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 8부
본문
오후가 될 때까지 덕구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무라도 해 와야겠지만 지금은 잠시라도 말순이와 떨어지기가 싫어진 것이다.
물론 말순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아껴주는 오빠가 옆에 있다는 것이 무척 좋은지
이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 보며 별 말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계십니까? ........... 계세요?”
아무 표정없이 멍하니 있던 덕구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소리는 필시 부드러운 소리였지만 덕구는 마치 벼락처럼 들렸으며
지옥에서 온 사자의 부르짖음처럼 왕왕거린다.
“허헉!!! 마...마...말 순 아~ 흐 흐 흣...”
덕구는 바깥을 내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말순의 손을 꼭 잡더니 몸을 부르르 떤다.
“아이고~ 우 짜 노~~ 흐 흐~ 흣!!”
흐느끼는 듯한 어메의 힘없는 소리,
기여코 그 시간은 닥쳐 온 것이다.
“허헛...오 빠 야......... 날 데리러 온 모양이제? ”
“마..말수이~ 흐흣... ”
바깥이 궁금한 말순은 덕구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내밀어 마당을 기웃거린다.
“어어~ 저..저 아저씨다..... 야 아~”
마당을 내다보던 말순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그저께 선녀탕에서 만났던 그 낯선 아저씨였던 것이다.
“아 저 씨~ 안녕하시이껴~ 후 후~”
말순은 덕구의 눈치를 흘깃 살피더니 밖으로 나가며 인사를 한다.
“오 오~ 말순이구나... 하 하~ 그 동안 잘 있었니? ”
“야아~ 아저씨가 날 데리고 간다 그랬어여?”
“으응~ 그래... 그때 보니까 말순이 네가 예쁘고 똑똑해 보여서... 하 하~”
말순은 예쁘고 똑똑하다는 아저씨의 말이 너무나 듣기 좋았다.
“우 히 히~ 어메야~ 아저씨가 내 보고 이쁘다 카네? 히 히~”
철없는 말순은 에미의 찢어지는 가슴은 생각지도 않은 채 헤헤거리자
말순 에미는 그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돌아 서 버린다.
“그런데...너~ 옷이 이게 뭐니? 하 하~ 오오~ 세탁을 한 모양이구나...”
역시 서울 사람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냥 옷을 빨았다고 하면 되는데 세탁이라는 말을 쓰자 말순은 괜히 우쭐해 진다.
“야~ 어제...히 히~ ............ 오..오빠야~ 니는 방에서 머 하노? 얼릉 나온나...”
말순은 혼자 신나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어메는 울먹거리고 덕구도 보이질 않자 괜히 방안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방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 저 씨~ 쪼매만 기다리이소~ 내...방에 들어갔다가 올끼예~”
말순은 아저씨를 향해 생긋 웃어주더니 어깨를 움찔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오..오빠.... 으흡...”
말순은 덕구를 부르려 했으나 벽을 향한 채 돌아보지도 않는 오빠를 보며 주춤거린다.
“저어~ 선상님......... 쪼매만 기다려 주믄 안되겠슴니껴? 시방 말수이 아부지가 없어서...”
그러고 보니 아침에 휑하니 나가버린 아부지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아...네에~ 그렇지만 너무 늦으면 안되는데..... 아 참!! 그리고 이건 말순이 옷인데...”
모든 시신경을 바깥에다 쏟고있던 말순은 옷이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열린다.
“으와~ 흐흣.........”
말순은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덕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만 입을 다물어 버린다.
- 아저씨가 나를 데려가려고 옷도 사가지고 왔는갑다. 얼른 달려가 보고 싶지만
저렇게 우울해 하는 오빠를 보자 선뜻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않는다.
허엇... 이건 누가 오는 소리데이.... 어메인가? 어메가 내 옷을 가지고 오는가벼~ 우히히~
“자아~ 이그~ 선상님이 가지고 오셨데이.......갈아 입그라....흐 흐 흐 흣!!”
말순 에미는 포장지로 예쁘게 싼 상자를 방안으로 슬쩍 밀어 주고는 다시 가 버린다.
“우와~ 이기 옷인가벼........ 오..오..오빠야~ 우 히 히~ 이그 봐라...”
말순은 포장지로 싼 상자를 들어 덕구에게 보이려 했으나
덕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벽을 쳐다보던 고개 마저 점점 숙여지고 있다.
괜히 찔끔해진 말순은 무엇 보다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옷이 궁금하다.
하지만 너무나 예쁘게 쌓여있는 포장지가 아까와 어떻게 뜯어야 할지 모른다.
“찌 이 익!! 아고~ 히힛... 으 흐흠~ 찌익...”
드디어 포장지가 찢겨지며 상자가 들어나자
마음이 급해진 말순은 침까지 삼켜가며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우와~ 야아.......... 더..더..덕...아니...오 빠 야~ 이그 봐래이~ 우와~ 우짜믄 이래 이쁘노?”
상자 안에는 세일러 복처럼 생긴 예쁜 원피스가 한 벌 들어있었고
그것을 꺼내 본 말순은 입이 찢어지라 벌려지더니 말까지 더듬는 것이었다.
“야아~ 이기 내끼라? 우 히 히~”
말순은 입고있던 어메의 속치마를 후딱 벗어버리더니
상자에서 꺼낸 원피스를 입기 시작했다. 정말 예뻤다.
원피스의 위쪽은 하얀 색이었으며 커다란 카라에 까만 줄이 있었고
아래의 치마쪽에는 진곤색으로 주름이 몇가닥 지어져 있었다.
“와아~ 우째믄 이래...딱 맞노? 히 히~ 오..오빠야~ 이거 봐 봐라...”
원피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것이 말순에게 딱 맞았다.
난생 처음으로 입어보는 원피스,
말순은 그 옷을 입고 몸을 빙글빙글 돌려보고 있다.
“우리....말수이..... 증말 이쁘네.... 증말.....증말로 이쁘데이~ 흐흡...”
벽만 쳐다보던 덕구가 언제 돌아 보았던지
옷을 입고 정신이 없는 말순을 보며 이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맞제? 증말 이쁘제? 우 히 히~ 내는 오늘 기분이 째진데이~ 우 히 히~”
그러나 말순과는 다르게 덕구의 얼굴에는 웃음끼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깔리는 것이었지만
원피스에 마음을 뺏긴 말순은 덕구의 그런 얼굴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으 으 으~ 낸도 저런거 입었으믄 좋겠데이~ 말수이 대빵 이쁘다......”
문지방에 기대어 선 경순이 마저 입을 삐죽거리며 부러워한다.
“어이구~ 오셨구만요..........으 으 으~ 지가 술을 한잔 하다가 보이~ 어 휴~”
사립문을 들어서는 아부지의 컬컬한 목소리가 술에 많이 취한 듯 하다.
요즘 들어와서는 한푼이라도 더 아낀다고 술을 끊은지 오래된 아부지였지만
오늘은 말순이와 헤어지는 것이 가슴아파 술을 마신 것 같다.
전부터 아부지는 술마시는 날이면 괜한 술주정으로 식구들을 괴롭혔기에
말순은 옷이 자랑하고 싶어 밖으로 나오려다가 멈칫거린다.
“그놈의 날이 왜 그리도 빨리 갈꼬.....휴우~ 선상님~ 지금 델꼬 가야지예~”
“저어~ 오긴 벌써 왔었는데....말순이 아버님을 기다릴려고... 좀...늦었습니다.”
말순을 데리고 갈 남자는 될 수 있는한 점잖은 말로 예의를 갖춘다.
“가야지~~ 아암~ 가야되고 말고.... 휴우......... 말 순 아~~ 말순아이~”
“야아~”
이젠 이렇게 아부지가 부르니 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말순은 원피스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치마를 달랑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게 누구로? 우리 말수이 맞나? 흐 흐 흠~ 선녀가 따로 없데이~ 어휴~”
“아부지요~ 이거 디게 이뿌지요? 저 아저씨가 사 왔는기라요~”
“그래...그..그래.... 휴우~ 그래.... 디게 이뿌다........어흐 흐~”
아직까지 이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말순아부지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선녀가 내려 온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말순 아부지는 이쁜 딸의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기쁘지를 않았다.
오히려 말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맺혀오고 있는 것이었다.
“선상님요~ 우리 말수이 ....우리 말수이 이뿌게 잘 봐 주이소~ 크윽... 잘 봐 주이소~”
“걱정 마십시요~ 제가 공부도 시키고 ... 잘 키우겠습니다... 아무 염려 마십시요~”
말순 아부지는 그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몇 번이나 인사를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말순이가 아무리 둘러봐도 어메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갔을까?
말순은 슬그머니 부엌을 기웃거려 봤지만 어메는 보이질 않았다.
이제 곧 갈 시간인데... 말순은 어메를 찾기위해 뒤안으로 가 보았다.
“어...어...어 메!!!!!!!”
“어 허 허 허 ~~~ 어 어엉~ 말 순 아~~~ 흑..흑...”
뒤안 샘가에서 소리없이 울던 어메가
말순이가 나타나자 와락 끌어안으며 참았던 울을을 터뜨린다.
“와 우는데? 내는 개안타 카이~ 흐흣... 어메가 우니께~ 나도 눈물이 나온데이~ 흐흑 흑..”
“그래...허엉~ 허엉~ 내 안 울끼다....인자는 안 울끼구먼....허 어 어 엉~~ 허엉~”
떠나는 말순을 웃으면서 보내려고 했던 말순 에미였지만,
참으려고 하면 할 수록 그놈의 눈물은 그칠줄을 모른다.
“얼릉 안나오고 머하노?....... 선상님 바쁜데... 갈 사람은 가야제..... 후딱 나오그라...”
목이 쉰 듯한 아부지의 울부짖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가 들리자
어메는 꾀죄죄한 치마에 눈물을 닦으며 말순의 손을 잡고 느릿느릿 마당으로 나온다.
담배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부지는 안방앞 처마끝에 앉아 엽초를 말아 거칠게 빨아당기고 있다.
마당으로 나오자 말순은 제일 먼저 덕구의 얼굴을 보았다.
덕구는 화가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덕구의 그런 얼굴이 결코 화를 내서가 아니라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이젠 말순이도 알 수 있다.
“저어~ 이젠 가 봐야겠습니다..... 자아~ 말순아.....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를 드려야지...”
드디어 떠나는 시간인가 보다.
그 동안 마음이 들떴던 말순이였지만 아저씨가 인사를 드리라고 하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면서 아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 아 부 지 요..... 잘 있으이소~ 그라고...어 메 도... 흐 으 으 흐~ 어메도..... 잘 있으래이..... 흐흑...오...오..오 빠 야~ 니도...흐흑...흑... 내....돈 마이 벌어서 올끼구만...알았제?”
전혀 울지 않을 것 같던 말순의 초롱초롱 하던 눈에서 드디어 눈물이 고이길 시작하더니
그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려 하얀 원피스를 적셔버린다.
“말수이..... 니 추석때는 올끼제? 올 수 있제? 아저씨.....보내 줄꺼지요?”
“으...으 응~ 그...그러엄~ 명절 때는 와야지....아암...보내줘야지....”
덕구의 말에 그 아저씨는 약간 더듬거리는 것 같더니 그렇다고 하자
그제서야 말순에게로 다가온 덕구는 말순의 손을 꼭 잡아 준다.
“그라믄 됐데이~ 말순아..... 힘들어도 우지마고... 잘 지내야 한데이~”
“으응~ 오빠야~ 내 안 울끼다..... 근데...오늘은 자꾸 눈물이 나온데이....흐흑....흐으~”
그러자 아저씨는 이제까지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순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자아~ 이제...가자.......... 차가 읍내에 있으니, 읍내까지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꺼야~”
아저씨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겨 놓는 말순이의 어깨가 쉬지 않고 들썩이고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집이 점점 멀어져 가는데
말순은 서너 발자국 떼 놓을때 마다 고개는 자꾸 그리운 사람들을 향해 뒤로 돌아간다.
사립문 앞에는 정겨운 얼굴들이 말순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막내를 안고있는 어메와 갱수이, 그리고 사랑하는 오빠...
사랑하는 가족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가며 손을 흔들고 있는데
그런데 단 한 사람,
아부지가 보이질 않는다.
“꺼어이~ 꺼어이~ ”
아부지의 울음소리다.
떠나는 어린 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던 아부지가 마당에서 목놓아 울고 있었던 것이다.
말순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아저씨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고 싶을 뿐이다.
이제 저 아래만 내려가면....
저 구비만 돌아버리면 가족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을텐데...
타박거리는 말순의 발걸음이 몇 걸음 더 옮겨지자
이제 가족들의 얼굴은 아무리 뒤를 돌아보아도 보지질 않았다.
“이렇게 예쁜 얼굴이 눈물을 흘려서 보기 흉하네... 자아 저기가서 좀 씻자...”
아저씨는 말순의 얼굴을 손으로 쓰윽 문질러보더니
씻고 가자고 하면서 계곡 아래로 말순을 데리고 내려간다.
많은 눈물을 흘렸던 말순이지만 아저씨가 예쁘다고 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아저씨요~ 내가 인자 부터는....식모지요?”
말순은 아무래도 식모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는 니가 이뻐서 데려 가는거야~ 넌 일을 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는 식모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예뻐서 데려가는 것이라며 말순을 직접 씻겨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양딸로 삼으려는 것일까?
말순은 아저씨에게 얼굴을 맡겨 놓고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엇!! 너어~ 빤쓰는... 안 입었니? 어휴~ 하 하 하~”
빤쓰도 입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 아무렇게나 다리를 벌렸던 말순은
아저씨의 말이 창피한지 얼른 다리를 오므려 버린다.
“으으~ 저..저어~ 어 휴~”
“괜찮아.... 하 하~ 이따가 읍내에 가서 하나 사 입자... 아저씨가 그걸 생각 못했네..”
말순은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집에서는 옷 한 벌 사 달라고 그렇게 조르고 졸라도 사 주는 일이 없는데
아저씨는 바로 사 준다고 한다. 말순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 참!! 말순이 너..... 점심 안 먹었지? 배 고프겠구나.....으음..... 너 짜장면 좋아하니?”
평소엔 점심조차 먹지 않던 말순은 배가 고픈 것도 느끼지 못하였지만
아저씨가 짜장면이라는 소리를 하자 금방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인다.
소문으로만 듣던 짜장면,
말순은 짜장면 냄새를 기억한다.
학교 다닐때 그 냄새가 어찌나 달콤하고 좋은지 중국집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꿀꺽!! 으흠~~한 번 도 ..... 안 먹어 봤는데...그거 디따 맛있지요? 꿀꺽!!”
"뭐 어? 아직 짜장면을 한번도 안먹어 봤다구? 하 하~ 그럼 오늘 짜장면 곱배기로 사 줘야겠네...”
말순은 짜장면을 사 주겠다는 아저씨의 말을 듣자 막 뛰어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
“아 저 씨~ 우리 빨랑 가요......야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무거웠던 말순의 발걸음은
짜장면 한 그릇에 들뜬 나머지 오히려 말순이가 아저씨를 데리고 가는 듯 하다.
“어어~ 야 야~ 순자야~ 점순아이~”
세수를 하고 계곡을 나와 조금 더 내려가자
저 앞쪽에는 말순이가 그렇게 기다리던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말순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아저씨가 옆에 있다는 것 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큰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순자와 점순은 깜찍한 세라복의 말순을 보고 놀란 듯 입만 벌린 채 선뜻 다가서질 못한다.
“야~ 순자야~ 내 인자 서울간데이~ 우 히 히~ 아자씨하고 같이 간데이...니도 알제? 이 아저씨~”
“으 응~ 서..서..서 울??? 진짜로? 와아~ 식모 할라꼬 가는 모양이제?”
“아니데이....히 히~ 나 식모 아이다.... 아저씨~ 나 식모 아니지예?”
자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순은 가슴이 벅차기 시작했다.
예쁜 원피스도 놀라운데 식모살이도 아니라고 하니 아이들은 어리둥절 해 한다.
“그럼~ 말순인 식모로 가는게 아냐..... 아저씨가 예뻐서 데리고 가는거야... ”
아저씨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순을 부추겨 준다.
“와아~ 디게 좋겠데이~ 난도 갔으믄....어 후~”
말순은 여태껏 순자가 그렇게 부러워 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말순은 더욱 신이 났다.
“내에~ 아저씨하고 지금 읍내에 가서 짜장면도 사 묵을끼데이~ 아저씨 맞지요~”
“그럼.... 말순이가 좋아하는 것은 다 사 줘야지...하 하~ 자~ 빨리 가지..”
아저씨의 재촉하는 말에 말순은 순자와 점순이에게 잘 있으라는 인사의 말을 남긴 후
아저씨의 손을 잡더니 읍내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 아~ 지금쯤 순자와 점순이는 나를 얼마나 부러워 할까? 후 후~ -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이 떼어 질 때마다 멀어지는 말순의 고향,
사랑하는 가족과 정든 고향을 언제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는 말순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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