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스커트 - 1부
본문
수리岩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물파문은 잠자리 날개 같다. 신선의 담뱃대에서 나온 것 같은 새털구름이 하늘에도 있고 물속에도 복사되어 있다가는 부채살 바람지우개에 지우졌다가는 다시 그려지는데 너무도 가슴이 애린 추억들이 그리움의 강을 이룬다
저기 저 물속에 고향이 있었다.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 확인 되던날. 대대로 뼈를 묻고 살아온 우리의 고향이 물이 차고 댐이 된다니..
군에 있을때 소양강댐을 늘 눈앞에 담고 살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댐을 바라보았던 군인들중에는 댐 속이 고향인 동료가 한 사람 있었다. 그 친구는 늘 우리와 다른 눈으로 댐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그 생각이 났다. 아침마다 일어나 댐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던 그의 모습이 내게 투영으로 비쳐지던 그 시절에 우리는 짐을 싸고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 보상이라는 얼마가느이 푼돈을 받고 고향을 디로한채 떠나면서 동네사람 모두가 어디가든지 잊지말고 잘살자고 그리고 매년 추석때는 날자를 정하여 만나애 한다고 굳게 맹세 하였었다.
나무둥치 두개로 놓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송아지 강아지 밥먹으며 장난치던 그 말집(긴 헛간). 우리 마을- 마을이라기 보다는 여섯집이 머리를 맛댄 화전마을-에서 중학교에 다닌는 애는 나와 윤식이 둘이엇다. 갈때도 같이 가고 올때도 같이 오고 숨도 같이 쉬고 잠도 같이 자고 무우도 나눠먹고 고구마도 같이 캐어먹고 비룡산성을 넘어서 우린 대전 동중학교를 다녔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나란히 서서 동네액을 다 지켜주고 변함없이 아이를 키우고 낳아주던 서낭당. 비룡산성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나와 윤식이는 키가 자랐었다.
산초냄새 더덕 내음 잔대캐서 고추장 찍어 먹고 가난의 굴레에서 돋아나는 아름다운 정으로 우린 그렇게 유년의 길에서 동반자였는데 그가 오랜만에 나를 찾아 왔었잖은가. 아무말 없이 내게 들어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찾아온 그가 내게 던진 말은
" 야, 너 말야 내 부탁 하난만 들어주라"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꼭 들어 줘야 해"
나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 박에 없다는 생각이 나를 압박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부탁하는 것이라면 분명 들어 주어야 할 일이 생긴거다.
남에게 부탁하기를 가장 싫어하는 윤식이. 자존심 하난로 살아왔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불리한 내력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그.
" 뭔 일이야?"
돈이라고 생각 했다. 얼마일까? 내가 감당할 액수일까?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내게 불쑥 내민것은 작은 권총 한자루!
손바닥안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의 권총.
" 이거 당분간 가지고 있어. 사람 죽이는 총은 아니거든
내 부탁은 준비되는대로 편지로 써 보낼께"
윤식이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져 갔다. 어디로 간다느니 어디에서 구했느냐 무엇을 해야하는냐 물어볼 경황이 아니었다. 권총! 이 권총은 ...? 나는 지금 답답한 마음에 우리의 물속 고향이 바라다 보이는 대청호의 앞산 중턱에 늘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던 수리바위에 와 있는 것이다. 권총? 윤식이? 부탁?...
2
윤식이 소식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가 주고 간 총을 날마다 살펴 보았지만 별다른 해석이 나올리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을 죽이는 총은 아니라고 한 그의 말과, 무언가 꼭 도와 주어야 한다는 그 때 그 표정. 아무래도 뭔가는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는 있긴한대 어디에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총인지는 오리무중 그대로가 아닌가.
방아쇠를 당겨보고 총구와 신을 들여다 보다가 결국 답답함으로 담배를 의지 한다.
윤식이에겐 아끼는 여자가 있었다. 바로 청개동(대청댐 근처의 오골계를 키우는 자연부락 이름)에 사는 옥순이라는 여자. 이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고 말도 없고 순종형이면서 적잖은 미모를 겸비한 적어도 그 당시에는 모든 눈총을 받는 미색이었다고나 할까.
윤식이도 그녀를 아꼈지만 옥순이 역시 못지 않았다. 늘 그림자처럼 둘은 주위를 맴돌던 중 옥순이네가 서울로 이사를 갔고, 따라서 윤식이도 서울의 학교로 진학을 했다. BJ고등학교에 윤식이가 입학했을 때, 난 많은 열등감에 시다렸었다.
대전의 좀 낡은(?) 학교에 다니던 나는 방학 때마다 내려오는 그들을 맞이하곤 했다.
아삼육인 윤식이와 나사이에 조금씩은 이질감이 생긴게 이 때부터였다. 그러나 우린 벌거숭이 친구로 여전 단짝이었고 와중에 난 서울의 문물을 말로나마 많이 섭렵할 수 있었다.
윤식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저수지 물에 빠진 나를 건져준 장본인이다.
내가 수영을 못한 것도 아니고 그가 수영을 잘해서도 아닌데 나는 그에 의해서 구명 되었었다.
그해 여름. 내가 열 여섯살 때인가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하순 대감동 작은 저수지에서 나와 윤식이는 멱을 감았다. 저수지를 세네바퀴 도는 버릇이 있었던 우리들은 저수지를 헤엄쳐 돌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우리 말고 서너명의 애들이 함께 더 놀고 있었다.
저수지를 세바퀴째 돌던 내 머리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 것이다. 저수지마다 지킴이 있는데 용이 못된 이무기가 있다더라. 그 몸체가 집동만하고 길이는 용같아서 심술을 부린다는 어른들이 들려준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물속을 보니 정말 그 이무기가 나를 향해 달려 드는게 아닌가. 나는 기겁을 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걸까...
내가 깨어난 것은 이튿날 오후였다. 병원에서 깨어난 나를 보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감격스러워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아직도 우리 어머니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곤 한다.
그때 물속에서 정신을 잃은 나를 건져내어 산성 넘어 동제의원까지 달린 장본인이 바로 윤식이였다. 나는 그래서 한번 다시 살았 났고, 그 일후에 난 윤식이를 볼 때마다 늘 가슴에 감사한 피가 끓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 아마도 변치 않을 고백이다.
은헤의 친구 윤식이가 총을 맡기고 간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다.
" 편지를 보내던지 다시 들리던지.."
왜 안올까? 윤식이가 갈만한 곳이 어딜까?
담배를 하나 더 빼 물었다. 연기가 구름이 될건가 하늘로 올라가네...
전화번호도 없는데... 어디다 연락을 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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