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박 차장 - 3부 7장

본문

박 차장 3-7






지각을 하지 않으려 오늘도 보영은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해치우고 화장실 가는 것도 포기한 채, 출근길을 재촉했다. **언더웨어의 영업3팀에 배속되면서 지각을 한다는 것이 동료에게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좀 일찍 깨고 싶었지만 자신의 생각일 뿐, 장 대신 희생되는 것이 그의 아침 식사와 화장실에서의 느긋한 볼 일 보기였다. 그 날도 보영은 자신의 BMW를 전속력으로 몰아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피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따라 배앓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보영은 PC 를 켜고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아~ 배설의 행복이란…요사이 보영은 작은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일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가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데서도, 그리고, 푹신한 침대에서 단잠을 잘 수 있다는 데서도 어떤 행복감을 느꼈다.




“그래, 언니야…사무실에서 전화 받기가 힘들어서 나왔어. 얘기해 봐.”




화장실 저편에서 들리는 고 대리의 목소리.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얇은 벽 하나 사이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 화장실에서 말하는 고 대리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으응. 언니가 지금 돈을 구해보려고 하고 있는데…집이 잘 안빠져. 병원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해줄래. 집만 빠지면 3천만원을 보낼 수 있거든.”


“…”


“울지 말고. 언니가 빨리 해결해볼께. 조금만 참아라.”


“…”


“그래, 조금만 기다려.”




고 대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보영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BMW 코리아 박근성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안보영 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선생님. 어쩐 일로 아침부터…?”




“차 때문에요.”




“아! 신모델로 바꾸시려고요? 요번에 나온 모델이 안 선생님 취향에는 딱 입니다만.”




“일단 지금 있는 차를 팔아야 겠는데. 얼마 정도 나가죠?”




“트레이드 인 조건으로요?”




“아니요. 차를 먼저 팔고 나서 모델은 생각해볼께요.”




“그럼…4,500만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차 팔아주시겠어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제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제 단골 이신데, 그 정도 편의는 봐 드려야죠. 참. 사장님도 건강하시죠? 잘 좀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오늘 내로 가능할까요?”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전화를 끊고 보영은 바지에서 고 대리가 준 열쇠 고리를 꺼냈다. 거기엔 BMW 자동차 키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오늘로 너 보는 것도 끝이구나.”




보영은 변기물을 내렸다. 오늘따라 변기물이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오물을 쓸어내려갔다.









“정 이사, 이른 아침부터 웬 일인가? 뭐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하이고 상무님도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십니까? 그저 상무님하테 모닝 커피 한 잔 얻어 마실려고 왔습니다.”




“그래?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미쓰 김! 여기 커피 두 잔 가져와.”




조금 있으니, 미쓰 김이 커피를 가지고 들어와서는 박 상무와 정 이사가 앉아있는 소파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찻잔을 공손히 내려 놓고는 방을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쫏아가는 박 상무의 눈길이 끈적였다.




“상무님도…여전하십니다.”




“으흠…정 이사도 별 말을 다하는군…”




“우리 사이에 어떻습니까? 상무님, 저와 상무님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전우 사이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지, 자네와 난 생사고락을 같이 했지. 우리가 같이 정복한 고지만해도 북창동 고지, 무교동 고지, 미아리 고지,…참 많이도 넘었구만.”




“그렇지요. 항상 제가 상무님 옆에서 엄호해드렸쟎아요. 고지에 항상 먼저 깃발 꽂게 해드리고.”




“그랬지, 자네가 항상 날 엄호했지. 하하하.”




“그런데, 새로 온 미쓰 김은 어떻습니까?”




“미쓰 김?, 흐흐흐, 이 사람 뭐가 알고 싶은건가? 이제 갓 스물을 넘겨서 탱탱하지…아직 물은 오르지 않았지만 말이야.”




“고 대리 보다 낫겠군요. 상무님.”




“고 대리… 그 아이는 명기 중의 명기지. 뭐 지가 싫다고 날 떠났지만 말이야. 하긴 그 덕에 젊은애가 들어왔으니까. 명기도 좋지만 영계도 좋쟎은가.”




“상무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만 합니다. 그래서 **언더웨어로 내 치신거겠죠.”




“그래, 날 배신하는 것들은 모두 내침이야. 거기 떨거지들은 이제 잘려나갔나?”




“그게…의외로 그 떨거지들의 일들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제가 **언더웨어를 갔을 때, 고 대리를 봤는데…”




“고 대리가 뭐?”




“글쎄, 그것이 박 차장이랑 아주 짝짝꿍이 맞아서 얼굴이 활짝 폈던데요.”




정 이사는 박 상무의 눈치를 살피며 박 상무의 성질을 돋궜다.




“아무래도 박 상무님 곁을 떠난 이유가 박장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 대리가 떠나겠다고 한 시점도 박장우가 **언더웨어로 가기로 결정된 다음 아니었습니까? 거기다, 박장우는 최근에 이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스토리가 척척 만들어지지 않습니까?”




“으..음”




찻잔을 들어올리는 박 상무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은 정 이사는 눈치챌 수 있었다.




“아!. 저희 본부 사람들하고 미팅이 있는데…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닝커피 잘 마셨습니다. 고 대리는 그냥 잊어버리세요. 상무님, 이미 몸도 마음도 박장우에게 간 것 같습니다. 그 년 은혜도 모르는 년입니다.”




잔뜩 약이 오른 얼굴로 박 상무가 천천히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


“…”


“…”




“고 대리님, 오늘 저녁에 뭐하세요?”




“응? 왜? 보영씨.”




“제가 데이트 신청 좀 할려구요.”




“후후, 젊은 총각이 할머니 처녀한테 데이트 신청한다구? 영광이네. 그런데, 오늘은 안되겠어. 오늘 야근을 해야할 것 같아…일이 좀 밀렸거든.”




“참…우리 차장님은 고 대리님 한테만 일 시키는 것 같아요. 저기 육 대리님은 맨날 구렁이만 가지고 노는 것 같은데.”




“야! 안보영. 너 또 왜 나를 가지고 씹냐? 이 구렁이가 돈 벌어주는 구렁이얌마. 이번 달에 100 세트 나간거 몰라?”




“우리나라 여자들 눈이 뼜지…못난이 구렁이를 가지고…”




“보영씨 그만하고, 고마운데 오늘은 안되겠어. 다음에 저녁 사. 응?”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살께요.”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 BMW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를 살 사람이 나왔고 대금도 받았으니, 자신이 보영의 사무실로 와서 돈을 준 다음에 차를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보영은 BMW 직원과 7시에 회사 앞에서 보기로 약속을 했다.




6시 30분이 되자, 사무실에는 고 대리와 보영만이 남고 다른 직원은 모두 퇴근을 했다.




“와! 고 대리님 진짜 일 많은가 보다.”




“보영씨, 장난하지 말고…내가 못나서 일을 빨리 못하는거야. 걱정하지 말고, 어서 집에 가.”




“그래도, 혼자 야근하면…”




“누나, 힘 쎈거 알지?”




고 대리는 과장되게 알통을 만들어 보영에게 보여줬다.




“(참…예쁘다.)”




“보영씨, 이제 가봐.”




“네, 그럼 수고하세요.”




보영은 고 대리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회사 주차장에서 약 30분을 기다리니 BMW 직원이 도착했다. 보영은 열쇠 고리에서 자신의 BMW 차 열쇠를 꺼내 직원에게 건냈다. 직원이 가져온 차값은 다행히 1,000만원권 수표 4장, 500만원권 수표 1장으로 되어 있었다.




보영은 당장 돈을 가지고 고 대리에게 가고 싶었지만, 밥도 못 먹고 야근을 하고 있을 고 대리를 생각하니 뭔가 먹을 걸 사가지고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보영은 근처에 초밥집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보영이 초밥집에서 초밥 도시락을 가지고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열쇠를 건내준 때부터 1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회사 근처에 괜챦아보이는 초밥집도 없었지만 도시락이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보영의 손이 사무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 때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보영은 가만히 귀를 귀울였다.




“상무님, 제발 저를 찾지 마세요. 이젠 상무님 뵙고 싶지 않습니다.”




“흥…정 이사 말이 사실인가 보군. 니가 박장우하고 붙어 먹고 있다는 얘기가…”




“박 차장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차장님하고 연관시키지 마세요.”




“그래, 이젠 내 앞에서 박장우를 감싸기까지 할거란 말이지. 니 년이 은혜를 모르고 날 배신해?”




“은혜요? 지금 은헤라고 말씀하셨나요? 절 취직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제약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 했어요. 하지만, 상무님이 제가 바라신 건 다른거였쟎아요. 그리고 오랜 동안…오랜 동안, 절 괴롭히셨쟎아요. 그걸 은혜라고 표현하나요?”




“널 괴롭혀? 내가 널 괴롭혔단 말이지? 호오…괴롭혀서 그런 색스러운 신음 소리가 났군. 괴롭혀서 니 년의 보지 구멍에서 물이 그렇게 철철 넘쳐났군.”




‘그건…그건…”




“어디 볼까. 이번에 괴롭히면 어떻게 변하는지? 니 년은 타고난 색녀야.”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 가까이 오지 마세요.”




“이년 이젠 소리까지 지르는군. 소리 질러서 다른 사람들이 니 년의 정체를 알면 좋겠군. 남자의 몸 밑에 깔려서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는 니 년을 말이야. 어디 한번 간만에 맛을 볼까? 니 년 보짓물 맛이 보고 싶었거든. 시큼한 그 맛을 말이야.”




“안돼…가까이 오지마. 죽여버릴거야.”




“그래 날 죽여줘. 넌 항상 날 죽여줬으니까 말이야. 이번에도…흐흐흐”




그 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이 변태 씹새야. 그 여자한테 손가락 하나 까딱했다가는 너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마.”




“넌 또 누구야?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거야?”




“씹새, 내 손에 도시락 든 거 보면 모르겠냐? 나 이 여자 애인이야. 야근한다고 해서 둘이 도시락 까 먹을려고 왔다. 왜? 그러는 넌 누군데.?”




“나는…나는…그러고 보니, 너 낯이 익은데, 너 ** 직원 맞지.”




“맞다. 씹탱아. 어쩔래.”




“너 회사 상무에게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나?”




“씹탱이…점점 좃까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러는 넌 상무라는 놈이 직원 집적거려도 되니?”




“이런…이런 어린 놈이…말이 안 통하는군.”




“잘 봤어. 씹쌔야. 나 돌면 너 아작나니까. 어서 꺼져!”




“이 년놈들이…씩씩…씩.”




박 상무는 안보영의 기세에 눌려 분을 누르면서 사무실을 나섰다. 박 상무가 나가자 긴장이 풀린 고 대리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보영이 주저 앉는 고 대리를 안아서는 그녀의 의자에 앉혔다.




“고마워. 보영씨. 보영씨가 없었으면….”




“고맙긴요. 뭐 저런 변태 할아범이 있어요?”




“응. 내가 **제약에 있을 때 모시던 분이야.”


“보영씨, 밖에서 다 들었니?”




“…, 밖에서 고 대리님이 안된다고 소리치는 거 듣고 바로 들어온 거에요.”




“그래? 후…우. 나 이상한 여자로 보이지?”




“고 대리님이요? 천만에요. 저 한텐 고 대리님이 천사로 보여요.”




“보영씨는…정말…엔드리스 아부형이라니깐.”




“참, 제가 도시락 가지고 왔어요. 제가 이제부터 고 대리님 애인이쟎아요? 하하하, 우리 같이 먹어요.”




“어머, 정말 도시락이네. 그래 우리 같이 먹어. 정말 고마워.”




도시락을 열고 젖가락으로 초밥을 집으려던 고 대리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고 대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 대리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런 고 대리의 어깨를 보영이 감싸안고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고 대리님, 제가 들은건 고 대리님이 화장실에서 가족한테 한 전화였어요. 일부러 들은 건 아니고요. 저…이거, 3천만원이에요. 고 대리님 집 빠지면 갚고 우선 쓰세요.”




“보영씨…”




“아무 말 마시고 쓰세요. 고 대리님이 이 돈 안 받으면 저 칵 죽어버립니다.”




“보영씨…우왕~ 어엉엉.”




도시락을 앞에 놓고 한 여자가 한 남자의 품에 안긴 채 긴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 여자의 울음이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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