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 2부
본문
처음보는 인상좋은 아저씨에게 대답할 기회를 빼겨버린 말순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좋은 말들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런데 그때 아저씨께서 누런 종이 봉투에 든 봉지를 꺼내는 것이었다.
"가만 있자~ 나와서 이것 먹을래? 내가 오면서 심심풀이로 먹던건데... 속이 달아서..."
낯선 남자는 손에 들었던 봉지를 아이들에게 흔들었다.
사탕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달콤한 사랑이다.
아이들은 당장 달려가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 적응되지 못한 아이들이라
마음만 앞설 뿐 얼굴을 보며 서로 먼저 나가라고 턱으로 가리키고 있다.
"하 하 하~ 괜 찮 아~ 하핫... 자 어서 나와~"
니 먼저 가... 으응~ 니 먼저...
아이들은 서로의 옆구리를 밀며 먼저 나가기를 바랬으나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이 없다.
"우리 셋이 같이 갈래?"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 한마디로서 의견은 통합 되었으나
우물쭈물하는 것이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아이들은 그 낯선 남자 앞에 벌 받는 아이들처럼 나란히 섰다.
그 남자의 몸에서는 향긋한 꽃냄새가 나는 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 하면서도 물에 젖은 발가벗은 몸은 가릴줄 모른다.
"자아~ 세개씩...너두 세개...자~ 너두...."
"고 맙 슴 다~"
매끄럽고 하얀 사탕을 받아 든 아이들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인사를 했다.
"넌 이름이 뭐니?"
말순은 온몸에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 것 같았다.
순자와 점순이를 제쳐두고 자신을 가리키며 이름을 묻다니...
"마... 말 쑤 이 요~ 강 말 순 요~"
말순은 잘 보여야 할 이유도 없지만 또박또박 성까지 가르쳐 주었다.
"으흠~ 말순이라... 넌 시골에 사는 아이답지 않게 예쁘장하게 생겼네...으음~"
낯선 남자는 말순이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어깨를 잡아 몸을 뒤로 돌려보게 했다.
그러나 말순은 예쁘다는 말에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혀를 쏙 내밀며 배시시 웃기만 할 뿐이다.
"나는 김 순자래요~ 야는 김 점순이고요~"
아저씨가 다른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자 순자는 앞으로 한발 나서며 점순이의 이름까지 이야기 한다.
"으음~ 그래? 하 하~ 모두들 예쁘구나...그런데 말순인 집이 어디야?"
"야? 우리 집요? 우리 집은..."
"말수이네 집은 조기 조 위에 초가집 있지요? 고게고요~ 우리 집은..."
나서기를 좋아하는 순자는 역시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말순이의 말을 가로 채면서 묻지도 않는 집들을 다 가리킨다.
"그래~ 너희들 참 착하구나...하 하 하~ 자아~ 그럼 잘들 놀아라~"
낯선 아저씨가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가던길을 가 버린다.
"우 히 히~ 아저씨가 내 보고 이쁘다꼬 카더라.... 히 히~"
모처럼 신이난 말순은 그 말을 잊어버릴리 없다.
"치이~ 내 보고도 이쁘다꼬 그랬데이~ 점수이~ 니도 들었제?"
"그래...모두 이쁘다~ 이랬어"
그래도 좋다,
말순은 근래에 들어와서 오늘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아저씨가 예쁘다고 했으며
그 멋진 아저씨가 어깨도 만져 주었던 것이다.
말순은 아직까지 그 아저씨의 몸에서 나던 꽃냄새가 코에 남아있는 듯 하다.
입속에서 녹아내리는 사탕은 지금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복이다.
사탕이 이렇게 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요거 한개는 덕구 줘야지... 히힛..."
말순은 손바닥 안에 든 두개의 사탕을 만지작거리다가
물놀이를 할때 벗어두었던 빨간 고리땡 바지 주머니에 보물처럼 집어넣었다.
덕구는 말순의 오빠로서 올해 열 다섯살이다.
작년에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나무를 하면서 농사일을 돕고 있지만
언젠가는 집을 나가 돈 벌러 서울에 가겠다는 말이 말순은 더 없이 좋다.
게다가 덕구는 말순이가 보기에 너무나도 잘 생겼기 때문이다.
이 곳의 아이들의 희망이란 가출을 하여 서울로 돈을벌러 가는 것인데
물론 말순이 자신도 조금만 크면 집을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덕구가 나무를 한 짐 짊어지고 이곳으로 나타날 것이다.
놀이터가 없는 이곳에서는 여름철 선녀탕이 유일한 놀이터요
이들에게는 환상적인 낙원이기 때문이다.
"말순아이~ 말수이~"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벌써 저 쪽 밭고랑을 타고 커다란 나뭇짐이 움직인다.
"야아~ 우리 덕구 온데이~ 순자야~ 덕구 힘 존나게 세제?"
"어 어~ 증말 쎄데이~ 덕구는 난중에
시골아이 치고는 조금 잘 생긴 탓일까? 순자도 덕구의 대한 말은 무척 좋게한다.
"아이 씨~ 더버 죽겠따이~ 말수이 이 지지바 니는 하루 종일 목깐하고 놀았제?"
덕구는 나뭇짐을 내려놓으며 괜히 말순에게 짜증을 부린다.
"아이다... 난도 나물 마이 뜯었데이~ 조게 보그라...괜히 내 같고 그래노?"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덕구는 말순이가 가리키는 나물 바구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일단 더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땀에 덤벙 젖은 옷들을 벗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라는 이성간이지만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지
여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대로 덕구는 덕구대로 벗은 몸들을 그대로 내 보이고 있다.
덕구의 나이는 벌써 열 다섯살,
조그마하던 고추도 벌써 조금씩 커가고 맨들거리던 자지위에는 거뭇거뭇 털이 돋기 시작했지만
어른들의 넥타이로 대신한 허리끈을 끌러버리고 바지를 훌렁 벗어버린다.
"우 히 히~ 우리 덕구 꼬치 크지? 키 키 킥!!"
"저 씨팔년이.... 디질라꼬..."
"아이고...아이다... 야 덕구야~ 내가 사탕한개 줄께...우 히 히~"
말순은 얼른 벗어놓은 바지의 주머니에서 두개 남은 사탕 가운데 한개를 꺼내 덕구에게 준다.
말순은 욕을하고 가끔씩은 때리기도 하는 오빠지만 전혀 싫지가 않다.
덕구는 말순에게 귀한 사탕을 하나 얻자
괜히 욕을 한바탕 퍼부었는게 머쓱해 졌는지 손으로 아래를 가리며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웬건데? "
사탕을 입에 넣은 덕구는 미안했던 마음을 달래려고 쓸데없이 말순에게 말을 걸자
"아아~ 고거? 아까 어떤 아저씨가..."
말순은 그 사탕을 얻게 된 이야기를 아주 자세하게 늘어 놓았다.
"근데...그 아저씨가 내 보고 이쁘다꼬 그랬데이~ 진짜래~우 히 히~"
"뭐라꼬? 그 아저씨가 ? 아이고~ 이쁜 가스나들 다 죽었는갑다...키킥!!"
서로 욕을하고 서로 미워 하는 것 같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
더운 날씨의 물놀이는 이들에게 있어서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게 만들어
해가 그름 할 때가 되어서야 이들은 옷을 입고 집으로 향했다.
"아이고~ 말수이 배 고프제? 어데갔다 인자오노? "
덕구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던 말순에게 엄마가 다가오더니 뜻밖의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으 응~ 저..저..저 나 물 을... 아..아니...조..좀 놀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않는 말순은 말까지 더듬으며 우물쭈물 하다가 방으로 들어 가버리자
덕구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말순의 뒤를 따라 들어온다.
"니 오늘 먼 일이 있나? 어메가 왜 저래노?"
"내도 모르겠는데... 히 히 히~ 그래도 기분은 좋데이...야단 안 맞았으이께네...히 히 ~"
말순의 집은 방이 세칸 있지만 방 하나는 막내와 함께 엄마,아부지가 쓰고
다른 하나는 덕구와 말순이 그리고 여섯살 난 동생이 같이 쓰며 나머지 하나는 그냥 골방으로 쓰고있다.
"말순아~ 저녁 먹그라~ "
또 하나의 변화다. 언제나 덕구의 이름을 부르던 엄마가 오늘은 웬일인지 말순이를 부른다.
"우메이~ 오늘 누구 제사 지냈나? 우 히 히~ 쌀밥이데이~"
방을 들어오던 말순이가 하얀 쌀밥을 보더니 입이 함박만 해 진다.
가난하게 살던 이들인지라 흰 쌀밥을 구경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나물 밖에 없는 반찬이지만 이것저것 푸짐한 것이 입안에는 금방 침이 돈다.
한 나절을 물속에서 헤메던 말순은 밥상머리에 앉아말자 정신없이 퍼 먹어대고
밥그릇에 수북이 쌓였던 그 많던 밥은 어느새 밑바닥이 보인다.
말순은 볼록해진 배를 손으로 툭툭치며 설겆이를 하려고 밥그릇을 치우려 하자
"힘든데 기냥 방에가서 자그라....어메가 다 할테이께네~ 배 부르나?"
하며 엄마는 설겆이까지 하지 말라고 했다.
"증말이라? 설겆이 안해도 된다꼬? 우 히 히 히~"
생일날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말순은 그저 좋기만 한데
덕구도 갑자기 변한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야아~ 말수이~ 어메가 니한테 왜 잘해주는지 아나?"
"히 히 히~ 내도 몰르겠어~ 우 히 히~ 아이구~ 내는 고만 잘란다....아 하 하 함~ "
하루 종일 놀면서 피곤에 지친 말순은 두어번의 하품과 함께
쓰러지듯 자리에 눕더니 금새 꿈나라로 빠져 들어버린다.
"아 하 함~ 아후~ 자부러버 죽겄는데...왜 오줌이 마렵지...으 흐 흐~아 함~"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지만 달빛이 방안을 환하게 비쳐주는 걸 보니 아직 한밤중인가 보다.
곤히 자던 말순은 오줌보가 터질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에는 아랫도리를 다 벗고자는 동생 말자가 엎어져 자고
저쪽 구석에서는 오빠인 덕구가 헐렁한 검정바지만 입은 채 정신없이 자고 있다.
그렇게 덥던 한여름 밤도 새벽이 되자 열어놓은 방문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말순은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대며 방문 바로 앞에서 빨간 고리땡 바지를 훌쩍 끌어내렸다.
"쪼 로 로~ 쏴아~"
그놈의 오줌줄기 한번 세차게 나간다.
말순은 방뇨에서 오는 쾌감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허헛...헉...헉...헉!! 아 후~ 으 으 으~ 으 흐 흐 흣!!"
말순이 오줌을 다 누고 방으로 돌아 오려는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어어~ 저건 아부지 소린데? 아부지가 어데 아프나? "
"아 하 항~ 아 항~ 아 하 하 핫!!"
아니 이건 엄마의 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는 아무리 들어봐도 아파서 내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말순은 이상한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안방 가까이로 살금살금 다가 가다가
놀라운 광경에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숨듯이 앉아버렸다.
말순의 눈에는 홀딱 벗은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고 둥근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밑에는 어메가 깔려 있었는데 어메 역시 옷을 홀딱 벗은 몸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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