아래로 살짝 숙인 소영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흐음~" 나자신도 차마 벗으라는 소리는 하질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 준 후, 올라오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보..보 면....아..안 되 요..." 어차피 옷을 벗으면서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나보고 돌아보지 말라고 하더니
간간히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등뒤에서는 소영이가 지금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어 내고 있다.
내 가슴은 쿵쾅거리며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내 뒷통수는 간질거렸고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고개를 확 돌려 보고 싶은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다..다아~ 돼..됐 ....어 ...." 끝내 소영이는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벅차 오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 보았다.
내 눈앞에 나타난 소영이의 발가벗은 하얀 몸,
고개도 들지 못하고 쪼그려 앉은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고고한 기품을 자랑하는 한마리의 학처럼 보였다.
"차...차...창 피 해? 흐 흡!!" 소영이는 고개만 끄덕일 뿐 나를 쳐다 보지도 못했다.
나는 메고있던 가방을 바위 위에 내려놓고 지퍼를 열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아마 예전처럼 수동식 카메라였으면 핀트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찰 칵!! 챠르르르~ 찰칵!! 챠르르르~" 나는 쪼그려 앉아 등이 동그랗게 곡선을 이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그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사진이었지만
혹시 소영이가 마음이 변해서 안 찍겠다며 옷을 입을까 두려운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에이~ 뭐...이..이 런 걸...찌..찍 어 요? 흐 으 으~"
셔터 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살며시 들어 보이는 소영이,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그럼 어떡해... 이..일어서서 포즈를 취..취해야 하는데...그..그렇게 차..창피해 하니..."
소영이는 내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눈을 찡긋 하더니 몸을 돌려 천천히 일어서는 것이었다.
탱탱한 엉덩이와 길게 내 뻗은 다리, 그리고 허리에는 팬티 자국이 아직까지 선명히 남아있었다.
"찰 칵!! 챠르르르~ 찰 칵!! 챠르르르~" 정말 완벽한 몸매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이..이 쪽 으 로...흐흣...모..모..몸을..." 더 이상 주문 하기에는 내 입이 얼어 붙어 버린다.
"이..이 렇 게 요? 흐 으~"
소영이는 한쪽 손을 반대편 어깨에 대어 가슴을 가린 뒤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아랫도리를 가리며 몸을 돌렸는데
작은 손바닥 사이로 다 덮지 못해, 까만 음모가 눈에 보이자 내 호흡은 순간적으로 정지 되어 버린다.
보일듯 말듯 다 들어 내지 못한 여자의 비밀스러운 몸은 내 정신을 혼미케 하였고
수줍은 듯이 다소곳한 그녀의 움직임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아 버렸다.
지금 내 파인더에 비춰지는 피사체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아랫도리는 찌릿하게 저려 올 뿐 아직까지 부풀어 오르지는 않았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황홀한 나머지 발기 조차 잊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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